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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슬슬 나올 때가 된 거 같아.

이런 말하면 주위사람들이 뭐라고 그러겠지만,

네가 언제는 안그랬냐고 마구 마구 반발할것도 같지만,

수감시절부터 내 관심은 "나"였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의도적으로 관심을 가지지 않으려고 했었고

내가 세상에서 어떤 위치인지 사실 성찰하지 않았고

내가 하는 여러가지 활동이 세상에 어떤 의미를 가지게 될지 고민하지 않았다.

 

그보다는 내 내면으로 철저히 파고들어보고 싶었다.

내가 누구인지,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알아보고 싶었다.

어떤 이들은 나의 눈에서 장난꾸러기 초등학생을 읽어가고

어떤 이들은 나의 입에서 수다쟁이 뻥쟁이를 들어가고

어떤 이들은 나의 손에서 감수성풍부한 문학소년을 만나고가고

어떤 이들은 나의 발끝에서 까불까불 촐싹대는 가벼운 사람을 느끼고갔다.

 

그 어떤 모습은 내가 아닌 모습은 없고 또 그렇다고

딱 내모습이라고 이야기할 수도 없다.

사실 나도 나를 잘 몰랐다.

 

'이용석'이라는 개인뿐만 아니라 '인간'이라는 개별적 존재에 대해서

그 심연까지 파고들고 싶었다. 그럴려면 실험체가 필요한데

뭐 빌리는데 돈도 안들고 마음대로 써먹을 수 있는 인간이 하나 있었으니,

바로 나 자신. 물론 표본으로 삼기엔 부실한 부분이 많지만 어쨌든...

한 개인의 밑바닥에는 무엇이 있는지. 인간은 과연 무엇으로 살아가는지.

나에게 신념이라는게 있는지. 자존심은 있는지. 사람이 얼마나 비굴해지고

추잡해질수 있는지... 얼마나 착해질 수 있는지는 실험체의 특성상

연구하기가 불가능했다.

 

그런데 이제 슬슬 밖으로 나올 때가 되었다는 신호가 온다.

누가 어디서 보낸지 모르는 정체불명의 신호지만.

그동안 파고들어서성과가 무엇이냐고 묻는 사람은 없지만 대답할 말도 없다.

나를 좀 더 사랑하게 되었다는 그런 상투적인 말조차도 나에겐 버겁다.

어쨋든 좀 답답하고, 그리고 갈수록 성격이 망가져가는 것 같고,

외로움을 부쩍 느끼게되고 이러면 안되겠다 싶다.

 

그리고 갑자기 지나간 세월의 길이가 느껴지는 만큼

무언가 내 인생도 한 단계 도약이 필요한 것 같고

그 도약은 내면으로 파고들기만 해서는 어려울것 같다고 살짝쿵 생각해본다.

 

내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어떤 내면을 형성하고 있는지

너무 거기에만 몰두하다 보니까 이제는 정말 세상이 어떻게 서로 만나고 헤어지는지

나는 세상과 어떻게 연결되어있는지 잘 감이 안온다.

다시 처음부터 배워가야하나보다. 조금 배우면 생각이 확 나겠지.

 

아무튼 그냥 좀 착하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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