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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성천막을 걷으며

12월 31일. 마지막 국보폐지 촛불집회에 가고 있는데 전화가 왔다. 오늘 파병연장 통과되면 파병 천막 뜯어야 할테니 오라고. 국보 쪽도 밤에 철거한다고 했다.

먼저 이동화에게 연락했다. 계속 농성장을 제 집처럼 썼으니 물품이 많다. 천막 뜯기전에 치워야 한다고 전했다. 동화는 형님 차를 빌려서 몰고 왔다.

 

선전물을 뜯어내고 비닐을 뜯고 천막을 해체하고 물건을 치웠다.

파병연장 반대 농성천막을 언제 쳤더라. 11월 27일 인가 그랬다. 한밤에 모여서 조그맣게 뚝딱 치고 다음날 들어앉아 회의하면서 흐뭇해 했다. 그땐 다들 파병연장 어차피 막아낼 수 없지만 할 수 있는건 해보자는 마음이었을 것이다. 돌아가면서 당번을 짜고, 난로를 가져오고 선전물로 꾸미고... 생각해보니 난 하루밤밖에 안잤다. 당번 짠게 한번 순환하고 나서는 거의 이동화가 농성장을 지켰다. 1인시위도 하고. 막판에 함께 촛불시위도 하고.

난 최선을 다한건가. 다하지 않은건가 다하지 못한건가.

 

천막을 철거하여 짐을 싣고 사무실로 와서 대충 풀어 놓고 뉴스를 검색해 보니 파병연장안이 좀전에 통과되었다고 한다. 그래도 반대와 기권이 꽤 되었다. 뭐 진짜 전쟁을 반대하는 마음으로 반대나 기권에 표를 던지지 않은 이들도 있겠지. 국회 표결을 보면야 통과시킨 놈들이 죽일놈들이지만 정작 그 뒤의 노무현은 가려져서 잘 드러나지 않는다. 정작 그 놈이 나쁜놈인데.

 

하반기에 파병연장 반대투쟁은 잘 되지 않았다. 짜임새 있는 계획도 부족했고 쟁점화도 잘 시켜내지 못했다. 31일 파병시한 2시간 남겨놓고 허겁지겁 통과시킬 정도로 열우당이나 한나라당이나 제1의 과제는 파병연장 동의안 통과였는데, 운동 진영이 좀더 힘을 기울였어야 하지 않을까. 특히 국보투쟁에는 참 아쉬운게 많다. 그것도 평가를 해봐야겠지만 어떻든 파병이나 쌀개방, 공무원법 등 여타 쟁점을 압도해버린 것은 사실이다. 주체들도 대부분 겹쳤다. 거기에 올인한 사람들은 파병연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었을까. 현실적으로 역량을 투여하지 못하는 걸 안타까와 했을까.

 

어쨌든 그 많던 천막들은 하룻밤 사이에 거의 다 없어졌을 것이다. 매년 말이면 국회를 바라보고 하소연할 수밖에 없는 천막들이 점점 늘어간다. 별로 안좋다. 기본적으로 국회압박 그림이고, 이슈별로 제각각 찢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올해는 또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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