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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외>이주노동자, 다시생각해보기.

 

이주노동자,

다시 생각해보기.


“사장님, 나 한국에 데려가 치료해 주세요”

  이 말은 한 타이 여성노동자가 타이에서 고통스럽게 살아가면서 한글로 쓴 편지글의 일부입니다. 지난 11일 귀국한 이 노동자는 그토록 고통스러웠던 이유를 알게 되었습니다. 제대로 된 안정장치 하나 없이 일하면서 노말헥산 중독으로 인해 ‘다발성 신경장애’를 앓게 되었다는 것을 이제야 알게 된 것입니다.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는 있지만 이미 되돌릴 수 없는 상황. 하지만 회사 측에서는 이런 노동자의 고통을 외면하려 하고 은폐/축소시키고자 하는 상황. 이러한 현실이 바로 이 땅 이주노동자의 현실입니다. 이번에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된 경우는 극히 일부에 불과합니다. 정부에서는 이주노동자들의 처우를 개선한다고 하지만 사업장 이동의 자유가 없어 사실상 노예제도에 다름 아닌 ‘고용허가제’를 지난해부터 실시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불법’이란 명목으로 마치 동물을 사냥하듯 이주노동자들을 수십 명씩 잡아서 강제출국 시키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주노동자들은 불법이라는 말도 안 되는 규정으로 사장이나 관리자들의 협박과 눈치를 보며 고된 노동을 감내할 수밖에 없는 위치에 처해 있습니다. 3D업종이라 불리는 영세한 공장에서 그야말로 혹사에 가까운 장시간 노동에, 인간으로 대접받지 못하는 그 모멸감을 받아가며 일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사장님 나빠요‘하며 희화화시킨 TV 코미디 프로를 보며 마냥 웃지는 않았는지, 반성해 봅니다.




경기 화성시 향남면 요리 ㄷ사에서 일하다가 노말헥산에 중독돼 ‘다발성 신경장애’(일명 앉은뱅이병)를 앓고 있는 한 타이 여성 노동자가 지난해 12월 초순 안산외국인노동자센터에서 자원봉사자의 부축을 받아 임시숙소에 들어가고 있다. 이 여성 노동자는 지난달 13일 안산중앙병원에 입원해 현재 치료를 받고 있다. 사진 안산외국인노동자센터 제공

 

사회적 갈등은 대화와 타협으로?

우리는 그 동안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12년간 이른바 ‘제도권 교육’을 받아왔습니다. 그 제도권 교육의 사회교과에서 항상 강조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봅시다. ‘사회에는 각각의 이해를 요구하는 이해집단들이 있고 집단들의 요구가 상충할 때 사회적 갈등이 야기된다. 이럴 때 중요한 것은 이해의 극단적 대립이 아니라 서로의 요구를 인정하면서 절충안을 마련하기 위한 대화와 타협이다. 그리고 갈등이 바람직하게 해결되면 사회는 한층 더 발전할 수 있고, 이런 의미에서 갈등이란 사회발전에 있어 긍정적이기도 하다.’ 바로 이러한 논리가 아니었습니까? 따라서 사회의 여러 문제들을 바라볼 때 있어, 대화와 타협이란 잣대를 먼저 우선시 하게끔 하지 않았습니까? 하지만 이러한 논리에서는 한 가지 중요한 전제가 빠져있습니다. 바로 각 집단이 서로의 이해를 요구한다면 최소한 그 집단들 사이의 관계는 동등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를 전제하지 않는 가운데, 모든 사안들에 대해 대화와 타협을 요구하는 것은 힘이 더 센 집단에 손을 들어주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게 됩니다. 자국에서는 더 이상 일자리가 없어서 더 나은 삶을 위해 한국에 온 이주노동자들은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습니다. 가진 거라곤 자신의 몸이 전부입니다. 여기에 한국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을 경우 아직 한국말이 서툴러서 제대로 자신의 목소리조차 낼 수 없으며 시키면 시키는 대로 일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이주노동자와 회사 간의 싸움에 있어 우리가 그동안 배워 온 제도권 교육의 논리를 대입하면 이는 결국 한 사람의 인생을 송두리째 앗아가 버린 회사 측의 입장을 옹호하게끔 만들어 버립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 땅 이주노동자들의 현실을 다시 생각하며


  고된 노동 속에서 자신을 위해 일을 하는 것인지, 아니면 기계를 위해 일을 하는 것인지 모를 정도로 힘들게 살아가는 이 땅 노동자들. 이주노동자들은 이러한 고통에,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온갖 차별을 받으며 이중의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이러한 이주노동자들의 상황이 우리와 전혀 무관한 남의 이야기일까요? 하지만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가 발 디딛고 있는 대학이란 공간에서, 교육은 전체 사회와 동떨어진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하나하나가 모두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습니다. 공부를 하며 이 사회 속에서 벌어지는 문제가 무엇인지 그 문제들 중 가장 핵심적인 것은 무엇인지를 앞으로 함께 고민해 보았으면 합니다.







*이주노동자들은 오늘도 정부의 강제추방정책에 반대하고, 합법적으로 일하기 위해, 병들지 않고 사람답게 살기 위해 싸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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