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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6/09/23
    절단하고 용접하고 뚝딱뚝딱! 곤충로봇 탄생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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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elterSkel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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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2006/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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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2006/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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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2006/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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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단하고 용접하고 뚝딱뚝딱! 곤충로봇 탄생이요&quot;

절단하고 용접하고 뚝딱뚝딱! 곤충로봇 탄생이요"
전남 강진의 폐농기계 로봇작가 주복동씨
텍스트만보기   조찬현(choch1104) 기자   
▲ ‘정밀농기계’ 입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공장에 들어서니 제일 먼저 로봇들이 반긴다.
ⓒ 조찬현
전남 강진 작천면에 가면 각종 고물과 폐농기계를 이용해 멋진 작품을 만드는 유명한 로봇작가가 있다고 한다.

소문을 듣고 지난 9월 21일 그를 만나러 길을 나섰다. 강진읍에서 829번 지방도를 따라 작천 가는 길. 논은 푸른빛을 감추고 점점 황금빛으로 변해간다. 고개숙인 벼 이삭과 아름다운 들녘의 풍경에 취해 금곡 효도마을 앞에서 한참을 머물다 길을 재촉했다.

작천 면소재지에서 좌회전해 작천 초등학교를 지나 100여m 가면 담장에 허름한 '정밀농기계'라는 입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공장에 들어서니 제일 먼저 로봇들이 반긴다. 말을 하는 로봇도 있다. 농기계를 수리하다가 보면 여기저기 널브러지고 기름때에 찌들 법도 한데 공장 안은 깨끗하고 정갈하게 정리정돈이 잘 되어있다.

▲ 제일 먼저 만난 태권브이 로봇
ⓒ 조찬현
타고난 재주꾼... 고철에 혼을 불어넣다

윤기가 번들번들한 공장 바닥은 흘린 밥풀떼기를 주워 먹어도 될 성싶다.

"공장 안이 참 깨끗하네요."
"허허~ 원래 깨끗하니 해요."

예초기를 수리하고 있던 주씨가 웃으며 대답을 한다.

"저~ 소문 듣고 구경 좀 하러 왔습니다."
"그렇게 하세요."
"그나저나, 야~! 정말 대단하네요. 어떻게 이렇게 멋진 작품들을 만들었데요?"
"직업인 농기계수리를 하다 보니까 저절로 기계의 작동원리를 터득했어요."

그 기술을 응용했다. 온갖 폐품들을 모아서 하나 둘 정성을 다해 만든 혼이 서린 작품이다. 도면 하나 없이 순전히 상상력만으로 이 많은 작품을 만들었다는 사실에 그저 말문이 막힐 지경이다.

부친의 업을 이어받아 고향 사람들의 농기계를 수리하는 '정밀 농기계' 대표 주복동(56)씨. 그는 남다른 관찰력과 기억력을 가진 탁월한 재주꾼이다.

절단하고, 용접하고, 뚝딱! 곤충로봇 여치 탄생!

▲ 곤충로봇 여치를 최초 공개하고 제작과정을 설명하는 ‘정밀 농기계’ 대표 주복동씨.
ⓒ 조찬현
"모두 고물 폐농기계 및 고철을 모아 용접하여 만든 로봇입니다. 설계도나 도면 없이 그때그때 생각날 때마다 만들었어요."

그는 가끔 작품을 만들고 싶을 때가 있단다. 그때 구상한 생각을 나름대로 정리해 머릿속에 그림을 그려 작품을 만든다. 가장 최근에 만든 작품은 여치. 날개를 열자 내부에 모터와 건전지가 들어있다. 지렛대의 원리를 이용 뒷다리에 구동축을 연결했다. 전원 스위치를 켜면 모터가 작동하여 여치가 움직인다.

움직이는 여치의 부품을 자세히 살펴보자. 머리는 동력분무기의 체인기어와 예초기 커버를 이용했다. 더듬이는 경운기 와이어를 절단해 사용했고, 눈은 경운기 변속 레버 손잡이다.

또한 철근으로 몸체의 골격을 만들었고, 제품 보호용으로 쓰이는 철판을 절단해 날개를 만들었다. 바퀴와 뒷다리는 시장갈 때 사용하는 밀차에서 떼 왔다. 동력장치인 모터는 자동차의 와이퍼 부품이며 소형 배터리는 관리기용이다.

여치 만드는데 소요된 금액은 총 5만원이다. 배터리는 폐차장에서 1만 원에, 소형배터리는 신품으로 2만5천원에 구입했다. 각종 스위치와 락카 페인트 기타 부품값이 1만 5천원이다. 틈틈이 생각하면서 가장 최근에 3일간 작업을 해 완성했다. 여치와 대부분의 곤충은 아직 언론에 소개되지 않은 작품이다.

황소에 학에 개구리에, 앗! 쇠똥구리도 있네!

▲ 쇠똥을 굴리고 있는 쇠똥구리
ⓒ 조찬현
▲ 황이슬(작천초4년·11)양은 친구와 함께 황소로데오를 타며 즐거워한다. 친구 혜성이가 손잡이를 돌리자 황소가 위 아래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 조찬현
황이슬(작천초4년·11)양은 친구와 함께 황소로데오를 타며 즐거워한다. 친구 혜성이가 손잡이를 돌리자 황소가 위아래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기분이 날아갈 것 같아요."
"신기하고 좋아요."

소 잔등을 만져보고, 황소 등에 올라타기도 하며 아이들은 신이 났다. 깔깔대며 즐거워한다. 아이들의 마냥 해맑은 모습이 아름답다.

▲ 현관에 있는 학 한 쌍이 무척 다정해 보인다.
ⓒ 조찬현
▲ 무당벌레와 개구리
ⓒ 조찬현
안집 정원에는 개구리와 각종 곤충들이 전시되어 있다.

현관에 있는 학 한 쌍이 무척 다정해 보인다. 정원 귀퉁이에도 4마리의 학이 있다. 수컷은 망을 보고 암컷은 먹이를 먹고 있다. 이 학들은 오토바이 배기통과 농기계의 기름 탱크를 이용해 만들었다.

개미는 폐품 이앙기 부품으로, 메뚜기는 경운기 핸들을 구부려 만들었다. 한 쌍의 사슴은 머플러 파이프와 베어링, 경운기 부품을 한데 모아 용접했다. 수탉의 몸통은 경운기 연료탱크다. 경운기 부품 케이블로 꼬리 깃털을, 머리는 탈곡기 기어, 부리는 이앙기 부품이다.

▲ 한 쌍의 사슴은 머플러 파이프와 베어링, 경운기 부품을 한데모아 용접했다.
ⓒ 조찬현
▲ 수탉의 몸통은 경운기 연료탱크다. 경운기 부품 케이블로 꼬리깃털을, 머리는 탈곡기 기어, 부리는 이앙기 부품이다.
ⓒ 조찬현
▲ “곤충을 고철로 만들 수 있다는 게 참 신기해요. 살아 움직이는 것 같아요.”
ⓒ 조찬현
쇠똥을 굴리고 있는 쇠똥구리, 매미와 거미, 사마귀, 무당벌레, 개미, 메뚜기 등 곤충의 종류도 정말 다양하다. 민준호(작천초5년·12)군은 각종 곤충을 관심 있게 살펴보고 있다.

"곤충을 고철로 만들 수 있다는 게 참 신기해요. 살아 움직이는 것 같아요."

준호는 로봇 구경이 벌써 5번째다. 하지만 로봇곤충은 오늘 처음 봤다고 한다.

"저도 만들고 싶어요."
"그럼, 공부를 아주 열심히 해야지."

단순한 생각으로는 도저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작품들이다. 한 마디로 기가 찬다. 작품 활동은 올해로 4년째, 만든 작품은 총 70여 점이다. 주씨는 동물로봇, 농기구로봇, 곤충로봇 등을 만든다.

상상만으로 탄생한 작품들

작품은 관찰도 하고, 만져볼 수도 있다. 일부 작품은 체험도 할 수 있어서 아이들에게 인기 짱이다.

그의 부친도 농기계 수리 기술자였다. 어려서부터 부친에게서 자연스럽게 보고 배웠다. 그는 전통 민속품과 농기구를 20년 전부터 수집했다. 민속품과 로봇을 전시하는 박물관을 하나 차려 볼까 하는 하는 생각 때문에 만들기 시작했단다.

벽면 선반과 천장 곳곳에 민속품이 숨어있다. 벼나 콩의 쭉정이와 먼지를 골라내는 커다란 풍구가 두 개나 있다. 쌀·콩·팥 등의 곡식을 담아두는 뒤주도 있다. 맷돌, 절구통, 쟁기, 써레, 베틀 등 무려 500여 점이나 된다.

민속품과 어울리는 것이 무엇일까 생각하다 폐품을 이용해 한 점 두 점 만든 것이 이렇게 많은 작품이 됐다. 자료사진도 안보고 상상만으로 이렇게 실물과 똑같이 만들었다는 것이 정말 믿기지 않는다.

앞으로 작품을 보관할 수 있는 장소가 마련되면 좋겠다고 그는 말한다. 그의 소원이 이루어져 여러 사람이 좋은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날이 하루빨리 오기를 기대해본다.
2006-09-23 13:41
ⓒ 2006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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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member 8.25 이오덕 선생님을 생각함

 

 

 

Remember 8.25 이오덕 선생님을 생각함

아이엠방짜 | 2006/08/25 08:55 | 방짜


오늘이 이오덕 선생님이 돌아가신 날이네요.
저는 선생님을 얼핏 알고 있습니다.
그저 책상 달력에 적어놨을 뿐입니다.

그래도 잠깐이나마 선생님을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아...
선생님이 돌아가신 다음날(2003.8.26), 오마이뉴스에 실린 박도 기자의 글.
지난 7월 대자보에 실린 초록정치연대 우석훈 정책실장의 글을 올립니다.

