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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1. 2007/02/21
    버스를 타면 나는 시인이 된다(2)
    별똥별
  2. 2007/02/21
    낯선 여행
    별똥별
  3. 2007/02/21
    부질없는 것들
    별똥별
  4. 2007/02/15
    다시 처음 _ Edit by 강도하(1)
    별똥별
  5. 2007/02/06
    바람의 눈을 보려면...
    별똥별
  6. 2007/02/04
    욕 심
    별똥별
  7. 2007/02/04
    일곱살 아이와의 데이트(4)
    별똥별

버스를 타면 나는 시인이 된다

 

맛깔난 언어가 매력인 어느 시인이 쓴

버스이야기를 읽고 난후 부터

나도 버스를 타고 출퇴근하면서 시인흉내를 내본다

 

이른 아침 또는 늦은 밤

집과 사무실을 오고가면서

때로는 선 채로, 운 좋은 날은 앉아서

정류장마다 오르고 내리는 사람들 보면서

그네들 삶의 이력을 상상하면서

시를 쓴다

 

한껏 멋을 부려도 결국 교복에 갇힌

아이들을 보면서 내 어린시절 떠올리고

얼굴 가득 주름 패인 어르신들의

고단한 몸뚱이에서 나 역시 늙어질 것을 알고

맨뒷자리 몸을 붙여 앉아 제 짝의 손을 꼭 쥔

미혼의 한쌍을 훔쳐보며 나 또한 만들어 왔을 

사랑의 흔적을 더듬어보기 수줍어 미소짓는다

 

그러나 결국 돌아서 곱씹는 것은 

심장과 폐속 깊은 곳에서 두드리는

자신과의 대화와 반성 그리고 연민이다

 

포장된 길을 가면서도 울렁증이 생기고

만원버스 매캐한 기름내에 뿌연 매연 먼지가

코끝을 간지르면 멀미를 토해내듯  

머리속 뒹굴던 낱말들을 조립했다 부수기 여러번

 

목적지에 도착해 빨간 벨을 누르는 순간

나프탈렌 향처럼 흔적없이 사라져도

사춘기 문학소년시절 습작노트를 꺼내듯이 

오늘도 버스에 올라 얼치기 시인이라도 되본다



그 작고 하찮은 것들 / 안도현



버스를 기다려 본 사람은
주변의 아주 보잘 것 없는 것들을 기억한다

그런 사람들은 시골 차부의
유리창에 붙어 있는 세월의 빗물에 젖어
누렇게 빛이 바랜 버스 운행 시간표를 안다

때가 꼬질꼬질한 버스 좌석 덮개에다
자기의 호출번호를 적어놓고
애인을 구하고 싶어하는 소년들의 풋내나는 마음도 안다

그런 사람은 저물 무렵 주변의 나무들이 밤을 맞기 위해
어떤 빛깔의 옷으로 갈아 입는지도
낮은 굴뚝에서 피어오르는 밥 짓는
저녁 연기가 어떻게 마을을 감싸는지도 안다

그리고 기다리면 기다릴수록 버스는
천천히 오거나 늦는다는 것도 안다

작고 하찮은 것을 기억할 수 있는 사람은
분명 가슴이 따뜻한 사람일 것이다

 

열심히 산다는 것 / 안도현



산서에서 오수까지 어른 군내버스비는
400원입니다

운전사가 모르겠지, 하고
백원짜리 동전 세 개하고
십원짜리 동전 일곱 개만 회수권 함에다 차르륵
슬쩍, 넣은 쭈그렁 할머니가 있습니다

그걸 알고 귀때기 새파랗게 젊은 운전사가
있는 욕 없는 욕 다 모아
할머니를 향해 쏟아 붓기 시작합니다
무슨 큰 일 난 것 같습니다
30원 때문에

미리 타고 있는 손님들 시선에도 아랑곳없이
운전사의 훈계 준엄합니다 그러면,
전에는 370원이었다고
할머니의 응수도 만만찮습니다
그건 육이오 때 요금이야 할망구야, 하면
육이오 때 나기나 했냐, 소리 치고
오수에 도착할 때까지
훈계하면, 응수하고
훈계하면, 응수하고

