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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후에 오는 것들 / 공지영

제목을 알지 못 하는 그 음악은,

빛이 바래고 비가 계속 내리는 오래된 필름 같다.

그 끝에 웅성이는 대사는 알아듣지 못 해도 정겨운 느낌이 묻어나는.

 

 



난 언제나 촌스러웠지만, 얇은 줄이 볼록했던 그 청바지를 예쁘네, 했을 때 대책없이 기분이 좋아지던 순간들, 그러다가도 나는 그만 놓여지고 버려지고 기껏해야 혼자 영화관에 들어가 대여섯 관객 밖에 없는, 지금은 사라진 영화관에서 그렇게 일요일 이른 오후를 보내야만 했을 때, 그렇다한들 아쉬움 하나 없었던.

 

세상에는 '너는 모르고 있는 것'이 너무 많아서, 나는 늘 나쁜 아이가 되고 말았는데, 그게 억울해서 한 번 울 거 두 번 울고, 사람 앞에서 화 내는 법을 오래도록 배우지 못 했던 내가, 나도 놀랄만큼 크게 소리를 지르고 돌아서던 날 내 주변에서 떨리던 공기의 흐름.

 

둘이 지내기엔 좁아터진 그 방에 어쩌면 혼자가 더 편했을텐데 기어코 반만 펼쳐두었던 이부자리와 원하기만 하면 금세 유리잔에 내어져왔던 달큰한 칵테일향. 타는 듯한 그 거리를 걸어 이제는 건너지 않는 낡은 철로를 멍하니 바라보다가, 서양도라지꽃, 그 예쁜 보랏빛은 기껏해야 일주일, 그 일주일이라도 물을 잘 주라고, 하지만 곧 죽을 거야, 그러면 그냥 내다버려.

 

-. 우연히 눈앞에 뚝 떨어지지 않았으면 부러 찾아읽지는 않았을 공지영 소설. 츠지 히토나리의 '준고' 편을 읽어야겠단 생각도 안 든다. 한일관계를 남녀간의 사랑으로 풀어보자는 의도라니. 어쩐지 어색한, 구석들이 많더라만. 사랑 이야기 읽으면 내내 소소한 기억들만 떠올린다. 하도 울었더니 열이 다 나네. 바보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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