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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6/13
    혼자사시는 할머니들은
    산초
  2. 2008/06/13
    2008/06/13
    산초
  3. 2008/06/08
    두모악 편지(여덟번째) -김영갑(1)
    산초
  4. 2008/06/08
    2008/06/08
    산초
  5. 2008/06/07
    현대자동차와 민주주의
    산초
  6. 2008/06/07
    먹고산다는것
    산초
  7. 2008/06/07
    사람들은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산초
  8. 2008/05/27
    결핍 - 박영근(1)
    산초
  9. 2008/05/27
    2008/05/27
    산초
  10. 2008/05/27
    너는 전화를 받지 않는다 - 정호승
    산초

혼자사시는 할머니들은

혼자사시는 할머니들은 말씀이 많으시다. 그중에서도 밭일도 못나가고 주변에 어울리는 사람도 많지않은 분들은 한번 말을 시작하면 끝이 없다.  몸 전신이 안아픈데가 없는데 한가지한가지 상세히도 말한다. 그것도 올때마다 같은 말을 되풀이해서... 
처음에는 다 들어주다가도 매번 그럴수는 없기에 시일이지나면 중간에 멈추게 해야한다.그런데 그게 또 쉽지않다.  어디서도 들어주지 않는 이야기를 받아주는곳이기 때문에 기대치가 한껏 높아져있고 그것이 충족되지 못하면 화가나기 때문이다.  지혜롭게 중단하려고 해도 결국은 날카로운 파열음이 생기기 마련이다. 가금씩은 폭발음이 나기도 한다.
오늘도 한분이 오셔서 말씀하시는걸 잘 마무리했다 오신지 몇년되신분이니 서로가 이미 익숙해진것이다. 중간중간 냉담의 시기도 있었고  기대치가 그만큼 낮아졌다는소리도 된다.

써놓고 나니 똑 내 얘기다.  
그동안 내 말을 들어주던 분들이 고초가 많았을것 같다.

그래도 끝까지 참고 다 받아주던 분들에게 고맙고 미안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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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13

메모장에 적어놓은 전화이야기 둘

 

1.

전화를 했다.

무척 진지하고,차분하고,정 많고,성실한 친구다. 내가 서른, 그친구가 스무살때 처음 보았는데, 이제 그친구가 서른이 되었다.  여전히 부드럽고,정감있고,차분한 어투다.  사는 이야기, 공부하는 이야기, 전망에 대해 간략히 이야기했다. 이전에(재작년) 만났던 이야기도 하고,그때 **의집활동에 대해 내가 말했었는데 그것도 기억하고 있었다. 친구들이 조금만 따뜻하게 받아주어도 요즘은 가슴이 울컥하고 감동받는다. 왜그런지 모르겠다.  부산에 자주 가는데, 앞으로는 한달에 두번정도 '*온'에 갈 예정이다고 말해주었다. *온이 어떤곳인지도 설명하고, 괜찮다면 한번 같이 가는것도 좋겠다고 말했다. 무척이나 호의적으로 듣는다. 조만간 부산에서 한번 만나기로 했다. 

 

2.

전화를 했다.

전화목소리가 약간 사무적이다. 덜컥 불안하다. 내가 전화하는게 혹시 싫은게 아닐까? 알고보니 방금 수술을 끝내고 나오는 길이라 한다. 다시 목소리가 밝아진다. 안심이된다. 10여분간 이러저러한 이야기를 했다. 주로 생협,의료,연대,소통,지부,모임 뭐 이런 단어들이 사용되는 대화였다.
전화 끝무렵 친구가 이런 이야기를 한다.
"바빠도 밥은 꼭 챙겨드세요.." .
아!.. 아찔하다. 나는 그 친구가 밥은 잘먹는지 이런게 전혀 궁금하지 않았다.
수술을 끝내고 나왔다는 사람에게 힘들겠다는 위로의 말 하나 하지 못했다.
그냥 내가 할말만 했다. 내생각, 내계획만 이야기햇다.
친구는 나에게 의례적으로 한말이었을것이다. 그래도 밥을 먹어야만 살수있는 나라는 인간에 대해 관심을 던져주었다.
나는 무언가? 나도 그 친구에게 궁금한것이 많다. 어떤생각을 갖고 있는지? 지금 하는일은 어떤 모습인지, 앞으로 계획은 어찌할것인지? 등등..
하지만 그 친구가 밥을 잘먹는지? 일이끝나고 얼마나 피곤한지? 이런것은  궁금하지 않았다.
요즘은 간혹 눈물이 나려할때가 있다.
하지만 슬프게도,  만져보면 실제로 물이 눈에서 나오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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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모악 편지(여덟번째) -김영갑