됐습니다
오수까지 다 왔으니
운전사도, 할머니도, 나도, 다 왔으니
모두 열심히 살았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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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여행

 

짧은 연휴 마지막 길은

KTX 환승 열차

 

벌 서는 아이 뻗은 팔처럼

일렬로 늘어 선 철길대로

정해진 수순인가, 빈틈없이 덜컹

덜컹대며 서울을 빠져나가면

 

늙어가는 소도시

허름한 역사를 지날 때마다

난 요절한 시인들의

짧은 시 한편씩 펼쳐 외웠다

 

때론 거친 잎도 마다못할

애벌레몸으로 꿈틀대며 견디다 못해

엉킨 실타래 풀듯

모질게 뽑혀져 나온 꼴이 서글퍼

 

내릴 곳 잊고 흔들리던 나그네는

저녁 어스름에 가려진 풍경을 위안삼고

 

시퍼런 멍보다 더 푸르렀던 젊은 날

붉은 깃발의 기억은 조각천으로 잘게 부서져

차장 밖 늘어선 가로등 따라 

주홍빛 꽃잎되어 하나 둘 피어날 즈음

 

기적소리  없는 KTX 환승열차

산허리 돌 때마다

뼈마디 부수는 비명으로 덜컹

덜컹대며 정해진 철길위로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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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질없는 것들

 

 다짐과 약속이 거듭되어서 쌍이더니

 그 무게로 짓이겨진 내 어깨를  본 순간

 

 

 참 사는게 부질없다 느껴지는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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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처음 _ Edit by 강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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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눈을 보려면...

[바람의 눈을 보려면]
 
 
 

하늘을 나는 짐승은

제 몸이 가벼워

바람에 실리는 거라 착각한다

 

그러나

무거운 몸뚱이가

파란 그림자로 뜨려면

견딜 수 있는 만큼

뜀박질을 해야한다

 

그제서야

마지막 숨은 그림 찾듯

바람의 눈을 보게 된다

 

날지못하는 들짐승은

가질 수 없는

날개를 그리워 한다.

 

쉼없이 달려도

가슴 양쪽

폐가 모두 너덜해져도

지친 땅이 발목 붙잡은 걸 모른다.

 

외다리 박힌

수아비처럼 양팔 뻗으며

그저 없는 날개만 탓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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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 심

담배연기처럼

헝클어져 날아오르다

하늘의 끝자락도

건드리지 못한 채 흩어져버린

청춘을 욕해 무엇하랴

 

순결한 종이는

덧칠된 붓자국 따라

흠뻑 먹색깔로 변하더니

금이 가고 하얀 살을 드러내더라

 

바닥에 꽂힌 깃대는

날개 짓으로 퍼덕여도

깊게 얽혀진 욕심때문에

잔뿌리가 움겨쥔 흙덩이만큼

무겁게 흔들리지

 

그래

바닥만 보고 걸어도 

잡아채는 돌뿌리를

피하지 못해 

서럽다 눈물 흘린들

떠나갈 사람 매달지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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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살 아이와의 데이트

영화표를 끊고나서

백화점 광장을 달려나가는

아이의 모습을 본다

 

세상 가장 맑은 미소로

뛰놀다가도 아빠 있는 곳을

한번씩 확인하는 해바라기 웃음

 

눈가에 걸린 순수한 결정

저녁햇살로 모이더니

가지런한 옥수수 알갱이처럼 박혀온다

 

태어난 달이 늦어서   

또래들의 놀림받는 날

작은 몸뚱이로 울면서 들어오길 몇번

 

'네 몸엔 아름다운 씨앗이 있어

그게 자라면 씩씩한 어른이 된단다'

일러주자 그때서야 고개 끄덕였던 아이

 

이 여린 영혼이

큰 탈없이 커온 것에 감사하고

성년 되어 내 품을 벗어날 때까지

변함없이 평온하기를

 

혼돈의 세상

시기와 질투 그리고 경쟁이

거미줄로 엮이는 수많은 갈래에서

제 길 잃지 않고 커가기를

 

반나절을 단 둘이 보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안

잠든 아이를 보듬고 서로의 심장박동을

맞추며 기도했다

 

사랑하는 아이야

네가 앞으로 겪을 시련과 아픔도

나 같지 않기를

아니 조금 더 현명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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