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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급과정 간담회(2차)’
회의 중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에 다음 상급과정 간담회(7.9.금.20:00) 사회를 떠맡게 됐습니다.
한마디로 허를 찔린 셈(?)이죠.
사실 7월9일에 선약이 있는데, ㅠㅠ --- 참석해서 사회를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다음 간담회에서는 1,2차 간담회의 연장선에서 계속 논의를 하자고 해서, 사회를 맡은 본인으로서는 불가피하게 지난 1,2차 간담회의 내용에 대해 되새김질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1차 간담회 내용은 메모를 못해서, 2차 간담회(6.25.금) 때 나온 내용을 중심으로 간략히 정리해 봤습니다.
1. 9~10학년 아이들의 상태
우리 애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아이들 상태에 대한 진단은 우려와 걱정이 다수였습니다. 물론 낙관하는 얘기들도 있었지만 ---.
“천방지축이다. 천당과 지옥을 오락가락한다.”
“막연해 한다. 하고 싶은 것도 없고, 재미도 없고, 고민도 없고 ---”
“무언가 ‘힘’이 없음을 답답해 하는 상황이다.”
아직은 판단하기 조금 이르고 “11학년(고2)이 되야 뭘 하는지 알 수 있는 시기”니 초조해 하지 말라는 조언도 있었습니다.
이런 조언에도 불구하고 ‘안심’ 혹은 ‘확신’하지 못하는 엄마, 아빠들이 다수인 것 같았습니다.
이럴 때는 이런 말이 조금 위안이 될 지도 모르겠습니다.
“본인이 클 때를 되돌아보라.”
이런 말을 들으면 사실 뜨끔해지지만, 엄마, 아빠들의 마음이라는 게 그래도 자신들보다는 자식들이 좀 더 나아지기를 바라는 지라 ---
2. 9~10학년 학부모들의 판단과 태도, 바람
애들을 걱정하지만 결국 아이들보다는 애들에 대한 부모들의 판단과 태도, 욕심, 바람 등에 대해 어떻게 바라 볼 것인지가 더 문제입니다.
결국 부모들이 문제라는 겁니다.
그래서 간담회 때 이런 얘기들이 나왔습니다.
“애들은 자기 속도대로 간다.”
“애는 내버려두면 잘 크는 건데 --- 너무 조급하게 다그치는 것은 아닌지---”
“10년 뒤에 애한테 무슨 말을 들을까가 걱정된다.”
“자기 밥벌이라도 잘 했으면 좋겠다.”
그럼에도 다른 한편에서는 애들에 대한 실날같이 가느다란(?) 믿음 역시 포기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여기서 ‘확신한다’고 하는데 그건 ‘확신’하지 않고서는 견뎌내기 어렵다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고 생각해봅니다.
“애들이 안개가 걷히는 경험을 하게 될 거고, 진정으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찾을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있다.”
조금 더 적극적인 바람도 있었습니다.
“미래를 두고 애들과 부딪혔으면 좋겠다.”
근데 애들은 알죠. 미래를 두고 부모들과 부딪혔을 때, 많은 경우 결국 부모 뜻대로 갈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 그래서 감추거나 피하거나 얼버무리거나 ---- 헉, 이건 제 경험이었습니다.
최 모 아빠 같은 경우는 본인이 자랄 때 결코 이렇지 않았을 거라 맹세코 확신합니다.
한 엄마가 누군가의 말을 인용하시면서 이런 얘기도 하셨네요.
“미래에 저당 잡혀 현재의 행복을 포기하지 마라.”
3. 아이들의 ‘진로’에 대해
결국 본론은, 간담회를 하는 취지는, 애들의 ‘진로’ 문제와 ‘대학 입학’ 문제입니다.
여기서 조금은 예민한 문제가 있다는 걸, 그날 간담회에서 느꼈습니다.
‘진로 문제’=‘대학 입시’라고 생각하는 것.
즉 진로 문제를 대학 입시와 등치시키는 것에 대한 경계, 조심스러움 등이 표현됐습니다.
물론 두 가지가 완전히 별개의 문제는 아니지만, ‘진로’ 문제와 ‘대학 입시’ 문제는 구분해야 한다는 얘기들이 주를 이뤘습니다.
그날 나온 얘기를 보면 그렇다는 겁니다.
사실 저는 ‘별개이기 하지만 그래도 입시도 중요한데’라는 생각을 그동안 남몰래, 속으로만 가지고 있었지만, 그날 입을 다물고 있었습니다.
“진로 문제와 대학 입학 문제는 구분해야 한다. 진로문제는 삶에 대한 가치관의 문제이고, 자기 삶의 힘을 길러 가는 문제이다.”
