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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루트 갔다왔어요.


 - 헤즈볼라 깃발 사진

 

 

모든 점령과 침략에 맞서 저항하라 !
- 9. 17 ~ 19 베이루트 국제 반전 반세계화 전략회의 리포트

 


베이루트 국제회의가 열리기까지

국제적인 수준에서 반전운동은 2003년 2월 15일 전 세계적으로 1천 5백만명을 거리로 불러내 이라크 침략전쟁에 반대하는 시위를 성공적으로 조직함으로써 뉴욕타임즈에서도 미국과 다른 또하나의 ‘수퍼파워’라고 할 만큼 놀라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어서 5월에는 자카르타에서 국제회의가 개최되어 ‘자카르타 평화 컨센서스’를 이끌어냈다. 자카르타 평화 컨센서스는 ‘단결 선언’, ‘이라크에 대한 입장과 행동계획’, ‘세계화와 군사주의에 대한 행동계획’ 등 세가지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는 반전운동의 기본 입장과 운동계획이라고 할 만하다. 이는 2004년 1월 인도 뭄바이의 반전운동 총회로 이어진다. 여기에서는 이라크 침략 1년이 되는 3월 20일 국제행동이 광범위하게 호소되고 합의되었다. 이번 베이루트 회의는 이러한 운동의 연장선에서 이라크와 최대한 가까운 곳에서 반전(반세계화)운동 회의를 열자는 문제의식 하에 개최되었다. 또한 제안문에서도 말하는 바, “중동 지역의 반전 반세계화 운동과 밀착된 관계를 만들려는 의식적인 노력의 일부이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의식은 전쟁과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관련된 최근의 상황에 대해 어떻게 운동이 능동적으로 대처할 것인지 전략을 모색하자는 것이다. 이 회의의 주요 조직자인 ‘남반구 포커스’의 월든 벨로 교수는 발제문에서 이를 다음과 같이 요약하고 있다.
“중요한 시기에 우리는 여기 베이루트에 모였다. 상황은 복합적이다. 이라크에서 미국은 점점 더 깊숙이 베트남과 같은 수렁에 빠져들고 있는데, 2003년 3월 20일 침공 이후 미군 병사들의 사망 숫자는 9월 첫째주에 1000명을 넘어섰다. 팔레스타인에서는 아직도 시오니스트 장벽[팔레스타인 분리장벽]이 하루에 1킬로미터 비율로 건설중이다...오늘, 기업주도 세계화의 최고 기구인 WTO는 지난달에 개도국에 대한 경제적 무장해제를 촉진시키도록 고안된 ‘제네바 기본골격’ 합의를 가지고 제 발로 다시 돌아왔다.”


 




40여개 국가 260여명이 2박 3일동안 토론

베이루트 국제회의에는 세계 각국의 다양한 조직을 대표하는 참가자들이 모였다. 그 면면을 살펴보면 MST(브라질의 무토지농민운동), 캐나다자동차노조, 팔레스타인노조, 청년단체 등 풀뿌리 대중조직부터 각국의 반전단체들(영국, 호주, 그리스, 남아공 등의 반전연합, 미국의 정의평화연합), 팔레스타인 관련 단체들, 평화운동 단체들, 반세계화운동 단체들, 이태리공산주의재건당, 그리스녹색당, 레바논공산당, 헤즈볼라 등 정치조직들, 연구단체들 등등 다양한 스펙트럼이었고, 나라별로 보아도 태평양의 피지에서부터 동티모르, 남쪽의 아르헨티나에서 북쪽의 노르웨이까지 한자리에 모였다. 무엇보다 레바논, 이라크, 팔레스타인, 요르단, 이집트 등 현지 중동지역의 활동가들이 대거 참가하였고 거의 과반수에 이르렀다. 아랍지역의 반전 반세계화 운동이 처음으로 이렇게 국제적인 연대에 함께하는 역사적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한국에서는 사회진보연대, 다함께, 이라크평화네트워크 등에서 참가하였다. 회의규모는 당초 예상을 훨씬 넘었는데 그만큼 국제적으로 반전 반세계화 운동의 향후 방향 토론에 대해 관심이 깊음을 나타내는 것이었다.


