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찌인 했던 춘천 삼악산행..

* 이 글은 현근님의 [강촌 삼악산행 사진들..]산오리의 '오랜만에 삼악산행' 에 관련된 글입니다.



설마 설마 했는데 결국은 산오리 차에 탈 인원이 넘쳐 내 차를 같이 움직이는 걸로 결정본바, 22일 아이 생일상을 부랴부랴 챙기고 세차장가서 오랫동안 묶은 때까지 벗기는 수고까지 하고 겨우 시청으로 떴다.

 

술라가 첫번째 타자로 나타나서 나를 반갑게 했으며 조수석을 자청하며 운전하는 나를 즐겁게 해준다고 했다. 얼마나 고마운지...(나같으면 크고 넓은 새차, 산오리차를 탄다고 했을텐데...^^)

현근 가방이 무겁길래 맛있는거라도 잔뜩 싸왔냐고 물었더니 아니나 다를까 귀하고 귀한 카메라가 들었다고 한다.  역시 현근도 주저 않고(?) 내차를 탔다.  움직이는 내내 한번도 산오리 차의 사람들이 자리를 바꿔주지 않아 끝까지 좁은 내차에서 고락을 함께한 귀염둥이..

산오리, 행인이 왔고, 뻐꾸기, 야옹이가 늦게 오는 바람에 아예 장보러 갈 롯데마트 서울역으로 오라고 했다.  드뎌 다 모임. 출발~!

 



원래 앞당긴 내 생일파티를 한다고 공고를 했으나 먹을것은 챙기지 못했다. 저녁 8시까지 시청으로 가야 한다는 압박이 컷던지 미쳐 싸놓았던 몇가지마저 빼놓기 일쑤였고...생일파티 한다는 사람이 먹을것도 안싸왔냐는 타박까지 받아가며 미안한 맘으로 장을 봤다..

 

오랜만에 뻥뚫린 밤길을 신나게 달렸다.  새터쯤 지나는데 갑자기 앞차가 속도를 낮춘다.  무슨 일인가 하고 같이 속도를 낮추다가 다시 엑셀을 밟았는데 무언가 덜컹하는 소리가 나더니 술라는 옆에서 개를 밟았다고 한다. 헉~! 그럼 내가 개를 치고 그냥가는 뺑소니가 된건가..하튼 누가 볼새라 정신없이 밟았다..키로수가 100을 넘어가니 차는 무리가 온듯 삐리리~ 하면서 소리까지 내기 시작했다.  전화소리인줄 알았더니 아니었나 보다.  술라는 무서웠던지 암말도 못하고 간혹 "천천히 좀 가라!"하고는 만다.  

 

졸음운전을 불사할 정도로 달리고 달려 드뎌 우리가 묵을 민박집에 도착..먹을것을 풀고 사가지고 간 케익에 불 붙이고, 노래 부르고, 산오리가 선물로 사온 기억나지 않는 이름의 와인을 따라 먹고..족발에 삶은 오징어에 해물탕에..떡에..딸기에..그야말로 진수성찬이 펼쳐진다. 조금 먹더니 술 안먹는다는 행인, 산오리와 졸립다던 뻐꾸기는 먼저 누웠고, 현근, 술라, 야옹이, 나는 갖가지 수다를 떨며 술잔을 비웠따.  물론 그 네명중에 내가 젤 먼저 쓰러졌고..

 

부지런한 산오리는 역시 아침을 준비 했고, 산책갔던 행인은 남겨놓은 밥한그릇과 누룽지까지 깨끗이 비웠다. 

 

산행은 예전에 갔던 기억일랑 싸그리 없고, 완전히 절벽끝에 매달린 기분으로 올라갔다. 이렇게 험한줄 알았다면 삼악산을 추천하지 않았을텐데...후회막심! 헉헉 거리며 오르는데 드뎌 한계에 도달한 뻐꾸기까지 합세하며 이런저런 이바구를 열심히 풀었다. 우리가 푼 이바구는 단연 육아문제와 남녀 평등의 문제가 반 이상을 차지 했고..정상에선 어제 먹다 남은것들과 간식꺼리가 여전히 푸짐했다.  산에서 먹는 술맛이 이렇게 좋을줄 몰랐다는 뻐꾸기는 회심의 미소를 감추지 못한다.

 

슬슬 내려 오는데 현근은 역시나 잘난 카메라 셔터를 눌러 대기 바빴고, 이곳저곳 여유있게 둘러본 후 강촌에서 먹음직스런 닭갈비, 그리고 막국수를 먹다.  이것은 뻐꾸기가 쏜거였다.  번개친 기념으로... 밥까지 먹고 나니 서울로 갈길이 태산이다.  운전면허 있는(야옹이, 술라) 사람을 꼬셔서 대리좀 시킬까 했더니 다들 수동기어라 못한다며 도리질이다. 할수 없이 긴장 풀린 몸으로 핸들을 잡는다...막히지 않은 길이 좀 나와 엑셀을 밟는데 졸리는 몸을 가눌수가 없다.  산오리에게 전화걸어 구호요청.  조금만 자다가 가자고 했다.  휴게실에 급히 차를 세운 후 나를 빼고는 대책회의(?)를 했는지 어쨌는지 현근이 결론을 말한다.  술라가 산오리차를 운전하고 산오리가 내차를 운전하기로 했다고..그리고 나는 술라 옆에서 자는것으로..ㅎ

 

아....정말 까딱 졸았으면 내차에 탄 목숨을 담보 할 길이 없었을텐데...정말 다행이다 싶다. 그리고 산행후 피곤한 몸으로 운전 한다는게 이렇게 힘든거구나를 연발 하면서 자청한 산오리에게 무한한 경의를 마구마구 보낸다.  그렇게 막히는 새터를 뚫고 거의 서울에 다와서와 챈징 해주다니 정말 매너 짱이다. 

 

날씨까지 기가 막히게 좋았던 이번 산행은 여유 만만 스릴만만 재미만만한 완벽한(?) 산행이었다고나 할까?  같이 못간 사람들 약좀 바짝 올려주려 더 흥미진진한 포스팅 해야 하는데 요정도로 끝!

 

 

사족>뻐꾸기를 다시 보다.  보육노조 주점에서 그 점잖고, 교양있던 분위기는 다 어디다 팔아 먹었는지 완전히 180도 바뀐 그의 언행에 나는 속으로 다시한번 그놈의 선입견에 돌팔매질을 하다..너무너무 재밌고, 말 잘하고, 유머 있고, 꾸미지 않은 그 모습이 아직도 나의 머리에 생생히 살아 있음을...그리고 주저 없는 통역(?)에 감사를 전함.  이상..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