‘진로’ 문제에 대해서는 얘기들이 조금 더 진전됐습니다.
“진로에는 두 측면이 있다. 하나는 ‘뭘 할까?’이고, 다른 하나는 ‘하고 싶은 것을 어떻게 현실화시킬까?, 즉 방식과 경로를 구체화하는 것이다.”
우리가 애들의 진로에 대해 고민을 할 때, 애들이 ‘뭘 할까’를 결정해 나가는데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느냐 만이 아니라, 애들이 진로를 고민하고 결정할 때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어떻게 현실화시켜 나갈 것인가’에 대한 것까지 고민해 주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말은 최 모 아빠로부터 지난해부터 줄기차게 들었던 이야기라 이제는 거의 외울 지경이 되었습니다.
목표만이 아니라 그 목표에 이르기 위한 구체적인 수단과 방법, 경로 등 ----.
4. 방안들
간담회에 참가한 엄마, 아빠들이 모두 동의했는지, 아니면 다른 생각과 판단들이 있었는지 모르지만, 애들의 ‘진로’ 문제와 관련하여 대략 다음과 같은 이야기들이 나왔습니다.
지금 정리한 것은 그 날 나온 이야기를 그냥 제 생각대로 재구성해 본 것입니다.
1) 내적인 힘!
“아이들이 살아가면서 ‘견디게 하는 힘’이 가장 중요하다. 그러려면 ‘체력’이 필요하고, 또 어떤 일을 ‘끝까지 해내게 하는 에너지(힘)’가 필요하다.”
“개성을 발휘할 수 있는 공간이 풍부해졌으면 한다. 그리고 애들이 꿈을 현실화시켜 나갈 수 있는 힘을 길러 내는 것이 중요하다.”
“애들이 스스로 선택을 할 때, 잘 할 수 있는 힘을 갖게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힘, 시련을 극복해 내는 힘. 이 힘을 어떻게 키워낼 것인가?”
“생활과 교육과 운동을 결합시켜 나가야 한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고 일찍 자는 생활이 몸에 베는 것, 현미와 채소 위주의 식사 습관을 갖는 것, 악기를 다룰 수 있고 오케스트라를 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것, 이것이 장기전을 할 수 있는 베이스가 된다.”
아! 이렇게 정리해 보니, 그날 간담회에 참여한 상급과정 엄마, 아빠들이 아이들에게 무엇을 원하는 지를 조금은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왜 상급과정 엄마, 아빠들이 애들의 지금 상태에 대해 불안해하거나 끝 모를 걱정을 하는 지도 ---.
소극적으로는 험한 세상을 살아가면서 ‘시련을 견디고 극복해 내는 힘’, 좀 더 적극적으로는 ‘꿈을 현실화시켜 나갈 수 있는 힘’을 아이들이 상급과정에 가져주길 바라는, 그리고 그를 위해 엄마, 아빠들이 해야 하고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학교가 해야 하고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를 엄마, 아빠들은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사람에 따라 조금은 낙관적일 수도 있고, 또 조금은 더 비관적일 수도 있지만, 부모의 마음이라는 것이 이런 건가 봅니다. 라고 생각했습니다.
2) 학습, 혹은 지성을 갖추는 일
상급과정에 들어오면서 엄마, 아빠들이 애들의 성장, 진로와 관련하여 가장 관심을 갖는 지점이 ‘학습’ 혹은 ‘지성을 갖추는 일’일 겁니다.
이에 대해서는 여러 진단과 방안에 대한 얘기들이 오갔습니다.
“9~10학년은 지성이 깨어나는 시기이다.”
“애들이 공부하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저학년 때의 감성적 교육 중심이 고학년 때도 그대로 지속되는 분위기가 문제다. ‘열심히 공부해야 돼’ 하는 분위기가 형성돼야 한다. 지적인 깨우침을 중심으로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애들이 공부를 열심히 했으면 하는 바람은 모든 부모님들이 바람일 것입니다. 아마 보다 나은 삶에 대한 바람의 표현이라고 생각합니다.
근데 문제는 학벌사회인 대한민국의 교육현실에서 ‘열심히 공부하는 것=대학 입시’라는 족쇄가 우리를 괴롭히고 혼란스럽게 합니다.
사실 ‘지성’을 갖추는 것과 ‘대학 입시’는 별개의 문제인데 말입니다.
그래서 이런 고민들도 이야기됐습니다.
“비행기가 뜨려면 활주로를 달려야 한다. 대학입시도 마찬가지다. 특히 국, 영, 수는 시간과 준비가 필요하다. 근데 이런 생각은 학교의 교육방침과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
“수학은 뒤처지면 힘들다.”
그 누구도 자유로울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입시경쟁이 모든 교육을 규정하는 이 현실에서.
