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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과 글, 그리고 삶

말은 애시당초 믿을 것이 못된다 번지르르한 말을 늘어놓는 사람이나 과격한 말들을 쏟아내는 사람들은 대개의 경우 자기가 책임질 수 없는 말을 내 뱉는 것이다. 듣기 좋은 화려하고 아름다운 말들은 우리의 귀를 현혹시키고 생각을 마비시킨다. 물론 말 하는 것 자체가 커다란 의미가 되는 경우도 있다. 폭력의 피해자가 마침내 입을 열어 이야기하는 것은 그 자신에게도 그리고 사회에게도 매우 중요한 일일 수도 있다. 그러나 대게의 경우 말많은 사람들은 그리 진실되지 못한것이 사실이다(나도 말이 너무 많다. 어차피 내가 뱉어내는 많은 말들은 장난섞인 뻥 이어서 사람들을 현혹시키지는 않을테지만) 고통스러운 말을 목 밖으로 끄집어내기란 매우 어려운 일지만, 번지르르한 말이나 과격한 말들을 뱉어내기는 얼마나 쉬운가. 누구라도 말로써 스스로를 공산주의자로 만들수 있고 평화주의자로 만들수 있다. 하지만 그의 말은 아무것도 바꾸지 못한다. 처음에는 사람들이 그 사람의 말에 귀를 기울이겠지만, 모두 떠난 자리에서 말은 머물곳을 찾지못해 쓸쓸히 부유할 뿐이다. 글은 말보다는 신중하다. 말은 즉각적인 반응이다. 물론 평소에 깊은 사색을 해 온 사람같은 경우는 말자체가 하나의 삶일수 있겠다. 예수나 무위당 장일순 선생님이 책 한권 쓰지 안고도 지금까지 그 말씀이 이렇게 살아있지 않은가. 하지만 우리처럼 평범한 사람들의 경우는 동적動的인 소통방식의 '말'보다는 정적인 소통방식인 '글'이 훨씬 자신의 생각을 잘 드러낼 수 있다. 말은 내뱉으면 주워담긴 힘들지만 글은 내보이기 전에 얼마든지 수정을 할 수도 있다. 그래서 말잘하는 사람보다 글 잘쓰는 사람이 똑똑한 경우가 많다. 말을 잘하기 위해서 순발력과 재치 등이 필요하지만, 좋은 글을 쓰려면 논리적인 생각의 체계가 잡혀있어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난 글을 잘쓰는 사람을 믿는 것은 아니다. 사회를 바꾸는 운동을 하고자하는 사람들은(직업적인 활동가이든 아니든 간에) 하여간에 말을 할 일과 글을 쓸 일이 참 많다. 기자회견이니 토론회니 각종 회의에서 수다스럽게 떠들어야하고 각종 원고와 기사와 기고글들을 뽑아내야한다. 말 잘하고 글 잘쓰는 사람은 확실히 다른 사람에 비해서 훌륭한 무기를 가지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세상은 말과 글로 바뀌지는 않는다. 번지르르한 말은 처음에는 듣기좋아도 느끼한 버터마냥 금방질리기 마련이고, 대책없이 과격적인 말은 처음에는 인상깊지만 갈수록 모호해지기 마련이다. 글 또한 마찬가지. 화려한 수사와 체계적인 논리는 처음에는 재미있고 머리에 쏙쏙 들어오지만 몸이 기억하지 못한다면 머리의 기억은 언젠가는 사라지기 마련이다. 결국 삶의 문제이다. 아무리 자본주의 반대를 그럴듯한 이론을 바탕으로 외치고 글을 써도 자신의 삶이 자본주의가 주는 떡고물을 아무 생각없이 넙죽넙죽 받아먹는다면 그 명문장과 명언들이 도대체 무슨의미를 가질 수 있을까? 세계평화 너무도 좋은 말. 입으로 떠들어봤자, 글로 써봤자 그게 대체 어떳단 말인가. 내 삶은 권력과 폭력에 너무도 익숙해져있는데 말이다. 물론 모든면에서 올바른 삶을 살 수는 있는 사람은 드물거나 없을 것이다. 결국엔 지금의 나의 모습을 반성하고 삶을 바꾸기 위한 노력을 하는 것이 중요하겠지. 말을 못해도, 글을 못써도 진실된 삶을 사는 사람들은 아주 느리고 더디지만 자신의 주변에서부터 세계로 뻗어나가는 변화를 만들어 낸다. 물론 그런 사람들이 말과 글을 잘쓰면 금상첨화겠지만 말이다. 삶이 거세된 말, 삶에서 멀어진 글들이 펼치는 화려한 축제에 눈멀고 귀멀지 않기를. 내가 한 말들이, 내가 쓴 글들이 나의 삶을 배반하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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