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7'에 해당되는 글 41건
- 야마다사장, 샐러리맨 천국을 만들다 (10) 2007/07/30
- 올드보이 (8) 2007/07/28
- 서울아트시네마 (3) 2007/07/27
- 덧없는 하루 (4) 2007/07/27
- 신념 (2) 2007/07/27
- 머리카락이 (3) 2007/07/27
- 영화 엽서 (3) 2007/07/27
- 모든 게 엉망이야. 2007/07/24
- 이런 느낌 2007/07/24
- 체온 (4) 2007/07/24
아마도 불폐모임이 있었던 날 밤,
MBC 스페셜, "야마다사장, 샐러리맨 천국을 만들다"라는 프로그램을 TV에서 보았다.
오늘이 월요일인데, 아직도 머릿속을 차지하고 있는 걸 보면,
그 프로그램에 나온 '미라이 공업'의 경영방식이 신선한 충격이었다는 것을 인정해야겠다.
글로 옮기는 것이 의미가 있을지 모르겠다. 못본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은데.
다음은 야마다사장의 말.
“인간은 말이 아니다. 당근과 채찍의 조화는 필요 없다.
단지 당근만이 필요할 뿐 ... 사원들을 놀게 하라”
“인간은 물건이 아니야 그러니 원가 절감은 옳지만 급료를 낮추는 것은 잘못된 것이야.
인간은 코스트가 아니야”
“기업이 커져서 사원에게 도움이 된 적이 있나?
기업은 기업 자체를 위해서가 아니라 사원을 위해 있는거야”
“사원은 모두 같아, 선풍기를 불어 아무나 과장을 시켜도 다 잘해”
“노르마(업무 할당량) 따위는 필요 없어, 사원들은 알아서 다 해”
‘잔업, 휴일근무 없음,
전 직원 70세 정년 보장,
비정규직 없음, 정리해고 없음,
오전 8시 30분 출근, 오후 4시 30분 퇴근,
연간 140일 휴무,
3년 육아휴직 보장,
5년마다 전 직원 해외여행, 매년 전 직원 국내여행…'
무엇보다 놀라웠던 것은, 경영자가 사원들을 능력으로 차별하지 않는다는 것과,
회사를 자신의 소유물이 아닌 사원들의 일터로 생각한다는 것.
과장을 뽑는데, 야마다사장은 선풍기를 이용했다.
이름을 적은 쪽지를 쟁반위에 올려두고, 선풍기 바람에 가장 멀리 날아간 이름을 과장으로 정했다.
왜냐하면, 사원은 모두 같기 때문이다.
야마다 사장과 미라이 공업에 대해서 내가 아는 것은 방송에 나온 것이 전부다.
잘은 모르지만,
몇 십조씩 이익을 내고도, 철야를 한 사원들에게 잔업수당을 주지 않았어.
그건 속이는 거야.
라는 말이 경영자의 입에서 나왔다는 것이 좋았다.
18년전에 선풍기로 평사원에서 과장이 되었다는 아저씨(그 뒤로 한번도 승진이 안되었단다^^)는
담장에 페인트칠을 하고 있었다.
페인트 용역비가 아까워서 '남는 시간'에 직접 칠을 한다고.
'남는 시간'이라니, 과장이면 페인트나 칠하고 있기 보다 월급 값을 해야하는 게 아니던가!
인쇄비가 아까워서 식권이 없는 직원식당.
사실 식권이 왜 필요하던가?
'낫또가 건강에 좋고 맛있으니 식사에 넣어주세요'라는 제안서.
사장의 방침에 의해서가 아니라,
각종 회사에 관한, 혹은 회사의 제품에 관한 제안서로 회사가 운영되고 있었다.
사장은 그냥 놀고 있었는데, 나름 자기 일이라고 정한 것은 회사 이곳 저곳에,
'불켜지 마', '문닫고 다녀' 등의 이면지에 쓴 가이드라인을 붙이는 거였다.
야마다 사장이 번 돈의 대부분은, 연극극단의 후원금으로 쓰이고 있었다.
사장도 선풍기로 뽑으면 어떨까?
살짝, 유토피아란 것이 별게 아니구나 싶었다.
그 별것 아닌 유토피아를 만드는 게 왜 그리 힘들까.
중고만화책을 인터넷으로 구입했는데,
덤으로 딸려온 것 중에 올드보이가 있었다.
영화가 너무 무서웠기 때문에, 만화는 더 무섭지 않을까 싶어 못보고 있었는데,
오늘 결국은, 너무 심심해서 읽어버리고 말았다.
