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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ed Something Red?

 저희는 오늘 새내기 여러분들에게 조금은 색다른, 지금까지 자주 접해보지 못한 이야기들을 한 번 해보려고 합니다. 모 광고 카피에서 조금 변형해서 제목을 ‘Need Something Red?'로 한 번 달아보았어요. 여러분은 Red, 빨간색 하면 뭐가 떠오르세요? 새내기 여러분들은 아마도 고대의 상징 색? 아니면 붉은 악마를 떠올리시지 않을까요. 하지만 예전만해도, 아니 지금도 대다수 사람들에게 빨간색은 으쌰으쌰 데모하는 사람들(속칭 빨갱이;), 폭력시위, 공산주의 등등을 떠올리게 합니다=_=; 사실 이런 거부감들은 우리가 그동안 배워온 교육이나 사회 환경으로 인해 생긴 편견들로 인한 것이지요.

  "만약 상어가 사람이라면 작은 물고기들을 위해 식물은 물론이고 동물까지 포함된 각종 먹이를 집어넣은 거대한 통을 바다 속에 만들도록 하겠지. 그 커다란 통 속에는 물론 학교도 있겠지. 가장 중요한 일은 물고기들의 도덕적 수련일거야. 그들에게는 물고기 한 마리가 기꺼이 자신의 몸을 내놓는 것이 가장 위대하고 아름다운 일이라는 것과, 그들이 모두 상어의 말을 믿어야만 한다는 것을, 특히 상어들이 아름다운 미래를 위해 애쓰고 있다고 말할 때는 그 말을 믿어야 한다는 걸 배우겠지. 물고기들은 또한 복종을 익힐 때만 이러한 미래가 보장된다는 걸 배우게 될거야. 물고기들은 모든 저속하고 유물론적이고 이기적이고 마르크스적인 경향에 대해 조심해야 하고 그들 가운데 하나가 그러한 경향을 드러내면 즉시 상어들에게 신고해야 한다고 배울거야."  -베르톨트 브레히트 '상어가 사람이라면' 中

 독일 출신의 유명한 극작가인 브레히트가 쓴 단편집에서 일부를 인용 해보았습니다. 물고기와 상어에 빗대어 이야기를 했지만, 사실은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와 교육에 대해 풍자를 하고 있는 글이거든요. 넓은 바다가 자본주의 사회라면, 몇몇 상어들은 이 사회를 좌지우지 하는 소수의 자본가들을, 작은 물고기들은 상어들에게 임금을 받고 일하는 노동자들을 가리키겠지요. 그렇다면 우리 사회의 교육은 어떠할까요? 상어 나라에서처럼 대다수의 물고기들이 몇몇 상어들을 위한, 상어 사회의 유지를 위한 교육을 받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지난 12년, 우리는 무엇을 배웠나요?

 대학에 들어오기 전, 우리는 12년  동안 국민교육과정을 찬찬히 밟아왔습니다. 그리고 배워왔습니다. 교과서에 있는 것은 세상에서 가장 중립적이고도 참된 진리만을 담았으니 밑줄 쫙 치면서 달달 외우세요!!@_@ 흐음-과연 그럴까요? 우리가 배워왔던 공식 교육제도와 커리큘럼은 자본과 노동자 사이에서 중립적인 위치에 있을까요? 뭐 요즘은 민주주의 사회라고 하는 만큼, 교과서도 많이 개혁(!)되어서 공정하게 쓰여져 있지 않을까요?  우리나라 4000만 국민 중 1400만 명이 노동자라고 합니다. 수적으로 본다면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데도 불구하고, 대다수의 국민들은 노동자들의 파업을 사회적 혼란을 야기하는 잘못된 행동으로, 노동조합을 이기적인 집단 정도로 생각을 합니다. 도대체 학교에서 무엇을 배웠길래? 직접 여러분이 배웠던 7차 교육과정의 중.고등학교 사회과 교과서 속을 들여다봅시다. 사실 여러분들은 물론 사회 교과서에서 ‘노동’에 관하여 배운 기억조차 없겠지요. 왜냐하면 교과서에는 불경스러운 노동자라는 말 대신 ‘근로자’라고 하고 있기 때문이죠.



-노동자=이익집단, 과격행동은 절대 금물이야!!

