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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생.

아빠가 수어댐에 방생하러 가자고 해서 또 아무 생각없이 따라나섰다. 광영 시장에서 뱀장어 여섯 마리를 사다가..(원래는 1kg만 사려 했는데, 고무 다라에 뱀장어가 여섯 마리 밖에 없었고, 누구는 데려가고 누구는 남기면 안 되는 법이라고 그냥 다 샀다.) 수어댐 근처에 도착해서 저수지 물가로 내려갔다. (수어댐은 어치계곡 근처에 있는데, 물빛이 참 맑고 이뻤다.)

 

삼배를 하고 엄마아빠가 반야심경 다 읽기를 기다렸다가 여섯 마리를 물에다 풀었다. 풀어주면서 소원 빌라고 했는데, 바위에서 안 미끄러지려고 거기다 신경쓰다가 소원 비는 건 잊어버렸다.

 

계속 나가려고 머리를 들이밀던 녀석은, 미끈한 몸을 쭉 뻗더니 순식간에 물 속으로 사라져 버렸고, 세 놈은 바위 아래 숨고, 두 놈은 풀어준 자리에서 움직일 줄을 몰랐다. 걱정을 하고 있으려니 아빠는 물이 차가워서 몸 풀고 있는 거라고 했다. 곧 있으면 제 갈 길 갈 거라고.

 

돌아오는 길엔 화개장터에 들렀다. 오랜만이지만 여전한 풍경. 털게 구경하고 부모님 단골 녹차집에서 녹차를 얻어마시고 국화차랑 홍시를 조금 얻어나왔다. 사람 좋게 생긴 주인 아저씨는 산속에 나는 풀은 다 차로 만들 수 있다고 했다. (나더러 고등학생이냐고 했다. ㅎ) 국화차는 내다 팔기에는 아직 이르고, 좀더 다듬어야 한다고 했는데, 뭘 다듬는 건지 궁금했지만 물어보지는 않았다. 잎녹차를 서너 번 우려마시고, 거기다 국화잎 두어 개를 같이 우려내면 국화향이 은은하니 좋단다. 최참판댁 앞도로를 지나서 집으로 왔다. 쉬는 동안 토지를 읽어야겠단 생각을 했다.

 

나이 드니 전라도에 조금씩 정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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