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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1. 2005/06/30
    지독한 배제(3)
    ninita
  2. 2005/06/29
    6월 / 해외 미디어 운동 소식.
    ninita
  3. 2005/06/28
    서울. 멀다.
    ninita
  4. 2005/06/22
    나의... 친애하는...
    ninita
  5. 2005/06/21
    흰 바람벽이 있어 / 백석
    ninita
  6. 2005/06/19
    임시 야간 숙소 / 브레히트
    ninita
  7. 2005/06/19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2)
    ninita
  8. 2005/06/19
    날마다의 장례 / 김혜순(1)
    ninita
  9. 2005/06/18
    하늘이여, 땅이여, 사람들이여 / 김중배 칼럼
    ninita
  10. 2005/06/18
    그에게 명복을.
    ninita

지독한 배제

사실 그건 꽤나 자존심 상하는 일이었다.

그러나 그 상황에서, 나의 배제는 매우 자연스러웠고,

그 자연스러움에 놀라 나는 그만 암말도 하지 못 했다.

 

세상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 로 시작하는 시덥잖은 말들을 참 싫어하는데,

정말 그런 것 같다, 는 시덥잖은 말을 해야겠다.

 

누군가를 배제하는 잔인한 짓을 그다지 비난받지 않으며 자연스럽게 할 수 있는 사람과..

스스로가 배제되고 있음을 두눈 뜨고 지켜보면서도 아무 말 하지 못 하는 미련한 사람.

 

나는 물론 후자다. 줄곧 후자였다.

이와 비슷한 최초의 기억은 중학교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나는 아직도, 둘이 꼭 붙어 대걸레질 하던 그 아이들을 멀찌감치 바라보던 나를 기억한다.

그 때의 나는 꽃병이거나 사기그릇 같은 정물이었다.

 

일전의 나는 어땠을까.

억지로 물든 입술은 무슨 말을 품었던가.

 

언제나 끝은 가까이에 있다는 행복한 진리.

이렇게나 웃을 수 있다는 건, 나도 이해할 수 없는 일.

 

p.s 으에엑. 실수했다. 아웅... 못살어못살어... 나란 인간, 성격 확실히 이상해.. 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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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 해외 미디어 운동 소식.

날아드는 영문메일들을 슬쩍이라도 보자는 차원에서....

미디어 관련 뉴스들 몇 가지..



1.

6월 27일, 브리스톨 인디미디어 서버, 경찰에 압수됐단다. G8 관련 무슨 포스트가 문제가 된 모양인데, 자세한 내용은 찾아보지 않아서 모르겠다.

 

2.

중미자유무역협정(CAFTA : Central American Free Trade Agreement)이 미의회 통과를 앞두고 있는 모양이다. reclaim the media에 따르면 CAFTA는, 미디어 다양성과 민주주의를 고민하는 이들에게 더욱 위협이 되고 있단다. 기존의 "자유 무역" 협정들과는 달리, CAFTA는 "문화산업 cultural industries"(전자 미디어, 출판, 영화, 음악, 뉴스) 역시 철강이나 바나나 다루듯 하고 있으므로.

 

CAFTA는 국가마다 스스로의 미디어 정책(지역, 공동체 미디어에 대한 지원이나 다양성에 대한 보호 조항을 두는 것 등)을 수립하는 것에 제동을 건다. 상상컨대, 미국의 미디어 합병기업이 중미 정부를 대상으로, 그들의 커뮤니티 미디어에 대한 정책이 자유무역협정에 어긋난다고 소송을 걸 수도 있을 것이다.

이에, 캠페인이 벌어지고 있음..

 

www.stopcafta.org

http://www.seattleglobaljustice.org/WeAreWinningCAFTA.htm

 

3.

Non-multiplex cinema goers group http://63.134.194.163/

"헐리우드 메인스트림으로부터 약간 다른 영화를 보고 싶으시다구요?"라는 부제가 달린 사이트다. 가입비는 없고. 정기적으로 영화보기 모임인 것 같다. 영국 아이들. 시네마떼끄의 아이들 비슷하지 않을까?

