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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우를 그리워하며1] 어머니의 마지막(?) 자존심
어머니의 호인 ‘견우’가 牽牛인지 見牛인지는 아직도 모르겠다.
천천히 알아 볼 생각이다.
급할 것은 없다.
견우가 이제는 이 세상에 없기 때문이다.
벌써 열흘이 지났다.
지난 열흘간 어머니의 영정을 볼 때마다 자꾸 떠오른 것은, 그래서 눈물을 가눌 수 없게 하는 것은 지난 3월 11일, 그러니까 돌아가시기 3주 전 제주대학교 병원에서의 어머니의 모습 때문이다.
***
제주대 병원에서의 하루 밤은 마치 전쟁을 치르는 것 같았다.
어머니는 병원에서 모든 식사를 거부했다. 통증 때문에 밤새 잠도 주무시지 못했다.
“어머니! 식사를 해야 약도 드실 수 있고, 약을 드셔야 밤에 잠도 주무실 수 있지 않으꽈?”
“싫다.”
“무사마씨?”
“먹기 싫다. 설사를 자꾸하는데 먹으면 또 설사할 것 같다.”
***
“저 *(요양사)이 우리집 망허게 할 거라”
“무사 경 말햄수꽈? 어머니 도와주시는 분인디”
“우리집 망허게 할 거라”
“어머니! 돈 때문에 걱정햄꾸나”
“맞아”
“돈 걱정하지맙써. 우리집 안망헙니다. 경허고 어머니가 걱정헌덴허영 방법이 이수과?”
“그건 맞아”
***
밤새 허리 통증, 가슴 통증 때문에 잠을 못 이루시자 어머니께
“경해도 좀 자려고 해봅서”
“무사 내가 이렇게 아픈지 모르커라. 무사 내가 이렇게 아파야허는지 모르커라.”
“밤새 앉아 있지만 말고, 누워서 자젠해 봅서게. 어머니가 안 자난 나도 못잠수게. 나도 잠을 자사 내일 일 나갈 수 이신디---”
“그건 맞아. 경헌디 내가 무사 이렇게 아파야 하는지 모르커라.”
***
한밤 중 담배 피려고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 어머니는 병실에서 복도로 나오셨다.
다시 모시고 들어갔다. 몇 번이고 되풀이됐다.
“어머니, 지금 한밤중이고 다른 환자들도 자고 이시난 복도밖으로 나오면 안돼마씸”
“집에 가야메. 집에 아버지한테 가야메”
“아버진 내일 아침 일찍 오켄해수다. 오늘 병원이 마지막날이니까 잡서게.”
“아니라. 아버지 안올꺼라. 내가 가야메. 내가 가야메.”
“아버지 아침 일찍 오켄해수다. 꼭 옵니다. 걱정하지맙서”
“아니라, 집에 가야메 --- 집에 가야메 ---”
***
“병원에서 나가믄 우랭이(어머니 고향)에 가게”
“경헙주게. 겐디 우랭이에 옛날집 다 어서진거 알아? 다 아파트가 들어서서--”
“경해시냐? 경해도 우랭이에 가게 --- 우랭이에 가게”
밤새 어머니와 치르는 실랑이 속에서 어머니가 회복하기 힘든 과정을 가시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머니는 왜 자신이 통증 때문에 이런 고통을 받아야 하는지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그 고통 속에서도 어머니는 당신만의 마지막 ‘자존심’을 지키려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곁에서, 그 자존심을 지키시려는 어머니를 위해 자식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무 것도 없다는 그 무력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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