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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놀라워라, 홍상수 <극장전>

<극장전>을 보기 전에, 내가 감독도 아니면서, 은근히 이 영화 별루면 어떡하나, 걱정을 다 하고 있었다.

사실 홍상수가 -그의 영화에 관한 한- 그냥 그대로더라도 좋았을 것인데, 그는 무슨 계기였는지 획기 전환점을 맞았다. 단지 영화에 대한 전환점이 아니라, 자신에 대한, 인간에 대한, 인생에 대한.

그것의 겸손하고도 순박하고 솔직한 고백,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나는 이 영화가 무지하게 재미있었다. 그리하여 그 다음 영화, <극장전>에 대해 기대와 벌써부터 애정과 한편으로 염려를 가지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뜸들이지 말고 결론부터 말한다면, 제목으로 붙였듯, 오, 놀라워라, 홍상수! <극장전>!

 

어떤 이는, "홍상수가 B급 무비를 만들었다", "완벽한 아마츄어리즘의 완성", "홍상수는 이제 브라이언 드팔마나 로만 폴란스키가 되려나보다" 라고 떠들며 흥분했다.

 

나는 B급 무비나, 아마츄어리즘이나, 브라이언 드팔마나, 로만 폴란스킨는 잘 모르지만, 그의 흥분에는 적극 동조할 수 있었다.

오, 정말 멋진 영화이니.

그 '전환점' 이후, 그는 정말 점점 사랑스러운 인간이 되어가는 것 같다.

 

또한 대단하게도 이 영화는 보는 순간의 즐거움으로 끝이 아닌 것 같다. 영화를 본 지 사흘째, 여전히 영화의 대사와 장면은 머리 속에서 이리저리 뒹굴며 떠나지 않는다. 희안한 것은, 생각하면 생각할 수록 대사들이 하나하나 다시 떠오르고 그것들이 죄다 주옥같은 명대사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곱씹어 볼수록 앞의 대사가 뒤의 대사와, 앞의 장면과 뒤의 장면이 연결되며 매직아이처럼 새로운 그림을 스을쩍 물 위로 떠올리는 것 같기도 하다.

 

씨네21에서 영화검색을 해보았더니 주루룩 기사가 뜬다.

허문영과 정영일의 기사를 읽어봤더니 장난이 아니다. 이거 정말 진심으로 이렇게들 생각한 것일까, 흠.

 

 

(씨네21)

 

엄지원의 휀이 되었다. 연기, 정말 잘 한다. 김상경도 잘 하지만, 그보다 낫다.

 

 


(씨네21)

 

근데 정말 의문스러운 것은, 극중 이형수 감독이 멀쩡히 포스터에서(지금 사진의 김상경 뒤에 보이는) 상원역의 이기우였다가 마지막 병실에서 누워있을 땐 상원의 의붓아버지인 것 같은 아저씨 역의 김명수였을까... 처음엔 내가 잘못본 줄 알았다. 암말기 환자 분장때문에 상원역의 이기우였는데 헛갈린 줄 알고 캐스팅 자막 올라갈때 확인해보려고 했더니 자막에도 안나온다. 씨네21에 들어가서 확인해봤더니, 김명수 맞았다. 왜 그랬을까.

 

왜 그랬을까, 싶은 것은 사실 한두개가 아니다. 그런데 이것이 헛점으로 보이는 게 아니라 미로처럼 보인다. 이걸 읽으면 더 깊은 비밀을 알 수 있게 될 거 같은...

 

홍상수의 다음 영화, 정말 본격적으로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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