 

4.

wal mart movie http://www.walmartmovie.com/ 

로버트 그린월드. 올해 인권영화제에서 상영한 바 있는, outfoxed의 감독이다. '부시의 수퍼마켓'이라 불리는 월마트에 관한 다큐를 준비 중인 모양이다. 가을이면 완성되나본데, 제작사 이름이 재밌다. brave new film - 새 영화를 뜻하는 brand new movie를 살짝 응용한 말장난이겠지. 용감한 새 영화.... 폭스 뉴스를 비판하는 outfoxed에서 이제 월마트에 대한 비판이라.. 용감하군. 월마트 안에서는 촬영이 허가되지도 않았을테고, 작업하기 쉽지 않았을텐데 어찌 했을지 궁금하다.

월마트 블로그가 눈에 띄고, 사진이나 이야기, 동영상 등을 공유하자는... 말하자면 관객의 참여를 유도하는 부분이 눈에 띈다. 여유 되면 좀더 자세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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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멀다.

     올라왔다.

     지쳐있다.

 

     약속이 떠오르고

     할일도 떠오른다.

     가슴도 답답하다.

 

     머리에 스위치가 있다면,

     그만 꺼버리고 싶다.

 


 

 

건강해지기 위해서 필히 버려야 할 기억, 하나. 둘. 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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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친애하는...

내게는... 이상한 친구가 있다...

그 친구와 대화할 땐... 나도 이상해진다....

그리고 이젠... 그 느낌을 좋아하는 것 같기도....

 



그 녀석... 꽤나 오랜만에 연락해 와서는....

문득, 김일병 얘기를 꺼낸다..

 

5% 내에 드는 관심사병이었다더라..

나도 그랬다..

안 좋은 일이 있거나.. 생기려고 하면..

군대 꿈을 꾼다.. 잠을 못 잔다..

병원에 있던 생각이 난다..

꿈에서 내가 죽어 있다..

 

'다..'로 끝나는 쓸쓸한 어투에 나는 할 말을 잃는다..

총알을 쓸 수 있는 부대에 있었다면..

자기도 김일병처럼 했을 거란다..

하지만 살아있지는 않았을 거라고..

 

그 녀석, 꿈에서.. 자신의 죽음을 응시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내게서 어떤 대답을 기대하고 있었다. (나를 그렇게 생각하지 말아줘, 이제 그만.)

전화 걸 사람이 없었어...

 

제 죽음을 응시하는 악몽을 꾼다는 녀석의 말에..

나는 마치.. 오래 전 세상에서 사라진 이를 대하듯..

그래서 그에 대한 모든 그리움이 의식의 저편으로 감춰진 지 오래인 것처럼..

건조한 안타까움으로 응답할 뿐이었다..

 

오늘은 잘 잘 수 있을 거라는 말, 이상하게 슬펐다.

넌, 언제나 그랬다. 이 세상에 있으면서도, 이 세상 사람이 아닌 것 같은..

그래서 난 늘, 네가 두려웠다..

 

네가 나의 한 시절, 버팀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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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바람벽이 있어 / 백석

...

 

- 나는 이 세상에서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하니 살아가도록 태어났다.
그리고 이 세상을 살어가는데
내 가슴은 너무도 많이 뜨거운 것으로, 호젓한 것으로, 사랑으로 슬픔으로 가득찬다.

 

...

 

 