여덟번째 편지 [두모악 - 2005/04/08]
 

어디에도 구속되지 않고 누구의 간섭도, 눈치도 없이 자유로운 삶을 꿈꾼다면 외로움과 궁핍함은 감수해야 한다. 외로움과 궁핍함을 즐기려면 무언가 소일거리가 있어야 한다.

즐거운 소일거리가 있다면 문제될 것이 없다. 간장, 된장, 고추장만 있으면 돈이 없어도 하루가 상큼하다. 몸만 움직이면 자연 속에 먹을거리는 무진장이다. 굶주림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자연에 묻혀 지내는 한 돈 걱정은 없다. 문제는 소일거리다. 365일 즐겁게 생활할 수 있는 소일거리만 있으면 된다.

제주도의 속살을 엿보겠다고 동서남북 10년 세월을 떠돌았다. 그러고 나니 제주도가 서서히 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어디서 바라보는 해돋이와 해넘이가 아름다운지, 제주 바다는 어느 때에야 감추었던 본래의 모습을 보여주는지. 나름대로 최상의 방법들을 찾아내었다.

세월이 흐를수록 숲보다는 나무로, 나무보다는 가지로 호기심이 변해갔다. 계절에 따라, 기상의 변화에 따라, 시간대에 따라, 보는 위치와 각도에 따라 풍경은 시시각각 달라진다. 그 진면목을 무어라 단정지을 수 없다. 아름다움의 핵심에 도달하는 황홀한 순간을 상상할 수 있어야 한다.

최적의 장소에서 미리 준비하고 대기해야 한다. 그래야 삽시간의 황홀을 맞이할 수 있다. 결정적 순간을 만날 수 있다. 눈을 감아도 밤하늘 별자리처럼 제주도 전체가 선명하게 드러난다. 남들이 보지 못하는 대자연의 황홀한 순간을, 남들이 느끼지 못하는 대자연의 신비로움을 느끼려면 스물네 시간 깨어 있어야 한다. 깨어 있으려면 삶이 단순해야 한다. 스물네 시간 하나에 집중하고, 몰입을 계속하려면 철저하게 외로워야 한다. 하고 싶은 일에만 몰두하기 위해서는 최소의 경비로 하루를 견뎌야 한다.

부지런하고, 검소하지 않으면 십년 세월을 견딜 수 없다. 십년 세월을 견딘다고 거저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온몸을 내던져 아낌없이 태워야만이 가능하다. 끝없이 이어지는 시행착오를 통해 마음의 눈은 떠진다. 진짜는 두 눈이 아닌 심안으로 보아야 한다. 심안은 간절히 원한다고 열리는 것이 아니다. 앞뒤 재지 않고 육신을 내던져 간절히 소망할 때 마음의 문은 열린다. 

365일 눈이 오나, 비가 오나, 태풍이 부는 날이나, 바람 한줄기 없는 날에도, 한여름이나 한겨울에도 똑같은 장소에 간다. 앉아서 보고, 서서 보고, 누워서 같은 방향을 바라본다. 슬플 때에도, 기쁠 때에도, 혼자서 바라본다. 그렇게 몰입한 후에야 속살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제주만이 간직한 아름다움이 제모습을 드러낸다. 보여 준다고 볼 수 있는 것도, 느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보고 느낄 수 있는 심안이 없으면 그저 무심히 지나친다. 지금까지 무심히 지나친 것들 속에 진짜배기는 숨겨져 있었을 지도 모른다. 모르기에 마음 편안히 지낼 수 있었을 것이다.