비가 왔다갔다...좋은 금요일 되시길...



겨레의 큰 스승, 이오덕 선생 잠드시다

오늘 어둑새벽 신문을 펼치다가 일면 기사에서 이오덕 선생님의 운명 소식을 알았다. 출근 후, 오전 수업을 마치고 곧장 무너미마을로 달려갔다.

그런데 당신이 죽으면 반드시 가족장으로 치를 것, 부고는 장례 후에 알릴 것, 일체의 부의금과 조화도 받지 말 것을 말씀과 글로 남기셨다고, 각계에서 보내온 조화마저 빈소 밖에서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뒤로 놓였고, 조문객들이 빈소 참배도 못하고 밖에서 서성였다. 평소 선생의 성품을 아는 분은 마지막까지 후학들에게 가르침을 주고 가셨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다행히 안면이 있는 자부님이 먼 곳에서 달려온 조문객들을 빈소로 안내를 해서 분향은 했으나 선생의 마지막 저승 가는 차비는 끝내 드리지도 못한 채 나왔다.

'박 선생 먼 길 오느라고 고생했어요. 내일 수업 있을 텐데 요기나 하고 어서 가세요.' 이오덕 선생님이 다정히 속삭이는 듯했다. 나는 내일(2003년 8월 27일)이 발인인 줄 알면서도 조용히 빈소를 물러나 대원휴게소에서 서울행 버스에 올랐다.

선생은 한자말과 외래어, 외국어의 거센 물결 속에서도 아주 고집스레 우리말을 지키고 되살리는 일에 평생 동안 온몸을 바치셨다.

그 모습은 마치 일제 시대 빼앗긴 나라를 찾고자 만주 벌판을 누볐던 독립투사처럼 거룩하기만 하다. 하긴 총칼을 들고 제국주의자와 맞서 싸운 것만이 독립운동의 전부는 아니다. 붓을 들고 우리말과 얼을 지키는 선비도 그에 못지않은 독립투사다.

1997년 여름, 선생을 뵙고자 과천 주공 아파트로 찾아갔다. 좁은 아파트 안이 온통 책으로 가득 찼다. 부엌 밥 짓는 곳과 사람이 지나다닐 만한 통로를 뺀 곳은 모두 책이었다. 큰 밥상 위에도 신문과 책들이 수북이 쌓였다.

"박 선생, 이 신문들 좀 보세요. '뾰족탑'하면 될 텐데, 하나 같이 '첨탑(尖塔)'이라고 하고 있어요. 한글만 쓴다는 <한겨레신문>조차도 그렇게 쓰고 있어요."

그 무렵 중앙청(옛 조선총독부)을 헐어내는 보도 기사에 대한 선생의 불만이었다. 선생은 모든 인쇄물을 예사로 보지 않고 꼼꼼히 보셨다. 그런 후, 잘못된 표기나 쉬운 우리말이 있는데도 굳이 어려운 한자말이나 외래어 외국어로 적은 말은 일일이 찾아서, 글쓴이나 편집자에게 낱낱이 알리는 일도 서슴지 않았다.

이오덕 선생의 바탕 뜻은 다음 말씀으로 알 수 있다.

"오늘날 우리가 그 어떤 일보다 먼저 해야 할 일은 외국말과 외국 말법에서 벗어나 우리말을 살리는 일이다. 민주고 통일이고 그것은 언젠가는 반드시 이루어질 것이다. 그것을 하루라도 빨리 이루는 것이 좋다는 것은 말할 나위도 없지만, 3년 뒤에 이루어질 것이 20년 뒤에 이루어진다고 해서 그 민주와 통일의 바탕이 아주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말이 아주 변질되면 그것은 영원히 돌이킬 수 없다. 한번 잘못 병들어 굳어진 말은 정치로도 바로잡지 못하고 혁명도 할 수 없다. 그것으로 우리는 끝장이다. 또 이 땅의 민주주의는 남의 말과 남의 글로써 창조할 것이 아니라 우리말로써 창조하고 우리말로써 살아가는 것이다."

"밖에서 들어온 잡스런 말은 세 가지로 나눌 수 있으니, 첫째는 한자말이요, 둘째는 일본말이요, 셋째는 서양말이다. 이 세 가지 바깥 말이 들어온 역사도 한자말-일본말-서양말의 차례가 되어 있는데, 한자말은 가장 오랫동안 우리말에 스며든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일본말은 한자말과 서양말을 함께 끌어들였고, 지금도 끊임없이 끌어들이고 있다는 점에서 그 깊은 뿌리와 뒤엉킴을 잘 살펴야 한다. 정말 이제 우리가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으면 넋이 빠진 겨레가 될 지경에 이르렀다는 것을 똑똑히 알아야겠다."

내가 책을 펴내면서 선생에게 한 말씀 부탁드리자 아주 꼼꼼히 읽으신 후, 여러 부분을 교정해 주셨다. 식탁→밥상, 그럼에도 불구하고→그런데도, 이따금씩→이따금, 교육이란 미명으로→교육이란 (허울 좋은) 이름으로, 입장→처지, 주방→부엌, 야채→채소/남새, 획일적→판에 박은 듯이, 국민/민초→백성, 먹거리→먹을거리 ….

나는 선생이 일러주신 대로 글을 고쳐 놓고 보니 훨씬 깨끗하고 쉬웠다. 이밖에도 '~적(的)', '그녀', '및', '등', '에 있어서', '에의' 따위도 일본말의 찌꺼기라고 될 수 있는 대로 다른 말로 고쳐 쓰거나 아예 못 쓰게 하셨다. 또, 서양 말법을 따른 '-었(았)었다'라는 과거 완료형 시제는 우리 말법에 없는 잘못으로 우리말의 자연스러움과 아름다움을 깨트린다고 말씀하셨다.

선생의 가르침을 받고 얼굴을 붉혔다. 나는 해방 후 세대로 우리말과 글을 50여 년 배우고 가르치며 살아왔는데도 아름다운 우리말을 두고서 별 다른 생각 없이 한자말이나 외래어 일본말투, 서양 말법을 예사로 써 왔기 때문이었다.

특히 '그녀'에 대한 선생의 보탬 말씀을 듣고는 남녀평등에 대한 높은 뜻을 읽을 수 있었다. "왜 하필 여자를 가리킬 때만 '그녀'라고 해야 합니까? 그렇다면 남자를 가리킬 때면 '그남'이라고 해야 되지요. 남녀 없이 '그'로 쓰면 됩니다."

평생을 어린이 교육에 몸 바친 선생은 '우리말 우리 글 바로 쓰기' 못지않게 사람 교육에도 깊은 생각과 뚜렷한 철학을 가지셨다.

"사람이 사람답게 자라나려면 반드시 겪어야 하는 삶이 있다. 그 첫째는 일하기인데, 사람은 일을 해야 살아갈 수 있고, 일을 해야 사람이 된다. 일을 해야 사람다운 태도를 가지게 되고, 일을 해야 사람다운 생각을 하게 되고, 사람다운 감정을 가지게 된다. 세상의 모든 이치도 일하는 가운데서 깨치고 찾아낸 것이 가장 올바르고 확실한 앎이다. 몸과 마음의 건강도 일하지 않고서는 얻을 수 없다. 사람의 행복은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열심히 즐겁게 하는 것 말고는 없다.

일이 즐겁고 그 일이 공부가 되려면, 그 일이 자연 속에서 이뤄져야 한다. 사람은 모름지기 자연 속에서 자연을 따라 자연의 한 부분으로 자연스럽게 살아가는 것이 가장 좋은 삶이다.

옛날부터 동서양을 막론하고 자연보다 더 큰 스승은 없었다. 사람이 자연을 배우고 자연을 따라 살면 모든 것을 얻고 모든 것이 제대로 된다. 사람은 자연으로 돌아가야 비로소 아름답고 참된 목숨을 보전할 수 있다. 그러나 사람이 자연을 배반하고 거역하면 사람은 병들고 스스로 망한다. 자연이 없는 교육은 죽음의 교육이고, 자연을 떠난 삶은 그 자체가 죽음이다.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가난의 체험이고 가난하게 사는 것이다. 사람은 가난하게 살아야 한다. 가난해야 물건을 귀하게 쓰고, 가난해야 사람다운 정을 가지게 되고, 그 정을 주고받게 된다. 먹고 입고 쓰는 모든 것이 넉넉해서 흥청망청 쓰기만 하면 자기밖에 모르고, 게을러지고, 창조력이고 슬기고 생겨날 수가 없다. 무엇이든지 풍족해서 편리하게 살면 사람의 몸과 마음이 병들게 되고, 무엇보다도 자연이 다 죽어 버린다. 가난은 어렸을 때 체험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런데 이 가난은 책으로 배울 수 없다. 가난하게 살아간 사람의 이야기를 아무리 책을 통해 읽어도 자기 스스로 굶어 보지 않고는 굶주린 사람의 마음을 몸으로 알 수는 없다. 텔레비전으로 어떤 사람들의 가난을 보았다고 해도 그것은 가난을 구경한 것밖에 안 된다.

Photo 오마이뉴스 주중식

그런데 오늘날 우리 교육에는 일과 자연과 가난이 사라졌다. 이 세 가지 가운데 그 어느 한 가지만 없어도 참된 사람 교육은 될 수 없는데, 이 세 가지가 죄다 없으니 무슨 교육이 되겠는가? 지금 우리 교육은 이 세 가지를 싹 쓸어 없앤 자리에 딱딱한 콘크리트 구조물을 세우고 그 속에 아이들을 가두어 놓고는 책만 읽고 쓰고 외우고 아귀다툼을 하게 하는 것으로 되어 있으니 무슨 사람다운 교육이 되겠는가?"

또, 선생은 생명의 존엄성과 자연 환경에도 큰사랑을 지녔다. 과천에서 아드님이 사는 충주시 신니면 수월리(무너미) 마을로 거처를 옮긴 후 대여섯 차례 찾아뵈었다.

