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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에서 찾기2005/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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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5/07/11
    우리 살던 옛집 지붕 / 이문재
    ninita
  2. 2005/07/11
    우리 앞에 놓인 길(4)
    ninita

우리 살던 옛집 지붕 / 이문재

마지막으로 내가 떠나오면서부터 그 집은 빈집이 되었지만
강이 그리울 때 바다가 보고 싶을 때마다
강이나 바다의 높이로 그 옛집 푸른 지붕은 역시 반짝여 주곤 했다
가령 내가 어떤 힘으로 버림받고
버림받음으로 해서 아니다 아니다
이러는 게 아니었다 울고 있을 때
나는 빈집을 흘러나오는 음악 같은
기억을 기억하고 있다



우리 살던 옛집 지붕에는
우리가 울면서 이름붙여 준 울음 우는
별로 가득하고
땅에 묻어주고 싶었던 하늘
우리 살던 옛집 지붕 근처까지
올라온 나무들은 바람이 불면
무거워진 나뭇잎을 흔들며 기뻐하고
우리들이 보는 앞에서 그해의 나이테를
아주 둥글게 그렸었다
우리 살던 옛집 지붕 위를 흘러
지나가는 별의 강줄기는
오늘밤이 지나면 어디로 이어지는지

그 집에서는 죽을 수 없었다
그 아름다운 천정을 바라보며 죽을 수 없었다
우리는 코피가 흐르도록 사랑하고
코피가 멈출 때까지 사랑하였다
바다가 아주 멀리 있었으므로
바다 쪽 그 집 벽을 허물어 바다를 쌓았고
강이 멀리 흘러나갔으므로
우리의 살을 베어내 나뭇잎처럼
강의 환한 입구로 띄우던 시절
별의 강줄기 별의
어두운 바다로 흘러가 사라지는 새벽
그 시절은 내가 죽어
어떤 전생으로 떠돌 것인가

알 수 없다
내가 마지막으로 그 집을 떠나면서
문에다 박은 커다란 못이 자라나
집 주위의 나무들을 못박고
하늘의 별에다 못질을 하고
내 살던 옛집을 생각할 때마다
그 집과 나는 서로 허물어지는지도 모른다 조금씩
조금씩 나는 죽음 쪽으로 허물어지고
나는 사랑 쪽에서 무너져 나오고
알 수 없다
내가 바다나 강물을 내려다보며 죽어도
어느 밝은 별에서 밧줄 같은 손이
내려와 나를 번쩍
번쩍 들어올릴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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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앞에 놓인 길

지후님의 [길은 우리 앞에 놓여 있다...] 에 관련된 글.

 

실은 예울림의 '길'을 염두에 두고 지은 제목이었다.

(좋은 음질의 파일을 구하지 못해 결국은 '누가 나에게 이 길을 가라 하지 않았네'를 쓸 수 밖에 없어서 너무 아쉬웠다..)

 

하이텍 노동자들의 투쟁을 지켜보면서

내게 가장 큰 정서적인 울림을 주었던 순간과 노래를 떠올렸을 때,

그것은 단연코 '길'이었다.

 



지금까지 걸어온 길, 어느 틈엔가 너무 멀리 온 터라 돌아갈 수 없고

앞으로 나아가자니 멀고 험할 뿐이지만, 그래도 가야만 하는, 우리 앞에 놓인 이 길.

 

7월 8일에는 노숙농성장 앞에서 주점이 열렸다.

그리고 이 영상은 그 날 상영될 목적으로 제작되었다.

 

 

오로지 하이텍 노동자들만을 대상으로 한 작업이었던 만큼,

그 분들이 어떻게 보셨는지 무척 궁금하다.

농성장에서 함께 보고 싶었는데 그렇게 하지 못 해 무척 아쉬운...

 

오랜만에.. 다음주 집중집회나 문화제는 꼭 가봐야겠다..

 

(이번에도 여러모로 엉성하다.

물리적 환경을 핑계댈 수 있겠지만 뭐, 솔직히, 나한테서는 별로 싹수가 안 보인다.

요만큼의 실력으로도 버틸 수 있는 이 공간에 감사할 뿐. ㅡ.ㅡ

 

요즘은 작업 가지고 절망도 안 한다.

괜히 남들이랑 비교해서 괴로워 하지도 않고.

사는 법을 터득한 거다. 짜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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