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군밤에 관련된 일화..

ScanPlease님의 [이 밤] 에 관련된 글.

군밤! 하니까 갑자기 너무도 생생하고, 가슴아프게 남아 있는 일화가 생각났다.  나는 그날 정말이지 죽고 싶을 정도로 배가 아파서(샘이 나서) 그 이후론, 길가에 군밤 장수 리어카가 있는것만 봐도 열이 팍팍 받을 정도다. 

 

그때가 언제인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겠다.  그렇게 오래전 일은 아니라는것 밖에는...나는 군밤을 꽤 좋아하는 편이다.  특히, 요즘 많이 파는 단밤인지 뭔지 하는것 말고, 정말이지 알이 통통하고 매끌매끌하게 생긴 노오랗고 달콤한 진짜 군밤을 좋아한다.  그것을 한입 깨물었을때의 그 맛이란!  어쩌면 그렇게 달콤하고 입에서 사르르~ 녹는 맛인지...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감미로운 그 맛을 언제 나의 미각을 통해 뇌속에 담아 놓았는지는 잘 모르겠다.  암튼 상상만 해도 '군밤'의 맛은 죽여준다! 로 표현할 정도로 황홀한 맛이다.

  

 



길을 가는데 누군가가 군밤을 사서 자기 옆사람에게 주는 것이다.  너무너무 먹고 싶어서 한개 뺏어 먹었는데(물론 아는 사람임) 그 맛은 온데 간데 없고, 그 밤을 받은 사람이 그렇게 부러울 수 없는 것이다.  아니, 다시 말해서 군밤을 받은 그 사람이 너무너무 행복해 보이는 그 모습을 보니까 오히려 화가 나면서 그렇게 달콤하고 맛있는 군밤 맛이 싹 사라지면서 순간적으로 한사람이 떠올랐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같이 하고 싶어 하는지,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하는지,  무엇이 먹고 싶은지, 도무지 관심이 있는지 없는지 조차 헷갈리는 그런 사람과 같이 밥을 먹고 같이 잠을 잔다는게  과연 무슨 의미가 있나 싶을 정도로 비화되기 까지 하면서 막 비교가 되는것이었다.  비교의 대상이 왜 그 사람 이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 두 사람이 오버랩 되면서 내 인생이 참으로 서글프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러면서 나에게도 한봉지 사준다면 순간적인 서글픔은 금새 눈녹듯이 사라질것 같은 아주 비열한 마음까지 불쑥 생겼는데, 들킬까봐 조마조마 했다. ㅎ 

 

물론, 아주아주 사소한 일일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순간순간 사소한 에피소드 속에서 오는 작은 기쁨과 행복에 큰 비중을 두고 사는 사람이다.  우리가 사는 하루하루가 얼마나 건조함의 연속선인데, 이 작은 행복마저 제껴 두고 산다면 과연 무엇에 행복을 느끼며 살 수 있을까 라는 여전히 감상의 굴레속에서 허우적 거리면서 사는 철이 안든 사람인가 보다.

 

오늘 스캔플리즈의 군밤 포스팅을 보니 그날의 일이 떠오르면서 여전히 내겐 아프기만한 그 기억이 갑자기 나를 센치하게 만들었다.  눈물이 난다...쩝~  군밤은 역시 직접 사먹는것 보다 같이 길을 걷다가 불쑥 내미는 그것이야말로 일품일 것이다.  군밤 먹고싶당!! 흐~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