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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26일, 양규헌, 그리고 ---
그냥 모르고 지나갈 뻔 했습니다.
누군가가 귀뜸을 안해줬으면.
아마 이 글을 쓴 후 ‘까칠한’ 양규헌 선배로부터 한마디 들을 겁니다.
왜 쓸데없는 글 썼냐고.
그래도 그냥 모른척 넘기기가 영 그렇습니다.
망설이다가 마음을 굳게(?) 먹었습니다.
혼날 때 혼나더라도 얘기는 하고 가야겠다고.
하고 싶은 얘기 하지 못해서 괜히 병나느니 할 얘기는 하고 살아야겠다고.
아직도 나는 그 이유를 잘 모릅니다.
요새 ‘환갑’이라는 것이 옛날 같지 않아 별 기념할만한 일은 아니지만,
그래서 굳이 나서서 올해 2월 26일이 환갑이라는 걸 알릴 필요는 없지만,
극구 그것을 감출 필요가 있는지.
아직 그 이유를 잘 모르겠습니다.
이런 생각을 해봤습니다.
얼굴이 그래도 동안이라 주변에서 그래도 몇 살은 더 젊게 보는데, 사실이 드러날까 봐 감추려 그런 건 아닌지.
올해 백기완 선생님도 8순인데, 괜히 ‘환갑’ 정도의 명함을 내밀었다가 백기완 선생님께 혼나는 것이 두려워 입을 꼭 다물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래도 ‘환갑’은 ‘환갑’입니다!
근데 이 말을 글로 쓰는 순간, 갑자기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전노협 깃발을 세우고 투쟁하다가 그 깃발을 가슴에 품어 새겨넣은 지가 벌써 20여년이 지났구나.
그 때는 40대 초반이었을텐데 --- 벌써 산하가 두 번 바뀔 만큼의 세월이 흘렀구나.
그 깃발 하나만을 가슴에 새겨, 오직 민주노조와 노동해방을 위해 꼬장꼬장하게 살아 온 세월이 벌써 수십년이 흘렀구나. ---.
세월이 그렇게 흘렀구나.
그래도
그 깃발 옆에서 양규헌 선배와 함께 한 20여년은 '동지'로서 행복했습니다.
앞으로 남은 30년(?)도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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