각 대륙의 반전 반세계화 운동

회의 첫날 오전 레바논 조직위원회 단체들(헤즈볼라, 레바논공산당, 진보사회주의당, NGO네트워크, 알-레카클럽)의 환영사 이후 레바논에 대한 미국과 이스라엘의 점령 반대투쟁 사례를 들었고 오후에는 각 대륙의 운동 상황 보고를 들었다. 다음은 각 보고자들의 간략한 보고내용이다. 남아공에서는 100명 이상의 활동가들이 사회운동을 수행하고 있는데 반전연합을 결성해서 전쟁과 제국주의에 반대하고 있다. 이들은 다국적기업 반대, 미제국주의 반대, 이라크전쟁 반대, 팔레스타인 해방을 주요 이슈로 하고 있다. 아프리카는 많은 전쟁이 일어나고 있고 팔레스타인 같은 경우도 허다하다. 반전활동가들이 대부분 반세계화활동가로서 제국주의와 다국적기업의 침략에 저항하는 운동을 조직하고 있다. 라틴아메리카에서는 ‘플랜 콜롬비아’와 같은 미국의 군사적 개입 문제에 대한 저항운동이 벌어지고 있고 수많은 미군기지에 반대하는 운동이 있다. 푸에르토리코 같은 곳에서는 승리하기도 했다. 또한 미주자유무역지대(FTAA)반대 운동이 진행되고 있다. 유럽의 경우 미국과 마찬가지로 유럽 군사주의가 문제다. 한편 독일에서의 Monday Demonstration과 같이 신자유주의의 복지삭감, 사유화, 탈규제 등에 반대하는 운동이 반전이슈와 연결되고 있다. 10월 14일부터는 유럽사회포럼이 개최된다. 미국의 경우 미 정부는 국가 안팎에서 전쟁과 세계화를 벌이고 있는데, 민주당의 정체성도 공화당과 비슷하다. 즉 사회복지 삭감, 예방공격 등이다. 또한 미국 내에는 6000여개 군사기지가 있고 세계적으로는 120개 국가에 1000여개 기지가 있다. 이를 바탕으로 미국은 군사주의, 사유화 정책을 강제한다. 다가오는 대선에서 부시가 질 것이지만 전쟁과 세계화가 지속될 것이기 때문에 운동과 시위는 계속될 것이다.
중동에서 미국의 팔레스타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고 10년 이상의 이라크 제재정책도 실패했다. 시오니즘과 미제국주의에 대항하여 아랍 민중들은 저항하고 있다.

 

무엇이 토론되었나

둘째날인 18일에 본격적인 토론이 시작되었다. 토론주제는 1) 전쟁을 저지하지 못해서 운동이 지금 위기에 빠져 있는가? 2) 우리가 전쟁을 저지할 수 있었나? 3) 우리 행동, 정치, 조직의 한계는 무엇인가? 4) 각기 다른 운동간의 관계는 무엇인가, 그것은 우리의 힘인가 한계인가? 5) 우리는 이라크나 팔레스타인의 저항에 대해 공통된 인식을 가지고 있는가? 6) 미 대선에 대해 어떤 입장을 가질 것인가? 7) 체첸이나 콜롬비아, 다르푸르(수단) 같은 곳의 갈등은 어떻게 할 것인가? 등이었다. 나온 의견들을 대략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1) 대부분 우리 운동이 실패한 것이 아니라 미국의 점령이 실패하고 있다. 2) 반전운동이 사회복지 삭감 항의 등 반신자유주의운동과 연계하고 있다. (독일의 먼데이 시위나 미국의 50만 시위)
3) 이라크와 팔레스타인의 저항운동에 조건없이 지지 연대해야 한다. 이라크 민중들의 투쟁은 이라크만의 것이 아니라 아랍, 세계 전체의 투쟁이다. 4) 운동의 다양성을 강점으로 확대해야 한다.(인종, 성적차이, 인권, 민주주의 등등) 보편성을 강화해야 한다. 5) 미디어의 역할을 고발하고 대안을 만들어야 한다. 6) 부시가 이라크에서 패배해도 운동은 더 강화되어야 한다. 미국의 실패는 미국 자본주의의 실패이므로, 자본주의 전체에 대해 투쟁해야 한다. 7) 여성의 권리에 대한 운동이 확장되어야 한다. 8) 전쟁범죄에 대한 침묵을 폭로하면서 대중을 조직하자. 국제 이라크전범 법정을 확대시키자. 9) 국제 행동의 날에 집중하고 이라크 민중들도 참여할 수 있도록 하자. 10) 아랍국가들 내에서 민주주의 투쟁도 중요하다. 아랍운동들간의 연대를 실현해야 한다. 11) 미0년 대선에서 부시가 재선된다면 전쟁이 더 확대될 것이다. 부시를 반드시 떨어뜨리기 위한 국제적 시위가 대선에 즈음해서 필요하다. 12) 전쟁은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위기와 연계되어 있다. 20년 동안의 신자유주의 세계화로 인해 고통받는 모든 민중들의 투쟁에 연대하자. 12) 내년 이라크 헌법제정 회의 개최시 이에 대응하는 국제회의를 바그다드에서 개최하자.
한편 20-30명의 이라크 참가단과의 토론에서는 팔루자에서 온 셰이크(성직자) 아이만 모하메드가 “현재 이라크는 야만적인 공격을 받고 있고 종교시설마저 파괴되고 있다. 저항이 미군 등에 의해 테러리즘으로 묘사되는데 이는 잘못된 것이다. 미국의 이해에 해가 되면 테러리즘인 것이다. 안전은 그들만의 것이고 이라크인들의 것이 아니다. 이라크 정부는 미국을 쫓아내지 못한다. 이라크 저항은 순수한 저항이다.”라고 하면서 이라크 저항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이라크 참가단의 주요 제안은 저항을 조건없이 지지하고 연대해달라는 것이고, 내년에 헌법제정회의시 바그다드에서 국제회의를 개최하자는 것이다. 또한 감옥에 갇힌 이라크 여성의 문제도 중요하게 제기되었다.


