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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대의 자세 (대우센터빌딩 투쟁에서.)

대우센터빌딩 투쟁이 해를 넘기고 있습니다.

28일, 금호그룹이 대우건설을 인수하면서 진행할 '개관식', '점등식' 등 행사를 앞두고, 사측이 교섭을 요청하면서 어느 정도 해결의 가닥을 잡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도 했지만, 역시나 한때를 모면하기 위한 기만적인 행태라는 것이 24시간도 지나지 않아 다시 확인되었습니다. 역시, 자본가놈들에게는 양심이란 것이 터럭만큼도 없다는 것을 다시 확인하게 되는군요.

 

△ 금호아시아나가 대우건설을 인수하면서 로고도 이렇게 바꾼 것이지요. 이 간판 점등식을 한다고 천막을 치워달라는 요구로 교섭을 하자고 했던 겁니다. 노조는 요구안의 핵심인 '일괄재계약'을 전제로 사측의 요구를 수용했지만, 사측은 24시간도 안되어서 말을 바꿉니다.

 

이런 사정 때문에 이날 28일 집회는 간단하게 진행되었습니다.

여기에 쓰려고 한 것은 이런 사정은 아니구요, 서울경인공공서비스노조(이제는 전국공공서비스노조의 지부가 되었지만,)의 독특한 연대의 자세입니다.

 

집회가 끝나고 노조 집행부와 연대단위의 간담회가 진행되었습니다. 구권서 위원장 진행.

△ 노조사무실에서 진행된 연대단위간담회

 

간담회를 진행하면서 이번 투쟁의 진행경과와 의미, 이후 전망에 이르기까지 전반적인 설명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후 투쟁방향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했습니다.

 

전에도 한번 언급한 적이 있는 이야기이지만, 저는 아직까지 연대단위들과 이런 수준의 이야기를 나누는 투쟁은 본 적이 없습니다. 경험이 일천해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대부분 투쟁일정에 동원하거나 지원방안 정도를 논의하는 정도였지, 투쟁의 의미 등에 대해서 토론하고, 투쟁전망, 조직상황에 대해서 깊은 수준의 이야기를 공유하는 것은 보지 못했었습니다.

 

이번 투쟁에 많은 연대단위가 함께하고, 연대가 확장되는 이유가 있는 것이죠. 이건 단순히 당일 설명회의 문제라기 보다는 연대의 자세의 문제일 겁니다. 연대를 위한 이런 '성의'는 이제까지 계속되어 왔기 때문입니다. 단순한 집회참가가 아니라 자신들의 투쟁으로 만들 수 있게 하는 과정.

 

특히 이 자리에는 학생동지들이 많이 있었는데, 학생동지들에게는 일종의 '교육'적인 의미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저 같은 사람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만.) 물론 이렇게 연대하는 학생동지들이 대견하기도 합니다. 구체적인 투쟁에 이렇게 열심히 연대하는 모습이 말이죠. 여기에 비하면 제가 학생운동을 할 때에는 '거창한' 정치적-정세적 목표가 있는 큰 집회에는 좀 나갔던 것같지만 이렇게 열악한 노동자들의 어려운 현장 투쟁에 연대한 경험은 별로 없다는 점에서 반성을 하게 됩니다.(사후적으로 반성하자면, 당시에는 '민중연대'의 의미를 너무 추상적으로, 정치적으로만 사고했던 것같습니다.)

 

이번 투쟁이 사측의 기만에 다시 한번 속은 셈이 되고 좀 더 길어질 전망입니다.(그렇다고 28일 당일 어떤 선택이 가능했을지는 고민입니다만..) 이런 속에서 연대의 힘은 계속 중요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그것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단지 연대단체를 '동원'하는 것이 아니라, 내용적으로 공유하고 자신들의 투쟁으로 만들어가는 이러한 과정이 더 중요할 수밖에 없겠죠. 이번 투쟁의 주체들을 보면서 또 하나 중요하게 배우는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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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22일; 하루의 절망과 희망.

12월22일, 금요일. 정말 많은 일이 있었던 하루, 다시 한번 절망과  어떤 희망.

 

09:30

 

은행연합회관 앞에서는 대우센터빌딩 비정규직노동자 동지들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날 건물 안에서 원청인 대우건설을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정식으로 인수하고 사장을 선임하는 이사회가 열렸기 때문이다. 아침부터 모인 연대단체들과 조합원들은 대우건설을 규탄하고, 금호아시아나그룹에 강력한 경고를 전달하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말 그대로 '자본가'들의 집단인 은행연합회 앞에서, 정말 가진 것 하나없는(이젠 심지어 일자리조차 빼앗긴) 노동자들의 외침이란!

 

 

11:00

 

다시 대우센터빌딩 앞으로 이동, 연대집회를 진행했다. 대우센터빌딩 투쟁의 중요한 특징이라면, 집회를 매회 할 때마다 연대대오가 늘어난다는 것이다. 한번도 줄어든 적이 없고, 매번 늘어나고 있다. 함께하는 조직도, 사람들도 말이다. 그래서 조합원동지들은 이 투쟁이 승리한다면 그건 연대의 힘 덕분일 것이라고 말한다. 지난 포스트에서도 쓴 것처럼, 도시에서 서비스부문에 종사하는 불안정노동자들이 가진 것은 '연합적 힘' 뿐이다.

 

 

건너편 서울역 광장에서는 서울지하철노조의 집회가 같은 시간에 진행되고 있었다. 서울지하철노조 집행부는 현장 구조조정을 받아들이고 주5일제를 도입하는 요구안을 갖고 서울의 노사정기구인 '서울모델'의 사적 조정을 받았다가, 이 마저 서울시가 거부하자 파업을 경고하는 이상한 '투쟁' 중을 진행하는 중이다. 여튼, 지하철노조 집회에 들렸던 박준 동지가 (아마 우리는 섭외도 하지 않았던 것같은데도) 곧바로 달려와서 공연을 해주었다. 이 공연을 하곤 기륭투쟁으로 달려가신다. 정말 힘나고 고마운 공연.

 

이번 집회는 특히 서울경인공공서비스노조 동지들이 전국공공서비스노조(공공산별노조) 가입처리 된 이후에 열리는 것으로, 산별노조 황민호 위원장도 참석하는 등 더 힘이 났다. 많이 늦었지만, 공식적인 지원과 결합이 가능하게 되었다.

 

이 투쟁에서는 오랜만에 몸싸움이 없었다. 진입투쟁을 보류했기 때문인데, 사측이 다음주 26일 교섭을 하자고 요청했기 때문에 이번엔 넘어가기로 했다. 방금전에 열린 이사회에도 진입투쟁을 하려는 계획도 있었지만 이런 이유 때문에 보류했다. (그런데 저녁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계속 읽어보시면 밑에 나온다.) 대신, 연대온 동지들의 염원을 모아서 풍선을 매다는 상징의식을 진행했다.

 

 

 

 

15:00

 

여의도 민주노총 집회. 수도권 간부 집중집회였다. 노사관계로드맵이 통과되는 날.

민주노총 집회는 예정시간보다 늦은 15:25분이나 되어서 시작되었다. 그리고 16:10에 국회모형을 불태우는 상징의식으로 마쳤다. 시종일관 맥빠진 집회. 전날 투본대표자회의에서는 이미 끝난 판이니 마무리 정리집회 의미로 진행하기로 결정된 것으로 들었다. 집회를 진행하는 동안 로드맵은 국회 안에서 평화롭게 처리되었다.

참세상 기사 : 노사관계로드맵, 국회 본회의 통과

 

어이 없게도 집회를 진행한 40여분은 로드맵이 상정된 시간과 통과된 시간 사이에 정확하게 일치한다. 집회 사회자는 로드맵이 상정되었는지, 통과되었는지도 말해주지 않았다. 그냥 집회는 그렇게 끝났다. 해산하려가다 뒤늦게 처리 소식을 들은 도대체 이게 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정말, 아무리 투쟁을 정리한다고 해도, 이렇게 할 수가 있는가, 그럼 아예아예 집회조차 하지 말든가!

 

너무나 무기력하게 민주노총의 2006년 하반기 투쟁, 노동자의 명운을 건 투쟁이라던 이 투쟁은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법률과 노동권을 제약하는 법률을 나란히 통과시키고 바람빠진 풍선처럼 이렇게 마무리되고 말았다. 아마 내년 민주노총 선거에서 이 투쟁에 대한 평가가 주요한 쟁점이 되겠지만, 과연 그러한 평가-논쟁의 진정성을 대중들이 믿어줄 것인가조차 의문이다.

 

 

16:30

 

공공연맹과 화물, 택시, 버스 등 공공-운수 4연맹 통합논의 진행상황을 들었다.

26일 통합 대의원대회를 예정한 상태에서, 불과 일주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민주택시연맹은 기존의 (통합준비위에서 진행된) 모든 합의를 뒤짚는 입장을 제출하여 논란이 거듭되고 있었다. '공공운수연맹'이 아니라 '운수공공연맹'으로 해야한다부터 시작해서, 공공연맹 수준의 의무금은 많으니 의무금을 인하하자, 그래서 재정이 부족하면 상근자 임금 수준을 삭감하자, 내년까지 함께 추진하기로 대표자회의에서 합의했던 '공공산별', '운수산별' 통합 합의는 없던 걸로 하자는 등  읽을 수록 눈을 의심하게 하는 내용들.

 

그런데 이날 10시부터 다시 진행된 통준위 논의에서는 26일 통합은 확정하되 내용은 계속 논의한다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을 했던 것이다. 어떻게 통합 3일전까지(그 3일은 모두 크리스마스 연휴이다) 날짜를 박고 내용이 없을 수 있단 말인가. 심지어 통합될 조직의 명칭까지도 없는데 말이다. '날짜박기식' 통합에 대한 비판이 많았지만 이번엔 정말 너무들 했다. 통합 방식, 내용에 대한 대중적 논의, 공유는 고사하고라도 간부들, 심지어 통합되는 조직인 연맹 간부들도 거의 알지 못하는 내용이 '묻지마' 상태에서 진행되는 상황.

 

대중조직의 통합이라는 것이 최소한의 대중에 대한 책임마저 방기하고 마치 정치공학이 되어 버린 현실을 보고 있자니, 한없이 무기력해진 느낌이 들었다. 도대체 내가 만나는 간부들, 조합원들에게 26일 대의원대회에 무어라고 말하고 오라고 조직해야하나?

(이 글을 쓰는 중간에 문자 메시지가 왔다. 4연맹 통합이 무산되어 연맹 임시대대를 개최한다는 내용. 예정했던 날을 불과 이틀 남겨두고 최종적인 판단이 이루어지다니..)

