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2015 삼일절 마라톤] 저체온증으로 봄을 맞다

오늘 춘천은 매우 추웠다.

어제 비가오고 나서 날이 따뜻해 질것이라고 한 일기예보는 역시나 빗나갔다. 꽃샘 바람인지 불어제끼고, 눈발조차 날렸다.

어제 너무 긴장을 하여 잠을 제대로 못잤는데, 멀리서 친구분들이 벌써 도착했다고 했다. "아풀사" 하면서 일단 뛰어나가 친구들을 맞이하고, 해장국을 나눠먹으면서 오늘 뛸 일을 논의했으나 별 뾰죽한 수는 없었다.  어짜피 누가 내대신 뛰어주랴? 내가 뛰어야지......

나도 모르게 오늘만 하프를 포기하고 10km만 뛰자고 얍삽한 생각을 하기 시작하니, 도무지 하프를 뛸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 나는 옷을 갈아입으면서 오늘 날씨를 잠시 잊고는 매년 하던대로 여름용 그믈 나시티에 짧은 반바지를 입고 나섰다. "얼마를 달리면 몸이 더워지니까 옷이 거추장스러울꺼야!"라고 중얼거리면서 출발선에 섰다. 출발선에 선 대부분의 사람들은 긴팔에 긴바지를 입고 있었고, 심지어 오리털 잠바까지 입고 있었다. 그래도 나는 내가 왕년에 마라톤을 몇년을 했는데, 달리면 더워질꺼야!! 하고 출발총성과 함께 달려나갔다. 뒤에서 달리던 사람들이 "왜 옷을 안입었냐?" "안춥냐?"고 물으면서 간다. 출발한지 한참이 지나도 몸이 더워지기는 커녕 오그라들기 시작했다. 양쪽 어깨죽지가 시리다 못해 아파오기 시작했고, 두 손에 감각이 없어졌다. 달리기의 속도는 점점 느려지고, 체온은 점점 더 떨어져 가는 것 같았다. 반환점을 지나서는 거의 걸었는데, 주위에 걷고 있는 마라톤 참가자들이 많아서 미안한 마음은 조금 덜했다. 간신히 달리기를 마치고 사진이고 뭐고 다 둘째치고 우선 옷을 입고 눕고 싶은 마음 뿐이었다.

오늘 오신 선배님의 말씀처럼 이제 정말 달리기를 해서 건강을 지켜야할 시기이다. 한번 잃은 건강을 회복하기엔 너무 많은 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명심해야겠다.

오늘은 봄을 맞아 겨울 옷을 벗어제끼고 거리에서 온몸으로 봄을 맞았다는 데 큰 의의가 있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