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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시골부부의 토마토자루

트랙팩님의 [성폭력 생존자에 관한 지지와 연대] 에 관련된 글.

 

어느 시골부부의 토마토자루

 


 

나는 며칠전에 한적한 춘천 시골길을 걷고 있었다. 한 아주머니께서 토마토를 한자루 들고 가시는데, 꽤 무거워보였다. 그 옆에서 가시는 분이 남편인가 싶었는데, 빈손으로 그냥 옆에서 털레털레 지나가고 계셨다. 그 아주머니는 토마토자루를 어깨에 걸머매지도 못하시고, 마땅히 끌고 갈 바퀴달린 도구하나 없이 당지 두 손으로 자루를 움켜지고 엉거주춤 엉덩이를 뒤로 뺀채 걷고 계셨다. ‘그러다가 허리다치실라......’ 걱정이 되어서 나는 지나가다 다시 지나온 길을 뒤돌아보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옆에 가시던 아저씨께서 토마토자루를 건네받는가 했다. ‘옳거니, 토마토자루를 남편분이 어깨에 메고 가실려고 하나보다.....’ 아풀싸! 그런 생각을 막 하고 있을 찰나에 다시 토마토자루는 아주머니의 머리위로 올라가고 있었다. 그 남편분은 잠깐 토마토자루를 들어서 아내의 머리위에 올려주기위해서 도와주었던 것이다.


이렇게 한적한 시골길에서 평화로운 풍경과 나무와 풀과 산들이 어우러진 이 곳에서 아주 평범해보이는 이 그림이 나에게는 왜 이렇게 분노감을 느끼게 했을까? 이 작은 시골길에서 보여진 이 작은 일이 바로 우리사회의 전체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는 않을까 생각되었다. 그렇다, 바로 이 모습이 이시대의 남성과 여성의 모습이다. 남성은 여성의 시대적 억압과 굴레를 알지 못한다. 아니, 알려고 하지도 않는다. 그 여성억압의 상징처럼 느껴지는 토마토자루는 언제나 여성에게 있다. 여성의 손에, 여성의 머리위에...... 남성은 토마토자루를 다시 그 여성의 머리위에 얹어놓음으로써 여성에게 여성의 문제를 또 전가하고 있다. ‘토마토자루는 내것이 아니야. 네것이니 니가 알아서 해. 나는 단지 너의 짐을 너에게 다시 올려줄 뿐이야’


나는 이시대의 남성이 다 이러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 그런데 뭐가 잘못이야? 나는 적어도 다른 더 나쁜 일은 안하잖아’ 그런데, 이런 생각과 의식조차 자본주의의 때에 쩔어있는 것이며, 자본주의의 굴레속에 스스로를 가두어두고 있는 것이다. 남성들이 본인은 적어도 성폭력은 안하니까 면죄부를 달라고 한다면, 그것은 바로 성폭력 그 자체보다도 더러운 자본주의의 때에 찌들어있다고 말하고 싶다. 살인적인 폭력만이 폭력인가? 우리가 알지못하는 사이에 저지르는 무수한 자본주의적 굴레들, 그것들이 바로 우리가 닦아내고, 벗겨내여야 할 요소들이다. 우리의 세상은 이러한 자본주의적 의식요소들을 하나하나 걷어내고자 하는 것이 아닌가?


특히 자본주의적 굴레속에 찌들어있는 인간들은 자본가계급과 소부르조아들일 것이다. 의식있는 노동자계급은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지 않을 것이다. 왜? 의식있는 노동자계급은 노동운동을 하느라 바쁠것이며, 더 좋은 세상을 동지들과 이웃들과 여성들과 아이들과 또 노인들과 나누어 가지려고 노력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우리안에서 또 우리주변에서 우리의 동지들에게도 자본주의적 나쁜 관습들이 남아있을 수 있다. 우리는 현사회에서 미래의 사회를 완벽하게 살아갈 수 없기 때문이다. 아니, 그러한 요소가 없다는 것이 이상할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끊임없이 매일매일 정진을 통해서 나의 몸안에 남아있는 자본주의적 요소들을 벗겨내려고 하는 것이 아닌가?

 

나는 남성들이 우선적으로 이러한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나는 현재 이시기에 남성들이 반성하고 의식화되는 것은 당연히 필요하며 그것은 매우 절박하게 요구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이 바로 남성들에겐 기회일 수 있다. 본인들도 어렴풋이 느꼈지만, 그냥 무시하고 지나갔거나 하는 자본주의적 습관들을 떨쳐내는 것 말이다. 현재 사회는 자본주의사회이다. 이것을 부정할수도 없다. 우리의 현재의 모습도 바로 현사회를 반영하는 것이므로 우리도 한계가 있었다. 이제라도 늦지 않았으니, 이제 서로 서로 반성하고 쇄신을 하자!고 말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자. 이러한 모습들은 현재 급박하게 돌아가는 정세에 대한 긴박한 대응을 절대로 늦추지 않을 것이며, 오히려 여성들과 함께 할 때 더욱 더 운동은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여성들은 지금보다 훨씬 당당하게 매일 매일의 정치운동과 노동운동을 통해서 자신을 더욱 발전시켜나가자. 인구의 반인 여성들이 자신의 타고난 능력에 비해서 자신을 발전시키지 못한다면, 이는 어느 시대를 가더라도 낭비일 것이다. 여성들은 남성들과 동등한 위치에서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자신의 정치적운동을 지속해 나가고 그 속에서 존경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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