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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여행을 정리하며

지금 여기는 조치원역 근처  PC 방 근처입니다.

 

어제는 낮과 저녁이 너무 다른 일정을 보냈습니다.

 

아침에 PC 방에서 나와 간단하게 아침을 먹고 전날 저녁 동네 아주머니들이 알려주신 대중탕에 갔습니다. 가격이 무려 삼천오백원....

 

간단하게 샤워를 하고 옷 갈아입는 곳에 나와 대충 옷을 입고 잠을 잤습니다. 사실 샤워하는 것도 목적이었지만 늘어지게 잠을 자고 싶었던 마음이 더 컸습니다.  샤워를 하고 잠을 자려고하는데  TV 에서 언론법 통과에 대한 영상이 나오자 주변에 있던 아저씨들은 우리 세대는 아직 박정희 향수가 있어 저쩌구... 아니 싸우고 있는데 찬성표가 올라가면 어찌된 거냐.... 정몽준은 어쩌구 목용탕 분위기는 한나라당에 그리 좋은 상황은 아니더군요 그렇다고 그분들이 야당 성향분들은 아닌 것 같던데... 아마 박근혜 지지 세력 쯤?

 

아저씨들은 나가고 에라 모르겠다 누워서 잠이 들었습니다. 눈을 뜨니 이발사 아저씨가 묻습니다. 어디까지 가? 글쎄요 내려가는데까지 내려가보려고 하는데요.... 그럼 어디서 출발했어? 서울 구로구요... 내가 젊었을 때 여기 저기 여행을 많이 다녔는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듣다가 계속 있다가는 출발도 못할 것 같아 인사드리고 1번 국도를 따라 걸었습니다. 걷다가 점심으로 묵밥을 먹고 걸었는데 한참을 걷다보니 천안까지 9분이면 간다는 전광판을 봤습니다. 그런데 난 거의 두시간이 넘어 걸었습니다.

 

물론 중간에 동네분들 운동하라고 만들어 놓은 곳에서 늘어지게 자고 걷다가 딴청 좀 피우기는 했지만 자동차로 가는 것과 걷는 것의 차이를 뼈저리에 느끼는 하루였습니다. 자꾸 걷는 것이 부담스러워지더군요...

 

1번국도를 계속 따라갈 까? 아니면 천안역으로 빠질까 고민하다 천안역쪽으로 가다가 법원쪽으로 가면 거리를 조금은 줄일 수 있을 것 같아 그렇게 했는데 가다가 방향을 잠시 잃어 방황하다 버스터미널로 갔습니다. 다행히 그쪽에서 1번 국도를 만나 계속 걷다가 법원쪽으로 나와 저녁을 먹었습니다.

 

천안을 벗어나야 하나? 아니면 천안에서 잠을 잘까? 고민하다 시간이 좀 어정쩡해서 그냥 천안삼거리를  벗어났습니다. 23일 비가 내린다고 해서 비 맞아가면서 걷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더 걸어가려고 욕심을 냈습니다. 그런데 가다보니 마땅히 잠 잘 곳이 없네요

 

계속 걷다보니 저녁 10시가 넘어 어디엔가 정착할 곳을 찾았는데 11시 쯤에서야 목천휴계소라는 아주 작은 휴계소를 만났습니다. 늦은 시간이라 휴계소는 문을 닫았고 주유소만 문을 열었더군요 그런데 마침 도로 쪽으로 나무로 의자들을 만들어놨는데 많이 망가졌지만 두개 정도는 깨끗해서 그 중 하나에 침낭을 깔고 누웠습니다. 너무 피곤했거든요...

 

한참을 잤나? 모기 때문에 성가셔 하는데 하늘에서 한 방울 두 방울 빗방울이 떨어져 부랴부랴 침낭을 정리하자니 마구 떨어지네요 그래서 일단 문 닫은 휴계소 처마에서 비를 피하고 비가 그치자 다시 걸었습니다. 마땅히 잘 곳도 없고 비가 언제까지 내릴지 자신도 없고 그래서 계속  걸었습니다. 다행히 걷는 중간에는 비가 내리지 않더군요  비가 내리자 주유소도 문을 닫았고 시간은 12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습니다.