올드보이의 만화책판은, 분명 카이지보다 무서울 거야. 하고 생각했는데도,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나왔을까 싶지만,
그림에서 일단 그 사악한 느낌이 없어서, 읽게 되었나 싶기도 하다.
만화 올드보이는 다행히도, 영화와 달리 꽤나 따듯하고 덜 완성된 인간적인 만화였다.
진보블로그 폐인들이 모두 오프라인에 몰려있어서,
불질도 재미없고, 나만 진짜 폐인된 거 같아서,
탈출구를 찾던 끝에 올드보이까지 다 읽고도,
혹시나 후기가 올라오지 않았나 하고 컴퓨터를 켜 보게 된 것이다.
그닥 많이 올라오지는 않았구나.
상장도 받았다고 자랑하다니.
오늘 포스팅을 6개나 했다.
괜히 초조했다.
서울아트시네마는 장애인 할인이 되어서 한편당 4000원에 영화를 볼 수 있다.
게다가 테라스인지 옥상인지가 무척 넓고, 아래를 내려다보면
어딘가 중국같은 분위기야.
오래된 슬레트 지붕의 낮은 집들과
공사 중인 곳에 늘어진 지저분한 파스텔 색의 부직폭 천막, 오토바이들,
오래된 낙원상가 건물의 80년대 풍 회색 벽과 '낙원아파트'라는 간판.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
좁은 골목. 런닝셔츠바람의 목장갑낀 아저씨들과
뚱뚱한 몸에 초록색 앞치마를 두르고
짙은 색 티셔츠와 몸빼바지, 하얀 목낮은 양말, 플라스틱 쓰레빠를 걸친 아줌마들.
담배를 피우기에 딱 좋은 장소.지만 나는 요새 담배를 안 피운다.
담배를 안피우는 사람은 재미없어. 라고 생각하지만.
몸에 좋은 담배 빨리 누가 좀 만들라고!
'창작자들의 가장 큰 즐거움은 결국 대중들의 관심이다.
그래서 덧글에 집착하는 거고.
컴퓨터 앞에만 앉아있으면 시간이 잘 간다.
헉, 벌써 4시다.
분명 처음엔 9시였는데.
컴퓨터 앞에서 보낸 시간은, 마치 아무 일도 안한 것처럼 느껴져서
어제는, 큰 맘 먹고 나가
시네마떼끄에서 애니충격전이랑 스틸라이프도 보고 청계천도 구경하고 왔는데
그닥 자극이 없었던 것 같아.
문화생활하려면 돈이 드는구나 싶어 쓸쓸 했다.
왜 컴퓨터 앞에만 앉으면, 일어날 수가 없는걸까?
그동안 뭘했나?
그래도 오늘은 돈 버는 일을 조금 했다. 따져보면 2시간쯤은 한 거 같다. 장하다. 몇달만이냐.
내 블로그의 글을 전부 읽어보았다. 미쳤냐? 대체 왜?
혼자 뿌듯했다. 양이 많구나...
블로그 첫화면에 있는 글을 전부 읽어 보았다.
불폐 점검을 해볼까 말까 오늘도 고민만 했다.
모임장소와 시간에 대해서도 잘 숙지만 했다.
나는 왜 모임에 안나가는가에 대해서 글을 쓸까 해봤지만,
쓸데없는 짓인 것 같아서 생각만 잔뜩 했다. 생각해보니 생각만 한 것도 쓸데없는 짓이었다.
교수님이 시킨 '설문조사 회사에 전화해서 견적 물어보기'를 했다.
이거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었다.
아무래도, 달군님이나 채경님한테 설문조사알바를 시키는게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교수님과 달군님과 채경님의 동의를 얻는 귀찮은 절차가 있겠지만.
일기를 썼다.
가스검침 아주머니와 짧지만 즐거운 대화를 나누었다.
점심을 먹었고, 애들 간식을 주었다.
집이 더러워서 화가 났다.
언젠가는 애들털에 질식해서 죽게되는 거다.
집안은 온통 화장실 모래로 사막이 되는 거다.
나뿐 색희들. 니들 털이랑 모래 정도는 니들이 좀 해결하라고.
괜히 애들에게 소리를 질렀다. 덧없었다.
청소를 할까 말까 잠시 고민했다.
헉. 이제 뭐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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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6시가 되고 말았다. 결국 계속 컴퓨터 앞에 앉아있었다.
다들 서울역에 있나? 오늘 저녁에 폐인들이 없으니, 나혼자 블로그를 지키는 건가?
