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정노동철폐연대
‘질라라비’ 100호 발간 기념 행사
011.10.13. 목
영등포 문래동 대안공간 ‘문’
우리 사회 불안정노동자들의 현실처럼,
<질라라비> 100호 발간 기념 행사가 치러지는 대안공간 ‘문’은
영등포 문래동, 허스름한 공단 뒷골목에 있었습니다.
가로등은 희미하게 켜져 있었고,
대안공간 ‘문’으로 내려가는 계단은 칠흙같이 어두웠습니다.
어둠 속에서 오른쪽 계단으로 내려가야 할 지, 왼쪽 계단으로 내려가야 할 지 망설이게 했습니다.
계단 밑에서 초롱하게 빛나는 ‘불빛’만이 우리를 이끌었습니다.
불빛이 인도하는 계단을 따라 내려가 문을 여는 순간,
거기에 <질라라비> 100호가 있었습니다.
‘<질라라비> 100호’가 캄캄한 지하 공간을 밝히고 있었습니다.
그 빛을 따라, 그 빛 주변에
낯익은 동지들이, 낯선 동지들이 있었습니다.
10여 년전에는 그 누구도 오늘의 불안정노동자들의 현실을 예측하지 못했을 겁니다.
한 치 앞을 내다 볼 수 없었던 막막한 현실에서
<질라라비>는 한 줄기 가느다란 불빛이 되어 100호에 이르기까지 어둠을 조금씩 밝혀왔습니다.
불안정노동자들의 삶과 노동의 생생한 현실,
한국 사회의 수많은 노동자들을 불안정한 삶과 노동으로 내모는 경제, 정치 메카니즘에 대한 통찰력 있는 분석,
이런 현실에 맞선 투쟁의 방향, 활동의 방향을
<질라라비>는 꾸준히 담아왔습니다.
아마 100호에 이르는 지난 10여 년의 세월은 말 그대로
날 줄도 모르던 닭이 살아남기 위해 싸우고 몸부림 치다가 마침내 날게 되는,
닭의 원래 이름인 ‘질라라비’로서의 본성을 되찾는 과정이었을 겁니다.
자본의 온갖 공세에 갈갈이 찢긴,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찢기고 위계화된, 그래서 자본에 의해 ‘순화’된 노동자들이
단결과 투쟁을 통해 하나의 노동자로서의 본성, 그 야성의 본성을 찾아가는 길,
그것이 바로 ‘질라라비’의 길이었을 겁니다.
푸짐한 떡과 음식들,
행사장 곳곳에 걸린 사진들,
'강정마을' 다큐멘타리 영화 상영,
김성만, 정면돌파, 우라질, 사이, 이름 하나 못짓고, 양밴드와 고양이밴드의 공연,
그리고 이어진 뒷풀이까지
조촐했지만 뜨거웠던 동지들의 열정과 헌신이
아마 앞으로 질라라비 200호, 500호, 1,000호를 감당해 나갈 거라 믿습니다.
"질라라비, 훨훨"
???
그런데! 비정규직이 철폐돼도 <질라라비>는 계속 발간하는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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