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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밭이야기] 천년을 뛰어넘는 관심농법(觀心農法)?
몇 년전 궁예와 왕건이 나오는 TV드라마가 세간의 이목을 집중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 드라마에서 궁예의 관심법(觀心法)이 화제가 됐었습니다.
보기만해도 상대방의 마음을 읽어낼 수 있는 능력을 일컷는데, 이 관심법 때문에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기도 했습니다.
저는 궁예의 관심법(觀心法)이 드라마에만 있는 걸로 알았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 일입니까?
천년이라는 시공을 뛰어 넘어, 관심법(觀心法)이 이 묻지마농장에서 관심농법(觀心農法)으로 부활하는 장면을 두 눈으로 똑똑히 목격한 것입니다.
드라마처럼 펼쳐진 이 장면을 생생하게 볼 수 있었던 저는 참으로 행운아라고 생각했습니다.
혼자만 보고 간직하기에는 너무나 마음이 설레서 그 장면을 텃밭을 아끼는 모든 분들과 함께 나누기로 결심했습니다.
며칠 전, 텃밭 한가운데 있는 목화밭에 항아리 선생님이 오셨습니다.
그리고 목화밭 주위를 한바퀴 주의깊게 돌아본 후 그냥 가시려길레 물어 봤습니다.
"손 좀 써야되지 않겠어요?"
그런데 항아리 선생님 왈, "이 목화는 봐 주기만 해도 잘 자라요."
그 때 저는 갑자기 머리가 어지러워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배추 모종을 심고 잡초를 뽑아내던 두 손에 힘이 쭉 빠지는 것을 감당할 수 없었습니다.
"이것이야말로 농법의 새로운 경지 아닌가?
이름하야 관심농법(觀心農法)의 경지 아닌가?
지난 봄에 무지개 학교 아빠들이 구사했던 태평농법에 이은 초롬아빠의 천공농법, 이 모든 것을 뛰어넘는 관심농법(觀心農法)의 경지가 아닌가?"
저는 이 어줍잖은 묻지마 농장을 경영하면서 불과 1년 사이에 관심농법의 경지까지 두 눈으로 볼 수 있는 행운을 얻으리라고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불과 며칠 전에 이런 행운을 만끽하게 된 것입니다.
그것도 혼자서 말입니다.
그러니 어찌 이 장면을 혼자만 간직할 수 있겠습니까?
함께 나누어야죠.
목화나무가 비스듬히 쓰러져 있어도 오로지 목화꽃만 볼 수 있는 경지,
목화나무 밑에 잡초가 수북하게 자라고 있어도 그 잡초가 목화에 아무런 영향도 미칠 수 없을 거라는 목화나무에 대한 저 굳건한 믿음,
오랜만에 와서 물을 주지 않아도 주인의 따스한 시선만 받으면 목화가 잘 자랄 것이라는 저 확신 ----
농법의 새로운 경지, 관심농법(觀心農法)의 경지!!!
자라나는 잡초만 봐도 안절부절 못하는 저는 언제 저러한 경지에 도달할 수 있는지 ---
* 몇 집만 빼고 배추나 무를 다 심었네요.
아직 심지 못한 집은 빨리 서두르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빈 텃밭이 몇 개 남았으니 더 농사짓고 싶으신 분은 그냥 말뚝박고 쓰시면 됩니다.
무우나 알타리, 갓 씨는 중앙공원 옆 재래시장에서 1봉지에 2,000씩 팔고, 배추 묘종은 텃밭 아래 비닐 하우스에서 1개당 100원에 팝니다.
2004.08.31.
세곡마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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