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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들짝했던 순간

화요일마다 민예총 문예 아카데미 <미학과 페미니즘>을 듣고 있다. 미학과 페미니즘의 불온한 동거에 찌릿찌릿 안테나를 세우고 수업을 들은 지 2주째. 미학은 미학이고 페미니즘은 페미니즘이다ㅡ는 아니었고 뭐 이렇게 새로운 개념이 많고 이름들이며 배경이 많으냐!하면서 내 무식을 비웃고 있었다. 매주 두 시간씩 수업을 듣는 것은 막막하고도 신기한 느낌이다. 뭐랄까, 섬을 만들려고 바다에 돌맹이를 하나씩 던지는 기분?

 

좌우지간- 하려던 말은 그게 아니고.

빠르고 높게 질주하는 선생님 말씀 따라 새로운 개념들 되는 대로 삼키다 보니 한 시간이 지났다. 허이쿠야, 드디어 쉬는 시간. 좁은 강의실을 나오려고 자리에서 일어서는데, 빨간 코트의 아가씨가 조심조심 선생님 앞으로 걸어가 도너츠를 수줍게 내민다. '착한 아가씨네'하면서 강의실 밖 정수기 앞에 섰는데,  어느새 오른편에서 아까 그 아가씨가 통화를 하고 있다.

 

"어, 어, 그래.. 전화 받기 괜찮니?"

"어, 어, 어, 음... 그냥 끊을까? 다음에 통화할래? 그냥 문자 보낼 걸.. 괜찮아? 아아. 으응."

 

뚝. 전화를 끊었다.

 

"아휴 바보 그냥 문자나 보낼 걸.."

하면서 머리를 콩콩 쥐어박는다.

 

허허ㅡ 어디서 많이 보던 모습일세;;

그런데 이 '화들짝' 부끄러운 느낌은 뭐냐. (모른 척하기는!) 

 

 



+) 다른 사람들이 저를 볼 때 느낀다는 그 '답답함'을 좀 더 확실히 이해하겠더군요. 음음;;

++) 그나저나 혹시라도 그 아가씨가 이 글을 보고 자기 이야기를 하는 건줄 알면 어쩌나 살짝 걱정;;;  

+++) 0시 포스팅. 앗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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