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7/19

from 아무그리나 2007/07/19 23:21

비가 내렸다. 오늘은 제법 내렸다. 오전엔 라헬씨의 체불임금을 받기 위해 사업장을 방문하였다. 다른 이주노동자들처럼 라헬씨도 자기자신을 방어하기 위한 표현에 서툴다. 그리고 자신의 정당성만을 주장하지 구체적인 근거를 들어 자신의 정당성을 입증하지 못한다. 반면에 사업주는 유창한 말로 자신의 정당성을 주장한다. 라헬씨가 불량을 너무 많이 내서 오히려 손해를 더 보았다고 한다. 불쌍하다는 생각때문에 4개월 넘게 데리고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제 와서 이러니 정말 억울하고 열받는다고 한다.

라헬씨가 받지 못한 돈은 마지막 달 열흘치 급여 40만원이다. 그리고 그 전달에는 불량 나온것에 대해 20만원을 공제했다고 한다. 그것은 라헬씨가 스스로 원한 것이기도 하다. 누구 말이 정확한 지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 서로 같은 현상에 대해서도 다르게 이해하기 마련이니까. 특히 노자관계에서는 더더욱이 그렇다. 그런데 정말 이상한 것은 불량을 그렇게 많이 내는데도 4개월 넘게 라헬을 데리고 있었다는 것은 어쨌든 회사가 입은 손해가 그리 크지 않았고 오히려 이득이 있었기 때문은 아닐까. 그리고 노동자가 낸 불량은 노동자만의 책임일까? 4개월 동안 계속 불량을 내었다면 그건 관리감독의 책임도 크다고 할 수 있지않나? 이런 이야기들을 더 해주지 못하고 돌아선 것이 조금 후회된다. 그리고 라헬을 조금이나마 의심하고 불신했던 것도 후회된다. 무조건적으로 노동자편을 든다는 거...그거 정말 힘든일이라는 걸 뼈져리게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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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7/19 23:21 2007/07/19 23: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