무너미 마을은 장호원에서 충주로 가는 길 중간쯤 오른쪽 산골 마을이다. 야트막한 고갯마루에는 아드님 내외가 농사를 지으면서 밥집, 우리 농산물을 파는 가게도 열고 있었다.

선생은 거기서 일 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산 중턱 개울가에다 아담한 글방으로 꾸며 놓았다. 이 글방은 아드님이 아버지를 위해 손수 지었다는데 그 방안도 온통 책으로 가득 찼다. 책꽂이에는 우리말 우리 글 바로쓰기에 대한 자료와 사오십 년 전 코흘리개 제자들의 글모음을 여태 보배처럼 간직해 두었다.

처음 무너미 마을로 찾아뵈었을 때는 글방 창문 앞 오이덩굴 얘기를 하셨다. 그때 들려준 말씀이 <우리 말 우리 얼> 제16호에 실린 바 선생이 손수 그린 그림은 생략하고 글만 옮겨 본다.

자연, 이 놀라운 생명
- 우리가 무심히 먹고 있는 조그만 열매 하나에도…-

창문 앞 오이덩굴이 자꾸 뻗어 올라가는데, 나중에는 창틀 아주 위쪽까지 올라갔고, 거기 오이가 달렸다. 너무 높아 따지 못하고 두었더니 오이는 자꾸 굵어졌다. 그래도 오이는 감 따는 장대로 어찌어찌 해서 겨우 오이를 땄는데, 크게 놀랐다. 무거운 그 오이를 받쳐준 것이 받침대 나무의 옹이였던 것이다. 그 옹이가 있는 곳까지 가서 오이를 받쳐 놓았으니, 오이덩굴은 눈도 귀도 코도 입도 손도 발도 다 있고, 마음도 다 있는 것이 틀림없다.

다음번에 찾아뵈었을 때는 몹시 앓은 뒤라서 아무나 귀찮을 만도 한데, 멀리서 찾아온 손을 무척이나 반겨 맞았다. "요즘은 시골사람들도 어진 마음씨를 잃어가고 있어요. 아무 산에다 덫을 놓아 마구잡이로 들짐승을 잡거나 사람을 다치게 하는가 하면, 온 들에다 농약이나 제초제를 마구 뿌려서 생명체의 씨를 말려요."

마침 밥상 위에 있는 쭉정이 강냉이 송이를 보여 주셨다.

"이 강냉이 송이가 무슨 말을 할까요? 낮에 감자 껍질, 사과 껍질 같은 걸 거름으로 버리러 뜰 앞에 나갔다가, 매화나무 옆에 지난해 다 거둔 강냉이 그루터기에 보잘 것 없이 조그만 송이 하나 있기에 주워서 까 보았더니 글쎄 죄다 쭉정이에 딱 한 알 한 개만 굵직하게 꼭 바윗덩어리, 아니, 큰 금덩어리같이 붙어 있는 것 아닙니까? 쭉정이를 대강 세어보니 115개였습니다. 죽은 알 115개가 한 개를 살려서 이렇게 엄청나게 굵은 금덩어리를 남겨 놓았습니다. 그 모진 추위에도 얼어 죽지 않고, 그렇게 굶주리던 온갖 날짐승도 차마 이 강냉이 한 알만은 먹을 수 없었던 것이지요.

우리 사람이 조그만 이 강냉이 송이의 백 분의 일이라도 따라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나는 이 강냉이 송이를 모셔 놓고, 쭉정이 수대로 백 열 다섯 번 절을 하고 나서, 그가 하는 말을 듣기로 작정했습니다." <우리 말 우리 얼> 제28호

나는 이따금 사람의 말이 그리울 때면 수화기를 들고 선생의 말씀을 들었다. 그럴 때면 언제나 따뜻하고 부드럽고 맑은 말씀이 들려왔다. 지난 설날 아침에도 전화로 세배를 올리자 훈훈하고 겸손한 사랑이 넘친 말씀이 마치 돌아가신 할아버지 말씀처럼 내 귀에 닿았다.

요즘 우리나라는 날이 갈수록 외국의 문화가 밀물처럼 덮쳐와 우리 문화가 만신창이가 되고 있다. 철없는 백성들은 자식에게 제 나랏말보다 외국말을 더 먼저 가르치겠다고 부부 별거도 서슴지 않는다. 심지어 일부 사대사상에 빠진 학자나 관리들이 국제화라는 허울 좋은 이름으로 영어의 공용까지 주장하기도 한다. 이런 세태에 우리는 우리말의 큰 지킴이요, 어린이 교육에 큰 버팀목을 잃었다.

외딴 산골에 묻혀 사셨던 진짜 애국자 이오덕 선생님! 부디 편안한 세상에서 명복을 누리십시오. 그리고 이승에서 못다 누린 금실지락을 저승에서는 꼭 누리십시오. 선생님이 남기신 많은 글과 말씀은 두고두고 뒷사람들이 배우고 깨칠 것입니다.

2003년 8월 26일 박도 두 번 절 올립니다.

Photo by 산처럼


공교육의 위기, 이오덕 선생을 다시 생각함

우리나라에 훌륭하신 분이 누가 있냐고 하면 소파 방정환 선생님을 꼽을 수밖에 없다. 33년을 짧게 살다가 돌아가셨지만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는 훌륭한 말인 '어린이'라는 말을 만들어주시고 가셨다. 그리고 또 생각해보니까 이오덕 선생이 계셨다. 사실 우리가 다 그 그늘 밑에서 오늘을 살아가는 셈이다.

선생님이 훌륭하시고 존경하실만한 분이라고 꼽는다면 이오덕 선생님을 꼽을 수 있다. 번역투와 일본식 어투를 싹 걷어내고 우리가 요즘 보고 있는 고운 우리말의 기틀을 잡으신 분이 바로 이오덕 선생님이고, 학교는 경쟁해서 이기는 곳이 아니라 아름다운 사람들이 곱게 자라나는 곳이라는 것을 역설하신 분이기도 하다.

20년대에 태어나 평생을 선생님으로 살아올 뻔 하다가 전두환 시절을 만나서 초등학교 교장선생님을 그만두시고, 그 후로도 줄곧 좋은 책을 쓰시다가, 우리말 살리기 운동을 말년에 하셨다. 3년 전 78세를 일기로 과천에서 돌아가셨다.

방정환 선생님이 짧고 굵게 사셨다면, 이오덕 선생은 가늘고 길게 사셨다. 50권의 책을 내셨으니까 '가늘다'고 말해도 좋은지는 모르겠다. 우리가 살아가는 것과 비교하면 선생님으로서도 굵직하게 사신 편이지만, 방정환 선생님이 우리에게 남겨주고 가신 것과 비교한다면, 그래도 가는 편이다 (우리는 가늘다 못해 야들야들한 인생들이다).

100m 달리기에 손잡고 들어오라고 가르치시던 분이 과연 우리 역사에 있겠나하지만 실제로 있었다 (울면서 하는 숙제). 이오덕 선생의 가르침에 비하면 싸워서 이겨야 한다가 교육내용의 거의 전부이다시피한 요즘의 교육당국의 가르침은 그야말로 얼마나 우리가 동원경제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지를 처절하게 보여주는 한 단면이라고 할 것 같다.

사랑하고 살아도 모자라는 판에 싸워서 이기라고 가르치는 것은 자본주의라서 그런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천박해서 그런 것 같다. 프랑스나 스위스, 독일 하다못해 일본에서도 그렇게 가르치지 않고, 미국 교육도 기본철학이나 실무지침서 같은 걸 보면 '건강한 시민'으로 국민들을 키워낸다는 말이 귀가 닳도록 적혀있다.

아이들한테 지고 들어오면 안 된다고 가르치는 것은 자본주의라서 그런 게 절대 아니라 무식한 사회라서 그런 것일 뿐이다.

이오덕 그 날 아래 살아오던 이 사회는 다른 선생님의 등장을 목놓고 기다리고 있는 중인 것 같다. '같이 살아가기'라는 말이 그렇게 어렵고, 아름다운 글을 쓰면서 아름다운 생각을 하는 것이 좋다고 말하는 것이 그렇게 어려울까? 아이들이 쓴 글을 모아서 수 십편의 책을 엮어낸 이오덕 선생님의 책에 자신의 글이 실렸던 그 때 '그 아이들'은 지금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가 가끔 궁금해진다. 어떤 아이들은 아주 어려워졌을 것이고, 어떤 아이들은 아주 행복해졌을 것이지만, 행복해진 사람들이 훨씬 많을 것 같다.

지금 공교육이 엉망이니까 교육도 위탁주고 선생님도 평가해서 자를 사람은 과감하게 자르자고 난리도 그런 난리가 없다. 아마 이 공무원 중에서 이오덕 선생님을 만나서 자신의 동화가 책으로 출간되어 나오는 즐겁고도 황홀한 경험을 해 본 사람은 없을 것 같다. 그건 확실해 보인다. 그런 교육을 받을 기회가 있었다면 이런 말도 안 되는 소리가 '교육개혁안'이라고 덜렁덜렁 들고 다니면서 부끄러운 줄도 모르는 일이 벌어질리가 없기 때문이다.

전교조가 문제라고 신나게 방방거린다. 전교조가 문제인 것은 교육현장에서 문제를 잘 풀지 못하는 게 문제이지, 존재하는 것 자체가 문제일리는 없을 것 같다. 박정희 때에도 교장선생님으로 잘 버티고 있던 이오덕 선생님이 전두환 때 결국 군사당국의 교육행정에 대한 간섭을 버티지 못하고 물러섰다.