오늘 저녁 이 좁다란 방의 흰 바람벽에
어쩐지 쓸쓸한 것만이 오고 간다.
이 흰 바람벽에
희미한 십오촉 전등이 지치운 불빛을 내어던지고,
때글은 다 낡은 무명셔츠가 어두운 그림자를 쉬이고,
그리고 또 달디단 따끈한 감주나 한 잔 먹고 싶다고 생각하는 내 가지가지 외로운 생각이 헤매인다.
그런데 이것은 또 어인 일인가.
이 흰 바람벽에
내 가난한 늙은 어머니가 있다.
내 가난한 늙은 어머니가
이렇게 시퍼러둥둥하니 추운 날인데 차디찬 물에 손은 담그고 무며 배추를 씻고 있다.
또 내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
내 사랑하는 어여쁜 사람이
어늬 먼 앞대 조용한 개포가의 나지막한 집에서
그의 지아비와 마조 앉어 대구국을 끓여놓고 저녁을 먹는다.
벌써 어린것도 생겨서 옆에 끼고 저녁을 먹는다.
그런데 또 이즈막하야 어늬 사이엔가
이 흰 바람벽엔
내 쓸쓸한 얼골을 쳐다보며
이러한 글자들이 지나간다.
- 나는 이 세상에서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하니 살아가도록 태어났다.
그리고 이 세상을 살어가는데
내 가슴은 너무도 많이 뜨거운 것으로, 호젓한 것으로, 사랑으로 슬픔으로 가득찬다.
그리고 이번에는 나를 위로하는 듯이, 나를 울력하는 듯이
눈질을 하며, 주먹질을 하며 이런 글자들이 지나간다.
- 하눌이 이 세상을 내일 적에 그가 가장 귀해하고 사랑하는 것들은 모두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하니 그리고 언제나 넘치는 사랑과 슬픔 속에 살도록 만드신 것이다.
초생달과 바구지꽃과 짝새와 당나귀가 그러하듯이
그리고 또 '프랑시쓰 쨈'과 도연명과 '라이넬 마리아 릴케'가 그러하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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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 야간 숙소 / 브레히트

듣건대, 뉴욕
26번가 브로드웨이의 교차로 한 귀퉁이에
겨울철이면 저녁마다 한 남자가 서서
모여드는 무숙자(無宿者)들을 위하여
행인들로부터 동냥을 받아 임시 야간 숙소를 마련해 준다고 한다.

그러한 방법으로는 이 세계가 달라지지 않는다.
인간과 인간의 관계가 나아지지 않는다.
그러한 방법으로는 착취의 시대가 짧아지지 않는다.
그러나 몇 명의 사내들이 임시 야간 숙소를 얻고
바람은 하룻밤 동안 그들을 비켜가고
그들에게 내리려던 눈은 길 위로 떨어질 것이다.

책을 읽는 친구여, 이 책을 내려놓지 마라.
몇 명의 사내들이 임시 야간 숙소를 얻고
바람은 하룻밤 동안 그들을 비켜가고
그들에게 내리려던 눈은 길 위로 떨어질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방법으로는 이 세계가 달라지지 않는다.
그러한 방법으로는 인간과 인간의 관계가 나아지지 않는다.
그러한 방법으로는 착취의 시대가 짧아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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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모든 사랑은 비루한 일상에 한 발을 내딛고 있다. 그래서 사랑은 늘 한결같은 모습으로 존재할 수 없다. 그러나 사랑의 모습이 변했다고 해서, 과거의 한 순간이 진심이 아니었던 건 아니다. 그 진심을 믿는 순간, 사랑은 사랑으로 존재한다. 

 

- 공선옥의 블로그에서..



 

 

p.s 한 번도 진심을 의심해 본 적 없다. 그럴 수 있었음에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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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의 장례 / 김혜순

슬픔이란 이름의 새를 아시는지

그 새의 보이지 않는 갈퀴에 대해 들어보셨는지

그 새의 투명한, 그러나 절대로 녹지 않는

갈퀴에 머리채가 콱 잡혀서

나는 문설주에 고개를 기대고 서서 말하네

잘 가거라 항구를 떠난 잠수함아

여기 절벽 위에 서 있는 나를 잊지는 말아라

 



누군가 내 심장 박동 소리로 내 속을 쿵쿵 걸어가고 있기 때문에

저 잠수함 저 혼자 떠난 거야

누군가의 손가락 내 관자놀이에 쉬지 않고 파닥거리기 때문에

저 잠수함 저렇게 혼자서 가라앉기만 하는 거야

 