입시에서 성공과 실패가 아이들의 삶과 미래를 규정하는 이 ‘학벌사회’에서.
결국 우리가 이런 현실을 어떻게 맞딱뜨리고 넘어서야 하는가?
상급과정 간담회는 그런 모색을 위한 하나의 시도라고 생각합니다.
“개별적이 아닌, 통으로 ‘함께’ 풀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과정이라 생각합니다.
3) 방안들, 단상들, 제안들
몇 가지, 이런저런 방안들이 제안됐습니다.
아마 이런 내용을 가지고 3차 간담회에서는 좀 더 논의를 진전시켜 나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러한 문제를 어떻게, 어디에서 풀어나가야 하는 건데, 가장 중요한 지점이라 생각된 것은 다음과 같은 제안이었습니다.
“외부에서 찾지 말고 학교시스템 내에서 내용을 밀도 있게 만들어 내는 것이 중요하다.”
“학습에서 외부교육 필요한가? 학교의 학습에 충실하면 전환할 때 힘이 생긴다.”
“학습 내용은 학교 내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해결하지 못하는 부분을 어떻게 할 것인가? 충실히 따라가지 못할 경우에 메꿀 수 있는 방안으로 학교에서 방안을 마련하는 것, 학부모들이 학습도우미 등을 만드는 방안, 애들끼리 함께 풀어낼 수 있게 하는 방안 등이 있을 수 있다.”
“일반 학교와 비교했을 때 과천자유학교에서 교과과정이 빠지는 것은 없다. 문제는 일반학교의 경우에 고2까지 진도를 마치고 고3때는 시험 보는 스킬을 훈련시킨다는 것인데, 이 문제를 어느 시점에서 어떻게 해결해 나갈 것인지에 대한 방안이 필요하다.”
“더딘 아이들에 대해서는 ‘배려’가 필요하고, 문제 아이들에 대해서는 치료교육이 필요하다.”
“잘 해서 더 많은 것을 요구하는 애들에 대해서도 배려가 필요하다.”
“어떤 것을 하고 싶어하는데 만약 학교의 현실이 그것을 채울 수 없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결국 일차적으로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은 ‘학교 내적으로 이 문제를 얼마만큼 밀도 있게 방안을 함께 만들어 낼 수 있는가입니다.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때 ‘학교 내적’이라고 하면, 교사와 학부모와 학생 모두가 서로 어떻게 맞물려가면서 함께 해결해 나갈 것인가의 문제입니다.
그래서 이 점과 관련하여 이런 고민도 표현됐습니다.
“전체적인 분위기가 형성돼야 가능하다. 분위기는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인데, 불필요한 ‘오해’ 없이 이야기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나가야 한다.”
그리고 좀 더 구체적으로 이런 제안들도 있었습니다.
“학교에서 철학을 독자적인 과목으로 가르쳤으면 한다.”
“책 읽는 훈련이 필요하다. 문법, 문장구성, 논리 등.”
“이런 문제들을 해결해 나가기 위해서는 상급과정과 담임과정이 분리되어야 한다. ‘따로 또 같이’가 필요하다.”
5. 마무리하며
3차 간담회 사회를 맡게 되어 어쩔 수 없이 간담회 내용을 정리하면서 이런 생각들이 언뜻 들었습니다.
이렇게 정리하는 것이 괜히 그날 나온 이야기의 풍부함을 제약하거나 왜곡시키는 것은 아닌가?
다른 엄마, 아빠들은 걱정이 안되는데, 특히 최 모 아빠가 걱정이 됐습니다.
시시각각 호시탐탐 시비를 걸 기회를 엿보고 있는데, 이런 정리가 그 빌미를 주는 건 아닌지 이 글을 정리하면서도 계속 걱정이 됐습니다.
다음으로 우려가 되는 것은 고백하건데 제가 발도르프 상급과정에 대해 책을 읽어본 적이 없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사실 걱정하는 것 가운데 하나가 그런 건 이미 책에 다 나와 있다며 ‘공부 좀 해라’고 할 때 빠져나갈 구멍이 없다는 것입니다.
특히 최근 어느 뒷풀이 자리에서 최 모 아빠로부터 ‘공부 안한다’는 핀찬을 들은 적이 있는데, 앞에서는 태연한 척 했지만 사실 마음이 조금은 뜨끔했습니다.
그래서 이 글을 정리하면서 이런 각오도 새롭게 해봅니다.
“상급관련 책도 빠른 시일 내에 꼭 봐야지.”
그럼 9,10학년 엄마, 아빠들, 금요일(7.09.) 오후 8시에 뵙도록 하겠습니다.
2010.7.01.
9학년 현이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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