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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백석시인의 글

 

산(山)

 

                                                              백석


머리 빗기가 싫다면

이가 들구 나서

머리채를 끄을구 오른다는

산(山)이 있었다

산(山) 너머는

겨드랑이에 깃이 돋아서 장수가 된다는

더꺼머리 총각들이 살아서

색씨 처녀들을 잘도 업어간다고 했다

산(山)마루에 서면

머리 언제나 늘 그물그물

그늘만 친 건넌산(山)에서

벼락을 맞아 바윗돌이 되었다는

큰 땅쾡이 한 말

수염을 뻗치고 건너다보는 것이 무서웠다

그래도 그 쉬영꽃 진달래 빨가니 핀 꽃바위 너머

산(山) 잔등에는 가지취 뻐국채 게루기 고사리 산나물판

산(山)나물 냄새 물씬물씬 나는데

나는 복장노루를 따라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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