심안으로 제대로 보기 위해서는 마음이 고요해야 한다. 마음이 고요해져선 혼자 지내야 한다. 삶의 의욕이 넘치는 젊음은 온갖 유혹에 흔들린다. 생각을 하나로 모으려면 잡념이 없어야 한다. 한 가지에 몰입해 있으면 몸도, 마음도 고단하지 않다. 배고픔도, 추위도, 불편함도, 외로움도 문제되지 않는다. 하나에 취해 있는 동안은 그저 행복할 뿐이다. 몰입해 있는 동안은 고단하고 각박한 삶도, 야단법석인 세상도 잊고 지낸다.

 

** 김영갑 홈페이지 http://www.dumoak.co.kr/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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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08

개집에 살며 주는밥 얻어먹으면서

목줄을 풀었다고

들개가 되는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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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와 민주주의

대통령이 어제(6월6일) 자동차와 반도체를 팔려면 재협상은 불가하다고 말했다 합니다.
현 상황을 정확히 드러내주는 말입니다.

대통령은 절차적 민주주의를 통하여 권력을 획득하였습니다. 그리고 자신들의 정책을 현실화 했습니다. 시민들이 거리에서 그정책을 반대합니다. 그 위력이 대단합니다. 정부는 그 힘에 밀리면서도 자동차,전자기업의 편을 들고 있습니다.  그것을 너무도 당당히 이야기 합니다.  이길이외에는 있을수 없다고 말합니다. 현대자동차,삼성전자가 망하면 우리가 어떻게 먹고 살수있냐고 강변합니다. 온 나라가 이들 대형자본을 밀어줘야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도 이말에 할말이 별로 없다는게 문제입니다. 현대자동차가 초국적자본이 되어 중국,인도,터키,미국에 현지공장을 지어도 민주노총의 대표격인 현대자동차노조는 '회사의장기전망'을 같이 고민하고 있습니다. '조합원들의 고용유지'를 할수있는 길은 '회사전망'을 밝게하는것이란 말이죠. 그렇게 간다해서 그 성과가 한국국민들에게 돌아올것은 얼마 없는줄 알면서도 아니 현대노조원에게도 이득이 그리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럴수밖에 없다는것이죠.( http://wwwga.vop.co.kr/A00000086161.html)

결국 먹고사는문제인데, '세계화'가 이미 대세인것처럼 보이는 이 시대에 우리는 '어떻게''먹고''살아야'할까요?. 현대자동차,삼성전자가 세계적 일류 초국적기업이되도록(쉽지 않겠지만) 밀어줘야(최소한 방해는 말아야)되는걸까요? 그러면 우리가 행복해질까요?
아니면 북유럽 아니 서유럽정도만큼이라도 국가가 기업을 통제하며 사회적으로 함께사는길이 현재 보이는걸까요? 이미 서유럽도 미국식으로 바뀌고 있는 시대에...

들리는 이야기로 촛불집회에서는 현재의 제 정치세력이 영 힘을 못쓴다고 합니다. 아니 정치세력뿐아니라 소위 각종 단체,노조도 별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한다고 하네요. 정치,사회적 영역에서는 절차적 민주주의의 한계가 최소한 그곳에서는 드러나고 있습니다. 나를 대신해서 무언가를 하겠다는 사람을 믿지 못하겠다는 것이죠. 아니 더 나아가 이제는 사람들이 직접 해보겠다는것으로 해석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상황이 어떤지는 내가 현장에 없어서 정확히는 모르겠습니다.

문제는 그래도 다들 대기업내지는 그곳에 의존적인 회사에 다니고있다는 것이고, 자영업을 해도 이 경제시스템에 영향받지 않을수 없다는 것입니다. 또 대부분 세계 농자본이 파는 음식을 먹고 살고 있고, 국제시장에서 수입한 석유에 의존하여 자동차를 타고다니고 있다는 것이죠. 즉 먹고사는문제에서는 철저히 의존적이고,비주체적이고,비민주적인 상황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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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산다는것