단원명

Ⅶ. 정치 생활과 국가/ 2. 사회적 쟁점의 정치적 해결 과정

내용

1) 정치와 사회적 쟁점

(...) 물론 사회 구성원들은 사회 전체의 이익을 위하여 필요에 따라 서로 협력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들이 추구하는 권력이나 부, 명예 등과 같은 사회적 자원들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이를 분배하는 과정에서 갈등과 대립이 발생하게 되며 자신의 이익을 증대시키기 위해 서로 경쟁하기도 한다. 특히, 이러한 사회 구성원들 간의 갈등과 대립 중에서 문제에 대한 의견이 여러 가지로 나뉘어져 있고, 문제 해결의 결과가 여러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는 문제를 사회적 쟁점이라고 한다 (...)

그림 : 우리 사회에서 발생하는 쟁점들

      주 5일 근무제를 요구하는 근로자와 이를 외면하는 사용자

      근로자 - 근로자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노동 시간을 단축하라!

      사용자 - 경제 상황도 안 좋은 데 주 5일 근무제는 안 될 말이야!

2) 정치적 해결의 과정

(...) 이익 조정에 있어서 공정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조정 절차의 민주성이 필수적이다. 모든 이해 당사자들이 고르게 참여하여, 양보와 타협의 자세로 대화와 토론을 통해 의견의 차이를 좁혀 나갈 때 원만한 합의에 이를 수 있다. 그러나 민주적 절차를 무시하고 과격한 집단 행동이나 실력 행사로 자신의 이익을 관철하려 한다면, 문제 해결이 어려워짐은 물론 심각한 사회 무질서까지 초래하게 된다. 한편, 개인과 집단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사회 전체의 이익을 침해하여 갈등을 빚기도 한다. 이런 경우, 특정 집단의 이익이 사회 전체의 이익보다 우선이 되어서는 안 되며 갈등 해결의 결과가 공익을 침해하지 않아야 한다.

*자료: <고등학교, (주)천재교육, 사회 교과서, pp.202-205>


 이 교과서에서는 사회에 존재하는 다양한 이익집단 중의 하나가 노동자? 그리고 그러한 이익집단 내의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민주적 절차가 대화와 타협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요? 생산수단을 가진 자본가와 팔 것이라고는 노동력 밖에 없는 노동자가 사회적으로 동등한 위치에 있을까요? 더불어 교과서는 파업과 같은 과격한 집단행동과 실력행사가 사회 불안정 요소임을 강조하고 있네요.




-선생님, 파업이 뭔지나 좀 가르쳐 주세요!

단원명

Ⅶ. 정치 생활과 국가/ 1. 현대 정치의 과제/ 1) 다원화된 사회, 다원화된 이익

내용

탐구 활동 - 시민의 힘으로 금융 산업 파업 해결

다음은 2000년 7월에 전국 금융 산업 노조가 파업을 선언한 전후의 은행별 저축성 예금의 동향을 나타낸 것이다.

관련 그래프 : 비파업 선언 은행의 예금과 파업 선언 은행의 예금 대조

                  - 은행별 저축성 예금 동향(00신문, 2000.7.12) -

시민의 힘으로 은행 파업을 해결할 수 있는지 토론해 보자.

- 파업을 선언했던 I은행, J은행이 곧 파업 불참을 선언한 배경을 살펴보자.

*자료: <고등학교, 법문사, 사회교과서, p.125>


이 교과서에서는 금융산업노조의 파업에 대하여 시민의 힘으로 은행의 파업을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탐구활동을 제시하고 있네요. 암묵적으로 노동자들의 단체행동을 암묵적으로 부인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시민과 노동자의 관계를 대립적으로 묘사하면서 오히려 시민들이 노동자들의 파업 여파를 적극 해결해야한다고 가르치고 있지요.



-정리해고 문제 해결, 경제계의 우려?!