엄마의 몸속에서 내팽개쳐진 그날 저녁부터

날마다 가라앉기만 하는 잠수함

이제 내 탄생의 그 종착역에 다 와간다고 기별이 오는데

내 슬픔의 박자는 이렇게 쉬지 않고 울리고

내 슬픔의 숨은 이렇게 쉬지 않고 헐떡거리고

추운 밤의 밀물 같은 슬픔이 온몸을 적시는데

 

찬물 속의 찬물처럼 나 흐느끼는데

 

항구를 떠난 잠수함아 우리가 처음 헤어지던 그날 잊지는 않았겠지

그 깊은 바다 속에서 혼자 흐느끼고 있지는 않겠지

내 머리채를 놓고 이 새가 날아가버린 날

매일 매일 가라앉는 꿈, 그 속의 잠수함

세상에서 제일 무거운 시체처럼 나는 네 속에

비로소 탑승하게 되는 거겠지?

그러니 부탁이야, 고장난 수도꼭지처럼 헐떡거리며 서 있는

김혜순을 잊지는 말아줘

 

밥하기가 귀찮거나 배가 많이 고프지는 않을 때, 나는 편한 옷차림으로 이 햄버거 가게를 즐겨 찾는다. '50년대 미국식' 느낌을 주는 인테리어의 이 가게는 일본에서 시작된 체인점이다. 기원도, 진실도 찾아볼 수 없는 그 공간에는 작은 벤치가 놓여 있어 기다리는 시간 동안 옆에 놓인 잡지를 볼 수 있다.

 

패션 잡지 일색에 가끔 여행 잡지도 섞여 있다. 나는 여행 잡지를 읽거나 패션 잡지의 여행-문화 섹션을 읽곤 한다. 그 날도 햄버거를 하나 주문해 놓고 잡지책을 들여다 보다가, 이름은 익숙하지만 한 번도 작품을 읽어본 일이 없는 한 소설가의 에세이집에 대한 소개를 읽게 되었다. 그 글은, 유명한 소설가였던 남편을 잃은 한 젊은 작가의 에세이집과, 이 소설가의 에세이집을 비교하면서 이 소설가의 편을 들어주고 있었다.

 

그리고 그 끝에 한 줄, 소설가의 블로그 주소.

 

괜한 호감을 느끼며 그녀의 블로그에 들어가, 그녀가 읽었던 시들을 따라 읽는다.. 늘상 그러하듯, 댓글을 따라 또다른 블로그에 들어가 보고, 또 들어가 보고 하다가,, 배경음악으로 쳇 베이커의 time after time을 설정해 둔 블로그에 멈춰 섰다.

 

일요일 오후 같은 쳇 베이커의 목소리.. 한 번 들으면, 떠나오기 힘든 그런 음색임을.. 공감하는 이가 있다면 커피라도 한 잔 대접하고 싶군. 훗....

 

그 블로그에서, 장 그르니에의 '섬'의 한 구절을 본다.. 섬...

하.. 오랫동안 잊고 있었다. 다시, 읽어볼까... 내 작은 서가로 다가가니...

책은, 한동안 눈길 한 번 못 받은 채 그렇게 놓여 있다.

 

한가운데 책갈피 겸 꽂혀 있는 건, 칼을 든 꽃순이 시절 인디포럼 엽서 한 장...

책의 제일 앞장엔, 그 책을 내게 선물해 준 선배의 못난이 글씨..

 

노래는 쳇 베이커를 지나, 오아시스에서 냉정과 열정 사이로 갔다가 다시 쳇 베이커로..

 

그동안 나는 몇 년에 이르는 과거를 다녀온다..

2002년 인디포럼, 그리고 1998년 선배와 함께 했던 세미나며 다툼이며 노래며 눈물까지..

 

자꾸만 기억의 폭이 넓어져 간다..

안타깝구나.. 가슴이 먹먹하니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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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여, 땅이여, 사람들이여 / 김중배 칼럼

하늘이여, 땅이여, 사람들이여.

저 죽음을 응시해주기 바란다.

저 죽음을 끝내 지켜주기 바란다.

저 죽음을 다시 죽이지 말아주기 바란다.

