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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러남이 명예롭다

『지금이라도 이 모든 것의 책임을 지고 스스로 물러남이 명예로운 일이다.

대림절은 새 하늘 새 땅을 기다리며 참회하고 속죄하는 정화의 시기다. 이 은총의 때에 다시 한 번 대통령과 정부 그리고 여당의 전면적인 회심을 촉구한다.

언제든, 누구에게나 닥칠 역사의 심판을 생각하며 약자들을 상대로 벌이고 있는 오늘의 참담한 행실을 뼈아프게 돌아보기 바란다.

유신독재의 비참한 결말은 모든 집권자에게 뼈아픈 교훈이다.

지난 봄부터 국가기관의 불법적 선거개입을 철저히 조사하고 책임자를 처벌하라는 각계각층의 요구가 빗발쳤다. 종교계도 마찬가지었다.

전국의 모든 교구가 나서서 문제의 국정원의 개혁을 기도할 정도로 이 사안은 한국천주교회의 무거운 근심거리이기도 했다.

하지만 대통령은 원칙에 충실했던 검찰총장과 수사팀장을 몰아내며 수사를 방해했고, 국정원이 작성 유포한 수백만 건의 대선개입 댓글이 드러났어도 모르쇠로 일관하였다.오히려 부정선거를 말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이른바 <종북몰이>의 먹잇감으로 삼았다.

선거부정의 책임을 묻는 일이 설령 고난을 초래하더라도 우리는 이 십자가를 외면하지 않을 것이다. 시대의 불의를 목격하고도 침묵한다면 이는 사제의 직무유기요 자기부정이다.

최근에 나온 프란치스코 교황의 첫 권고문 <복음의 기쁨>이 누누이 강조하듯 교회의 사목은 고통받는 사람들과 함께 고통을 나누는 일이다.

사제는 바로 그 일의 제물이다.

지난 11월 22일 천주교 전주교구 사제단의 시국기도회는 민주주의의 토대가 뿌리째 뽑혀나가고 있는 현실에 위기감을 느끼며 근본적 개선을 촉구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였다.

그러나 대통령과 각료들, 여당은 강론의 취지를 왜곡하고 거기다가 이념의 굴레까지 뒤집어 씌움으로써 한국천주교회를 심히 모독하고 깊은 상처를 안겨주었다. 안타까운 일이다.

양심의 명령에 따른 사제들의 목소리를 빨갱이의 선동으로 몰고 가는 작태는 뒤가 구린 권력마다 지겹도록 반복해온 위기대응 방식이었다. 여기에는 신문과 방송의 악의적 부화뇌동도 한 몫을 하였다.

분명 한국 언론사에 치욕스럽게 기록될 사건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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