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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풍역에서

지하실의 익숙한 곰팡내가 기차와 함께 도착했다가 순식간에 떠나간다

날마다 온수역에서 출발한 기차는 도착할 어떤 곳을 향해

수많은 역들을 꾸벅꾸벅 졸면서 지나간다

그곳에 어떤 이야기들을 남겨놓았을까

 

언제나 인생은 새로운 바람이 불어올 것처럼 느껴지지만

나에게 불어오는 바람은 신풍역 플랫폼에서 지하철과 함께

잠시 머무르는, 바로 앞 정거장의 바람들이었을 것이다

 

기차는 울지않는다

스크린도어 뒤에서 다만 사람들이 들을 수 없게

흐느끼고 있는지도 모른다

기차와 함께 온 그 바람들도 울지 않는다

애시당초 울음이란 아름다우면서도 아무것도

아무것도 해결할 수 없는 방식이었을테니

 

나도 울지 않았다

때로는 펑펑우는 날도 있었지만

졸면서 지나쳤던 무수히 많은 역들에서 나는 울지 않았다

 

신풍역 모퉁이 조그만 치킨집에서

조용히 미소띄운 나를 보며

그녀는 왜 눈물을 흘렸을까

 

기차는 조용히 신풍역을 출발한다

기차도 나도 지나가는 바람따위 붙잡지도 흔들리지도 않는다

다만 우리의 길을 갈 뿐이다

왜 나는 눈물 흘리지 못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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