무지하게 심심하지만 언제나처럼 아무도 만나고 싶지 않은 오후.
[저 소리는 뭐지? 아가, 저 소리가 나를 두렵게 하는 구나.]
[용역들이 들어오는 소리에요. 엄마, 이제는 나가셔야 해요.]
[저 사람들이 널 잡아가면 어쩌니? 잡아가서 어두운 곳에 가두고, 모진 매를 때리면 어쩌니?]
[엄마, 괜찮아요. 저는 예술가가 될거에요.]
[그렇구나. 엄마는 언제나 네가 너무 자랑스럽구나. 그런데, 예술가는 뭘하는 사람이니, 얘야?]
[예술가는 아름다움을 지키는 사람이에요.
엄마, 세상에는 저 사람들보다 더 무서운 게 많이 있어요
어떤 아이들은 태어나자 마자 굶어서 죽는대요.
무서운 병에 걸려 아무도 돌봐주지 않는 채로 길거리에서 개들에게 먹히는 사람들도 있대요.
집채만한 미사일이 날아와서 수백명을 한꺼번에 죽이기도 한대요.
그렇게 끔찍하고 추한 세상에 맞서 싸우는 사람이 예술가에요.
예술가는 쓰러지지 않는 신념을 갖고 있어야 해요. 아름다움이 존재한다는 신념.
아름다움이 없이 인간은 살아갈 수 없으니까.
아름다움을 모르는 사람은 살아가는 게 아니라 굴러다니는 거에요. 먼지 덩어리처럼.]
[모든 사람이 예술가가 되면 좋겠구나! 다함께 싸우면 좋지 않니!]
[엄마, 이제 나가셔야 해요.]
[몸조심해라. 얘야. 죽으면 안된다.]
모든게 엉망이야.
모든 것은 하나로부터 시작된다.
응답하지 않는 마음일 수도 있고,
좁은 집이거나,
빈 지갑, 인질극이라거나, 파업과 거짓말, 지루한 반복, 혹은 지겨운 연속.
모든게 엉망이다.
조바심도 내지 않고 초연하게 기다려온 내 어둠이 머리위에서 나를 내려다 보고 있다.
이렇게 길게 '조증'인 상태로 있어본 건 처음이었지만,
사실은 긴 시간이 아니었다.
시간은 너무나 상대적이다.
끊임없는 유예일 뿐이다.
자는 것이 좋겠어.
다 미워.
목이 마르다.
목이 말라서, 이불을 젖히고 벌떡 일어났다.
어둠속에서 그의 체온만이 느껴진다.
성급하게 달려서 작업실의 컴퓨터를 켜고, 아주 잠깐 생각한 뒤 전등을 켰다.
목이 말라.
컴퓨터가 부팅되려면 조금 시간이 있다.
할 수 있는 한 부드럽게 그의 입술에 입을 맞추고 용서를 구한다.
그의 가슴에 머리를 묻는다.
그의 팔이 내 어깨를 감싼다.
가슴 한 가운데의 오목한 부분에 귀를 대고 심장 소리를 듣는다.
그의 생명이 태고의 깊이로부터 현재의 나에게 전달된다.
그의 생명은 언제나 나의 현실보다 조금 앞선 과거다.
확실한 것은 체온 뿐, 그의 체온은 그의 것이기보다 나의 현실에 속한다.
목이 마르다.
이 목마름은 아주 간단하게 해결될 수도 있지만,
영영 해소되지 않을 수도 있다.
오아시스를 찾는 일은 힘이 들기도 하지만, 전혀 힘이 들지 않기도 한다.
나는 오아시스를 찾는 일에 완전히 매몰되어있어서, 너무나 집착하고 있어서
그리고 그런 상태로 아주 오래 지내왔기 때문에
이제는 그것 외에 아무것도 하지 않기 때문에
힘이 들 것도 없다.
나는 느긋하게 리모콘을 들고, 마우스를 쥐고 앉아 나무늘보처럼 꿈쩍도 하지 않는다.
오아시스는 결국 나타나거나 나타나지 않는다.
내 힘으로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쉬지 않고 보는 것 뿐이다.
어려운 일은 아니지만, 오아시스를 발견하는 것이 쉬운 것은 절대 아니다.
이제는 지치지도 않아.
지칠만큼 품이 드는 일도 아닌걸.
나는 이제 너무 무심해졌어.
물 맛을 본지가 너무 오래되어서.
