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현실도피

언제부터인가 콧물이 훌쩍훌쩍 멈추지 않는다.

또 언제부터인가 생전 앓아본적 없던 두통이 끊기지 않는다.

학원에서 너무 많은 담배연기를 마셔서인지 목도 마치 수술하기 전처럼 아프다.

음식은 먹어도 포만감은 없고 속은 울렁거리며 다시 배만 고파진다.

몸의 컨디션이 매우 안좋다.

 

더불어 기분도 매우 안좋다.

이럴 때는 기분에 덩달아 몸도 더 안좋아진다.

신경성일까. 사고가 났던 무릎과 어깨가 아프다고 갑자기 느낀다.

 

이런 기분. 몇 번 경험해봤다.

무언가 나의 의도대로 일이 안풀리거나,

나의 단점들과 너무 적나라하게 마주할 때 느꼈던 기분이다.

 

나에게 일이 안풀린다는 것은 지극히 개인적인 것들이다.

이를테면 대체복무제가 도입되지 않는다고 해서 일이 안풀린다고

느끼지는 않는다. 하지만 내가 누군가와 친해지고 싶은데

그게 잘 안되면 그건 일이 안풀리는 거다.

 

이번 겨울에 감옥에 가겠구나 하고 인식한 이후로,

그리고 수감이라는 것이 나의 육신의 자유를 박탈하는 것으로

내 상상이상으로 힘들것이라는 사실을 인식한 이후로

이상하게 나의 단점들이 마구 마구 보이기 시작한다.

아니 어쩌면 안하던 행동을 하는 것처럼 생겨나기 시작한다.

 

빨리 탈출하고 싶다.

예전의 경험을 빌어 물론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해결되겠지만

그래도 최대한 빨리 탈출하고 싶다.

 

방법은 모른다.

다만 잠시나마 아픈머리를 식히고 머릿속의 복잡한 그리고 쓸모없는

생각들을 묻어두기 위해서 자전거를 타고 있다.

 

자전거가 현실도피의 도구인 것이다.

그래도, 기껏해야 잠깐의 도피인것을 알지만,

난 사실은 강하지 않은 인간이기에 도피라도 해야겠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