 

 

19:00

 

긴급하게 문자 메시지가 왔다.

[대우:긴급] 용역깡패천막농성장침탈/7시30분 긴급규탄집회/연대부탁드립니다.

이런, 젠장!

 

급하게 달려간 대우센터빌딩 앞에는 아직 현장에 남아있는 용역깡패들과 함께 완전히 박살난 천막농성장이 한눈에 들어왔다.

 

천막 안에 사람이 들어있는 상태에서 무자비하게 천막을 박살냈다. 나중에 들으니, 이 과정에서 구권서 위원장은 몸에 휘발유를 끼엊고 불을 그으려고해 아찔한 순간이 있었다. 긴급하게 말렸지만 정말 큰 일 날뻔 했다. 몇몇 조합원들은 찰과상을 입는 등 다쳤다.

 

금요일 밤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급하게 달려왔다. 특히 당장 달려온 학생동지들 무척 고맙다. 조합원 동지들, 특히 아주머님들은 분이 풀리지 않아 용역들과 몸싸움을 하고, 항의하고, 계란을 던지시면서도 분이 풀리지 않았다.

 

사측이 교섭을 하자고 해서 별다른 몸싸움도 없이 오전에 집회를 진행하기도 했던 것이 아닌가. 그런데도 불과 몇시간도 지나지 않아 폭력침탈이라니! 저 자본가놈들에게 양심이라는 게 조금이라도 있는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파렴치한 것들이다.

 

연대집회를 진행하면서 곧바로 다시 새 천막을 설치했다.

 

천막농성장을 용역깡패들이 철거하고 두 시간만에, 조합원들과 연대대오는 천막을 다시 완전하게 복구했다. 이런게 연대의 힘이다. 이런 게 희망이다.

 

농성장을 다시 설치하고 구권서 위원장은 발언을 통해서 사과하고, 살아서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투쟁하자고 결의를 밝힌다. 하지만, 구권서 위원장님, 사과하실 건 전혀 없어요. 무척 위험했지만, 당신의 마음은 그 자리의 모두가 말하지 않아도 알고 있었답니다.

 

(구권서 위원장은 노동운동판에서 만나기 쉽지 않은 훌륭한 활동가다. (나는 진정으로 '훌륭하다'고 말할 수 있는, 존경할만한 노동운동 활동가를 아직까지 구권서 위원장을 포함해서 너냇명밖에 만나지 못했다.) 매번 집회가 끝난 후에 구권서 위원장은 학생들까지 연대단위를 모두 모아서 현재의 정황과 투쟁의 맥락, 이후 방향 등에 대해서 꼼꼼하게 설명한다. 연대단위가 모인 공대위 회의에서도 '지원'요구가 아니라 투쟁을 함께 논의한다. 물론, 노조 안에서도 조합원 동지들과 가장 민주적인 방식으로 논의를 진행한다.

투쟁에 연대하는 단위들도 그냥 몸만 대는 것이 아니라 투쟁의 의미를 공유하는 가운데 함께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작은 배려다. 나는 많은 사업장을 가보았지만 이렇게 연대단위들에게도 모든 것을 이야기하고 함께 논의하는 투쟁현장은 이제까지 만나보지 못했다. 이런 자세가 있기 때문에 연대의 힘이 모이는 것일 게다.)

 

--

마지막으로 몇몇 간부들과 소주 한 잔을 하고, 이렇게 하루가 지났다. 이렇게 저들에게 속고 얻어맞고 다쳐도 무엇보다 우리에게는 이런 연대의 힘이 있기 때문에 곧 승리할 것이라고, 희망을 이야기했다. 우리는 확신했다. 

집에 도착해서 메일 하나를 쓰고 잠자리에 들었다.

 

22일 하루, 맥빠진 민주노총의 국회 앞 마무리, 원칙이 사라진 조직통합 논의, 사측의 기만과 용역깡패의 탄압이 있었다. 그러나 마지막은 연대의 힘을 확인했고, 그 연대의 힘이 우리를 승리하게 할 것이라는 걸 서로 확인하면서 마무리했다. 절망들이 판을 치지만, 작지만 가장 강력한 어떤 희망들은 아직 우리에게 남아있다. 신자유주의 시대, 노동자운동이 어디에서 취약하고 어디에서 강력할 수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 새로 복구한 천막 농성장은 원래 자리에서 좀 떨어져서 남대문서 방향에 설치되어 있다. 크리스마스 연휴이지만 조합원은 상주한다. 지나시는 분들은 음료수라고 하나 사들고 잠시라도 연대방문을 해보시는 것은 어떻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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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승리', 천막쳤습니다!

 
** 수요일(20일)에는 18:30에 서울역 앞에서 촛불 문화제가 진행됩니다.
 
사실 이런 걸 아무리 '작다'고 표현해도 '승리'라고 할 수 있을진 고민되긴 하지만, 오랜만에 웃었습니다.  지난 주 용역깡패의 침탈로 인해서 많은 조합원들이 다치면서도 설치하지 못했던 대우센터빌딩 앞 농성천막을 오늘 드디어 설치했습니다. 가장 많은 연대대오 동지들이 모여주었고, 지난 주 경찰서에 대한 강력한 항의투쟁도 의미가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 오늘 천막 설치 과정
   

물론 이 과정에서도 전투경찰들은 여전히 진입투쟁을 막기 위해서 건물을 지키고 있고, 건물 안에는 용역깡패들이 밖을 쳐다보고 있습니다. 언제든지 다시 천막을 부수러 나오겠다는 듯이 노려보고 있습니다. 병역을 왔다가 졸지에 대우자본의 용역하청이 되어버린 전경들도 불쌍하긴 합니다.
 
△ 대우센터 건물 밖 전경과 건물 안 용역깡패들 
 
천막을 치고 노조 깃발을 달았습니다. 연대온 전국학생행진 깃발도 보이는데,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오늘 투쟁에는 많은 동지들이 연대를 했고, 연대의 힘을 다시 확인하는 날이었습니다. 이 연대의 힘이 '연합적 힘'으로 나가기 위해서 더 필요한 것이 있을 겁니다. 비정규직 착취와 신자유주의를 끝장내기 위해서는 여기서 멈추어서는 안되겠죠. 
 
 
오늘 투쟁에서 많은 여성 조합원 아주머니들의 웃는 모습을 오랜만에 볼 수 있었습니다. 이 '작은' 승리에 너무나 기뻐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다시 한번 반드시 승리해야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지난 번 글에서 용역과, 전경과 싸우다 울다가 혼절하신 조합원 이야기를 했습니다. 오늘은 그 아주머니 조합원께서 투쟁사를 하십니다. 투쟁 속에서 강인해지는 조합원의 모습을 상징하는 것같아서 감동했습니다. 이제는 울지 말고 투쟁하자던 지난 집회 때 김학철 동지의 절규가 귓가에 다시 울리는 것같습니다.
 
정말 작은 승리이지만 값집니다. 하지만 언제든지 용역들이 기습적으로 침탈할 수 있는 매우 취약한 거점이기도 합니다. (그 과정에서 조합원들이 걱정도 됩니다.) 조합원동지들이 항상 농성장을 지키겠지만, 이것을 정말로 지키는 힘은 연대한 동지들의 투쟁일 겁니다. 언제든지 침탈하면 더 큰 투쟁, 더 결연한 투쟁이 기다린다는 것을 보여줄 때 저들이 더 이상 함부로 나서지 못하겠죠.
 
이 투쟁을 진행하면서 '연합적 힘'에 대해서 이야기했습니다. 아직은 우리의 상황이 그에는 미달하는 '연대의 힘' 정도라고 생각하지만, 조직적 실천를 강화해가면서, 발전해가면서 진정으로 노동자-민중 '연합'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연대'가 없는 곳에 '연합'이 하늘에서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니까 말이죠.
 
다음 집중 투쟁은 22일(금) 진행될 예정입니다.(시간과 장소는 논의 결과에 따라 별도로 공지될 예정이고, 공지되면 제 블로그에도 올리는 것으로 하죠.) 전에 쓴 것처럼 이번 주는 대우건설의 주주총회가 예정되어 있는 등 중요한 시기입니다. 이 글을 보시는 동지들의 연대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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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빌딩 투쟁에 연대합시다! (19일,화)

* 19일(화) 11시, 대우센터빌딩 앞 연대집회에 함께 해주세요! *
  
투쟁에 함께 해주시고 주변에도 적극적으로 알려주세요! 
 
대우센터빌딩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로비농성장에서 밀려난 이후에도 계속된 진입투쟁과 천막농성장 설치 투쟁이 전개되고 있습니다. 오늘(15일)에도 연대대오들과 함께 투쟁이 있었습니다.
 
이번 투쟁의 의미는 참세상 기사라든가 이 블로그에도 많이 썼기 때문에 굳이 부연하지는 않겠습니다. 하지만 ▲ 간접고용 비정규직의 고용불안 문제를 극명하게 드러내고 있으며 ▲ dw project라고 명명된 노조파괴 시나리오가 노골적이고 구체적으로 시행되고 있다는 점, ▲ 지역연대 투쟁을 통해서 투쟁동력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점 등이 중요한 의미입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수십년 일한 직장에서 하루아침에 깡패들에게 밀려난 우리 조합원들의 억울한 상황과 분노입니다.
 
지난 12일 천막설치 투쟁, 남대문서 항의방문
 
지난 12일(화) 진행된 연대집회에서는 천막농성장 설치를 시도했었습니다. 하지만 갑자기 들이닥친 용역깡패들이 천막을 부수고 집회 참가자를 폭행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건물에 진입하는 것도 아니고 인도에 천막을 치려한 것일 뿐인데도 용역깡패들이 들이닥친 겁니다. 이 과정에서 연대온 동지 한명은 코뼈가 내려앉고 조합원들은 손목에 금이 가고 갈비뼈가 두개나 부러지는 등 부상을 당했습니다. 가벼운 부상도 많고, 저도 용역들과 싸우다가 좀 얻어맞기도 했습니다. 핸드폰 액정도 금가고. (맞으니 열 좀 받더군요.─_━+;)
 
그러나 경찰은 눈앞에서 벌어지는 이런 상황을 수수방관하는 것은 물론이고, 범인으로 지목한 깡패놈조차 건물안으로 '안전하게' 들여보내 주는 등, 해도 너무한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그래도 경찰복 입었으면 최소한 중립적인 '척'이라도 해야하는 것아닙니까.
 