10년 전에는 너무 많은 오아시스를 발견해서,
한 오아시스에서 겨우 한모금씩의 물을 마시거나,
발이나 담그고, 기껏해야 가벼운 목욕정도를 할 수 있었는데
나는 계속 앞으로 나아가야 하고
오아시스들은 그 뒤로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나는 둔감해졌어.
신선하고 차가운 물 맛을 잊어버렸어.
날카롭게 찌르는 느낌, 눈과 코를 당기는 강렬한 자극.
한방울 만으로도 뿌옇던 세상이 맑아지게 만드는.
뇌주름 구석구석까지 쌓인 모래먼지를 들어내고 척수를 듬뿍 적셔
미세한 삶의 진동을 느끼게 해주는 물,
나는 목이 너무 말라.
나는 정말로 목이 말라.
누군가 독을 풀어 놓은 걸까?
죽은 오아시스들.
검은 시체들이 굳은 진흙더미처럼 놓였다.
거대한 물소의 뱃속으로 들어가 눕는다.
뜨거운 사막의 태양아래에서 물소의 뱃속은 따스하다.
끈적끈적하고 부드럽다.
나는 물소의 뱃속에서 흐느껴 운다.
잠시 쉬어야 겠어.
나는 너무 지쳤어.
파리들, 파리들이 싫어.
잠이 든다.
'녹차랑 먹을래, 된장국이랑 먹을래?'
'키스해줘.'
우리는 키스를 하고 잔인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았다.
착취의 먹이사슬에서 피라미드의 맨 꼭대기에 있는 사람이 되었다.
대형마트에서 사온 초밥을 녹차와 먹으면서.
키스는 부드럽고 달콤하다.
'세상의 잔인한 걸 하나만 인식하고 나면, 그때부턴 끝이 없어. 난 이제 더이상 못 견디겠어.'
내가 칭얼대면 그는 내 머리를 그의 어깨에 갖다댄다.
하지만 나는 정말 더이상 못견디겠다.
우리는 왜 눈앞의 행복을 가질 권리가 없는걸까?
생리가 끝나서 가슴이 작아졌다.
풍선처럼 부풀어 올랐던 가슴이 풍선처럼 바람이 빠진거야.
가슴가득 터질 듯이 몰려들었던 피가 덕지덕지 딱지처럼 굳어서 떨어져 나가버렸어.
나는 이제 무심하고 둔감하고 타인의 감정에 부주의해.
차라리 표현하지 마.
만나지마.
체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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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 굉장하네요..
우리나라에 그런 경영이 도입될 날이 있을지..
헉, 가수시군요....블로그에 연예인이......
그 프로 우연히 봤는데, 충격이었어요.
사람들은 냅두면 알아서 자기 할일 할거라는데 백만배 공감!!
그런 회사 그런 사장이 많이 나오면 좋을텐데...
저도 힐끔힐끔 봤는데 좋으면서도 쪼끔 이중적인 느낌이 들기도 했어요
'유럽의 착한소비열풍'이 아홉시뉴스에 나올때의 느낌이랄까..
암튼 일본도 비정규직문제 등등 심각하다고 들었는데 충격적이었어요ㅎ
오우~놀라워라.
저는 보면서 '그럴줄 알았어. 가능하잖아'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글을 읽으니 봤던 장면들이 생각나네요. 빠짐없이 정리하신거 같아요 ㅋ
산오리 / 그게 참, 한 사람의 힘으로 이루어진 것처럼 TV에서는 나오던데, 여러사람이 힘을 합쳐 그런 회사를 자꾸 만들어 가면 좋겠어요.
파비 / 흠...저도 언제나처럼 조금은 미심쩍어했지만, 그래도 생각보다는 훨씬 혁명적이었어요. 우리가 바라는 세계가 그렇게까지 먼 곳에 있는 것도, 그렇게까지 어렵기만 한 것도 아니라는 것을 조금은 증명해줬달까...제가 모르는 무언가들이 있겠지만, 일단은 그런 느낌.
둑북 / 응.
로이 / 빠짐없이 정리...^^ㅋㅋ
기사를 찾아봤는데 사장의 그 위풍당당한 '난닝구'패션이 더 혁명적!!
프레시안에 기사가 났네요. 혹시 안보신 분들 참조...
(위에서 dookbook님께서 말씀하신 난닝구 패션도 볼 수 있군요ㅋ)
http://pressian.com/scripts/section/article.asp?article_num=60070730163428
여튼 멋진 분입니다. ^^
우와, (아무 것도 의심 안하고) 마구 놀라고 있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