 

처음에는 1번 국도를 따라 가다가 23번 국도를 따라 가려고 했는데 아무리 생각을 해도 23번 국도를 따라가면 마땅히 쉴 곳이 없을 것 같아 1번 국도를 따라  가기로 했습니다. 1차 여행의 최종목적지를 조치원쪽으로 잡기로 했습니다. 한참을 걷다보니 새벽 3시가 다가오고 어딘가서 잠을 자야 할 것 같아 전의로 내려갔습니다. 그곳에 마침 기차길을 넘어가는 다리(?)가 있었는데 통로의 반쪽은 계단이고 다른 반쪽은 자건거나 오토바이가 지나갈 수 있도록 했더군요. 그리고 지붕이 있었습니다. 하... 하... 하... 지붕이 있는 곳에서 잠을 잤습니다. 

 

계단을 올라 정산에 오르니 평평한 곳이 나타나 그냥 침낭 깔고 잠이 들었습니다. 가끔 바로 아래로 기차가 지나가는 소리가 요란하기는 했지만 그냥 편하게 잠을 잤습니다. 그런데 한참을 자는데 자전거를 끌고 한 분이 올라오셔서 일어나 앉았습니다. 주변을 보니 안개가 너무 자욱하더군요 그래서 아저씨가 지나가시자 다시 누웠습니다. 이번에는 오토바이가 지나가서 일어났다가 다시 누웠는데 조금 있자니 또 누군가가 지나가서 일어나지도 않고 침낭속에 누워있었습니다. 그런데 또 누가 지나가서 하는 수 없이 앉았다가 짐을 정리했습니다. 그 시간이 5시가 조금 넘은 시간 그렇다고 안개가 낀 길을 걸어갈 수 없어 멍하니 앉아 성경을 보다가 하늘을 보니 해가 뜨더군요... 안개가 그렇게 꼈는대도 다들 일하러 가시네요... 쩝...

 

6시 쯤 안개가 걷히는 것 같아 자리를 털고 일어나 다시 걸었습니다. 한참을 걷다가 아침을 먹으러 갔는데 주인아저씨가 가계에 들어올 때 다 죽어가는 사람처럼 들어오던데 오늘 어디까지 가느냐고 묻네요 그래서 조치원에 간다고 말씀을 드렸더니 겨우 거기가는데 바로 가지 그렇게 인상쓰며 들어오냐고 말씀하시네요 체력이 약한가보다고 말씀하시는데 뭐 달리 할 말이 없고 그런가봐요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아침을 먹고 교회 성도들에게 문자를 보내고 다시 일어나 걸었습니다.

 

충청남도에서 잠시나마 충청북도로 그리고 다시 충청남도로 들어와 기차를 다고 올라갈 생각으로 조치원역 근처에 와 있습니다. 기차를 다면 금방 가겠죠?

 

1차 여행을 여기에서 마치고 8월 2차 여행때는 더 좋은 소식들을 올릴 생각입니다. 아마 2차 여행 기간에는 PC 방을 그리 쉽게 만나지는 못할 것 같아 몇일에 한 번 정도 소식을 전할 것 같습니다.

 

1차 여행은 2차 여행을 준비하기 위한 것이었는데 몇가지 생각을 했습니다. 일단 가방이 가벼워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불필요한 옷들을 정리한다. 그리고 침낭을 잘 정리해야 한다. 처음부터 얼굴에 철판을 깔고 자야 할 곳이 있다면 그냥 잔다. 1차 여행 결과로 얻은 결론입니다.

 

참, 2차 여행은 가능하면 놀면서 간다. 무조건 걷는 건 1차로 끝...

 

그나 저나 어려운 시국에 뭔가 하고는 싶은데 도대체 뭘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겠네요... 아... 뭘 어떻게 해야 하나? 총체적 난국이라고 해야 하나? 이 어려운 시기에 난 무엇을 하고 있나? 비가 내려 신발이 젖은 상태에서 길을 걷는 다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지금 내가 처한 환경이 내가 자초한 것인가? 아니면 내 의지와는 다른 것인가? 사실 천안 삼거리로 향하다가 24시간 사우나를 발견했었거든요

 

하지만 그럼에도 모든 것이 당황스러울 때라도 길은 있다는 것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내가 자초한 어려움이기는 했지만 하나님께서는 또 다른 길을 열어주신다는 것 그렇기 때문에 아무리 어려워도 포기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이제 2차 여행때는 정말 편하게 할 생각입니다. 무조건 걷는 것은 1차로 만족하려고 합니다. 더 많은 것을 생각하며 걸을 생각입니다. 그때까지 다리가 정상으로 돌아올지 모르겠네요.... 하... 하... 하...

 

참, 아내가 무척이나 보고 싶었던 일주일이었습니다. 그리고 우리 하경이도 너무 보고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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