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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을 극복하는 일

자전거를 타고 안양천을 따라 집에오다 보면 언제나 망설이게 되는 갈림길이 있다. 고척교, 다리위로 올라와서 경인국도를 타고 오는 길과 목감천의 자전거도로로 돌아오는 길, 두 갈래 길사이에서 나는 언제나 아주 잠깐이라도 망설인다. 경인국도의 장점은 시간. 고척교에서 우리집까지 경인국도는 거의 직선으로 쏴준다. 5km거리니 미친척하고 밟으면 10분정도면 된다. 하지만 이렇게 미친척하고 밟고 싶지는 않다. 온 몸이 땀으로 흠뻑 젖고, 심장은 귓가에서 소리보다 빠르게 두근거릴테니. 하지만 단점은 차와 함께 달리니 아무래도 무섭고, 특히나 남부순환로와 교차하는 오류IC는 차들이 어찌나 씽씽 달리는지 공포의 대상이다. 목감천으로 돌아오는 길은 약간 돌아서 시간은 더 걸리지만 자전거도로를 길게타서 안전하고 쾌적하게 달릴 수 있어서 좋다. 하지만 늦은 밤에 올 때면 이 길 또한 두려움에 가득찬 길이 되어버린다. 자동차들의 속도와 사고에 대한 두려움과는 다른 원초적인 두려움. 고요하고 시커먼 하천과 습하고 차가운 공기와 사람 허리까지는 자라있는 풀들(실제로 낮에 보면 무릎정도밖에 안자란)이 가장 원초적인 두려움을 자극한다. 결국 어느 길로 가든 두려움은 피할 수 없다. 야구는 두려움과의 싸움이라고 한다. 방망이를 거꾸로 잡고도 3할을 친다는 양준혁은 어느 인터뷰에서 가장 어려운 공은 빠른 직구라고 했다. 몸쪽으로 붙는 빠른 직구는 아무리 프로선수라도 두려움을 느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무릎으로 공을 본다는 최고의 선구안을 가진 장성호도 같은 맥락에서 가장 상대하기 까다로운 투수로 이혜천을 꼽았다. 빠르고 제구가 되지 않는 투수만큼 두려운 상대는 없다는 뜻이다. 이혜천이 마운드에 있으면 그냥 야구하기가 싫어진다고 한다. 한 편 2008시즌 기아를 상대한 팀들은 바로 다음 팀과의 경기에서 평균적으로 타율이 올랐다는 어느 야구광의 분석도 있었다. 빠른공을 던지는 선수가 많은 기아를 상대하면서 두려움을 어느정도 극복했기 때문에 다른 팀과의 경기에선 타율이 올랐다는 이야기였다. 부산의 롯데팬들에게 가을에도 야구하는 선물을 선사한 로이스터감독 또한 야구는 두려움을 극복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했다. 훌륭한 타자의 조건인 3할 타자는 10번나와서 7번을 실패한 타자다. 실패를 두려워하면 결코 좋은 타자가 될 수 없다고 한다. 또한 투수도 홈런맞을까봐 걱정하게 되면 자신의 공을 던질수가 없다고 인터뷰하였다. 아웃이 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홈런 맞을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 다시 돌아와서 인생 또한 피할 수 없는 두려움의 극복이 관건인거 같다. 피할 수 없다면 즐기면 좋겠지만, 즐길 수 있는 두려움이란 애시당초 두려움이 아니다. 그렇다고 극복이라는 단어로 쉽사리 해결되지도 않는다.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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