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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에서 찾기2006/08

넘어져서 죽었다고 말하지 마라

=> 넘어져서 죽었다고 말하지 마라

 

고 하중근 아저씨의 영정사진을 보면, 한없이 서글퍼진다.

눈매가 아래로 처진 그의 인상은, 내가 알지 못 하는 서러운 그의 삶 같았다.

가난과 고된 노동을 그저 받아들이며 참고 살았을, 순박하고 영악하지 못한 인상.

 

국과수는 하중근 아저씨가 넘어져서 죽었을(전도) 가능성을 우선 살펴보아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진상조사단의 꼼꼼한 반박을 보고 있노라면, 울화통이 치민다. 그러니까, 하중근 아저씨는 방패로 뒷머리를 가격당하고, 쓰러진 채 기어나가려다 무서운 속도로 달려드는 새까만 전경들에 뒤덮힌 몇 분 사이, 집중적으로 구타를 당하고, 결정적으로 소화기에 맞아 사망까지 이른 것이었다. 어디 또 이렇게 억울한 죽음이 있을까. 그가 무엇을 잘못했다고, 새까만 전경들에게 얻어맞아서 죽어야 한단 말인가.

 

죽지 못해 살아온 세월이 길었다. 남은 세월은 제대로 살아보자고 아스팔트를 밟았다. 그것은 그들의 권리였다. 그들의 권리를 짓밟고 생명까지 앗아간 것은, 이 나라 정부요 공권력이다.

 

=> 포스코 건설노동자 사태 관심 호소에 무관심한 국회 

 

국회 자유발언 시간에 단병호 의원은 포항 사태 해결을 위해 힘모아 줄 것을 호소하지만, 국회의원들은 그의 호소 따위 아랑곳 않고 자리를 떴다. 번듯하고 너른 공간에서, 그가 얼마나 외로울까 싶었다. 그의 이유있는 주름은 사람을 울컥하게 만드는 것 같다.

 

... 물 없는 하늘을 헤엄쳐 그가 어디로든 갈 수 있기를.

 



그간 우리는
전국팔도를 떠돌며
너희의 집을 만들어주었다
너희들의 더럽혀진 영혼을 버릴 하수구를 만들어주었고
학교와 공장과 교회를 만들어주었다

너희는 우리가 만들어준 배관을 타고 앉아서야
먹고 싸고 따뜻할 수 있었다
너희는 우리가 연결해준 전선을 통해서야
말하고 듣고 소통할 수 있었다
우리는 너희를 위해 결코 무너지지 않을
세상의 모든 천장과 벽과
계단과 다리를 놓아주었다
아무말없이, 불평도 없이

하지만 너희는 그런 우리에게
착취와 모멸만을 주었다
불법다단계 하청인생
일용할 양식조차 구하지 못하던
일용공의 날들
우리의 밥은 늘 흙먼지 쇳가루 땡볕에 섞여졌고
우리들의 국은 늘 새벽진흙탕이거나 공업용기름끼였다

우리는 사회적으로도 늘 개차반
쓰미끼리1) 인생이었다
나중에 나중에 줘도 되는 근로기준법의 마지막 사각지대
못나고 공부 못하면 저렇게 되는 불량표지판
말 안 듣고 버릇없는 것들이 가는 인생 종착역
죽지못해 사는 인생이 우리의 자리였다

그런 우리의 요구는 소박했다
옷 갈아입을 곳이라도 있다면
점심시간 몸 누일 곳이라도 있다면
일주일에 하루만이라도 쉴 수 있다면
일한 돈 떼이지 않을 약속이라도 받을 수 있다면
원청사용자들과 이야기라도 해볼 수 있다면
너희의 노예로 더 열심히 일하고
충성하겠다는 약속이었다

하지만 너희의 대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못배우고 더러운 노가다들이 감히
신성한 우리 자본의 왕국 포스코를 점거하다니
밀어버려, 끌어내, 목줄을 짤라 버려
58명 구속에 가담자 전원 사법처리
그리고 시범케이스로
하중근 동지의 머리를 깨부셔놓았다

그래서 우리도 이젠 다르게 생각한다
전면전을 선포한 너희에게 맞서
우리가 그간 해왔던 건설과는
전혀 다른 건설을 꿈꾼다
더 이상 너희의 재생산에 봉사하는 건설이 아니라
일하지 않는 너희의 비정상적인 비만을 위한 건설이 아니라
진정한 사회의 주인으로 우리가 서는
새로운 세계를 설계한다

그것은 더 이상
우리가 너희의 하청이 아니라
우리가 너희의 원청이 되는 투쟁이다
우리의 노동에 빌붙어 과실만을 따먹는
너희 인간거머리들, 인간기생충들을 박멸하는 투쟁
진정한 사회의 주인
건설의 주인이 누구인가를
명백히 하는 투쟁이다

비켜라
비키지 않으면
이 망치로 너희들의 썩고 굳은 머리를 깨부술 것이다
물러서라
물러서지 않으면
이 그라인더로 너희의 이름을
역사의 페이지에서 영원히 지워버리고 말 것이다
사죄하라
사죄하지 않으면
우리 가슴에 박힌 대못을 빼내
너희의 정수리를 뚫어놓을 것이다
이 성스런 건설노동자의 투쟁 앞에
돌이켜라. 썩은 시대여
항복하라. 낡은 시대여

 

... 시인은 이 시를 낭송했다는 이유만으로 소환장이 발부됐다. 잘 된 일인가? 시인은 분노의 시를 또 한움큼 쏟아낼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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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야 여우야 뭐하니 / 조영아

+ 진득한 촛농이 머릿속 가득 들어찼다. p.286

 

 

for no 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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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피크닉 / 온다 리쿠

 

그러니까 말이지,타이밍이야.