몇가지 사실부터 언급하죠
* 지구상에 존재하는 소는 12억여마리이고 소사육면적은 전세계토지의 24%이다. (제레미 리프킨,'육식의종말' 8p)
* 소를 포함한 가축들이 미국생산곡물의 70%를 소비한다.(제레미 리프킨,'육식의종말' 8p)
* 미국의 소고기사육장중 70%의 도축을 정육산업의 3대기업(IBP,엑셀,콘-아그라)이 장악하고 있다.(제레미 리프킨,'육식의종말' 157p)
* 이중 엑셀을 소유하고 있는 카길은 거대한 다국적농기업으로 ADM과함께 전세계곡물시장의 75%를 차지하고 있으며 또한 세계최대 사료회사도 소유하고 있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0413108)

곧 곡물중 상당수가 소의 사료가 되는 상황에서 곡물-사료-축산-정육과정이 소고기와 맞물려 거대기업들의 손에 과점되어 있는 것입니다.

지금 각국이 소비하는 식량규모에 비해 국제적으로 교역되는 곡물의 양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곡물의 특성상 국내소비를 확보한이후 수출을하니까요. 이는 몇몇거대기업들이 국제곡물시장을 쉽게 장악할수 있는 조건이 됩니다.

옥수수,콩,밀등의 국제거래가격이 폭등하고 있다고 합니다.
자유무역이 확대되면 가격이 하락해야 하는데 왜 오를까요? 옥수수가 무역자유화되자 미국의 농산물이 싼 가격으로 멕시코같은 남반구나라들로 유입되었고 그결과 그곳의 대부분의 옥수수소농들이 농사를 포기할수밖에 없게 됩니다. 그 이후 과점한 거대기업들은 더이상 싼 가격을 유지할 이유가 없어진것입니다. 수입국내 경쟁대상이 없으니 비싸도 사먹어야지 어쩌겠냐는 것이죠.
거기다 이러한 곡물가격 상승을 기회로 유전자조작(GM)농산물 관련자본(몬산토,신젠타등)이 나서고 있다합니다. 생산성증가(수확량증대)가 명분이겠죠.

한국은 식량자급률이 28%정도라고 합니다. 쌀만이라도 지키려고 했던 농민들의 싸움덕분에 그나마 이정도 인데 앞으로는 그 쌀마저도 어찌될지 모르는 상황입니다. 더구나 GM농산물 수입도 이미 현실이 되고 있습니다.(http://www.hankyung.com/news/app/newsview.php?aid=2008051594491

내가먹을 음식들을 농민이 아닌, 영리추구가 본성인 소수의 거대농업자본이 장악하고 있다는 생각을하면 등골이 오싹합니다. 동물성사료,GM등은 그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일테구요
그런데 이미 그것이 예상되는 미래가 아니라 현실이 된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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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무언가 알수없지만 예측하고있는 그것들이 하나둘 현실로 나타나는것에 단순한 걱정아닌 공포를 느끼고 있습니다. 사실 소고기는 안먹어도 살아가는데 지장이 없습니다. 정말 두려운것은 식단을 구성하는 기본 식량이 소수에게 독과점되는것이지요. 그것도 국경을 넘어서 말입니다.
소위 정치적 실력행사 즉 시위,선거같은것도 국가안에서나 힘이 있지 국가밖의 세력에게는 무용지물이니까요. 지금 나오는 주된 슬로건도 광우병*미국소*수입반대입니다. 광우병소를 반대하는것도 아니고 미국소를 반대하는것도 아니고 수입을 반대하는것이고 수입을 하는 이명박을 반대하는것입니다.

소는 풀을 먹는 동물입니다. 광우병은 소가 동물성 사료를 먹어 발생한 소의 병이고, 인간광우병은 광우병에 걸린 소를 인간이 먹어 발생한 질병입니다. 인간광우병에 걸리면 죽는다고 합니다. 문제를 해결하기위해서는 소에게 동물성사료를 먹이지 않으면 됩니다. 그런데 동물성사료를 먹이는세력이 힘이 셉니다. 또 국경밖에 있습니다. 핵심이 누군지도 불분명합니다. 미국축산자본이라고 생각이 들지만 그 생산과 유통과정이 어떻게 얽혀있는지도 애매하고 또 한국내에서 시위하는것이 그들에게는 아무런 영향도 없습니다.그러니 타겟이 국내정부에게 갈수밖에 없고 그것은 기껏해야 협상카드정도의 영향력밖에 없을것입니다.