그래서 지난 화요일 투쟁에서는 남대문서 항의방문 투쟁을 진행하고, 서너시간 동안 남대문서 앞에서 서장의 사과를 요구하고 앉았습니다. 경찰놈들 역시 자기집 지키는 데는 철저하군요. ("믿음주고 사랑받는"이라는 구호가 보이네요, 그렇죠, 자본에게 믿음주고 사랑에 더해서 돈도 쳐먹겠죠.)
 
 
뒤에서 지휘자인 총경이라는 XX놈은 우리 쪽이 불법행위 어쩌구하는 망발을 해서 욕을 많이 먹었죠. 이름은 잊어버렸는데 그 놈은 대우건설로부터 쳐먹어도 엄청 쳐먹은 것같더군요. 요즘 참세상 블로그에 누군가 글을 올리는 '부패경찰'은 이런 놈들을 두고 하는 말일 겁니다.
 
 
급기야 경찰은 항의방문온 참가자들을 포위하고 대치했습니다. 연행위협도 하고 말이죠, 하지만 연행하면 더 문제가 될 것을 알았는지 연행은 자제하더군요. 우리는 차라리 연행해서 너희들의 본질을 더 명확히 보여줘보라고 요구했었습니다. (여기서 전경이 사방을 둘러싼 가운데서 피에로님도 얼굴도 첨 봤네요.)
 
깡패들이 처음 침탈한 후부터 진입투쟁, 천막설치 투쟁 과정에서 부상자(그것도 뼈가 부러지고, 폐에 소화기 분말이 들어가는 등 큰 부상)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이런 노골적인 폭력이 백주대낮에 서울시내 한복판, 서울역 바로 건너편에 있는 대우센터빌딩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15일 연대투쟁 집회, 진입투쟁
 
오늘(15일,화)도 11시 연대집회를 진행하고 현장진입투쟁을 시도했습니다.
국회일정 따라가는 투쟁이, 보수정당들의 정략놀음에 국회 본회의가 연기되면서 맥없이 여의도에서 진행되는 오늘도, 바로 현장의 비정규직의 생존권을 지키기 위한 이런 투쟁이 깨지고 맞아가면서, 분노에 눈물을 터뜨리면서 현실에서 진행되고 있습니다.
 

△  "청춘바쳐 일한 늙은 노동자 해고가 왠말이냐, 불량기업 악질자본 대우건설 각오하라!", 이제 각오 정도가 아니고 아주 박살을 내야합니다.
 
정문 쪽은 아주머니 조합원들을 중심으로, 후문쪽은 남성동지들을 중심으로 진입을 시도했습니다. 이번에도 역시, 어머니 할머니뻘의 여성조합원들을 전투경찰들과 용역들이 한패가 되어서 밀어내고 있습니다.
 
 
전경이 지켜주는 가운데 용역들은 '안전한' 건물 안에서 우리 조합원들을 비웃고 있습니다. 공권력이 자신들을 지켜주는 데 무슨 걱정이 있냐는 듯말입니다.

 
실제로 후문쪽에서는 처음에 용역들이 막다가 용역 지휘자로 보이는 놈이 이러더군요, "야! 경찰들어오고 애들 빠져!" 이러자 곧바로 전경투입. 경찰놈들이 용역깡패의 지휘를 받는 황당한 상황이었습니다. 이 정도 되면 공권력이라는 것들이 자본의 노골적인 용역깡패임을 현실에서 '당당하게' 증명해주고 있는 겁니다.
   
다음주 19일(화) 투쟁에 연대의 힘을 모아주세요!
 
대우센터빌딩 투쟁은 매일 11시 건물 앞에서 계속됩니다. 다음 주에는 특히 우선 19일(화) 11시에 집중됩니다. 서울지역의 많은 분들이 연대해주셔야합니다. 용역과 전경의 압도적인 물리력을 물리칠 수 있을지 없을지는 장담할 수 없지만, 조합원들은 이미 결의가 되어 있는 만큼 연대의 힘이 투쟁을 지속할 수 있는 관건입니다.  특히 다음주는 대우건설 주총이 예정되어 있는 등 중요한 국면입니다. 총력연대, 집중투쟁이 필요합니다. 대우센터 집회에 동지들 손을 잡고 연대해주십시오!
 

 
이 투쟁은 눈물이 많은 싸움입니다. 지난 집회에서 류금신 동지는 노래를 하다가 중간에 그만 울어버리고 말았습니다. 지난 집회에서도, 오늘 집회에서도 아주머니 조합원들은 서럽게 우십니다. 그 모습만 보면 저도 구호를 외치고, 싸우다가도 울컥 눈물이 나오고 맙니다. 오늘은 조합원 한분이 울다가 울다가 그만 기진해서 혼절해 쓰러지고 마셨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경찰지휘자놈이 실실 쪼개면서 나타나는 모습을 보니 정말 참을 수가 없더군요. 집회 마무리하면서 '비정규직 철폐연대가'를 부르는데, "나서라 하청 노동자, 탄압착취를 뚧고서"이 대목에서 또 눈물이 나고 말았습니다. 이 글을 쓰면서도 코 끝이 찡하네요.
 
정말 억울하고, 분합니다. 옆에서 연대할 뿐인 저도 그런데 당사자인 조합원들은 어떻겠습니까, 30년을 일하고 청춘을 묻은 건물에서 쫒겨나는 심정이 어떻겠습니까. 눈물이 안나오면 그게 오히려 이상하겠죠. 하지만, 조합원들, 꿋꿋하게 결의하고 싸우고 있습니다. 반드시 투쟁하고 승리할 것으로 믿습니다.
 

  
도시의 서비스산업 불안정노동자의 힘 ; "연합적 힘" 
 
이번 투쟁의 중요한 힘이 연대에서 나온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이것은 도시의 서비스산업에 종사하는 불안정노동자들이 가질 수 있는 역량으로서 '연합적 힘'으로 규정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노동의 힘>에서 실버가 인용한 라이트의 개념을 빌어 '연합적 힘'과 '구조적 힘'을 구분한다면 말이죠.)
 
이들은 현장 안에서 구조적 힘을 거의 갖고 있지 못합니다. 하지만 위에서 말한 방식의 투쟁을 전개하는 데나, 다른 투쟁방식의 힘을 얻는 것은 지역의 노동자(그것도 비슷한 처지에 있는 비정규직 불안정노동자--전비연이 헌신적으로 연대하고 있고 같은 노조에 속한 고려대 청소용역조합원들이 계속 결합합니다.--, 해고노동자--전해투와 코오롱, 삼성에스원노동자연대 동지들-- 등)가 연대해주는 힘입니다. (구조적 힘을 가진 노동자들은 좀처럼 연대가 되지 않더군요.) 또한 노동자운동 뿐 아니라 학생운동, 사회운동이 활발하게 연대하는데 이것은 이 투쟁의 주요한 힘이 연합적 힘에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그런만큼, 이 투쟁은 우리 노동자운동의 연합적 힘을 확인하는 계기이자 사회운동의 연합적 힘을 확인하는 계기이기도 합니다. 연대집회 참석만이 아니라 이 문제를 사회적 문제로 부각하기 위한 노력이 사회운동으로부터 함께 진행되어야하고, 이 과정에서 이 투쟁이 단지 한개 사업장의 문제가 아니라 도시의 서비스산업에 종사하는 광범위한 불안정노동자들의 상황을 드러내기 위한 투쟁이 되어야합니다. 훨씬 정치적인 의미로 확장되어야 투쟁자체도 승리할 수 있고 투쟁의 의미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이 과정에서 비정규직노조 운동이 넘어야할 한계로 평가되어온 개별 사업장 단위만의 전투적 투쟁을 넘어서는 신자유주의 반대-불안정노동 반대투쟁으로 확장되어 갈 것입니다.
 

 
한편, 대우건설측의 노조파괴 시나리오인 dw project의 일환으로 진행된 것으로 보이는 조합원 탈퇴공작 이후, 실제 투쟁에서 이탈하여 조합을 탈퇴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를 주도한 자들은 공공연맹(이제 공공노조로 전환) 전국시설관리노조에 가입하여 지회를 구성한 상황입니다. 최근에는 조합원들에게 알리는 글이라는 걸 냈습니다. 한쪽에서는 같은 조합에 가입되어 있었던지 불과 한달도 안되었고, 이제 다시 공공노조에서 만나게된 조합원들이 용역깡패들에게 맞아가면서 투쟁하고 있는데, 내용이 거참. (누군가 공공노조 홈페이지에 올렸더군요.)
 
 
이런 상황에서 '친절하고 상냥한 미소', '서비스 정신', '고객 마케팅 서비스'가 무슨 말입니까? 그러면서 "이제 깨끗이 잊고 다시 태어납시다"라니, 무엇을 잊으라는 것인가요. 오늘 진입투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탈퇴를 주도한 양반들이 동료들과 희희닥거리면서 밥을 먹으러 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정말 이럴 수 있나 싶었습니다. 정말, 노조운동이란게 뭐 이러냐는 생각을 매일 하게 되는 요즘입니다. 예, 하지만 모든 것을 체념만 해서는 안되겠죠, 그렇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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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8일의 또 다른 투쟁.

노동법 개악안이 국회를 통과한 12월8일(금). 그날 오전에는 언론에는 나오지 않은 또 하나의 투쟁이 서울 한복판에서 있었습니다. 지난 주 용역깡패의 침탈로 로비 농성장에서 밀려난 서울경인공공서비스노조 대우센터빌딩 청소, 보안 등의 간접고용 용역노동자들의 투쟁이었습니다.

11시 집회를 진행한 후 다시 한번 진입을 시도하는 투쟁을 전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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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세상 관련기사 :
대우건설, 용역 150명 동원해 하청노동자에 폭력행사
대투위, “우리의 싸움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이 날 투쟁에도 침탈 첫날처럼 여전히 용역들이 진입을 가로막고 있었고, 그 용역들을 전투경찰이 보호하고 있었습니다. 어느 장투사업장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장면이 되었지만, 용역깡패들을 전투경찰이 '보호'하는 장면은 국가권력의 본질을 너무나 명확하게 보여줍니다. 깡패투입 과정에서는 출동에 30분 걸린 경찰은 우리가 집회를 시작하면 5분 내로 달려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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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투쟁에서 몇명의 조합원들이 코뼈가 내려앉고 허리를 다치는 등 부상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전투경찰은 용역깡패들을 '보호'하고 있죠.

전경과 용역들이 연대하는 마당에 반 이상은 여성들인 우리 조합원들과 얼마 안 되는 연대대오의 물리력으로는 진입할 수 없었습니다. 이날도 용역과 전경의 폭력과, 아들뻘, 아니 손자뻘 되는 어린 용역깡패들의 욕지거리를 들어가면서 우리 조합원들은 투쟁했습니다.