팔레스타인 참가단과의 토론에서는 주로 분리장벽 철폐운동이 다뤄졌다. 역사적으로 점점 팔레스타인 지역은 축소되어 왔고 현재 가자, 라파, 예루살렘, 나블루스 등에서 장벽이 건설되면서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외부로부터 고립되어 있다. 또한 인접 국가들에 있는 팔레스타인 난민촌의 법적, 사회적, 정치적 상황도 가혹하다. 거의 생존조건 이하로 살고 있고 미숙련 하층 직업에만 종사해야 한다. 수자원을 비롯한 각종 자원도 이스라엘이 장악하고 있다. 이에 분리장벽을 철폐하기 위해 국제적으로 이스라엘을 보이콧하는 캠페인을 해야 하고 팔레스타인으로 돌아갈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라크 국제회의에 대한 논란

회의 3일째인 19일은 원래 오전에 선언문 초안을 논의하고 오후에 최종 선언문을 논의하는 것으로 계획되어 있었다. 그런데 일정이 변경되어 오전에는 브라질 활동가가 2005년 세계사회포럼에 대해 설명하고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다. 사회포럼 순서가 끝난 이후에는 1)이라크 점령 반대 2)팔레스타인 저항 3)경제적 군사적 세계화 등 세 그룹으로 나눠서 행동계획 논의를 하였다. 이라크 관련 행동제안은 점령감시센터 재개(Iraq Occupation Watch Center가 여러 문제로 인해 4월에 중단되었음), 10월 13-14일 일본에서 열리는 재건기금마련 회의 반대 성명서 조직, 전쟁기업 반대캠페인, 저항세력에게 식량과 의약품 지원, 이라크 전범 국제 민중법정, 외국용병 철수 캠페인, 10월 17일 국제행동, 국제적 이라크법률가위원회 구성, 내년 이라크의 헌법제정회의 개최시 이에 대응하는 국제회의 바그다드에서 개최 등이 발표되었다.
팔레스타인 문제 관련해서는 분리장벽 반대 캠페인, 이스라엘 보이콧, 국제방문단 조직, 11월 9-16일 국제행동, 12월 10일 세계인권의 날에 맞춘 국제행동, 내년 5월 15일 국제행동 등이 제안되었다. 경제적 군사적 세계화에 대해서는 군사기지 반대 캠페인, 2005년 WTO 6차 각료회의 저지투쟁, 이를 위한 대중교육과 캠페인, 국제금융기구에 대한 반대운동 등이 제안되었다.

