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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노위 출범 축하시-송경동] 모든 것이 돌아온다

모든 것이 돌아온다

- <사회주의노동자정당 건설을 위한 공동실천위원회> 출범을 맞아

 

송경동(시인)

 

 

 

유령들이 돌아온다

아무 것도 가지지 못한 자들이

무엇을 가졌다고 착각하던 이들이

헐벗은 몸으로, 찢긴 몸으로, 온몸과 정신에 쇠사슬을 감고

집단적으로 돌아온다

 

유령들을 따라 유령들이 돌아온다

인류의 뜨거운 열망과 생성 위에 구더기처럼 기생하며

풍요로운 대지의 자궁을 좀먹고 초토화시키던

자본의 유령들이

혼비백산 다급하게 돌아온다

 

모든 것이 돌아온다

끝났는지도 모른다던 혁명의 역사가 돌아온다

숨겨진 일상의 핏빛 적대가 결전을 향해

숨가쁘게 돌아온다. 낡고 죽은 노동의 똥통에서

찬란한 자유의 날개들이 퍼덕이며 돌아온다

 

돌아온다, 보라

모든 것이 돌아온다

살아 있다는 긍지, 잊어버렸던 연대의 따뜻한 손길

사적소유의 온갖 금기와 통제와 폭력을 넘어서는 참다운 용기의 무리들

그 새로운 인류들이 다시 돌아온다

자본의 공포와 협박으로부터 벗어난 생기발랄한 웃음들이

자유로운 농담과 춤이 경계 없는 상상이

 

돌아온다. 보라

모든 것이 돌아온다

그것은 하나로만 오지도

둘로만 오지도 셋으로만 오지 않는다

그것은 총체적으로 오고

그것은 근본적으로 발본적으로 전투적으로 온다

수치를 넘어 산술적 평준을 넘어

부문을 넘어 지역을 넘어 국가를 넘어

민족과 인종과 성의 분리와 차별을 넘어

착취받는 모든 존재의 굳건한 연대로, 총단결로, 총투쟁으로

전계급적으로, 전지구적으로, 전우주적으로

 

온다. 그것은 경이로움과 함께

무엇보다 내 안에서, 우리 안에서 온다

오랜 비만과 개량의 거푸집을 부수고

오랜 고립과 망상의 지하 생활을 뚫고,

오랜 위축과 자학의 번데기를 찢고

획일을 넘어 교조를 넘어

안일과 무지와 독선과 아집과 분열을 넘어

낡은 나와 우리를 찢는 고통 속에서

새로운 정치적 생명으로 아름답게 돌아온다

 

나의 당이, 우리의 당이

모든 피압박노동자민중의 당이 돌아올 때

이 모든 것이 돌아온다

독점자본의 금고 속에 억류당했던 인류의 모든 미래가 돌아오고

사람들이 빼앗겼던 온갖 자율적 창조적 권능이 돌아오고

자연의 모든 아름다운 가치들이 제자리로 돌아오고

퇴행했던 모든 것이 뼈저리게 계면쩍게 돌아오고

생기 잃었던 모든 존재들이

새로운 생의 활기로 벅차게 돌아와

대지는 새로운 관계로 요동치고

역사도 비로소 비틀린 얼굴을 바로잡으며

환하게 돌아온다

 

하지만 잊지마, 동지들

이제 막 다시 시작이라는 것을

혁명은 과시나 이벤트가 아니라는 것을

혁명적 노동자당의 당파성은 문건의 주장을 통해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권력 찬탈을 위한 상층의 이전투구를 통해서만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진정한 선전과 선동은

때로 아무 말하지 않고 흘리는 실천의 피 한 방울에 있기도 하다는 것을

보이지 않되 굳건한 조직의 신경망 세포 한 줄기 한 줄기에 시퍼렇게 서려 있기도 하다는 것을

우리는 언제나 당당한 다수여야 하고 만인에 의한 만인의 것이어야 한다는 것을

자유로운 개인들의 창조적 발현이 모든 해방의 기초와 전제가 되는 세계의 건설

그것만이 우리의 유일한 영예이며 기쁨이며 보람이라는 것을

 

잊지마, 동지들

당당하되 겸허하게

투철하되 아름답게

오늘부터 쓰여지는 새로운 세기의 역사가

우리의 자랑을 넘어

모든 피압박노동자인민의 자랑이어야 한다는 것을

잊지마, 동지들

모든 것이 돌아오고 있다는 것을

그 전율을, 그 긴장을, 그 전쟁을, 그 환희를, 그 적개심을, 그 사랑을

우리가 그 모든 것들을 불렀다는 것을

불러 깨워 함께 가자 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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