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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중국과 미안마를 방문하는 사이에 한중FTA와 한-뉴질랜드FTA의 타결 소식이 들려왔다. 2년 6개월을 끌어온 한중FTA와 5년 5개월을 끌어온 한-뉴질랜드FTA 협상이 이렇게 빨리 타결되리라고 내다본 경우는 많지 않았다.
사회적 협의는 커녕 국회 보고조차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당장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위원장인 새정치연합 김동철 의원의 경우만 보아도 그렇다. 김동철 위원장은 한-뉴질랜드FTA가 타결되기 전 산업통상자원부에 협상 관련 자료를 요구했지만 돌아온 것은 두 쪽짜리 답변자료였다고 한다. 분야별 쟁점 사안에 대한 답변은 “협상 중이라 구체적으로 말씀드리기 어렵다”였다. 그리고 나흘 뒤 정부는 한-뉴질랜드FTA 협상 타결을 선언했다.
현행 통상절차법은 국회의 관련 상임위의 요구가 있을 때 진행 중인 통상협상에 관한 사항을 보고하거나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고 정부의 의무를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외국과의 협상은 국내의 이해관계자, 특히 피해 당사자들과의 소통이 선행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회 상임위원장에게 두 쪽짜리 답변을 보내 온 정부가 피해 당사자들과의 소통을 아예 무시했을 것임은 따로 따져볼 필요도 없다.
이래 놓고도 박 대통령은 도리어 국회의 조속한 비준을 강조하고 나섰다. 박 대통령은 순방을 마치고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기자들과 만나 "비준이 제때 안 되면 얼마나 손해가 나는지 잘 알지 않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협상 대상국의 정상들과 전화로 대화도 많이 하고, 창조적인 아이디어도 많이 내어서 타결된 협상이라는 말도 했다. 어렵게 타결되었으니 하루빨리 비준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이 타국 정상과 어떻게 소통하고, 어떻게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내었는지는 알 수 없다. 확실한 것은 그런 소통과 창조적 아이디어가 국내적으로 전혀 없었다는 점이다. 한중FTA, 한-뉴질랜드FTA가 타결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올 때 농업계, 축산계는 물론 재계에서조차 협상이 어떤 내용으로 타결되었는지에 대해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전문가들 역시 깜깜이였다. 심지어 타결과 함께 배포된 보도자료에는 ‘양허(개방)에서 제외된 분야’는 있었지만 어떤 품목과 산업이 개방되었는지는 없었다. 협상도 밀실에서 하더니, 결과 발표까지 보여주고 싶은 것만 보여준 셈이다.
FTA는 한 번에 만여개 조항을 일괄로 처리하는 대형 통상협정이다. 단 한 줄의 조항에 기업과 가계의 목숨이 왔다갔다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런 중요한 일을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고 제멋대로 해치우는 정부의 행태는 ‘통상독재’라고 불러여 마땅하다. 우리 국민은 그런 권한을 현 정부에 부여한 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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