이후 선언문 초안과 행동계획을 논의하게 되었는데 이때 이라크 대표단, 헌법제정회의에 대응하는 바그다드 국제회의에 대한 논란이 벌어졌다. 애초 이번 회의에 참가한 이라크 대표단에서 '이라크 내에서 정치적 공간을 창출하기 위해 내년 헌법제정 회의시 국제회의를 바그다드에서 열자'고 제안했고 월든 벨로 등등이 이를 지지했는데, 이에 대한 반대가 영국 등에서 제기된 것이다. 내용인즉슨 핵심은 지금 참가한 이라크 대표단이 대표성이 없는 작은 집단이라는 것이고, 이라크 내에서 모종의 정치적 기획을 하여 정치적 입지를 넓히고자 하는 의도가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제기에 대해 이라크 대표단을 조직한 것으로 보이는 활동가는 "물론 이라크 저항세력 모두를 대표하고 있지는 않지만 그들은 팔루자, 사마라, 쿠파, 바그다드 등에서 왔고 저항을 하고 있다.“면서 문제제기를 일축했다. 몇 번의 인신공격성 발언들도 오갔고 ”이라크 저항세력의 광범위한 부분이 추진하여 요청하면 바그다드에서 국제회의를 할 수도 있지만 지금과 같이 작은 부분이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추진하는 것은 할 수 없다“는 제기도 이어졌다. 급기야 이라크 대표단들이 회의장에서 철수하기에 이르렀다.
결국 이라크에서 국제회의를 열자는 제안과 관련해서 문구가 3가지 제안되었는데 이것도 논란을 거듭하다가 '통과시키지 말고 선언문과 따로 분리하되 서명할 곳은 서명하자'는 의견이 제기되어 이에 동의하면서 논의를 마무리지었다. 이에 따라 선언문만이 합의된 것으로 되었고 앞서 많이 제안된 행동계획은 합의되지 못한채 남게 되었고 향후 메일링리스트를 통해 지지 연명을 받기로 하였다.


베이루트 회의가 남긴 것들
전체적으로 대략 평가해 보자면 첫째, 아랍지역 조직들이 대거 참석함으로써 국제적인 반전 반세계화 운동과 아랍의 운동이 연대하는 계기가 되었다. 레바논, 팔레스타인, 이라크, 요르단, 이집트, 모로코, 튀니지, 시리아 등에서 참여하여 운동의 관심사를 논의하고 인적 교류를 맺은 것이 이번 회의의 가장 큰 성과가 아닌가 한다. 둘째, 이 연장선상에서 이라크, 팔레스타인의 저항을 조건없이 지지하는 것에 동의했고 그들과 직접 토론함으로써 구체적인 과제들을 활발하게 제안할 수 있었다. 특히 팔레스타인 문제는 과제와 행동계획이 잘 조직되어 제출되었고 팔레스타인 사람들도 강한 인상을 남겼다. 셋째,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의 자체가 제대로 준비되지 못하여 일정이 계속 변경되었고 지나치게 팔레스타인, 이라크 문제만 부각되어 전체적인 군사주의의 문제, WTO-세계화 문제는 미흡하게 다뤄졌다. 넷째, 이라크에서의 국제회의 문제에 대한 논란때문에 선언문만 합의되고 행동계획이 합의되지 못하였다. 물론 이라크 저항세력이 어떻게 대표될 수 있는지는 중요한 문제이지만 지나치게 대표성 문제와 국제회의 개최여부만 논쟁됨으로써 다른 행동계획이 충분히 토론되지 못한 것이다.

노르웨이 ATTAC의 한 활동가는 이번 회의가 여러 가지 경험을 공유하고 입장과 계획을 광범위하게 토론할 수 있어서 좋은 기회였다고 평가하였다. 반면에 그리스의 한 활동가는 바그다드 국제회의가 이라크 내에서 행동을 할 수 있는 첫걸음이 될 수 있을텐데 이에 대해 개최 결론을 내리지 않은 것이 크게 아쉽다고 말하였다. 이라크에서 온 한 사람도 그것이 결정되지 않은 것에 대해 불만을 나타냈다. 이러한 평가는 다양하게 표출될 수 있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것은 세계의 반전 반세계화 운동이 서로 긴밀한 연관을 맺으면서 신자유주의 무장한 세계화에 맞서도록 지속적으로 성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의 반전 반세계화 운동 역시 그러한 국제적 운동의 일부로서 연대와 투쟁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전범 민중재판 운동, FTA-WTO 반대투쟁 등 현실적인 투쟁을 강화하면서 그러한 계기를 살려나가자.


 

- 베이루트 회의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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