사람들이 진정 소망하는것은 건강한 삶을 살수있는 좋은 먹을것입니다.
그렇지만 지금의 소비형태에서 좋은것은 비쌉니다.
합리적소비란 결국 구매력을 어느정도 갖추었냐에 따라 그 정도가 달라집니다.
가난한사람이 비싼 고급시계를 안사고 값싸고 시간잘맞는 저렴한 시계를 살수 있습니다. 아니 시계가 없어도 사는데 큰 지장은 없습니다. 그렇지만 아무리 가난해도 세끼밥은 먹어야합니다. 그 영양분을 섭취할수있는 식량은 구매하지 않을수 없습니다.
구매력없는 사람들은 국제무역으로 수입된 정체불명의 식량으로 식단을 채울수밖에없는 미래가 지금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것입니다. 아니 주식량값이 폭등할경우 식단을 채울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하나? 어려운 문제입니다. 이 사회에서 상층 아니 중간층정도 까지는 여러정보를 취합하여 냉정한 선택으로 합리적 소비를 하며 어찌어찌 살아갈수 있겠지요. 하지만 중하층,하층은 선택의 폭이 거의 없을 것입니다. 최악과 차악 둘중의 하나를 선택해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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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핍 - 박영근

결핍
             박영근

1
너무 뜨겁다
내 몸은 온통 결핍의 자리

내가 살고 있는 골목길
봄날 대낮의 시간에
허공에 터져오르는 백목련
눈부신 흰빛을 바라본다

지상의 그늘을 딛고
타는듯 하늘을 빨아들이고 있는
꽃의 환한 자궁

저 밝은 꽃숭어리들은
겨우내 목말랐던 나무의 몸이
제 살을 찢고 피워낸
뜨거운 숨덩어리들

나는 안다, 빈방의 허기와
욕정과 구겨진
원고지와 바람벽에
지친 형광등 불빛에 말라비틀어져
툭 떨어지는
꽃대가리, 결핍은
견딜 수 없는 비등점에서
주검으로 타버리는 것

그리고 갈증으로 허공에 토해놓은 욕망의 흰빛
비와 바람에 이내 사라져버릴 황홀한 꽃자리
그 한없는 반복

너무 뜨겁다
불탄 마음의 자리에 백목련 저 흰빛의
불안한 꿈

한낮이 가고
흰빛도 스러진뒤
나는 나에게 쓸 것이다

결핍은 욕망의 감옥이라는 말

2
나는 저 꽃가지 위에 새 한 마리를 올려놓는다

날개짓도
울음소리도 잊어버린,
저 몸속에
타고 있는 불덩어리

대낮 뜨거운 하늘길에
눈이 멀고 있는

홀로 미쳐가고 있는
맹목조(盲目鳥) 한 마리

* 박영근 유고시집 '별자리에 누워 흘러가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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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5/27

시골은,
시골은 그래
처음에 안그러다가도
어느새 무언가 주눅들고
때로는 울컥하곤하지

돈없고
능력없으니 여기까지
굴러왔을거라고
서로가 아래로 깔아내리지

젊은이는 다들
밖으로 나가려하고
나가지 못할사람들은
가슴에 바위를 얹고 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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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전화를 받지 않는다 - 정호승

너는 전화를 받지 않는다

                                       정호승


불국사 종루 근처
공중전화 앞을 서성거리다가
너에게 전화를 건다

석가탑이 무너져내린다
공중전화카드를 꺼내어
한참 줄을 서서 기다린 뒤
다시 또 전화를 건다

다보탑이 무너져내린다
다시 또 공중전화카드를 꺼내어
너에게 전화를 건다

청운교가 무너져내린다
대웅전이 무너져내린다
석등의 맑은 불이 꺼진다

나는 급히 수화기를 놓고
그대로 종루로 달려가
쇠줄에 매달린 종메가 되어
힘껏 종을 울린다
너는 전화를 받지 않는다


** 정호승 시집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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