노태우를 거쳐 김영삼 시절까지도 잘 버티던 일선의 좋은 선생님이 노무현 시절을 버티고 이겨나가기가 못내 어려워 보인다. 교육현장의 눈으로 시계를 돌려보면 전두환이나 노무현이나 그야말로 도찐개찐이다. 경쟁과 싸움말고도 아이들이 학교에서 배우고 싶어하고 배워야 할 것들은 많다. 공교육을 지지하느냐? 당연하지. 그나마도 아니라면 돈주머니 외에는 모르는 악마들이 아가리에 가난한 집안의 아이들을 처넣어야 옳으냐?

멕시코 국립대학 1년 등록금이 1달러가 안 되는데, 대략적으로 20센트 정도 된다고 한다. 나프타 이후에 페소화 몰락과 더불어 살리나스 대통령이 '멕시코 교육 현실화'라는 명목으로 미국 수준으로 등록금을 올리려고 했다. 당연히 학생들과 부모들 그리고 시민들은 대략난감...

1년 동안 동맹휴학을 하면서 결국 20센트짜리 멕시코의 대학 공교육의 시스템을 지켜냈다. 대학도 무너진 우리나라에서 그나마 공교육마저도 못 지켜낸다면 무슨 수로 후대를 기약할 것인가?

일제라고 사람들은 우습게 얘기하지만 그 일본 교육을 받고 이오덕 선생님 같은 분도 나오고 70년대∼80년대 그야말로 어두운 현장에서 나라를 지켜내던 사람들이 나왔다. 박정희 교육받고 전두환 교육받고 나온 사람들이 이 나라에서 했던 일들은 끔찍하지만, 그나마 노무현 교육받고 나온 사람들이 앞으로 이 사회를 장악하고 움직여나갈 시대를 생각하면 더 끔찍하다.

경영학의 시간표는 짧고, 경제학의 시간표는 그보다 조금 길지만, 교육의 시간표는 그보다 더욱 길다. 한 명이 만 명을 먹여 살린다고 엄청나게 잘난 척하던 노무현의 교육 일정표가 그야말로 민족을 살렸던 방정환이나 주시경 아니면 이오덕 같은 분들을 키워낼 것 같은가? 내가 보기에는 만 명을 먹여 살린다고 뻥치고 사기치는 수많은 사기꾼들을 키워낼 것 같은데...

그래서 뒤늦게라도 이오덕 선생님의 글들이 더욱 소중하고, 그 인생의 의미가 깊어 보인다. 교육개혁? 등록금부터 낮춰라. 경제 망한 나라라고 사람들이 우습게 보는 멕시코도 국립대학의 1달러 미만의 대학교육 체계를 아직도 지키고 있는 나라이다. 교육개혁 한다고 등록금부터 올리는 노무현 류의 주장은 정말 우습고, 그게 맞는다고 끄덕거리면서 박수 치는 사람들도 정말 우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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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로스는 미녀만 욕망 한다?

에로스는 미녀만 욕망 한다?
[문화 속 욕망읽기⑧] 근원적인 시선(視線)을 찾아서
텍스트만보기   조영해(lacan66) 기자   
▲ <화양연화>, 어긋난 에로스는 인간을 절망과 고통에 빠지게 한다.
ⓒ 블록 2 픽쳐스
도대체 에로스가 무엇이기에 인간을 눈멀게 하고, 때로는 벼랑 끝으로, 때로는 스토커라는 타자에 대한 테러(?)로 나타나는 것일까?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게 왜, 이토록 인간실존을 절망과 죽음으로 인도하는 것일까? 누구나 한 번쯤은 이런 반문들을 해보았을 것이다.

그래서 인생이란 자신의 반려를 찾는 게 가장 중요한 목적이라고 말하는 모양이다. 사랑에 울고, 사랑에 아파하고. 사랑에 목숨 거는 것을 보면 말이다. 그러니 도대체 사랑이 무엇이기에? 한탄이 나올만하다.

그래서 떠나려는 것이다. 어디로? 사랑의 기원을 찾으러 말이다. 병의 원인을 알아야 무슨 처방이라도 할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인간은 왜 사랑을 하게 되었으며 왜 누군가를 그리워하는지, 그리고 그 누군가를 부단히 소유하려고 하는 것인지 그 근원을 찾아보려는 것이다.

그렇다고 무작정 떠날 수는 없는 일. 여기서 잠시 종교학자 엘리아데의 혜안을 빌리자면, 신화가 인간에게 사물의 기원을 알려주고 있다고 하니 그의 말에 따라 먼저 신화 속으로 들어가 보고자 한다.

남아메리카 부족의 창조신화에 나타난 '섹스의 기원'

아주 멀고 먼 남아메리카 테네테하라 부족의 창조신화에 보면 이런 얘기가 나온다. 창조신이 최초의 남녀 인간을 만들었는데, 남자는 동정(童貞)이라서 항상 성기가 발기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성기가 발기되어 있으니 얼마나 불편(?) 했겠는가?

그래서 그것을 죽이기 위해 온갖 노력을 했지만 실패했다고 한다. 그런데 최초의 그녀가 물의 정령에서 성기를 죽이는 비법을 배웠단다. 그리곤 그 난처해하는 남성의 성기를 죽였단다. 남자의 입장에서는 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항상 난처했던 것을 죽여주었으니.

그런데 창조신은 그게 보기에 안 좋았던 모양이다. 그래서 노발대발하면서 벌을 내렸단다. 앞으로 성교를 통해서 성기를 죽일 수는 있지만, 그래서 아이를 잉태하게 되겠지만 본인은 죽을 것이라는 거다.

이게 섹스의 기원이란다. 생명의 탄생과 죽음의 이 절묘한 관계, 어딘지 낯이 익다고 생각했는데 다름 아닌 바로 에로스와 타나토스를 열심히 설교했던 프로이드에게까지 이 얘기가 흘러 들어간 모양이다.

그래서 남자들은 발기돼 난처한 성기를 죽이려고 여성을 필요로 하게 되었고, 그게 사랑이 되었다는 건데, 굳이 오늘의 현실을 들먹이지 않아도 너무 적나라하게 지적하고 있는 것이라 보통 설득력이 있는 얘기가 아닐 것이다.

그런데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남성의 발기된 성기만을 죽이려고 사랑을 하게 되었다는 것은 너무 삭막하고 동물적인 것인 같지 않은가? 그래도 명색이 만물의 영장이고, 생각하는 동물인데 그래서 하나 더 찾아보았다.

제우스가 신에 도전한 인간을 반으로 쪼개버렸다?

▲ 플라톤
ⓒ 문학과지성사
이번엔 플라톤의 <향연>으로 들어갔다. 이 책에서는 '사랑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여러 사람이 한 주제를 놓고 심포지엄의 형식을 빌려서 논하고 있다. 그들 중 아리스토파네스가 사랑의 기원을 논하면서 신화 속의 얘기를 끌어오는데 그의 얘기는 이렇다.

최초의 인간은 성(性)이 세 종류였는데 <남자+남자>, 그리고 <여자+여자>와 마지막으로 <남자+여자>의 양성으로 이루어졌다는 거다. 좀 더 설명을 하면 팔이 네 개, 다리가 네 개, 머리는 하나에 서로 다른 방향을 바라보는 얼굴이 둘이었단다.

그런데 이 최초의 인간들이 작당을 해서 감히 신에게 도전을 했고 결과는 참혹한 패배였다. 그 벌로 제우스가 인간을 반으로 쪼개버렸다는 거다. 그런데 허걱! 이렇게 반으로 나누어진 인간들이 하나 둘씩 죽어 가는 것이 아닌가.

이유인즉 잃어버린 반쪽에 대한 그리움 때문이란다. 그래서 제우스는 고민 끝에 일정기간 동안만 그 반쪽을 만나게 허락을 했는데 그게 바로 에로스와 섹스의 기원이었단다. 그나마 이 얘기가 앞서의 얘기보다 좀 더 인간적인 것 같지 않은가?

거기다가 보너스로 동성애에 대한 의문도 말끔히 해결해 주고 있으니 금상첨화다. 동성끼리 붙어 있었던 인간에게 잃어버린 반쪽은 같은 동성이니 동성에 대한 사랑의 기원 또한 풀리지 않는가.

그래서 인간은 그 반쪽에 필(?)이 꽂히면 반가움에 물불을 가리지 않고 돌진해서 온 몸을 불태우는 모양이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애초에 반쪽이 아닌 것 같으면 포기하면 될 터. 그렇게 하면 서로의 사랑의 주파수가 어긋나서 이별과 배신의 고통도 당하지 않을 것인데 왜, 미련을 못 버리고 끝을 보려는 것일까?

인간의 욕망은 무엇인가를 남기려는 것

이 의문을 풀기 위해서는 좀 더 깊이<향연>으로 들어가야 될 것 같다. 이번에는 소크라테스가 사랑에 대해서 논할 차례인데 그는 자신의 얘기보다는 '디오티마'라는 여사제의 사랑에 대한 혜안을 끌어 와서 논한다. 그녀의 얘기는 이렇다.

인간이 에로스를 추구하는 이유는 '행복'하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그래서 그 행복을 가져다주는 대상을 소유하려는 것이 에로스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 에로스가 욕망 하는 대상은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는 다르게 '아름다움'을 욕망 하는 것이 아니라 '좋은 것'을 욕망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녀는 아리스토파네스가 주장한 반쪽을 찾는 게 에로스가 아니라 '좋은 것'을 욕망 하는 게 진짜 에로스라고 주장한다. 그래서 우린 그 '좋은 것'을 소유하기 위해서 그토록 살벌한 경쟁을, 죽어도 미련을 못 버리는 모양이다.

그렇다면 그 '좋은 것'은 도대체 무엇일까? 그녀의 얘기를 좀 더 들어보자. 에로스에는 육적인 것만 있는 것이 아니라 정신에 대한 에로스도 있는데 이 둘은 모두 '좋은 것'을 영원히 소유하고 싶어한다는 것이다.

