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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조 교수 와 '종군위안부'

 

현서 minx@jinbo.net

(노동해방학생연대 고대모임 회원)


 주)흔히 쓰이는 ‘(종군)위안부’라는 용어는 ‘위안을 주는 여성’이라는 뜻이며, 특히 ‘종군’이라는 말은 여성들이 자발적으로 군대를 따라갔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어 가해자의 입장에 서 있는 개념이다. ‘정신대’는 국가를 위해 몸을 바친 부대라는 뜻을 갖고 있는데, 이는 엄밀히 말해  남성 노동력이 부족해지자 군수공장에 나가 일하게 한 노동대를 말하는 것으로 정신대=일본군 성노예로 볼 수는 없다. ‘일본군에 의한 성노예(sexual slavery)'라는 용어가 가장 바람직하다. 


한승조 교수 파문, 그리고...


  지난 주 내내 한국 사회를 특히 고대를 시끌벅적하게 했던 한승조 교수 파문. 그리고 논란이 되었던 그의 글 속에는 ‘일본군 성노예’  문제가 있었다. ‘부끄러움을 모르는 한국인들의 저질 행위’라는 단락에서 “수준 이하의 좌파적인 심성 중에는 일본사대의 종군위안부의 문제가 있다. 전쟁 중에 군인들이 여성들을 성적 위안물로 이용하는 것은 일본 만의 일이 아닌 것이다. 몇 명 안 되는 소수의 노파를 끌고 다니면서 거듭 배상금을 요구하며 물고 늘어져 왔다는 것은 고상한 민족의 행동거지로 볼 수가 없는 것이 아닌지. 애초에 성의 문제는 돈으로 환산될 수가 없는 것인데 왜 돈의 문제와 결부시켜서 자기 망신을 계속하는 것인지?.”라고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그리고 한승조 교수를 지지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지만원씨 역시 한 강연에서 “아무리 억울해도 그렇지 위안부들은 부끄럽지 않나, 옛날 규수들은 봉변을 당하면 은장도로 자결하였다, 당했으면 숨어서 조용히 지낼 것이지 뭐 자랑이라고 어디 내가 위안부다 밝히나. 자손도 없나.”라고 이 문제를 언급하였다.


분노


  한승조 교수와 지만원씨의 이런 발언에 많은 국민들은 분노를 금치 못했다. 이번 발언들은극우세력들의 무지를 넘어, 모든 여성들에게 폭력적으로 다가오기까지 한다. 일본군 성노예 여성들은 제국주의 일본에 의해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지역에서 강제로 끌려갔으며 그 수는 10-20만명에 달한다. 그녀들은 남성들을 위안해준다는 명목으로 자신의 성적 결정권을 완전히 박탈당한 채 하루에 많게는 50명의 일본 군인들에게 강간을 당하기도 했다. 거부할 경우 따라오는 폭력과 비위생적인 생활로 인한 성병 및 낙태로 인하여 아직까지도 심각한 육체적․ 정신적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이러한 명백한 성폭력 범죄를 두고도 몇 안 되는 소수의 노파의 아집으로 왜곡하고 사실관계를 부인하는 것은 극우세력의 발광에 다름 아니다. 또한 상처를 힘들게 이겨내고 자신의 권리를 요구하고 지금까지 싸워오고 있는 생존자들에 대한 모욕이며, ‘순결’ 운운하며 도리어 피해 여성들을 두 번 죽이고 있다.  



민족주의를 넘어...


  하지만 이번 파문은 극우 세력들 뿐만 아니라, 우리 자신들을 돌아보게 한다. 이번 발언에 대한 대다수 네티즌들의 반응은 ‘우리 민족의 아픔을 어떻게 그 따위로..’ 정도이고, 일부 강경 네티즌들은 ‘일본 여자들도 당해봐야 안다’, ‘우리 국력을 키워서 복수하자’ 는 논리에까지 이르고 있다. 하지만 한 교수 발언에도 나오듯이 전쟁 중 여성에 대한 성폭력의 문제는 비단 일본군만의 문제가 아니다. 돌이켜보면 한국군 역시도 많은 베트남 여성들을 강간한 전력이 있고, 이 이외에도 전세계 곳곳에서 벌어진 전쟁에서 여성에 대한 성폭력이 있었다. 대표적인 것이 보스니아의 여성강간캠프에서 민족청소(말살)의 명목으로 집단성폭력이 자행되었던 사건이다. 이런 사례들은 일본군 성노예 문제를 민족의 문제로, 반일의식으로 접근하는 것이 오히려 본질을 흐리는 것이라는 것을 우리에게 알려준다. 우리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무고한 인민들이 죽어나가며, 특히 여성들에게는 무자비한 성폭력을 가하는 전쟁이 도대체 누구를 위한 전쟁인지, 다시 한 번 되묻는 일이 아닐까. 

 레드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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