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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발

가끔식 너무나도 너무나도 현실적이고 구체적으로 세상이 느껴질 때는 왠지 이 지나친 현실감이 마치 환상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얼굴에 와서 감기는 서늘한 바람, 뒷 목을 따스하게 적시는 오후의 햇살, 계절로 가득찬 파란 하늘, 이 모든 것들이 따뜻한 살갗과 거친 숨소리보다 더욱 진짜처럼 느껴져 마치 나라는 존재는 갑자기 연기처럼 사라져버릴것만 같다. 오늘 낮에 완이를 잠깐 만났을 때, 죽음에 대하여 이야기를 했다. 인간답게 사는 것의 핵심은 결국엔 인간답게 죽는 것. 그런데 왠지 나는 인간답게 죽기보다는 한순간에 햇빛에 눈부셔서 돌아보면 사라져버리는 그렇게 사라지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다. 영화 빅피쉬에서처럼 물고기가 되어서 훌쩍 떠나버려도 좋다. 나를 둘러싼 세상을 가득채운 이 복잡한 일들 사이에서 나는 증발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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