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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늦어 미안하다, 희망이
2012.7.13.
청계산 기슭
1.
너무 늦어 미안하다.
부산 영도 골리앗 크레인에 올라
오작교가 되고자
산자와 죽은자를 이어주는
오작교가 되고자
절망에 절망하지 않고,
더 이상 정리해고를 용납할 수 없다는 분노로 크레인에 올라
차갑고 뜨거운 고공의 철판위에서
강풍에 몸이 흔들리고 외로움에 마음이 흔들릴 때
소금꽃 나무를 살아서 내려오게 해야한다는 희망버스는
너무 늦어 미안하다.
너무 늦어 미안하다. 희망이.
2.
너무 늦어 미안하다.
직장폐쇄로 일터에서 쫓겨나
올빼미가 아닌 인간이 되고자
밤에는 잠을 자는
노동자가 되고자
야간노동에 짓눌리지 않고
더 이상 주야맞교대를 용납할 수 없다는 분노로 파업을 하여
공장밖 허허벌판 비닐하우스에서
경찰에 길이 막히고 용역에 공장문이 막힐 때
함께 민주노조 사수하고 야간노동 철폐해야 한다는 연대의 손길이
너무 늦어 미안하다.
너무 늦어 미안하다. 희망이
3.
너무 늦어 미안하다.
정리해고로 공장에서 쫓겨나
현장으로 돌아가고자
내 손으로 만들던 자동차를
다시 만들고자
합의와 약속을 이행하고
22명의 목숨을 앗아간 사회적 학살을 멈춰라며
평택과 서울 대한문앞 보도위에서
희망텐트가 찢겨 나가고 추모 천막이 짖밟힐 때
살인정권과 자본을 더 이상 용납할 수 없다는 희망뚜벅이는
너무 늦어 미안하다.
너무 늦어 미안하다. 희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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