영원히? 어떻게? 그래서 인간은 무엇인가를 남기려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육적으로는 후손을 남기는 일이든, 아니면 정신적인 위대한 지혜를 남기는 일이든 그 무엇이든, 무엇인가를 생산(잉태)하려는 욕망이 인간에게 있다는 것이 그녀의 생각이다.

바로 이 생산을 통해서 인간은 '좋은 것'을 영원히 소유했다는 만족을 얻는 것이며, 그것이 바로 '아름다움'이며 그로 인해 '행복'감을 느낄 수 있다는 게 그녀의 에로스에 대한 정의이다. 아니 사실은 소크라테스가 하고 싶은 말이었는지도 모른다.

수소와 수간한 파시바 왕비... 성욕이 주체가 된 인간

▲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 애욕에 눈이 먼 것일까? 어긋난 에로스가 죽음을 부른다.
ⓒ 동아수출공사
그렇다면, 에로스가 '행복'하기 위해서 '좋은 것'을 욕망 하는 것이라면, 우리가 어떤 대상에 지나칠 정도로 일방적으로 집착하는 것은 '좋은 것'도 아니면, 그 '좋은 것'을 낳을 수도 없을뿐더러 그것을 '행복', 또는 '에로스'를 추구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도 없는 것 아닌가.

그런 점에서 보자면 외적 아름다움만을 추구하는 에로스는 '좋은 것'과는 거리가 한참 멀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또 발기된 성기만을 죽이기 위해서 에로스를 추구하는 것 또한 '행복'을 주는 가져다주는 에로스는 아닐 것 같다.

그 좋은 예가 바로 포세이돈의 저주로 수소를 사랑하게 된 파시파 왕비의 얘기일 것이다. 결국 그녀는 자신의 애욕을 참지 못하고 암소로 위장(?)해서 그 수소와 수간(獸姦)을 한다. 그 결과 그녀가 낳은 것은 영원히 소유하고픈 '좋은 것'이 아닌, 무시무시한 반수반인의 괴물 미노타우로스였다.

물론, 포세이돈의 저주 때문이기도 하지만 문제는 그녀의 아름다움을 바라보는 시선이 문제였다. 그녀에게 아름다움은 '좋은 것'을 남기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 오직 자신의 욕정을 한 순간이라도 풀어주는 것이라면 그 무엇이라도 소유하고자 한 그 욕망에 있었다.

그러니 인간이 주체가 아니라 성욕이 주체가 되고, 인간은 대상이 되니 수소가 아니라 그 무엇이라도 상관없게 되는 것이다.

또 있다. 그러니까 기원전 4세기경쯤 그리스 아테네에 아프로디테(고대 그리스의 미의 여신)신상의 모델이 되기도 했다는 '프리네'라는 아름다운 여성이 있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아름다움에는 항상 고통과 질투가 따르는 법.

그녀에게 잠자리를 요구한 고관대작들 중 거절당한 맛이 간 X맨이 홧김에서인지, 암튼 그녀를 신성모독 죄로 고발을 한 것이다. 당시 신성 모독죄는 사형이었다고 하니 애욕을 거절한 대가치고는 너무 혹독한 고통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미녀는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는 것 같다. 그녀의 소식을 전해들은 전 애인(?) '히페레이데스'가 그녀를 구명하기 위해 나선 것이다. 그리고 그는 그녀에게 사형을 선고한 배심원들 앞에서 '프리네'의 알몸을 공개한다. 그리고 그는 배심원에게 말한다. "신상(神像)에 자기의 형상을 빌려줄 만큼 아름다운 이 여인을 꼭 죽여야 하는가?"

▲ 장 레옹 제롬의 <배심원 앞의 프리네>1861. 에르미타주 미술관, 러시아
ⓒ 에르미타주 미술관
진정한 아름다움은 '숭고함'

어떻게 되었을까? 그녀의 벗은 알몸을 본 배심원들이 만장일치(?)로 판결을 번복한 것이다. 판결문은 이랬단다. "저 아름다움은 신의 의지로 받아들여야만 할 정도로 완벽하다. 따라서 그녀 앞에선 사람이 만들어낸 법은 효력을 발휘할 수 없다. 그러므로 무죄를 선고한다."

외적 아름다움의 승리인가? 아니면, 배심원들의 일그러진 아름다움에 대한 음흉한 욕망의 승리인가? 신성하고 공정해야 할 판결마저도 번복하게 만든 배심원들의 눈에 비친 아름다움은 분명 '좋은 것'에 대한 욕망은 아닐 것이다.

그것은 어쩌면 파시파 왕비의 눈에 비친 수소와 다를 바 없는 애욕에 눈먼 아름다움일 것이다. 그것은 또한 우리들이 욕망 하는 일그러진 에로스의 대상이자 겉모습에만 집착하는 애욕의 아름다움일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진정한 에로스의 대상은 무엇이며 어떤 것이 진정한 아름다움인가? 그 질문에 칸트가 명쾌한 답을 주고 있다. 그는 진정한 아름다움이란 '숭고함'의 감정을 느끼게 해주는 것이라고 말한다.

'숭고함'? 그것은 질리거나 지루하지 않으며 오랫동안 즐길 수 있고, 또 도덕적으로 고무되기도 하는 그런 감정이다. 그렇다고 종교적 의미의 경건한 감정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이 숭고함에는 공포도, 전율도, 화려함도, 고상함도, 웅장함도, 떨림도, 모두 포함하는 그런 감정이다. 만약, 에로스의 대상에서 이런 '숭고함'의 감정을 느꼈다면 그것은 분명 겉모습에만 집착하는 애욕에 눈먼 에로스의 감정은 아닐 것이다.

어쩌면 이 '숭고함'의 감정이 바로 우리가 찾는, 근원적인 본래의 우리가 욕망 해야 할 '좋은 것'에 대한 시선이 아닐까?
2006-07-28 21:54
ⓒ 2006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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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6 운동권, 사교육 시장 '완전정복'

94년 수학능력시험으로 입시제도가 바뀌고, 논술 비중이 높아지면서부터. 운동권들은 비판의식과 종합적인 사고를 요하는 언어영역과 논술에서 발군의 실력을 발휘하고 있다.......

386 운동권, 사교육 시장 '완전정복'
[실태 보고] 생계형으로 시작해 기업형까지 성장... 뜨거운 찬반 양론
텍스트만보기   박수원(pswcomm) 기자   
"386운동권이 사교육 시장을 장악했다. 그러나 그에 대해 뭐라고 할 말은 없다."

386운동권 출신으로 사교육 시장에서 유명세를 타고 있는 강사들은 이구동성으로 이렇게 말했다.

지난 6월 김진경 전 청와대 교육문화비서관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운동권386들이 사교육시장을 장악했다"며 "사회를 변혁시키겠다던 사람들이 이제는 학원 장사를 해서 떼돈 버는 세상이니 도대체 이런 아이러니가 없다"고 말했다.

이 발언을 두고 일부에서는 '운동권에 대한 적절한 비판'이라며 박수를 보냈고, 일부에서는 '망발'이라며 사과를 요구했다.

그러나 운동권들의 사교육 시장 장악은 업계에도 이미 알려질대로 알려진 얘기다. 386운동권의 사교육 시장 장악은 현재의 입시제도와 한국적 학벌주의가 만들어 냈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이 말은 단순한 논리로 설명하기 쉽지 않다는 얘기다.

그들은 왜 사교육 시장에 강자로 등장했나

▲ 서울 강남의 학원가 모습.
ⓒ 연합뉴스 한상균
386운동권들이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것은 94년 수학능력시험으로 입시제도가 바뀌고, 논술 비중이 높아지면서부터. 운동권들은 비판의식과 종합적인 사고를 요하는 언어영역과 논술에서 발군의 실력을 발휘하고 있다.

입시 경향이 통합교과형으로 바뀌면서 이런 현상은 더욱 심화됐다. 2008년 입시부터 서울대 등 주요 대학이 통합교과형 논술을 대학별 고사로 선택하면서 사교육 시장은 더욱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송파구에서 논술학원을 경영하고 있는 L씨는 386이 사교육 시장에서 실력을 발휘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한다.

"수능의 주요 출제자들이 80년대 중후반에 석박사 학위를 받은 사람들로 40대 후반에서 50대 초반 교수들이다. 그들의 논문주제는 시대를 반영할 수밖에 없다. 언어 시험에 월북 작가들의 작품이 나오고 민중정서를 담은 이규보나 정약용의 작품이 자주 출제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386이 겪었던 비판정신과 출제 경향이 유사하다."

사실 386운동권들의 사교육 시장 진출은 생계형에서 출발했다. 80년대말과 90년대초에 사회에 나가 마땅히 뿌리내릴 곳이 없었던 이들은 운동에 한 발을 걸치고 밥벌이를 위해 학원강사로 뛰었다. 전교조 활동으로 해직돼 사교육 시장으로 진출한 이들도 적지 않다.

386운동권들이 사교육 시장에서 입지를 넓힌 결정적 계기는 90년대 후반 강남 대치동 학원가가 커지면서부터다. 여기에 2000년 대학 수시 시장확대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386운동권 출신들이 주도하고 있는 학원은 조동기논술학원, 유레카논술아카데미, 초암논술아카데미, 플라톤청솔학원, 학림학원, 청산학원 등이다. 이들은 소규모 학원에서 출발해 영역을 전문화하면서 규모를 확장시켰다.

이들 학원 대부분은 현재는 100명이 넘는 강사들을 보유하고 있으며, 출판부·논술연구소·어학원을 부설로 두고 기업형으로 움직인다. 인터넷 강의가 일반화된 지 오래다. 이들 사교육 시장의 정점에는 코스닥 상장기업 메가스터디가 있다. 이들 학원들은 네트워킹을 통해 서로 그물처럼 연결돼 있다.

