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2008년, 서울 하늘

한숨처럼 새어나온 안개같은 것이 도시를 뒤덮었다. 아무리봐도 그것은 안개는 아니었다. 안개는 촉촉하고 포근하지만 그것은 퍽퍽하고 답답했다. 한숨보다 짙은 어떤 짜증같은 것이 도시를 감싸고 있었다. 벌써 며칠 째 이런 날씨가 이어지고 있었다. 해는 힘을 잃고 한 점 하늘도 물들이지 못한채 빨갛게 저물어가고 있었다. 강건너 희미하게 보이는 국회의사당의 둥근지붕만이 서럽게 떨어지는 해를 보듬고 있었다. 저 눈부신 태양을 두 눈 똑바로 쳐다볼 수 있는 날이 올 줄이야. 아마도 50년쯤 후에야 이런 일기를 쓸거라고 생각했다. 그때쯤이면 이처럼 흐릿한 시계가 안개때문인지, 내 눈의 노안때문인지, 다른 어떤 것 때문인지 분간할 수 없으리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문득 2008년의 서울을 살고 있는 것은 나 혼자뿐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의 시간만 2008년에 멈춘채 세상은 훌쩍 흘러서 사실은 지금이 2050년인지도. 어떤 이유에서인지 나의 시간만 2008년에서 머물러 있다가 이제 정신이 든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이 우울한 대기와 삭막한 도시가 이해가 된다. 내가 살던 시절의 가을 하늘은 도대체 너무도 아름다워서 시인은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고 노래했지 않았던가 강물은 여전히 29살의 내 얼굴을 비춰주지만 사람들의 눈에는 중년의 남성이 강물을 들여다보고 있는 풍경일지도 29살 그 시절 나의 친구들은 이 세상에서는 다들 어떻게 살고 있을까?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