급기야 몇몇 아주머니 조합원들은 서럽게 눈물을 흘리십니다. 몸싸움을 하다가 잠시, 나도 모르게 울컥,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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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건설 사측은 이 건물이 지어질 때부터 일해온 노동자들을 하루 아침에 해고했습니다. '우리자산관리'라는 자산관리 업체를 중간에 끼고 용역사와 다시 계약하는 이중의 간접고용을 통해서 고용을 불안하게 만들더니 결국 해고에 손배, 가처분, 용역깡패, 공권력까지, '수순'을 밟고 있습니다. 이러한 '수순'은 이미 '우리자산관리' 사장실 점거과정에서 발견된 dw project라는 문건을 통해서 이미 확인되었던 내용들입니다. 저들의 시나리오를 다 알고도 당하는 심정, 극악무도한 노동탄압 시나리오가 나와도 그냥 밀어부쳐도 상관없는 것이 우리가 사는 현실입니다.
참세상 관련기사 : 대우건설, 하청 노동자 노조 파괴 공작 드러나

(한편, '우리자산관리'라는 회사를 설립하는 방식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대우건설은 올해 초에 이 회사를 설립한 이후에 대우센터빌딩과 같은 부동산 뿐 아니라 채권 등 금융자산까지 '우리자산관리'에 맡길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대우건설이라는 법인기업이 스스로 금융화하기 위해 전문성을 제고하는 것이지요.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의 주요한 특질로서 산업자본의 금융화의 현장인 셈인데, '우리자산관리'가 설립된 이후 벌어진 일련의 사태는 이러한 금융화가 어떻게 노동자들을 공격하는 지 보여줍니다. 인건비를 후려치고 금융적 이익을 조금이라도 더 확보하기 위한 과정입니다. 더 상징적인 것은 대우건설이라는 회사가 IMF금융위기 이후 공적자금 투입으로 회생한 후 금호에 최근 인수되었다는 점인데, 결국 국민의 세금으로 재벌들에게 금융/비금융적 이윤을 보장하는 과정이라는 것이죠.)

이날 투쟁과정에서도 사람들은 안경이 날아가고 채이고 밟히고, 많이 맞기도 했습니다. 자기가 일하던 직장, 그것도 평생을 일해온 직장에서 이런 식으로 내몰리고 말았습니다.

이날 투쟁을 마치고, 정리하는 데 지하철무가지 전면광고가 눈에 들어옵니다. 비정규법안을 통과시키고 이제 노사관계로드맵까지 통과를 앞둔 이 날, 노동부가 낸 이 광고에는 "비정규직을 위한 능력개발, 아낌없이 지원해 드려요!"라고 합니다. 화가 나다가 어처구니 없어 기가 차 버렸습니다. 이런 개만도 못한 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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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건설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은 이제 농성장에서 밀려나서 2라운드를 맞았지만 끈질기게 투쟁하고 승리할 겁니다. 현장 진입을 위한 투쟁 뿐 아니라, 수십년 일한 늙은 노동자를 용역깡패를 동원해서 거리로 내모는 자본에 대한, 일종의 '사회(적 정의)운동'으로 전개할 필요가 있을 겁니다. 그리고, 이 과정 자체가 '우리자산관리'를 통한 금융화과 관련되어 있다면 이에 대한 투쟁도 전개할 필요가 있겠죠. 서울 한 복판(서울역 바로 건너편이 바로 이 건물입니다) 에서 벌어지는 이 투쟁, 연대의 힘으로 반드시 승리할 수 있어야겠습니다.

오전 집회가 끝난 후 여의도로 이동했습니다. 여의도에서 그날 저녁까지의 상황은 많은 기사들이 있으니 생략. 다만, 전날 이런저런 회의 참가자들에게 다음날 일정 중에 11시에서 한시간 정도만(원래는 선전전이 예정되어 있던 시간대였습니다.) 대우센터 앞으로 가자는 제안을 했었더랬습니다. 다음날 11시, 저는 대우센터로 갔지만 대부분은 결국 국회앞에서 멀뚱히 앉아만 있었죠. 짜증납니다. 국회 상황이 대충 예상되는데, 국회 앞 대오가 일부라도 함께 연대해 주었다면 또 달랐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결국 국회 앞 투쟁대오는 저녁 7시가 되어서 국회로 달려갔죠.(그런데 왜 밥먹고 달려가냐는 말입니다.참.) 하지만 깨지더라도 이렇게 깨져서는 안되는데..하는 고민이 정리집회를 하는 동안 머리 속에 가득했습니다. 아, 저 휘황찬란한 국회를 거리의 불꽃에 휩싸이게 해야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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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가지 더 우울한 이유들.
 
대우센터빌딩 농성장이 용역깡패에게 털리기 전날, 연대단위 회의를 갔다가 조합원 한 분을 만났습니다. 일전에 연맹에 가입을 신청했던 한 청소용역 노동조합의 사무국장이셨던 분입니다. 그 청소용역 노동조합은 수차례 빠른 처리를 요청했지만 연맹 가입이 늦어지면서, 지원도 이루어지지 않고 조합원들은 (민주노총 조합원도 아니라는 사실에) 동요하다가 결국은 위원장이 사측과 협조하는 방향으로 돌아섭니다(지금 그 노조는 한국노총에 가입하고 말았습니다.) 이 분은 그 과정에서 해임되셨죠. 연맹 가입이 몇주를 끌게 된 과정에는 어떤 산별노조 지부로 가입하느냐 독자적인 노조로 가맹을 받느냐라는 논란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 조합원분은 이후에 또 다른 어느 사업장에 청소용역 노동자로 취업하셨다가 노조활동을 이전에 했던 것이 알려져서 불과 두달만에 해고되셨다고 합니다. 지금은 서울경인공공서비스노조에 조합원으로 가입해있습니다.

당시, 그 노조의 가입과 관련된 문의를 받고 안건 상정을 요청했던 저로서는, 중간에 담당을 넘기기는 했지만 처음 상담연락을 받았던 저로서는 죄송하고 부끄러워서 얼굴을 들 수가 없었습니다. 도대체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예상되는 상황(결국 현실이된 상황)에 대한 수차례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연맹가입 문제가 처리가 되지않고 그 후에 벌어진 상황에 대해서, 제가 할 수 있었던 것이 무엇이었나를 떠나서 책임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 조합원은 묻습니다. "이 과정에 대해서 공식적인 평가는 있었나요?"

아니요, 당연히 없었죠. 그런 과정이 공식적인 평가와 반성이 이루어지는 조직이라면 처음부터 그렇게 처리했을까요? 차마 제 입으로 말하지 못했습니다.

비록 공식적인 평가와 반성은 없었으나 이 과정이 다른 이유로 해서 그 산별노조의 '공문'에는 언급된 적이 있습니다. 여차저차해서 저를 징계하라는 내용의 공문이 그 산별노조로부터 연맹에 접수된 적이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이참에 아예 공개적인 평가를 하자고 했었지만 결국 우야무야 넘어가고 말았습니다.

더 우울한 것은, 지금 대우센터빌딩의 투쟁과도 연관된 사실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사측의 노동탄압문건인 dw project에 언급된 내용 중에 보면, 일부 조합원의 이탈, 투쟁력 약화, 분열 조장 등에 대한 내용이 있습니다. 실제로 대우센터 조합원 중 일부가 '투쟁방침'에 이견을 제기하면서 탈퇴하고 자신들은 고용을 보장받습니다. 그들은 위에서 말한 그 산별노조에 조합원으로 가입했죠. 신속하게. 그리고 투쟁하는 조합원들을 개별적으로 만나면서 회유해왔습니다.

자, 이런 일들이 투쟁이 이루어지는 현장 근처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입니다.
서울경인공공서비스노조는 얼마전에 출범한 전국공공서비스노조(공공산별노조)에 집단가입을 신청했습니다. 이제까지 그 산별노조의 반대로 공공연맹 가입은 이루어지지 못한 서울경인공공서비스노조가 산별노조에는 가입할 수 있을지 두고볼 일입니다. 이번 일부 조합원이 탈퇴 과정에서도 주요한 공격의 근거가 '서울경인공공서비스노조는 민주노총 소속 조직이 아니다'라는 것이었기 때문에 이건 중요한 쟁점입니다. 대체 산별노조가 조합원을 가려받냐는 문제제기를 누가 하실지도 모르겠는데, 그러니 두고 볼일이라고 하는 것이지요.

이런 것을 두고 보아야하는 상황에다가, '그 산별노조'가 무엇인지 밝히면서 쓸 수 없는 조건, 아마 이런 글을 쓴 것을 보면 다시 징계요청이 들어올 것이 뻔하다고 생각하게 되는 상황을 생각하니 또 우울해집니다. 참, 일들이 복잡하기도 하지요. 운동이란게 뭐 이런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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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산하기관 비정규직 철폐를 위한 릴레이 단식농성 & 대우센터 투쟁

참세상에 기사가 떴다. (트랙백 참고 : 서울시, 산하기관 비정규직 중 1%만 무기계약전환)

 

관련해서 한두군데 언론에도 기사가 나왔다.

'서울시 비정규직 대책 항의' 릴레이 단식농성 돌입  (뉴시스)

[민주노동당] 서울지역 공공부문 비정규직 철폐를 위한 릴레이단식 돌입 기자회견 (연합뉴스)

C&M(서울지역케이블) 방송도 취재나왔었고.. 그밖에도 좀 더 있었던 것같다.

 

추가로 몇개의 사진들. (사진은 모두 연맹 비정규직조직활동가 남현우 동지가 찍은 것. 우리 현우 동지는 사진을 잘 찍는다. 그냥 올려서 쏘리 ^^;) 

기자회견 중 발언하는 정화환경노조 한성지부 지부장님. 투쟁이 오래가서 힘들지만 발언은 정말 많이 느셨다. 내용도 알차고.

 

 

단식농성 피켓팅하는 연맹 수석부위원장. 날씨가 추워서 고생. 오늘은 사람은 적은데 더 춥더구만.

 

 

농성 중인 한성지부장. 역시 수염이 멋지다. 이분들이 연대투쟁하는 만큼만 연대투쟁들을 다들 하다면 모두 승리할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다. 낮은 곳에서 일하는 노동자, 작은 사업장 노동자일수록 연대투쟁에 더 열려있다. 물론, 투쟁을 누가 함께 하는가도 중요하다.

 

 

피켓들. 참가하는 서울시 연관 비정규직 단위노조들의 요구를 담고 있다. 일용직은 가장 열악한데도 아직 노조가 없고 조직화도 안되어 있기 때문에 상용직노동자들이 대신 들었다. 피켓을 드는 것을 넘어서는 연대를 상용직 동지들에게 기대한다. 공공기관에서 일용직은 상용직보다도 더 열악한 노동자들이기 때문이다.