사교육시장에서 돈 벌어 비정규직운동... 정치권 진출도

민주노동당 중앙연수원장을 역임한 황광우(서울대 77학번)씨는 플라톤청솔학원에서 논술강사로 이름을 날렸다. 황씨가 지은 <진리는 나의 빛> <황씨 아저씨네 논술 서리>는 논술교재로 유명한 책이다. 도시형 대안학교 '이우'의 교장인 정광필(서울대 78학번)씨도 플라톤청솔학원에서 논술 강의를 했다.

<르몽드 코리아>의 대표이사인 박승흡(서울대 80학번)씨는 국어교사 출신으로 전교조 활동으로 해직됐다가 논술강사를 시작했다. 그는 학원강사로 뛰면서 번 돈으로 비정규직센터를 만들었고, 노동전문지인 <매일노동뉴스> 발행인을 맡기도 했다.

전대협 2기 출신인 조동기(고려대 85학번)씨는 강남 대일학원에서 국어과목으로 스타강사 대열에 들어선 이후 97년말 대치역에 '조동기국어논술학원'을 열어 명성을 날리기 시작했다. 핵심내용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현재는 전국에 19개 분원을 마련하고 올해 매출목표를 400억원으로 잡고 있다.

강동지역을 기반으로 성장한 청산학원을 이끄는 쌍두마차인 최원극(외국어대 84학번)씨와 박영재(서울대 84학번)씨는 주체사상쪽 조직이던 자주민주통일(자민통) 소속으로 골수 운동권이었다. 91년 속셈학원 수준으로 출발한 청산학원은 과학고, 민족사관고, 외국어고 전문학원으로 성장해 매출 100억원대의 기업으로 자리잡았다.

논술과 구술 면접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고 22개 분원을 두고 있는 유레카논술아카데미의 대표강사 장민성(서울대 81학번), 박홍순(성균관대 82학번)씨는 남한사회주의노동자동맹(사노맹)계로 분류된다. 박홍순씨는 민주노동당 중앙당 기획위원장을 역임했으며 2004년에는 구로갑 후보로 출마한 바 있다.

노원구에 있는 학림학원의 채광석(성균관대 87학번)씨는 민족문학작가회의 회원으로 운동권의 유명한 시인이었다. 학림학원에는 성대 운동권 출신들이 강사로 다수 포진하고 있다. 초암논술아카데미 대표강사인 이윤호, 송재인씨도 80년대 초반 학번으로 운동권 출신들이다.

과학탐구 영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연봉18억원을 기록한 이범(서울대 88학번)씨도 좌파 운동권의 이론을 제공했던 <학회평론>의 편집위원을 역임했다.

학원 사업을 하다가 정치권으로 진출한 경우도 있다. 열린우리당 정청래(건국대 85학번)의원과 정봉주(외국어대 80학번)의원은 길잡이학원과 외대어학원을 운영하다가 여의도 입성에 성공한 경우다.

▲ 생계형으로 시작된 386 운동권들의 강의는 이제 전문학원을 거쳐 기업형으로까지 발전했다. 학원 홈페이지에는 명문대에 합격생을 많이 배출했다는 광고문구가 올라와있다.
ⓒ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총학 집행부 회의같은 마라톤 강사회의

운동권들의 사교육 성공비결은 끈끈한 연대감과 네트워크, 조직관리능력, 친화력을 꼽을 수 있다.

이들은 철저한 친분과 인맥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 특징이다. 한 학원의 경우 강사 회의가 총학생회 집행부 회의와 비슷하다는 우스개 소리까지 들린다. 끊임없는 토론을 통해 의견을 조율하고 아이디어를 공유한다. 회의도 학생운동 시절 마라톤회의를 연상케 한다.

초암논술아카데미의 경우 일요일 밤 12시부터 새벽 4시까지 교사 80여 명이 각 학년별로 세미나를 진행한다. 아이들이게 무엇을 어떻게 가르칠지, 과연 그것이 강사들에게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토론하고 고민한다.

철저한 분석을 통해 '시험에 나올 법한 문제'를 찍어낸다. 철저히 경쟁시스템이 도입된다. 사교육이 공교육을 앞설 수밖에 없는 구조다. 세미나가 끝나면 뒤풀이가 진행된다.

이러한 386출신의 사교육 시장 활약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이 존재한다. 사회 변혁을 외칠 때의 모습과 괴리가 있기 때문이다. 반론도 만만치 않다. 사교육이 확대될 수밖에 없는 공교육 취약성과 입시 중심 체제에 대한 진단없는 비판은 현실과 동떨어진 감상에 불과하다는 의견이다.

386출신 학원 관계자들은 인터뷰 요청에 "이야기를 하는 것이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을 아끼면서도 "지금 구조대로 가면 공교육은 사교육 시장에 먹힐 수밖에 없다"고 공통적으로 말했다.

이들은 공교육의 상징이 된 전교조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386출신의 한 학원장은 "전교조가 아니라 전개조(전체가 개조대상이라는 의미)"라면서 "변화하지 않고, 교원평가제에 부정적인 모습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런 주장에 대해 한만중 전교조 전 정책위원장은 "사교육 업체들이 교과서를 만들어낼 뿐 아니라 공교육을 포위할 정도로 성장한 상태에서 공교육의 취약성을 논하는 것 자체가 맞지 않는다"면서 "사교육을 이기는 공교육은 현실 조건에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386은 이미 중산층, 비판은 무의미하다"

한편에서는 사교육을 통해 제도가 담아내지 못하는 새로운 내용을 담아내겠다는 목소리도 있다. 초암논술아카데미 이윤호 대표강사는 "학교교육은 아무래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면서 "그 한계를 21세기 대안적 교육을 통해 극복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초암논술아카데미는 '풀로 엮은 집' 등의 문화사업 활성화를 통해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 있다.

386운동권 출신이자 대치동 전문학원1세대인 김찬휘(서울대 83학번), 한석원(서울대 83학번), 이범(서울대 88학번)은 무료인터넷 강의를 통해 교육기회의 평등을 실현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올해 3월 인터넷 공간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죽음의 삼각형 : 누가 우리를 미치게 만드는가'라는 제목의 동영상은 2008년 대입이 내신-수능-대학별 고사로 이뤄진 최악의 균형이라며 혹평했다. 이 동영상은 학교-학원-대학을 동시에 비판하고 있다.

2008학년도 대입은 논술을 중심으로 한 사교육 시장을 팽창시키고 있다. 지난 4월 <대우증권>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사교육 시장 규모는 현재 16조8000억원에서 계속 확대될 전망"이며 "향후 5년은 고등학교 학생수가 증가하는 황금 시기"라고 규정했다. 이 때문에 언론사와 학원이 손잡고 논술강사 양성 아카데미를 개설하고 강사를 확보하기 위해 발벗고 나섰다.

결과적으로 학교-학원-대학의 균형보다는 사교육 쪽에 더 많은 무게가 실릴 가능성이 크다. 시장질서에서 철저히 살아남아야 하는 386세대에게 운동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공교육 약화의 책임을 돌리기는 힘들다.

논술강사를 하고 있는 J(서울대 인문대 박사과정)씨는 "이미 중산층에 편입돼 있는 386운동권들을 비판하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라면서 "예산을 가지고 정책을 움직일 수 있는 국가가 국립과 사립의 경계를 명확하게 하고, 차별화된 지원을 제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지역 특목고의 한 교사는 "교사 1인당 학생수를 현재 35명에서 20명으로 낮추고, 학교조직 슬림화를 통해 운영의 자율성을 높여 나가야 한다"면서 "다양한 방식의 공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해 현실화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386 강사 비판... 이유도 잘 알지만"
[인터뷰] 잘나가는 논술강사 이윤호

▲ 초암논술아카데미 이윤호 대표강사.
ⓒ 오마이뉴스 박수원
초암C&C 이윤호(44)대표는 잘 나가는 논술강사다. 81학번인 그는 대학시절을 뜨겁게 보냈다. 대학을 3군데나 옮겨 다니면서 학생운동을 했고, 90년대에는 문화운동을 했다. 잡지 <리뷰> 만들 돈을 구하기 위해 13년 전 처음 학원시장에 뛰어들었다.

이 대표는 "하고 싶은 일과 할 수 있는 일이 일정하게 대립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한다. 그는 사교육과 공교육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분법적 구분은 무의미하다는 이야기다.

"현 제도 속에서는 공교육이 아무리 개혁을 외쳐봐야 틀을 깨고 나오기가 쉽지 않아요. 그래서 교육주체 만들기가 중요한 것 아닐까요."

이윤호 대표가 공개한 자신의 월급은 비수기인 요즘 200만원 내외. 물론 한참 잘나가는 입시 시즌에는 하루 15시간 강의를 해서 한 달에 몇 배를 번다.

사교육 시장에 진출하면서 고민이 많았지만 그는 대안적 교육을 지향하는 것으로 그 고민을 해결하고 있다. 시장적 질서와 가치적 질서의 균형을 부여하려고 애쓴다.

'풀로 엮은 집' 운영은 그러한 고민의 산물이다. 이곳의 다양한 강좌는 민예총 문예아카데미를 연상시킨다.

초암논술아카데미는 94년 출발해서 직영학원 5개를 포함해 서울과 경기에 8개 학원이 있다. 홈페이지에 밝힌 내용을 보면 2005년 1월까지 약 2300여 명이 수강하고 있으며 140여 명의 강사가 있다.

강의배정이나 수익배분에 있어서도 스타시스템에 의존하기보다는 함께 나누는 방식을 중시한다. 매주 일요일 밤 12시부터 새벽 4시까지 진행하는 80여명의 학원강사 세미나는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치열하게 토론하는 자리다.