단원명

Ⅶ. 정치 생활과 국가/ 3. 민주 정치 발전과 시민 문화

내용

 

사례 탐구2 - 정치 원리에 따른 갈등 해소

 

정리 해고 문제를 놓고 노동계와 사용자의 대리전으로 치달았던 H 자동차 사태가 정치권과 정부의 개입으로 가까스로 해결되었다. 3개월에 걸쳐 6차례의 파업과 4번의 조업 중단이라는 극한 대립이 겨우 풀린 것이다. 노사 양측은 합의문에 서명하고 기념 촬영을 하는 등 화합의 모습을 보였지만, 해결 방법에 대한 비판의 소리도 높았다

 

갈등 해결 과정에서의 법과 정치의 기능

  H 자동차를 둘러싼 정리 해고 문제의 해결은 정치권의 개입으로 조정되었다. 정부나 여권에서는 노사 간의 타협으로 문제를 해결하여 신노사 문화 창조의 모델이 되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경제계에서는 사태 해결 방식을 염려하고 있으며, 이러한 경제계의 우려가 설득력이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이다. 이번 사태의 해결 과정은 노조가 정리 해고를 저지할 수 있다는 선례가 될 수 있으며, 앞으로 기업의 구조 조정과 외국 자본의 유치에 상당한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사회적 갈등의 해결을 법적으로 하면 일시적으로 효율성을 잃을 수도 있으나 갈등 해결의 원칙이 확립되어 사회적 안정성을 얻을 수 있다. 반면에, 갈등 해결을 정치적으로 하면 구체적 타당성을 얻어 융통성 있게 해결할 수는 있으나 원칙이 무너져 사회적 불안이 생길 수 있다.

*자료: <고등학교, 법문사, 사회교과서, pp.234-235>

이 교과서에서는 노사분규를 해결하는 제 3자로 중립적인 정부를 설정하고 있고, 친절하게도 경제계의 우려까지도 담아내고 있네요. 하지만 노동자들이 왜 정리해고를 반대하는지에 대해서는 신기하게도 단 한 줄도 없습니다. 평생 일하던 직장에서 한 순간에 해고되어 길바닥에 나앉을 수밖에 없는 노동자들의 입장은 온데간데 없고, 자본의 입장만이 편향적으로 서술이 되어있는 것이지요. 오히려 중앙진흥교육연구소 교과서 355쪽에는 “김대중 정부는 노사정위원회를 구성하여 구조 조정과 관련된 경제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삽화에서 “구조조정이 필요한 이유가 무엇인지” 질문하면서, 정부의 반노동자적 정책만을 옹호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2000년 이후 우리나라의 경제 호전은 더디게 진행되고 있으며, 기업의 구조조정과 노사협조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고 안타까워하는 두산교과서도 있지요. 이렇게 교과서는 과감한 구조조정과 끈끈한 노사협조를 이룩하는 것이야말로 경제발전의 디딤돌이라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기타 등등

이 외에도 천재교육 교과서의 경우 ‘일상생활에서의 정치’라는 주제 아래 사회 갈등의 여러 사례를 제시하고 있는데요, 다른 사례들의 경우 해당 주제에 대하여 긍정적인 면을 강조하는 예를 선정하였으나, 노동과 관련해서는 ‘노동조합의 집행부 사람들이 주도권을 둘러싸고 싸움을 하였다’라는 유달리(!) 부정적인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예문을 제시하고 있습니다.이러한 것들은 사소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노동자나 노동조합에 대한 이러한 예, 삽화 하나하나가 바로 하나의 이미지로 쌓여 졸업할 때쯤이면 누구나 노동자와 노동조합에 대해 부정적일 수밖에 없는 것이지요.


우린 빨간을 원한다.

빨간 닷 컴.

 공통적인 것은 어떤 사회과 교과서를 보더라도, 왜 노동자들이 파업을 하는지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이 얼마나 열악한가를 말하는 대신, 교과서는 학생들에게 노동자들의 파업은 사회 전체에 손실을 주는 이익행위이라는 것을 가르치고 있지요. 따라서 정상적인 교육과정을 밟은 학생들이라면(!) 누구나, 바로 우리들처럼, 노동자와 파업에 대해 긍정적인 생각은 전혀 가질 수가 없는 것이지요. 이렇게 그동안 몇몇 상어들을 위한 파란 나라에서 파란 책을 들고 파란 내용들만을 공부해왔으니 조금만 다른 시각의 내용들만 접해도 빨갛게 *_* 보이는 것이지요. 저희는 다시 한 번 되묻고 싶습니다. 빨간이 과연 잘못된 것일까? 오히려 몇몇 상어들에게 좌지우지 되는 사회가 아니라 많은 물고기들을 위한 사회가 되는 것이 빨간이라면, 우리는 파란이 아닌 빨간을 원한다고 말하고 싶네요.^-^ 앞으로도 세상을 바라보는 다른 이야기들 많이 나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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