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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쓴 하경이 이야기

아내가 5월 2일 아이들이 다니는 어린이집 게시판에 올린 글을 옮겼습니다. 참고로 하경이는 7살, 하람이는 3살, **는 초등학교 2학년, @@는 7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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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집에는 저에게만 보이는 거울이 두 개 있습니다.^^(아 깡통은 어쩔라나 모르겠네?^^)


하경이와 하람이죠.^^ 자책이나 불안을 갖기도 하지만 나를 이해하게 되고 나를 인정하게 해 주는 건강한 거울들입니다.


월요일에 **가 놀러왔어요. 저녁을 먹고 그네를 타고 놀면서 자연스럽게 배(몸의 일부^^)이야기를 하다가 수술 이야기로 넘어가서는 제가 수술한 배를 보여주면서 "징검이 짱이지?"그랬어요.


하경이가 옆에서 "우리 엄마 애기 집이 없어. 그래서 애기를 못 나" 그러더군요. 그리곤 '그래서 나랑 하람이를 입양한거야."


듣고 있던 **가 "그럼 가짜 딸이잖아" 순간 조금 긴장했지요. 이렇게 ** 이름을 올리면 탓하는 것 같아 조금 망설여지지만 **는 자기 생각을 자연스럽게 이야기 한 것이니까 **의 이야기는 보다 하경이의 반응이 더 긴장이 되더라구요. 하경이 조금 풀죽은 모습으로 손톱을 물어 뜯으려고 해서 얼른 안아 주었습니다. "아니야. 엄마가 낳아야 진짜 딸인가? 하경이는 엄마 진짜 딸 맞아!" 아직 크게 상처 받거나 의미를 이해하는 것 같진 않았지만 엄마 입장에서는 앞으로 그런 고민들이 늘어 갈 하경이가 안쓰럽기도 하더라구요.


그 날 하람이와 깡통을 재워 놓고 오랜만에(노동절 갑자기 쉬게 된 학교..) 하경이랑 오손도손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데 하경이가 배고프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뭐 먹고 싶어 물으니 아이스크림이라고 해서 마트에 가서 아이스크림이랑 우리 집 큰 애기 좋아하는 퍼 먹는 아이스크림이랑 &&랑 사서 하경이랑 낄낄거리며 1시 넘어서 까지 놀았어요. 진실게임도 했는데 엄마, 아빠 보다 @@이를 더 사랑한다고 한더구요.(벌써 배신 작렬입니다요.)딱 12시 되었을 때 하경이 생일 축하도 하구요. 우연히도 1일 하경이 생일인데 좋은 기회였지요.


하람이가 우리 집에 오고 얼마 안돼 하경이가 "엄마 하람이는 입양 된거구 나는 엄마가 낳았지?'라고 묻더라구요. 본인이 입양 된 걸 알고 있지만 부인 하고 싶은 하경이 마음이 느껴졌어요. 그리고 어제 밤 늦게 놀 때는 "나는 낳아 준 엄마가 미워"라고 이야기도 하구요.


조금씩 자신을 알게 되고 느끼게 되는 과정 속에 있구나 싶으니 대견하고 뿌듯하기도 해요. 어쩌면 엄마라는 이름으로 하경이의 짐을 덜어주고 싶을 때가 있겠지요. 그래도 하경이가 짐어지고 가야할 자신의 몫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건강하게 짊어지고 가리라 믿구요.


예전에 하경이가 낳아 준 엄마를 찾아가면 어떻하냐고 괜한 상실감에 운 적이 많았어요. 그런 날이 오기도 하겠죠?^^ 그건 또 다른 제 몫이라고 생각해요.


하여튼,^^ 하경인 즐거운 생일 잔치를 했고 저는 오늘부터 2박 3일 들살이 갑니다.
이틀이긴 하지만 남겨진 우리 집 삼남매 잘 부탁드려요.
꼬질꼬질하면 얼굴이라면 한 번 닦아주시고,집에 데리고 가셔서 저녁을 먹여주시면 깡통이 훨 편하기도 하겠구..
으하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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