21세기 새로운 교육 모델 지향이 이들의 목표다. 이 대표는 386운동권의 비판과 자유로움이 조직을 건강하게 움직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물론 그도 알고 있다. 사교육 시장이 결국 양극화나 신자유주의적인 흐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을. 아니, 양극화를 고착화시키는 역할을 사교육이 담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사교육 시장에 진출한 386이 비판도 많이 받고, 왜 그런지 이유도 알지만 나름대로의 건강성도 있다고 봅니다. 사회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고 일정한 합리적 인식이 있다는 것은 교육을 합리화시키는 역할을 할 수 있을 테니까요."
2006-07-10 14:03
ⓒ 2006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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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시스 포드 코폴라의 <대부> 3부작

     
마피아의 눈으로 본 미국의 역사책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의 <대부> 3부작

* 이 글은 스포일러가 될 수 있는 부분이 포함돼 있습니다. 영화를 보시지 않은 분은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60년대 말 텔레비전의 보급으로 영화 관객의 수가 감소하자 미국 대형 스튜디오들은 불안해졌다. 일부에서는 “대중오락으로서 영화의 시대는 끝났다”는 주장까지 나오는 분위기였다.

정말 대중들이 영화에 등을 돌린 것이 아니냐는 영화사들의 우려를 말끔히 씻어주고 영화의 건재를 과시한 작품이 1972년 개봉된 <대부>다. 관객들을 다시 극장으로 불러 모으면서 영화는 그때까지의 흥행 기록을 모두 새로 썼다. 대중들이 왜 이 암울한 ‘조직폭력배’ 영화에 열광했는지는 해석이 분분하다.

재미있는 영화임에는 분명했고, 당시까지도 실체가 분명하지 않았던 마피아라는 존재에 대한 대중의 호기심도 강하게 작용했다고 한다. 또한 60년대의 반문화 운동과 산업사회의 확장으로 인해 공동체가 해체되고 가치관의 혼란이 극심해지는 가운데 이 영화가 과거에 대한 향수를 자극했다는 해석도 있다. <대부>는 그 정도로 반동적인 영화는 아니지만 확실히 70년대 미국의 사회적 분위기와 맞아 떨어지는 영화였다.

이 영화에 열광했던 사람들은 또 있다. 바로 ‘마피아’ 당사자들이다. 이탈리아계 마피아 조직들은 영화제작을 막기 위해 관계자들에 대한 살해 위협은 물론 영화사에 폭탄을 설치하겠다고 위협했다.

그러나 정작 완성된 영화를 보고는 그들이 ‘가족’이라고 부르는 조직을 지키기 위해 대부가 고군분투하는 모습과 이탈리아계 미국인의 문화를 우호적으로 다룬데 대해 감동했다. 개봉 당시 뉴욕의 극장가에는 손수건을 눈물을 닦으며 영화를 보는 ‘조직원’들이 수두룩했다고 할 정도다.

* * *

잘 알려져 있듯이 영화는 마리오 푸조의 동명 베스트셀러를 영화로 옮긴 것이다. 마리오 푸조는 잠깐 동안 마피아 하급 단원으로 활동했었다. 이런 경험과 이탈리아계 미국인 공동체 안에 퍼져있는 전설 같은 이야기들을 모아 책을 썼다. 등장인물과 사건들은 모두 창작된 것이다. 그러나 미국 마피아는 이미 무수히 많은 사건을 저질렀다. 작가가 새로운 이야기를 고안해내기 위해 애쓸 필요 없이 신문들만 뒤져도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올 판이었다.

그중 몇 가지는 매우 잘 알려진 인물이나 사건을 모티브로 삼고 있다.

말론 브란도가 연기했던 ‘대부’ 비토 콜레오네는 특정한 인물을 염두에 두었다기 보다는 그때까지 밖으로 드러난 다양한 마피아 보스들의 이미지 중 좋은 면만을 종합했다. 예를 들어 알 카포네와 같은 막가파 식 두목들의 이미지는 배제됐다.

대부가 어떻게 미국에 건너와 자기만의 ‘패밀리’를 형성하게 되는지는 2년 뒤에 제작된 대부의 속편에서 자세히 그려지고 있다. 시칠리 마피아의 복수로 부모를 잃은 그는 복수를 피해 미국 이민선에 몸을 실었다. 어린 대부는 유럽에서 들어오는 이민선들이 모이는 뉴욕의 엘리스 섬에 도착했다. 찰리 채플린이 1917년 <이민자>라는 영화에서 그린 것처럼 엘리스 섬은 희망의 나라로 들어가는 관문이 아니라 이 외국인 거렁뱅이들을 ‘감별’하는 인종주의적인 장벽이었다. 영어를 한마디도 못하는 어린 ‘대부’를 보고 이민국의 관리는 출신지인 ‘콜레오네’를 소년의 이름으로 ‘결정’했다.

대부의 고향인 콜레오네는 이탈리아 시칠리아섬의 실제 도시다. 그리고 시칠리아 마피아의 본고장이기도 하다. 지난 4월 11일에는 40년간 수배 중이던 대부중의 대부 베르나르도 프로벤자노가 체포됐다. 콜레오네 시당국은 즉시 체포를 기념하는 ‘4월 11일’ 거리를 만들었다. 지금도 시칠리아에서는 <대부>가 영화 속 이야기가 아니다.

   
▲ 콜레오네 가족. <대부>는 3대에 걸쳐 계속되는 살인의 업보에 관한 영화기도 하다.
 
90년대 들어서면서 이탈리아 정부가 부패 척결의 일환으로 마피아와 전면전을 벌이기 시작하기 전까지 이탈리아 역사에서 마피아와 정면으로 대결한 세력은 무솔리니의 파시스트 정권과 이탈리아공산당 뿐이었다. 파시스트 정권은 무자비한 공포로 마피아를 숨도 못쉬게 만들었지만 미군이 시칠리아를 해방하고 그 과정을 뉴욕의 형제들이 지원하면서 부활했다.

공산당은 처음부터 마피아들에게는 눈에 가시 같은 존재였다. 마피아의 암살로 목숨을 잃은 공산당원과 소속 정치인들의 수는 헤아리기도 어려울 정도다. 특히 시칠리아에서 공산당원이 된다는 것은 파시스트 통치하에서 파르티잔으로 싸우는 것보다 더한 각오가 필요한 일이었다.

영화 <대부>에도 공산당의 흔적이 보인다. 1편에서 알 파치노가 연기한 마이클이 콜레오네로 피신하는 대목에서 보면 거리의 벽에 공산당의 포스터가 붙어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1990년에 제작된 3편에서는 마이클이 성공한 사업가로 고향을 방문할 때 마중나온 환영인파 속에서 이탈리아공산청년동맹의 대표단을 찾을 수 있다.

우연의 일치지만 이탈리아계 미국인 3세인 알 파치노의 조부모가 실제 콜레오네 출신이기도 하다.

이외에도 영화 속에 등장하는 가수 죠니 폰테인은 프랭크 시나트라를 모델로 하고 있다. 역시 이탈리아계 미국인인 프랭크 시나트라는 평생 마피아의 비밀 단원이라는 의혹이 따라 다녔다. 지금은 거의 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역사적인 사건들도 각색된 형태로 영화 속에 등장한다.

<대부> 2편에 등장했던 조직범죄에 대한 상원청문회는 실제했던 사건이다. TV로 중계되는 가운데 쟁쟁한 마피아 보스들이 줄줄이 불려나와 증언대에 섰지만 모두 조직범죄와의 관련을 부인했다. 심지어 마피아라는 단어조차 모른다고 잡아뗐다. 영화속에서 알 파치노가 질문에 대해 모조리 부인하는 장면은 당시 TV를 통해 중계됐던 모습을 거의 그대로 재현하고 있다.

   
▲ 재위 33일만에 서거한 비운의 교황 '요한 바오로 1세' 그의 죽음을 둘러싼 음모론은 지금도 끊이지 않고 있다.
당시 조직범죄와의 전쟁에 의지를 불태웠던 사람은 케네디 대통령의 동생 로버트 케네디 상원의원이었다. 훗날 그가 암살됐을 때 마피아의 사주설이 제일 먼저 제기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대부> 3편도 유명한 사건을 이야기의 중심으로 하고 있다. 이 경우는 사실과 ‘음모설’이 반쯤 뒤섞인 형태기는 하다. 1978년 8월 26일 재위에 오른 교황 요한 바오로 1세는 한달  뒤인 9월 28일 서거했다. 바티칸이 발표한 사인은 수면 중의 심장마비였다. 자연사라는 것이다.

그러나 곧바로 바티칸을 개혁하려던, 특히 재정상황에 대해 대수술을 감행하려던 새 교황을 바티칸의 보수파들이 암살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관련된 인사들의 구체적인 이름이 거론되고 정황이 폭로매체를 통해 공개될 정도였다. 그러나 사실여부는 확인된 것이 없다.

이 이야기는 그대로 <대부> 3편에 옮겨졌다. 이외에도 마피아와 관련된 크고 작은 사건들이 영화 속에 자리잡고 있다.

* * *

마피아에 관한 많은 것들은 지금도 베일에 쌓여있다. 가장 큰 수수께끼는 도대체 ‘마피아’가 무슨 뜻이냐는 것이다. 일설에는 1200년대 프랑스 점령자들에 대항해 싸우던 시칠리아 반란군들이 “이탈리아는 프랑스인들의 죽음을 원한다”라는 말의 앞글자를 따서 만든 것이라고도 하고, 19세기에 공화주의 행동파들이 “마치니는 절도, 방화, 독살을 인정했다”는 자신들의 비밀구호 앞글자를 따서 만든 암호라고도 한다. 아랍어에서 기원한 시칠리아 방언 ‘마피우수’가 변형된 것이라고도 한다. 그 뜻은 ‘멋진’, ‘아름다운’ 이다.

영화 <대부>가 조직범죄를 너무 ‘멋지고’, ‘아름답게’ 그렸다는 비판은 개봉당시부터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지만 이 영화는 나름대로 이탈리아계 미국 마피아의 역사적 실체에 근접하기 위해 노력했다.