 

이번 릴레이 단식의 주요컨셉 ;

 

서울시의 비정규직 차별과 남용에 맞선,
민주노총과 정규직노동자, 민주노동당과 서울시민의 아름다운 연대
서울시 비정규직 정규직화, 차별철폐를 위한 노동자·시민 릴레이 단식

 

서울시의 졸속적인 비정규직대책으로 인해 비정규직 오히려 외주화, 해고위기..
서울지역 민주노총 조합원, 정규직 노동자, 정당, 사회단체가 한 목소리로
비정규직 차별철폐, 정규직화를 요구합니다.
 

 

전체 단식과 투쟁일정은 이렇게 진행된다.

  ■ 11월23일~28일 노동·사회단체 릴레이 단식농성
    1일차(23일) 서울시 비정규직 철폐를 위한 비정규직 당사자 릴레이 단식
    2일차(24일) 서울시 비정규직 철폐를 위한 서울지역 노동자 릴레이 단식
    3일차(27일) 서울시 비정규직 철폐를 위한 정규직 노동자 릴레이 단식
    4일차(28일) 서울시 비정규직 철폐를 위한 공공부문 노동자 릴레이 단식

  ■ 11월29일 서울시 비정규직 노동자 결의대회

 

오늘은 민주노총 서울본부 동지들과 함께 진행.(사진은 못찍었네) 농성 중에 교육재정 확보투쟁을 하는 경인교대학생들을 만나서 서명도 해주고 얘기도 나누고 잠시 연대하기도. 사실 힘든 건 배고픈거보다(릴레이니깐 ^^;) 바람이 장난이 아닌데다가 햇ㅤㅃㅕㅌ이 또 따갑다. 썬크림을 발라야할 판이다. 아, 릴레이에 매일 결합하는 나같은 경우는 정말 피부 상한다.

 

원래는 일몰과 함께 정리하고 민주노총 촛불집회 결합하는데, 오늘은 좀 일찍 접었다. 대우센터 투쟁이 급박하게 돌아가는 상황이라 농성도 농성이지만 연대지원을 가야하는 상황이 되었기 때문이다. 조합원들은 막 사장실 항의방문을 진행하고 있었다.

 

참세상 관련기사 : 대우건설, 24일 0시부로 조합원 전원 계약해지

 

▲ 서울경인공공서비스노조 대우센터(대우건설비정규직노동자 생존권-원청사용자성 쟁취 투쟁)

 

특히 내일과 모래(주말인 토-일)이 사측의 침탈위협으로 위험하다. 많은 동지들이 농성장을 사수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었으면 좋겠다.  자본은 원하청이 철저하게 연대해서 노동조합을 깨려고 하는데 우리가 지켜내지 못한다면 정말 부끄러운 일이다. 조합원들은 결사항전의 자세로 농성대오를 지키고 있다.

* 오는 길 : 서울역 맞은 편 대우건설 빌딩(남대문경찰서 옆)

 

:::: 참고로, 시청앞에서 진행되는 릴레이단식농성은 월요일은 공무원노조 동지들과 비정규직 조직화를 지원하는 도시철도노조 정규직 활동가 동지들이 함께 한다. (특히 도시철도에서 비정규직 조직화를 지원하는 모임인 '장작불' 활동가들은 정말 훌륭한 동지들이다. 많은 정규직노조 현장 활동가들이 '전투적이기는 하지만 경제주의적인' 현실에서 빛나는 실천을 하는 동지들.)




o 서울시는 비정규직 사용 천국입니다.
- 안정된 일자리를 창출해야할 공공기관이 앞장서 불안정하고 저임금의 비정규직 일자리를 양산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지난 해 민주노동당과 민주노총 서울본부 등 노동, 사회단체들이 서울시가 제출한 자료로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서울시와 산하기관의 전체인력 중 약20%가 비정규직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특히 비정규직 중 외주, 용역 등 간접고용비정규직 노동자가 78%에 달합니다.
- 직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3년 이상 상시근무인데도 비정규직 계약직으로 계속 고용되고 있으며, 간접고용의 경우 용역업체의 28.2%가 최저임금 위반, 청소용역노동자의 71%가 월80만원 이하의 임금을 받는 등 고용불안과 차별이 극심합니다.

 

o 정부가 공공부문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하지만 생색내기 뿐.
- KTX 승무원들의 투쟁과 같이 공공부문의 비정규직 문제가 심각하게 부각되자 정부는 부랴부랴 “공공부문 비정규직 종합대책”이라는 것을 지난 8월9일 발표합니다.
- 그러나 이 내용은 공공기관의 업무를 핵심-주변업무로 나누고 주변업무에 대해서는 외주화를 확대하도록 하고 있을 뿐아니라, 기존의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고용보장 방안없이 일정 기간 이상 고용된 비정규직만 ‘무기계약’으로 전환하도록 하여 오히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용불안을 부추기고 있습니다.

 

o 서울시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 비정규직 노동자를 기만하는 황당한 내용만 가득.
- 정부의 방침에 따라 서울시는 11월까지 행정자치부에 ‘무기계약전환대상’과 ‘외주화타당성검토’를 각각 보고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 그러나 그나마 상시업무 비정규직에 대한 대책인 ‘무기계약전환대상’에는 극히 작은 인원만 선정하고 있습니다. 12개 산하기관에 대한 중간보고가 이루어졌지만 고작 128명, 그나마 대부분이 1~5명만 전환한다고 합니다. 이런 추세라면 전체 서울시 및 산하기관에 대해서 보고가 이루어진다고 해도 고작 300~400명에 불과할 것으로 보입니다. 서울시가 스스로 보고한 비정규직 노동자가 2만7천명인 상황에서 이번 대책은 사실상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 정부 대책에 따라 일부 직종에 대해서는 임금인상이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러나 서울시 산하 지방공기업 S공사에서는 “청소용역 노동자의 인건비가 오르면 오른 만큼 인원을 감축하겠다”는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인건비 20%가 오르면 20%의 비정규직 노동자가 거리로 내몰릴 상황입니다.
- 더 큰 문제는 이번에 ‘무기계약’전환에서 제외된 비정규직 노동자는 대부분 외주화되거나 정리해고 될 것으로 보인다는 점입니다. 서울시는 외주화타당성 검토를 위한 기준을 11월 중에 만든다고 하지만, 구조조정의 시작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o 릴레이 단식 ; 벼랑끝 위기에 비정규직 노동자와 함께, 노동자·서울시민이 연대합니다.
- 정부의 기만적인 대책과 서울시의 졸속적인 행정 때문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오히려 거리로 내몰릴 위기입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함께 지켜내기 위해서 비정규직 당사자, 정당/사회단체, 정규직 노동자까지 한 목소리를 냅니다. 릴레이 단식농성을 진행합니다.
- 서울시 의회가 열리는 11월, 오세훈 시장에게 직접 묻습니다. 서울시의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할 것인가, 거리로 내몰 것인가.

 

보도자료 전체 : [기자회견] 서울시 비정규직 정규직화, 차별철폐를 위한 노동자·시민 릴레이 단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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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작은 일에만 분개하는가

 

지난 주 서울 강남구에 똥푸는 노동자들, 정화환경노조 한성지부 조합원들이 노동조합을 만들고 연대집회를 하는 중에 벌어진 일을 보면서 나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고3때 읽은 책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책 중 하나가 박완서의 <나는 왜 작은 일에만 분개하는가>다.  고3때는 내 삶을 바꾸는 여러가지 일들과 결정이 있었는데(사실 누구나 그런가? 하지만 대부분은 쓰잘데 없는 결정이었을걸.), 그 중에 책이 원인이 된 여러 사건 중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었던 것같다.

 

고3 올라기기 직전인 1월 혹은 2월 경이었나? 보충수업이 끝나고 "자율"(푸하~)학습을 하고 있을 때였다. 1000명은 들어가는 거대한 도서관 2층에서 "자율"학습을 하고 있었다. (아마도 도서관을 그딴 식으로 지은 건 순전히 통제를 쉽게 하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나는 박완서의 <나는 왜 작은 일에만 분개하는가>를 읽고 있었다. 누군가 막대기 같은 것으로 머리를 쳤다. "따라와!"

 

책과 함께 끌려간 나는 "자율"학습 시간에 "공부"와 상관없는 책을 읽는다는 이유로 책을 압수당하고 반성문을 써야했다.(한참후에야 돌려받기는 했다.) 여기까지도 황당하기 이를데 없는 일이지만, 나를 끌고간 선생은 "국어" 과목 교사였는 데다가 그 책은 내가 학교 도서관에서 대출받은 책이었다. 수업시간에 술을 덜 깨서 들어오곤 했던 그 선생은 고3때 우리반 담임이 되었다.  나는 여전히 수십명이 맨앞줄에서부터 맨뒷줄까지 연결되는 '드래곤볼'만화책 돌려보기 줄에 속해있었다.  그리고 자칭 "명문고" 입시교육이 하는 광대짓이 그야말로 "웃겨졌다."

 

이야기가 길었지만, 내가 하려는 이야기는 <나는 왜 작은 일에만 분개하는가>라는 질문이다.

 

나는 왜 작은 일에만 분개하는가
박완서 지음

◁ 바로 이 책이다.


박완서는 책에서 말한다. 왜 나는 콩나물 50원 어치의 분량에 대해서 구멍가게 주인과 싸우고 분개하지만, 수천명을 죽인 독재자에 대해서, 수십억을 횡령한 기업인에 대해서 분개하지 않는가라고. 박완서의 반성에 나도 부끄러웠던 것이다.



당시는 바로 91년이었다. 노태우 군사파쇼정권이 '보통사람'어쩌구 하다가 3당 합당하던 그때말이다. 나는 내가 나의 삶 주변에서 얼마나 작은 일들에 분노하고 있는지 반성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내가 분노해야할 것이 무엇인지 박완서와 함께 반성했다. 적어도 민중의 정당한 요구를 탄압하는 군사독재정권에 대한 분노를 전제하지 않고 작은 일에 대한 분개라니! 이런 나의 결심은 대학에 진학한다면 어떤 방식이든 반드시 학생운동을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여기까지 가는 데는 몇가지 계기가 더 필요하기는 했지만. 그것은 아직 이 글에서 이야기할 내용은 아니다.)

