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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라돌이 님이 주신 가사

보라돌이 님이 주신 가사

곧 작업들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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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가 친구에게


넌 언제나처럼 잠에서 덜 깬 피로한 목소리로

여전히 바쁘다고, 전화 못해 미안하다고 인사 했어


얼굴 한번 보여줄 여유조차 없는 네가 밉기도 하지만,

어제밤 썼다는 네 성명서 한 장에는 

가난한 이들의 분노가 한 자도 어김없이 들어 있었어.


언젠가 넌

함께 걷던 동료가 세상을 향해 돌아서 갈 때 제일 슬프다고 했지

거리에서 매 맞아 죽은 농민의 죽음이 제 아비의 죽음인양 펑펑 울었고

네 가난과 모진 일거리에 부대끼는 네 육체는 언제나 뒷전이었어


예전의 동지들이 소주 맥주 안주에 지금 운동이 어쩌니 들먹거려도

그 무례함에 화내지 않고, 민중을 대하듯 조곤조곤 말해주었지

그런데 돌아서는 네 뒷모습은 참 쓸쓸하더라


남들은 그 나이에 다 가진, 아파트 분양권도 없으면서

변호사, 교수 그런 전문직 명함도 없으면서

여전히 잠 못 자고 시국 제안서를 쓰는 소주 좋아하는 내 활동가 친구


세월이 산만큼 흘러도 그래도 여전히

네가 초라하기를 네가 가난하기를 네가 명망가가 되지 않기를

그래서 늘 한 곳에서 꼿꼿하고 명예롭게 늙어가기를


그래서 내 활동가 친구

조금만 몸과 마음을 잘 돌봐주길 바래

조금만 더 지금 네 행복에 충실하길 바래

내가 존경하는 활동가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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