영화학자들과 평론가들은 <대부> 3부작이 단순히 갱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공식적인 역사의 뒤에 가려져있던 미국의 역사를 ‘복원’했다고 평가했다. 3편으로 이어지는 동안 이 영화는 지금의 미국을 만든 것들을 거의 모두 보여주고 있다. 이민, 이민에 기반한 도시 뉴욕의 형성, 조직폭력의 형성과 분화, 이들과 결탁하는 정치인과 경찰, 사회 부패, 도박 산업, 연예유흥산업, 전쟁을 통한 돈벌이, 그리고 노동운동까지, 자본주의 미국의 부침을 그대로 보여준다.

특히 이민자들에 의해 시작된 노동운동과 이민자들에 의해 유입된 조직범죄가 서로 반목하다가 결국 융합돼버리는 미국 역사의 비극은 눈여겨 볼만하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 한 평론가는 <대부>(특히 2편)를 놓고 마르크스의 <자본>을 영화화한 것이라고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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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할리우드와 서구인들의 일본 판타지
2006년 05월 17일 (수) 10:47:32 장석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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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박..

수박..
수박(1).JPG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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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남성의 短命은 짝짓기 경쟁 결과

또다른 진화 이야기

 

과학> 남성의 短命은 짝짓기 경쟁 결과
[연합뉴스 2006-05-12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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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세계 어디서나 남성의 수명이 여성보다 짧은 것은 남성들이 짝짓기 경쟁을 위해 위험하고 무모한 행동을 감행해 온 오랜 진화의 결과라는 연구가 발표됐다고 과학 웹사이트 라이브사이언스 닷컴이 11일 보도했다.

미시간 대학의 대니얼 크루거 박사 등 연구진은 휴먼 네이처지 최신호에 발표한 연구 보고서에서 현대의 남성은 옛날처럼 완력을 과시할 필요가 없어진 대신 여성의 환심을 사기 위해 물질과 사회적 지위를 추구하느라 기력을 쏟아 수명이 단축된다고 지적했다.

연구진은 숫양들이 서로 머리를 들이 받으며 싸우고 수컷 새들이 화려한 깃털을 뽐내는 등 암컷을 차지하기 위한 행동에는 엄청난 에너지가 소비된다면서 막 성년기에 이른 13살 무렵 침팬지들의 사망률이 갑자기 높아지는 현상을 예로 들었다.

이들은 이런 자연선택 체계에서 진화의 결과 최상의 유전자가 살아남는 방향으로 특성이 형성되지만 이는 때로 개체에게 손해를 입힐 정도라고 지적했다.

오늘날 인간 남성의 경우 매력적인 여성의 마음을 끌기 위해 다른 남성과 몸싸움을 벌일 필요는 없지만 성적으로 성공해야 한다는 압박감 자체는 수천년 전이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이고 다만 방식이 바뀌었을 뿐이라는 것이다.

크루거 박사는 "몽둥이 싸움에서 이기는 과거의 능력은 지금은 멋진 SUV 자동차를 살 수 있는 능력으로 대체됐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또 짝짓기의 압력은 성년기 시작 무렵에 가장 강하며 이에 따른 젊은이들의 무모함이 바로 인류 사회제도의 기초가 됐다면서 청년들이 전쟁터에서 앞장 서는 현상이 그 대표적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개체에게 이롭지만은 않은 행동들 가운데는 흡연이나 난폭운전, 폭력 등이 포함되는 것으로 지적됐다.

한편 사회적 지위가 낮거나 짝이 없는 남성은 위험한 행동을 할 가능성이 더 큰것으로 밝혀졌으며 낮은 사회적 계층에 속한다는 사실은 여성보다는 남성의 수명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통계자료도 있다.

youngnim@yna.co.kr

(끝)

<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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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뭇 여성은 남의 남자를 탐낼까

첨듣는 얘기다.

 

왜 뭇 여성은 남의 남자를 탐낼까
[시사저널 2006-05-18 09:56]    
여성들이 카사노바에 농락당하는 것도 ‘모방’ 탓이다. 위는 영화 사진.
지난 5월3일 영화배우 이병헌씨가 일본에서 한류의 역사를 새로 썼다.도쿄돔에서 가진 팬미팅 행사에 4만2천명이 몰려들어 신기록을 세운 것. 대부분이 중년 여성이어서 일본 남성들은 ‘여자들이 할 일이 없어서...’라고 비아냥거렸을 테고 한국 남성들은 ‘잘 생기고 볼 일이야’라고 괜스레 우쭐댔을 것이다.

이러한 한류 현상은 여러 각도에서 신중히 분석해야 되겠지만 생물학적으로는 ‘암컷 선택(female choice)’의 차원에서 설명이 가능하다.1871년 찰스 다윈이 제창한 암컷 선택 개념은 동물의 암컷이 노랫소리, 꼬리의 길이 또는 몸 색깔과 같은 수컷의 특이한 형질에 따라 짝짓기 상대를 고르는 것을 의미한다.

청개구리의 암컷은 가장 큰소리로 가장 자주 노래하는 수컷에 더 끌린다.아프리카 초원을 날아다니는 천인조 암컷은 긴 꼬리의 수컷을 짝으로 선호한다.새와 물고기의 경우 몇몇 종의 암컷은 동료가 선호하는 수컷을 덩달아 좋아하는 것으로 밝혀졌다.좋은 예는 서인도제도의 트리니다드 토바고에 서식하는 관상용 열대어인 거피(guppy)와 미국 서부에 사는 뇌조이다.

거피는 시냇물에 따라 몸의 빛깔이 변하는데 암컷은 밝은 오렌지 색깔을 지닌 수컷을 가장 좋아한다.몸 빛깔이 밝은 수컷일수록 암컷을 보호하는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이다.그러나 다른 암컷이 덜 밝은 빛깔의 수컷을 선택하는 광경을 보고 덩달아서 그런 수컷을 짝으로 고르는 모습이 실험을 통해 확인되었다.

뇌조 암컷들은 레크(lek)에 모인 수컷 중에서 짝을 고른다.레크는 ‘놀이’를 뜻하는 스웨덴어이지만 동물행동학에서는 사슴·박쥐·나비 등이 모여 구애하는 장소를 일컫는다.뇌조 수컷은 레크에 모여 암컷에게 자신의 능력을 과시하는데, 암컷은 백화점에서 물건을 고르는 여인네처럼 수컷을 찬찬히 살펴본 뒤에 마음에 드는 녀석 앞에 엎드린다.그럼에도 가장 운이 좋은 수컷은 암컷의 80%까지 독점한다.일단 몇몇 암컷이 한 수컷을 선택하면 나머지 암컷들도 뒤를 따라 한 마리의 변강쇠에게 경쟁적으로 몸을 헌상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모방은 암컷 선택에서 이득이 많다.다른 암컷의 판단을 활용하면 적합한 상대를 신속히 고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만큼 절약된 시간으로 먹이를 구하는 등 생존에 보탬이 되는 활동을 할 수 있다.

동물들, 다른 암컷 판단 활용해 신속히 짝 골라

사람은 동물과 달리 자유의지가 있기 때문에 이성을 고를 때 타인의 선택 기준을 감안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그러나 여자들 역시 거피나 뇌조의 암컷과 마찬가지로 남을 흉내내어 짝을 고르는 경향이 나타난다.모방하는 능력이 인간에게 부여되지 않았다면 학습을 할 수 없다는 측면에서 다른 여자가 매력을 느낀 남성에게 관심을 갖는 것은 인지상정일 터이다.

거피와 같은 미물도 짝을 고를 때 동료의 행동을 참작하는 지혜를 발휘하는데 하물며 만물의 영장인 인간이 그러지 말란 법이 없지 않은가. 남의 남자를 유혹하고 싶은 여자들의 심리는 생식 전략의 관점에서 보면 하등 문제될 것이 없는 듯하다.

이러한 여성의 모방 심리를 이해하지 않고서는 왜 카사노바를 닮은 사내들의 엽색 행각에 수많은 여자들이 속절없이 농락당하는 어처구니없는 사건이 끊임없이 신문 지상에 폭로되는지, 왜 박지성 선수와 같은 스타들이 별안간 수많은 처녀들이 선망하는 일등 신랑감으로 부상하는지 알 수 없을 것이다.

총각 시절에는 여자들의 눈길을 받지 못하다가 결혼식을 마치고 나서 주변 처녀들로부터 인기를 끌게 된 유부남들은 자신의 손가락에 낀 결혼반지에 감사해야 할지 모른다.뜻밖의 인기는 반지가 여자들의 짝짓기 모방 심리를 유발한 결과일 터이니까.

- ‘자유만큼 책임을 생각하는 언론’ ⓒ 시사저널 sisapres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인식(과학문화연구소장 · 국가과학기술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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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런 트럭 꼭 있죠

저런 트럭 꼭 있죠
2006-05-17 00:13 | VIEW : 196


독자 'foo'님이 '교통사고'라는 제목으로 제보한 동영상입니다.
대형화물차 한대가 차선을 바꾸려고 하자 바로 옆에 지나던 차 한대가 급히 핸들을 돌리는 바람에 길을 지나던 사람들을 치게 되는 내용입니다. 차도 옆에 달린 CCTV에 촬영된 것으로 보이나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독자 'foo'님은 "피하려다 대형사고 …"라는 짤막한 코멘트외에 별다른 설명을 하지 않았습니다. 어느나라에서 일어난 사고인지 명확한 설명도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단지 야후에 링크된 동영상만 출처로 남겼습니다.

영상의 후반부에 'Use La PASARELA'란 문구가 나옵니다. 'PASARELA' 키워드를 검색해 보아도 별다른 정보가 나오질 않습니다. 무엇을 뜻하는 것인지 이 영상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출처: http://kr.img.dc.yahoo.com/b13/data/dci_mvbiza/voetgangers[1].wm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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