 

그런데, 며칠전의 일을 겪으면서, 정작 작은 일에 분노하지 않으면 '큰 일'에 분노하는 것도 아무런  의미가 없을 것이라는 것을 이제야 떠올리게 되었다. 그 '작은 일'이 지난 목요일 한성지부 집회에서 일어났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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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지부 조합원은 11명. 사측은 1조1항, 전문부터 하나도 합의를 하지 않고 버티다가 조정기간이 끝나자 정식으로 파업도 들어가기 전에 공격적인 직장폐쇄를 해버렸다. 그게 현행법상 불법이거나 아니거나 아랑곳없다.(벌금 몇푼이나 나오거나 말거나지.) 똥푸는 노동자들은 거리로 내몰렸지만 사장은 현대아이파크, 30억짜리 타워팰리스같은 아파트에 살고 있고 그 밑에는 포이동 266번지 주민들이 산다. 대~한민국의 축소판, 그게 강남이었다. 그들이 연대하는 투쟁, 이렇게 40여일이 지난 날 연대집회. 집회는 청담동 사무실 앞에서 열렸다.

 

강남, 가진 놈들이 더 한다고 정말 해도해도 너무한다 싶은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연대대오는 주로 포이동 주민들, 200일 다되어 가도록 사측의 온갖 해괴망칙한 탄압에도 파업을 사수하는 건설엔지니어링노조 만영지부 동지들, 강남구에서 생활쓰레기를 치우는 서울지역환경관리노조 강남지부 동지들이었다. 이들에 대해서 건물 1층에 입주한 부동산 주인이 시끄러워 장사가 안 된다며 마구 쌍욕을 퍼붓더니만 급기야 대야에 물을 채워서 퍼부으려고 달려들었던 것이다. 급히 연맹 간부 동지가 온몸으로 막은 바람에 쌀쌀한 가을날씨에 그 여성동지는 그만 온몸이 흠뻑젖어 버렸다. 광분한 부동산 주인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막으려는 포이동 주민을 대야로 때려 이마가 찢어지기 까지 했다. 옆가게 '파리바케트' 여주인은 나와서 혼절할 정도로 조합원들에게 욕설을 해댔다. 집회 사회를 보다가 생각이 들었다. 저것들이 돈에 영혼을 팔았구나.저것들은 인간의 영혼을 갖지 않았구나.

  

그 곳, 집회를 하며 연대하던 사람들이 누구인가? 강남 땅에 한때는 강제로 유폐되었다가 이제는 바로 그들 가진자들의 국가권력, 지방자치단체(지방'자치'단체라니 웃기는 짓거리다)에 의해서 ㅤㅉㅗㅈ겨날 위기에 있는 포이동 주민들, 그들이 싸고 버린 것들을 치우는 정화조 노동자, 환경미화원들이었다. 나는 정말, 분개했다.

 

아마 작은 일인지도 모르겠다. 똥푸는 노동자가 감히 인간답게 살겠다고 사장에게 대들다가 일자리에서 ㅤㅉㅗㅈ겨나서 수십일 동안 집회를 하는 것이. 쓰레기 치우는 노동자가, 감히 강남땅에서 빈민촌 가건물에 사는 포이동 주민들이 연대집회라고 와서 소리를 지르는 것이. 얻어맞는 것이.

하지만 과연 누가 '인간'인가. 30억 아파트에 이미 몇개의 업체를 소유한 사장에게는, 근처 재건축 아파트 땅값 계산하기 바쁜 부동산 주인에게는, 부자들 먹을 유럽스타일 빵을 만드는 파리바게트 주인에게는. 작은 일일지도 모른다. 자신들이 이런 작은 일에 광분해야하는 가을 오후가 그들에게는 더러울 수도 있겠지.

 

아마 한성 사장이나, 부동산 주인이나, 빵집 주인이나, 북핵실험이나 이명박, 고건, 박근혜, 조선일보나 중앙일보를 보면서 어쩌구저쩌구 할게다. 그런 국가의 운명과 세계 정세에 큰 일들이 있는데, 무식한 노동자년놈들이 와서 빨갱이 짓거리(정말 이렇게 말하더군)하는 것을 보니 한심할 수밖에.

 

그럼 대체 과연 '작은 일'이란 뭐고 '큰 일'이란 무엇인가?, 집회를 마치고 돌아오는 차 속에서 다시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노무현, 이명박, 고건, 박근혜 떠드는 것이 큰 일이라면 똥푸는 노동자의 집회나 이들이 부동산 주인에게 엊어맞은 일은 어느날 오후의 작은 집회에서 일어난 일은, 그야말로 '작은 일'일지 모른다. 어쩌면 이 투쟁이 어찌되든 '국가의 운명'과는 아무 관계가 없을 지도 모르지.

 

하지만 나는 분개한다.

 

그것이 비록 그들이 보기에는 영업을 귀찮게 하는 소란스러운 '작은 일'일지 몰라도, 그것은 인간답게 살겠다고 20년 직장에서, 50을 넘어 처음 사장에게 대들어본 우리 조합원들에게 그건 자신의 존재를 넘어서 자신이 하나의 존엄한 인간이라는 선언이기 때문이다. 빨갱이 짓거리 한다고 물벼락을 맞고 얻어맞을 지라도 돈에 영혼을 팔아먹은 자들보다는 훨씬 고귀한 영혼들이기 때문이다. 세상의 운명을 바꾸는데는 어쩌면 어찌되든 상관없는 일일지도 모르는 '작은 일'일지 모르지만 말이다.

 

그래서,  나는 작은 일에 분개하지 않는다면 큰 일에도 분노할 수 없을 것이라는 걸 알았다.

노예생활을 끝내고 인간임을 증명해가는 50대 정화조 노동자들의 투쟁 같은 것들이 세상을 바꾸는 시작이기 때문이다. 가진 자들의 권력놀음과 세계적 규모의 협박과 착취와 폭력이 아니라, 이런 투쟁에 연대하는, 삶의 터전에서 몰려날지 모르는 포이동 주민, 쓰레기 치우는 환경미화원들의 연대가 세상을 바꿀 것이기 때문에. 그래서 작은 일에 분개하지 않는다면 자본가 계급의 착취체제,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 큰 일에도 분노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십수년만에 '나는 왜 작은 일에만 분개하는가'라는 오래된 질문에, 나는 작은 일에만 분개하지는 않을 것이지만, 작은 일에 분개하는 것부터 시작하지 않는다면, 큰 일에 대한 분노는 텅 빈 것일지도 모른다는 답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거리에 내몰린 사람들의 '작은 일'들에 대한 분노들과 함께 하지 않는다면 독재자에 대한 분노도, 착취의 경제체제에 대한 분노도 허망한 것일 수밖에.

 

그날 그 일이 벌어졌던 집회 장소는, 고개를 돌리면 <나는 왜 작은 일에만 분개하는가>를 읽었던 바로 그 고등학교 정문이 사거리 건너 지척에 보이는 곳이었다. 그 곳에서 질문을 하고 십수년만에 학교밖에서 답을 얻은 셈이다.

  

 


  

원래 "나는 왜 작은 일에만 분개하는가"라는 구절은 김수영의 시, <어느날 고궁을 나오면서>의 첫구절이다. 김수영은 좋아하지만, 이제는 작은 일에 제대로 분개하는 법을  우리가 배우지 못했기 때문에 그 억센 민주화 투쟁을 지나서도 사회가 이 모양 이꼴이라는 말씀을 드려야겠다.

 

어느날 고궁을 나오면서
/ 김수영

 
왜 나는 조그마한 일에만 분개하는가
저 王宮 대신에 王宮의 음탕 대신에
五十원짜리 갈비가 기름덩어리만 나왔다고 분개하고
옹졸하게 분개하고 설렁탕집 돼지같은 주인년한테 욕을 하고
옹졸하게 욕을 하고

 

한번 정정당당하게
붙잡혀간 소설가를 위해서
언론의 자유를 요구하고 越南파병에 반대하는
자유를 이행하지 못하고
二十원을 받으러 세번씩 네번씩
찾아오는 야경꾼들만 증오하고 있는가
옹졸한 나의 전통은 유구하고 이제 내앞에 情緖로
가로놓여 있다
이를테면 이런 일이 있었다
부산에 포로수용소의 第十四野戰病院에 있을 때
정보원이 너어스들과 스폰지를 만들고 거즈를
개키고 있는 나를 보고 포로경찰이 되지 않느다고
남자가 뭐 이런 일을 하고 있느냐고 놀린 일이 있었다
너어스들 옆에서

 
지금도 내가 반항하고 있는 것은 이 스폰지 만들기와
거즈 접고 있는 일과 조금도 다름없다
개의 울음소리를 듣고 그 비명을 지고
머리도 피도 안 마른 애놈의 투정에 진다
떨어지는 은행나무잎도 내가 밟고 가는 가시밭

 
아무래도 나는 비켜서 있다 絶頂 위에는 서 있지
않고 암만해도 조금쯤 옆으로 비켜서 있다
그리고 조금쯤 옆에 서 있는 것이 조금쯤
비겁한 것이라고 알고 있다 !

 
그러니까 이렇게 옹졸하게 반항한다
이발쟁이에게
땅주인에게는 못하고 이발쟁이에게
구청직원에게는 못하고 동회직원에게도 못하고
야경꾼에게 二十원 때문에 十원 때문에 一원 때문에
우습지 않으냐 一원 때문에

모래야 나는 얼마큼 적으냐
바람아 먼지야 풀아 나는 얼마큼 적으냐
정말 얼마큼 적으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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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자유주의, 인민주의, 태국의 정세

주빌리사우스 노동자총회준비회의를 다녀와서 생각하게된 몇가지(1) 에서 연결된 글


지난 번에 쓴 글에서는 주빌리사우스의 시도와 같은 것이 노동자운동이 대안세계화 운동을 의제로 사회운동과 결합할 수 있는 의미있는 조직화라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주빌리사우스의 시도만 그런 것은 아닐 것이고, 세계사회포럼 등 다양한 연대운동에서 노동자들의 투쟁과제가 함께 논의될 수 있도록 조직하는 여러가지 활동이 같은 의미를 가질 것입니다.


이번에 진행되었던 회의 중에서 세계사회포럼 동남/동아시아 다중심포럼 준비를 위한 지역 워크샵 (WSF Regional Workshop to prepare for the Southeast/East Asia WSF in Thailand October 2006) 은 사실 논의가 잘 진행되지 못했습니다. 처음 논의가 시작되었다는 사정도 있겠지만 태국의 정치상황과 관련된 논쟁이 외삽되었기 때문입니다. 한편으로 올해 각 지역의 다중심포럼 중 가장 늦게 준비된다는 점에서 동아시아의 국제연대운동이 가지는 취약성을 반영하기도 하겠죠.