 

태양과 죽음은 차마 마주볼 수 없다는 명언이 있다는 건 나도 안다. 태양은 그 찬란한 눈부심으로 죽음은 그 참담한 눈물줄기로 살아있는 자의 눈을 가린다.

 

그러나 서울대학교 언어학과 3학년 박종철군. 스물한 살의 젊은 나이에 채 피어나지도 못한 꽃봉오리로 떨어져간 그의 죽음은 우리의 응시를 요구한다. 우리의 엄호와 죽음 뒤에 살아나는 영생의 가꿈을 기대한다.

 

"흑, 흑흑..."

걸려오는 전화를 들면, 사람다운 사람들의 깊은 호곡이 울려온다. 비단 여성들만은 아니다. 어떤 중년의 남성은 말을 잇지 못한 채, 하늘과 땅을 부른다. 이 땅의 사람다운 사람들을 찾는다.

 

그의 죽음은 이 하늘과 이 땅과 이 사람들의 희생을 호소한다.

정의를 가리지 못하는 하늘은 제 하늘이 아니다.

평화를 심지 못하는 땅은 제 땅이 아니다.

인권을 지키지 못하는 사람들은 제 사람들이 아니다.


 

그 날이 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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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게 명복을.

나와 동갑내기인 한 남자는,

아마 일당 얼마에 사측의 대체인력으로 투입된 용역이었을 거다.

운전을 할 줄 아는 건강한 몸뚱아리는 그렇게 팔려왔을 거다, 돌이키고 싶은 그 순간으로.

 

참을 수 없이 더웠을까? 달려드는 노동자들이 위협적으로 느껴졌을까? 그저 짜증이 났을까? 당황했던 걸까? 단지 우발적이었던 걸까?

무엇이었건 그는 용서받을 수 없는 잘못을 저질렀고,

부당함에 맞서 싸우던 한 노동자를 죽음으로 몰고 갔다.

 

아내와 어린 딸만 세상에 남았다.

 

나와 동갑내기인 그 남자,

27세 최모씨는,

사람을 죽이고 말았다.

그는 질긴 목숨 원망하며 '죽은' 삶을 살게 될 거다.

 

이제 분노를 느낀다.

죽은 자와 죽인 자, 그 둘 모두를 비극으로 몰아넣은 자들에게.

 

비극은 둘의 몫이어서는 안 된다.

돌려주어야 한다. 반드시.

 

너, 자본에.

너, 신자유주의에.

 

다시 한 번,

고 김태환 열사의 명복을 빌며.

 

p.s 사람이 죽었습니다, 기계를 멈추세요, 라던 한 노동자의 절규가 떠오른다. 어느 다큐였던가.. 사람이 죽었는데, 세상은 너무나 태연하고, 나는 이제야 가쁜 숨 몰아쉬며 몇 글자 끄적인다. 지금까지도 많은 죽음을 보아왔다. 간접적일 뿐이었지만, 그럼에도 매번 먹먹함을 느낀다. 그들의 얼굴, 인간의 얼굴. 사라져버린..

 

p.s 레미콘이 사람을 치고 지나갔다는 소식을 듣고 바로 떠올린 건 팔레스타인에서 활동하던 레이첼 코리라는 20대 초반 활동가의 죽음이었다. 그녀는 불도저를 막아서고 있다가 그 아래 깔려 죽었다. 몇 해 지나 그런 사실을 접하고 경악했더랬는데, 이런 어처구니 없는 폭력은 국경과 상관없는 일이다.

 

p.s 한국노총 방송국에 올라온 영상을 참세상에도 올렸다. 촬영한 사람도 고통스러웠겠지만 편집한 사람도 만만치 않게 고통스러웠을 거다. 어느 시점에서 끝을 낼 것인가. 열사의 죽음에 누를 끼치기 않기 위해 애쓴 흔적이 보인다. 이 영상을 대하는 사람들의 마음도 그랬으면 좋겠다. 스펙터클로 소비하는 사람이 혹시라도 있을까 걱정스럽다. 고인과 유가족에 자그마한 누라도 끼치게 된다면, 참세상에 올리자고 했던 결정을 두고두고 후회하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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