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트 영역으로 건너뛰기

[시?] 송악산, 바람코지에서

송악산, 바람코지에서

 

2012.7.13. 청계산기슭

 

1.

 

내 죽으면,

투쟁하다 죽으면,

태워 뿌려주게.

뿌려주게.

송악산

바람코지, 절벽 밑 바다에.

 

365일

깊은 바다속에서 숨죽이며

숨죽이며 있다가,

해초, 파도와 함께 뒤엉키며

뒤엉키며 있다가

 

어느 여름

태풍 몰아치는 날,

하루라도

솟구치는 파도와 함께

절벽을 뛰어넘게

뛰어넘게

뛰어넘어 세상을

휩쓸어버리게

 

2.

 

내 죽으면,

투쟁하다 죽으면,

태워 뿌려주게.

뿌려주게.

송악산

바람코지, 절벽 밑 바다에.

 

365일

파도가 되어 절벽에 부딪히며

크허엉 울부짖으며

절울이오름 끌어안고

끌어안고 있다가

 

어느 겨울

폭설 내리는 날,

하루라도

몰아치는 눈발과 함께

절벽을 뒤덮게

뒤덮게

뒤덮어 세상을

하얗게 만들게

 

 

* 절울이오름; 제주도 대정읍 송악산에 있는 최남단 오름으로 화산쇄설성 퇴적층과 용암으로 이루어진 절벽이다. 절벽에 파도가 부딪힐 때 크허엉, 크허엉, 울부짖는다고 한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