여튼, 논란이 되었던 부분은 회의 기간 내내 진행되었던 탁신총리 하야 집회에 참석해야할 것이냐, 회의를 하고 있어야할 것이냐는 논쟁이었습니다. 우리나라 상황을 봐도 예상할 수 있는 것이기는 한데, '밖에서 큰 투쟁이 전개되는 중인데 회의나 하고 있어서 되겠냐' 뭐 이런 거죠. IS 계열의 조직인 '노동자민주주의'라는 단체의 활동가들이 계속 발언하면서 이 문제를 제기하더군요. 어떤 입장이 맞는지 굳이 코멘트할 것은 없겠지만, 당일 방콕에서는 10만명이 결집한 대규모 밤샘시위가 벌어졌습니다.(지금도 대규모 시위가 연일 끊이지 않고 있고, 탁신 총리 측은 의회해산, 재선거 공고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태국 총리 퇴진 요구 시위
▲ 26일(일) 밤 10만명이 결집한 시위 장면


신자유주의와 인민주의, 탁신의 위기

태국의 정치위기는 표면적으로는 탁신총리의 가족 비리 때문이지만, 근본적으로는 신자유주의 정책이 강제하는 민중생활의 위기, 그리고 이를 극복하지 못하는 인민주의 정치의 취약성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이런 사정은 필리핀에서도 마찬가지인데, 우리나라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생각하면, 동아시아 반주변 국가들에서 유사한 방식의 정치위기가 발생하는 것에 대해서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중남미와는 또 다른 양상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죠.
 


이 글 밑에 첨부한 글에서도 보이는 것처럼, 쟁점은 단순하지 않습니다. 탁신은 물, 에너지와 같은 공공서비스의 사유화, FTA 같은 신자유주의 정책을 공세적으로 추진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의료보험을 도입하고 빈곤층을 위한 경제지원도 병행합니다. 이를 통해서 빈곤층의 정치적 지지를 확보하는 인민주의 정치를 펼치는 것이죠. (따라서 연일 대규모 시위가 벌이지고 있지만 총선을 하게되면 사실상 탁신이 다시 승리할 것이 예상되고, 이 때문에 야당들은 총선을 보이콧하겠다는 경고를 보내는 상황)

그러나 이번 사태에서도 보이는 것처럼, 이러한 인민주의 정치도 취약성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탁신 일가의 부패가 금융투기와 관련된 것이라는 점에서 신자유주의 금융화에 필연적으로 따라오게 되는 모순이 폭발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FTA추진 등 신자유주의 정책에 대한 반대도 정권반대 운동이 중요한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문제는, 태국에서도 이러한 인민주의 정치의 위기를 반동적으로 전유하려는 세력이 존재하고 힘을 얻고 있다는 것입니다. 탁신과 경쟁하는 미디어 재벌(사진에 나온 당일 집회에 갔을 때 연설을 하고 있더군요, 황당.)이 탁신반대운동을 주도하고 있고 재정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사진에도 보면 있지만 태국 국기와 함께 사람들이 흔들고 있는 노란깃발은 왕실의 깃발입니다. 이러한 정치위기의 해결방법으로 왕실이 나설 것을 요구하는 것이죠. 인민주의 위기에서 정권에 대해서는 함께 반대하지만 그 이후에 대해서는 서로 다른 주장들이 경합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조건들은 우리나라의 상황과도 너무나 유사합니다. 노무현 정권은 신자유주의 정책을 철저하게 추진하면서도 사회복지 정책을 일부 실행하면서 '개혁적'이라는 이미지로 자신을 포장하고 있습니다. 이런 방식으로 소외된 지역과 계층의 지지를 조직하는 것이죠. 정권의 위기가 금융투기와 연관된 비리로 인해 가속화된다는 점도 그렇습니다. 노무현 정권에 대해서, 한나라당과 진보진영이라는 다른 대안이 경합하는 것도 유사한 상황입니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공통점은 인민주의 정치에 의해서 추진되더라도 신자유주의 정책이 가지는 모순이 해결되지 못하고 지속적인 정치위기를 낳는다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이를 대체하는 지배계급의 대안이라는 것은 또 다른 방식의 인민주의 정치로 귀결된다는 것입니다.

그밖에, 아래에 첨부한 글을 보면 태국의 사회운동 안에서는 정권반대투쟁에서 보수파-왕당파들과 연대해야하는가 등의 쟁점이 존재하는 것같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스탈린주의적 좌파의 도구적, 혹은 실용적 정치관, 그리고 자율주의자autonomist들의 무정부주의적 정치관입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많은 사회운동이 이 투쟁을 전화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시위 현장에는 왕당파의 노란깃발도 있었지만, FTA반대 선전물, 공공서비스 사유화 반대를 위한 플랭카드도 많이 눈에 띠었습니다. 공공부문 노조들은 탁신의 물, 에너지 등 사유화정책에 반대하면서 이 투쟁에 결합하고 있습니다. 주빌리사우스회의에서 만난 태국의 노조활동가들은 총파업을 조직하고 있다는 말도 하더군요. 사태의 진실이 어디에 있는지 대중들에게 폭로하기 위한 활동이죠.

태국이 사례도 그렇지만 필리핀도 유사하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번 행사에 오기로 했던 필리핀의 일부 활동가들은 아로요 정권의 탄압 때문에 출국하지못해서 참석을 못하기도 했습니다. 우리 회의가 진행되는 날에는 주빌리사우스 사무국을 경찰이 침탈해서 PC등을 모두 압수해갔다고도 하더군요. 필리핀의 경우에도 신자유주의 정책의 실패가 아로요의 인민주의 정치를 파탄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결국 다른 방식의 인민주의 정치도 대안으로 가능하지 않을 때, 적나라한 폭력이 재등장한다는 것을 필리핀 사례는 보여주고 있습니다.

동아시아 반주변에서 이런 상황은 라틴아메리카의 최근의 '좌경화'와는 또 다른 경향인 것같습니다.  아직 사회운동이 취약하기 때문인지, 아니면 자본주의 세계체계 안에서 가지는 또 다른 지정학적 요인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동아시아 반주변 국가들의 최근 정세는 이런 상황을 변화시켜내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한지 더 많은 고민을 하게 해줍니다. 특히 인민주의 정치의 위기에 마주칠 때, 어떤 이데올로기와 전략이 필요할 것인가의 문제에 대해서 말이죠.


[앞으로 연재할 글 순서]
이번 일정을 보면서 배우고 느낀 것들(3) : 노동의 불안정화, 남한의 독특한 쟁점?
이번 일정을 보면서 배우고 느낀 것들(4) : 운동 조직에 필요한 것은 교육?




아래는 다중심포럼 준비를 주관하는 태국단체에서 메일로 보내온 글인데, 태국 내의 쟁점이 잘 정리되어 있습니다.

Thailand:
Anger and Confusion in the Anti-government movement
Giles Ji Ungpakorn

In the past few weeks over a hundred thousand people have demonstrated in the streets of Bangkok and in other provincial cities, calling for the resignation of Prime Minister Thaksin Shinawatra. The issue which unites this opposition to the government, is a disgust against the vast wealth of the Prime Minister and the fact that this wealth fuels the system of “money politics” in Thailand. Thaksin recently sold his shares in Shin Corporation, a vast telecom company, for 70,000 million baht. He did not pay a single baht in tax. This is probably legal. But this has cause immense anger among many who rightly see “corruption” as a moral issue rather than a legal one.

The anti-government movement was initially sparked by a fall out within the business class. Sondhi Limthongkul, a media tycoon, was once a friend of Thaksin. After the fall out he found that some of his programmes were blocked by the government. He then started a conservative royalist campaign to oust Thaksin and to “return power to the King”. Sondhi’s supporters attended rallies in yellow T-shirts, waving yellow monarchist flags. Thailand has had a constitutional monarchy since the 1932 revolution and considering the events in Nepal, the demand to return power to the King is obviously extremely reactionary. Yet Sondhi was able to tap into the anger against the government among people who might not share such conservative views.

 The weakness of the Peoples Movement in Thailand has meant that many sections of the trade union movement and democracy campaigns attached themselves to this conservative royalist movement. The principle reason for this was that they have no faith in the independent strength of the Peoples Movement. As far back as a year ago, just before Thaksin’s landslide victory in the February 2005 General Election, leaders of the Peoples Movement were calling for a united front with conservative royalists. Those still under the influence of Stalinist and Maoist ideas of the now defunct Communist Party are also happy to form cross-class Popular Fronts with business leaders. In the past the Communist Party sought unsuccessfully to form alliances with military dictatorships.

The Thaksin government and the Thai Rak Thai Party enjoy significant support from the urban and rural poor. This is because it is the first government in decades which seeks to improve welfare and the incomes of the poor. The government introduced a universal health care system and other measures to stimulate the economy at grass roots level, all of which were attacked by neo-liberal academics and opposition parties. Of course, these “populist” policies were not paid for by progressive taxation of the rich. The government also pushed ahead with privatisation and neo-liberal Free-trade agreements. This government has also committed gross human rights abuses in the Muslim South and in its “war on drugs”.

Rather than calling for an anti-government movement which goes beyond Thaksin’s populism in order to create real income equality and a welfare state, the conservative section of the anti-government movement sees ordinary people who support Thaksin as ignorant, stupid and easily bought by the government. Thaksin has thrown down the gauntlet by dissolving parliament and calling a snap election in early April. He calls this “returning power to the people” in marked contrast to the royalists. The opposition parties have announced a boycott of the election because they know they will lose. Thaksin has responded to this by saying that if more than 50% of those who vote, register an abstention (which is possible on Thai ballot papers), he will step down. But the conservative opposition has dismissed this, claiming that much of the electorate are badly educated.

These events have split the Peoples Movement right down the middle. The more progressive sections of the Peoples Movement are unhappy with the close association with Sondhi and the conservatives. Some have reluctantly joined the demonstrations, while others have stayed at home. We in the Peoples Coalition Party are pushing for a progressive political reform agenda among anti-government forces, both in the demonstrations and in other circles. We are trying to build a new student movement following years of decline.  We need for progressive taxation of the rich in order to fund social welfare and health. State violence and repression is a real issue, which needs to be addressed. The Free Market in all its forms, whether it be Free Trade Agreements, Patent laws on drugs, or Privatisation of public utilities and universities, must be vigorously opposed. We also need to link all these issues with the international situation. In October this year a South-east and East Asian World Social Forum will be held in Bangkok and we shall be looking for dialogue between the Thai social movements and movements in neighbouring countries, especially the Philippines and South Korea.