...
하지만 잡음 역시 너를 만드는 거야.
잡음은 시끄럽지만 역시 들어두어야 할때가 있는거야. 네게는 소음으로 밖에 들리지 않겠지만, 이 잡음이 들리는 건 지금 뿐이니까
나중에 테이프를 되감아 들으려고 생각했을 때는 이미 들리지 않아.
...

세상은 정말 타이밍이야. 순서라고 해도 좋겠지만.


 

나는 말하자면 사생아지.

...

러브차일드라고 하는 거야. 그렇구나, 다카코는 러브차일드구나.

그래서 그런 얼굴을 하고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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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의 탄생 / 김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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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기사 행복을 찾아 바르셀로나로 떠나다 / 오영욱


 

from. 행복한 오기사 블로그



매일매일 들르는 오기사 블로그를 통해 책이 나온다는 사실은 미리부터 알고 있었다. 구입하겠다는 생각까진 없었는데 막상 내가 좋아하는 작은 판형의 똥똥한 책이라는 걸 알고 나니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예쁜 그림과 정감 어린 사진들, 바르셀로나 뒷골목에 대한 안내 정도로도 대만족이다.

 

여행과 삶의 중간적인 일상은, 나 역시 꿈꾸는 것.

이제는 좀더 구체적 현실로 그리고 있는.

영화과에 갈 거라고 처음 내 입으로 말했을 때, 그건 꿈이거나 바람이었다.

실제로 그럴 의지를 나 스스로도 가지고 있지 않은 그런 것.

하지만 어느 순간, 머릿 속에 전구가 켜지는 느낌을 받고 나면, 그건 꿈이 아닌 현실이 된다.

 

- 서른 살엔 남미에 갈 거야.

- 1년쯤 남미를 여행할 거야.

- 남미에 잠깐 살다 올 거야.

 

남미와 관련해서 내가 떠들었던 건 위의 대략 세 가지 정돈데,

꿈이었던 것이 현실로 바뀌는 것을 몇 번쯤 경험해 본 지금,

저 셋은 현실 가능성을 상당히 내포한다. 행복하게도~

 

- 서른 살엔 남미에 가서 1년쯤 살다 올 거야.

 

꿈이 있다면 1년이 2년이 되고 2년이 2년 반쯤 되는 것. 그 이상은 나도 힘들 것 같다.

 

문제는 엄만데,

자취는 죽어도 안 된다고 했던 엄마가 불과 1년 만에 자취방을 구해줬던 전력을 생각한다면, 그리 문제라고도 볼 수 없을 듯. 쿄쿄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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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나 / 오오타니 켄타로


 
glamorous sky / 나카시마 미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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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널 / 에르네스토 사바토

나를 이해할 수 있었던 사람이 하나 존재했었다. 그런데 <그 사람은 바로 내가 죽인 사람이었다.> p.17

 

이 문장은 다시 길게 서술된다.

 

나는 다음과 같은 꿈을 꾸었다. 밤이 되면 나는 낡고 쓸쓸한 어느 집을 방문했다. 이 집은 어떤 의미에서는 내가 어려서부터 알고 지냈고, 또 무한히 갈망한 곳이었기 때문에 내가 그 집에 들어서면 몇 가지 추억이 나를 인도했다. 하지만 이따금 나는 어둠 속에서 방향을 잃기도 했고, 또는 몰래 숨어 있던 적들이 내 뒤를 공격하거나 사람들이 나를 두고, 나의 순진성을 두고 속닥거리거나 조롱한다는 느낌을 갖기도 했다. 그들은 누구였으며, 또 그들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었지? 하지만 그리고 이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그 집에 있게 되면, 사춘기 시절에 품었던 옛사랑이, 그 사랑으로 인한 떨림과 더불어, 그리고 사랑에 빠진 사람 특유의 가벼운 광기, 두려움, 환희 같은 감정과 더불어 내게서 되살아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잠에서 깨어났을 때 나는 꿈속에 나타났던 그 집이 바로 마리아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p.104

 

시작과 끝의 간격이 까마득히 멀어 빛이 점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 공간은 터널이되 터널이라 할 수 없을 것이다. 집요한 광기는 점점 터널의 길이를 늘여 종국에는 밀폐된다.

 

그리고 이 지옥의 벽들은 날이 갈수록 더 밀폐된 상태가 될 것이다. p.2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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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밀한 타인들 / 빠뜨리스 르꽁뜨


 

그는 그의 방을 통째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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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흙 물고기 / 문태준

상두꾼들이 그녀의 무덤을 등 둥근 물고기로 만들어 주었다

세상의 모든 무덤은 붉은 흙 물고기이니

물 없는 하늘을 헤엄쳐 그녀는 어디로든 갈 것이다

 

('가재미 2' 중에서)

 

- 그의 '식물적 서정'에 타는 오후를 오롯이 헌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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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어수프 / 야마다 에이미

이 섬에서 욕망은 늘 공기 속으로 녹아든다. p.88

 

그러고보니 <캔버스관>은 굉장히 화려한 축에 속했던 듯싶다. 자신이 밝혔다시피, 분명히 그 묘사에는 열대의 원색이 스며 있었으니.

 

글쎄다, 판단유보. 네 말마따나 끈적끈적하긴 한데, 뱀이 올라올 정도인지는 모르겠고, 그보다는 묽은 땀이 흘러내리기 일보직전으로 맺혀있는 정도? 그 매끈한 땀을 쓸어보면 끈적임없이 손도 함께 흘러내릴 것 같은. 종종 눈에 띄는 빼어난 묘사력을 제외한다면 그다지 흥미없다. 나는 이미 나대로 살고 있기 때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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