The mainstream in the Peoples Movement has long taken the Autonomist view that we don’t need our own political representation or theory and that loose networks of social movements are enough. Events are proving this to be a mistaken strateg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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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빌리사우스 노동자총회준비회의를 다녀와서 생각하게된 몇가지(1)

정말 오랜만에 블로그에 글을 쓰네요. 썰렁해졌습니다.^^;
오랜만에 글을 쓰려고 보니까 파이어폭스에서도 작동하는 새로운 편집기도 생겨서, 이제는 파이어폭스에서 글을 쓰고 있습니다. 기분 좋군요.

***

2월말부터 3월초까지 태국 방콕에 출장으로 다녀올 일이 있었습니다. 주빌리사우스를 중심으로 하는 ‘사유화 반대 아태지역 노동자 총회’ 준비회의와 함께 이 일정에 맞추어 세계사회포럼 동남/동아시아 다중심포럼 워크샵, post-WTO 전략회의가 함께 진행되어 참가했습니다.

공공연맹은 주빌리사우스(아태지역)와 이런저런 사업을 같이 하고 있습니다.
주빌리사우스-아시아태평양(APMDD)은 외채 상환거부 운동을 중심으로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에 반대하는 운동을 전개해왔습니다. 특히 90년대 이후 채권국들이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을 강제하는 방법으로 ‘외채-주식 전환 debt-equity swap’을 이용하는 데 반대하는 운동을 전개했는데, ‘외채-주식 전환’은 공기업의 사유화를 강제하는 것이었다는 점에서 특히 문제가 된 물, 전력(에너지) 사유화 반대운동을 조직하였죠.

이러한 운동의 일환으로 작년 한국에서 일련의 국제연대 프로그램이 진행되었습니다. o 노동과 환경의 연대를 통한 에너지 체제 전환 국제 심포지움,  o 물 사유화 저지 워크샵,  o 전세계 FTA 현황과 투쟁 워크샵  등이 그것입니다.  작년 한국에서 논의과정에서 ‘사유화 반대 아태지역 노동자 총회’가 제안되었고 , 이번에 이 총회를 준비하기 위한 실무 준비회의가 진행되었습니다.

이번 일정은 저에게는 매우 운이 좋았던 사건입니다. 국제 사업의 직접적인 담당자가 아니면서도  가게 되었다는 점에서 그런 것만이 아니라, (물사유화 투쟁 관련해서 공무원노조가 우연히 담당자를 보내지 못하게 되면서 연맹 내에서 관련사업을 했던 제가 가게 되었으니까요.) 주빌리사우스 회의의 의제는 물론이려니와 세계사회포럼(다중심포럼) 준비회의를 참관할 수 있었다는 점이나, 많은 국제 사회운동단체들이 공동으로 주최한  WTO반대투쟁 전략회의에 함께 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매우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그만큼 많은 것을 배우고 느낀 계기였습니다.

이번에 참가한 세 개의 일정은 모두 공통적으로 국제적인 운동을 건설하는 과정이었습니다. 놀라웠던 것은 사회운동의 역사와 조건이 모두 상이한 나라들에서 온 활동가들이 공동의 합의를 도출해내는 과정이었습니다. 구체적인 조건은 서로 다르지만, 그러한 조건들의 공동의 원인으로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를 인식하고 이에 대한 투쟁을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주빌리사우스 노동자총회 준비회의는 물론이고, 다중심포럼 준비회의, 특히 WTO 반대투쟁 전략회의에서 다양한 의견들이 교통을 통해서 조정되는 과정은 인상적이더군요. 물론 이 과정에서 몇몇 ‘선수’들이 활약하기도 하던데, 실력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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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TO반대투쟁 전략회의(방콕, 2/28~3/1)

이번에 함께 진행된 일정들
: 세계사회포럼 동남/동아시아 다중심포럼 준비를 위한 지역 워크샵 (WSF Regional Workshop to prepare for the Southeast/East Asia WSF in Thailand October 2006)
: 기본서비스의 사유화에 대한 아태지역 노동자 지역총회 준비위원회 회의 (MEETING of the PREPARATORY COMMITTEE for the ASIA/PACIFIC WORKER'S REGIONAL ASSEMBLY on PRIVATIZATION of BASIC SERVICES) = 주빌리사우스, 노동자총회 준비회의
: 홍콩투쟁에 이은 지역전략회의 (Regional Trade Strategy Meeting, The Battle of Hong Kong continues)

이미 많은 동지들이 국제연대활동을 통해서 알고 있는 내용이겠지만, 저도 이번 일정을 통해서 그밖에 몇가지 운동적 쟁점들에 대해서 새롭게 느끼고 사고하게 된 것들이 있습니다. 대안세계화운동을 쟁점으로 하는 사회운동과 노동조합 운동의 결합의 방식이라든가, 노동의 불안정화에 대항하는 투쟁이 신자유주의 반대투쟁에서 가지는 위상 등등에 대해서 말이죠. 몇번에 걸쳐서 글을 써볼까 합니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주빌리사우스 회의는 ‘기초서비스 사유화에 반대하는 아태지역 노동자 총회’를 준비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남한에서는 주로 공공서비스라는 표현을 쓰는데 외국에서는 기초서비스 basic service라는 개념을 쓰더군요. 각각이 함의하는 운동적 쟁점이 있을 텐데 좀더 고민해봐야하는 문제인 것같습니다.) 주빌리사우스 운동 자체가 외채를 매개로 (반)주변부의 자원을 착취하는 금융세계화를 반대하는 운동으로 의미가 있습니다. 이 운동은 또 한편, 이와 직접적으로 연관되는 노동자운동을 조직하고자했고, 그 성과가 작년 서울에서 진행된 일련의 프로그램입니다. 올해에는 이 성과를 더욱 공고하게 하기 위한 ‘노동자총회’ 형태의 프로그램(실제로는 워크샵 형식을 띄지만)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신자유주의에 반대하는 대안세계화운동의 과제로 노동자운동을 조직한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많은 노동자운동이 직접적으로 금융세계화의 피해당사자가 되면서도 단지 ‘구조조정 반대’ 투쟁으로 인식하고 그것을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 자체를 문제 삼고 투쟁하지는 못하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그것을 통한 국제적인 노동자운동의 연대를 시도하기는 더욱 어렵습니다. 그런데 주빌리사우스가 조직하고 있는 이 운동은 각국의 (금융세계화가 강요하는) 공공서비스 사유화 반대투쟁의 경험을 공유하고 그것을 국제적인 운동으로 만들어내려 합니다.

중요한 것은 연대의 네트워크에 함께 하는 조직들이 각자의 운동경험을 교통하는 것은 물론이려니와, 이 과정에서 스스로의 운동이 가지는 진정한 의미를 발견해내고 자신의 운동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점입니다. 자신의 문제가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와 연관이 있다는 인식을 획득하고 이를 통해서 광범위한 대안세계화운동의 과제를 자신의 것으로 하는 노조운동의 전환이 일어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이번 출장일정에 함께 하기도 했고 지속적으로 주빌리사우스, 세계사회포럼 등에 연대활동을 해온 발전노조의 경우, 선거에 출마한 후보가 (그것이 에너지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아직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WTO, FTA반대운동을 하겠다는 것을 공약으로 내걸기도 했습니다. 구조조정 문건에 구체적으로 나와야 그 때야 움직일까 말까하는 노조들의 상황을 보면 매우 의미있는 문제의식인 겁니다. (안타깝게도 이번 선거에서 이 후보진영은 낙선하고 말았습니다. 새로 당선된 집행부가 이러한 문제의식을 이어갈 수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

말하자면, 이런 국제적인 운동의 조직화를 통해서 각국의 노동자운동이 자신의 운동을 대안세계화운동이 일부로 재조직할 수 있는 계기가 만들어진다는 것입니다. 단지 자신의 일자리와 관련된 구조조정의 문제로 사고하는 것을 넘어서 사회운동적인 과제를 제기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죠. 이  운동은 한편으로는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에 반대하는 노동자운동의 국제적인 연대를 조직하고, 또 한편으로는 개별 노동자운동이 (대안세계화 운동을 주제로 하는) 사회운동적으로 변화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든다는 점에서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앞으로 연재할 글 순서]
이번 일정을 보면서 배우고 느낀 것들(2) : 신자유주의, 인민주의, 태국의 정세
이번 일정을 보면서 배우고 느낀 것들(3) : 노동의 불안정화, 남한의 독특한 쟁점?
이번 일정을 보면서 배우고 느낀 것들(4) : 운동 조직에 필요한 것은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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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신 장군 동상이 어울리는 한 장면

전용철 농민열사의 죽음 이후 광화문을 중심으로 농민집회 등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난 12월 1일에는 광화문 네거리로 진출해서 도로를 점거하고 밤 늦게까지 완강하게 투쟁을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집회에서 광화문 네거리의 집회 참가자들과 이순신 동상앞의 전경차량, 병력 사이에 전선이 형성되었습니다. 네거리에서 바라본 이순신 장군 동상과 전경들의 모습입니다. 이순신 장군이라는 상징이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잘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차량 위에 늘어선 전경들 뒤로 이순신 장군 동상

 

곤봉과 헬멧을 착용한 전경과 장검과 투구를 쓴 장군동상이 같은 방향을 응시하고 있습니다.

 

[위의 두개 사진들은 인터넷방송국 "청춘" 에 올라와있는 오성님의 '우리는 승리하리라'라는 동영상에서 캡쳐한 것입니다.]

 

지하에 있는 이순신 장군이 이런 장면을 보면 뭐라할 지는 모르습니다. 그러나 살인정권을 규탄하는 노동자 민중 시위 참가자를 노려보는 이들 장면을 보면서, 박정희가 의도한 것이 이렇게 구체적인 한 장면에서 드러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부르조아 국가의 '안보'를 상징하는 동상과 그것을 시민에 대한 폭력으로 현실화하는 전투경찰의 모습이 비슷한 것도 우연은 아닐 겁니다.

 

한편으로 상징으로 동상이 드러나고 바로 그 밑에서는 물질적인 폭력이 그것도 살인적인 강도로 진행되고 있는 것입니다.

 

전경과 대치하면서 촛불 집회를 하고 있는 참가자들

 

이날 낮에도 경찰폭력은 여전했습니다. 물대포만이 아니라 방패로 찍는 것도 여전했습니다. 뒤에 이순신 동상이 보입니다. 폭력을 행사하는 전투경찰들의 백그라운드.

 

[위의 두 사진은 민중언론 참세상 기사 동영상에서 캡쳐한것입니다. 아래는 기사 주소.

http://www.newscham.net/news/view.php?board=coolmedia&id=1243 ]

 

광화문에서 이후에도 계속 투쟁이 진행될텐데 집회 때 마다 계속 이순신 장군 동상의 이런 모습과, 이순신 장군이 상징하는 것들을 대면하게 될 것같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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