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트 영역으로 건너뛰기

원래 하려던 배낭 얘기

지난번에 배낭자랑질을 줄줄 해놓고. 원래 돈 쓰기, 뭘 사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팠는데 그 날 배낭을 산 것이 대단한 즐거움이여서 그 얘기만 줄줄 흐르게 써놓고 정작하려던 얘기를 못했다.

 

원래 하려던 것은 아이티 얘기였다. 뭘 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하고 있었다는..

나는 라히루 프라바쓰라는 너무 귀여운 스리랑카 소년을 후원하고 있다. 매달 3만원씩 굿네이버스를 통해서. 원래 후원하던 아이는 라킵, 이라는 방글라데시 소년이었는데 굿네이버스에서 1인당 후원금을 2만원에서 3만원으로 늘리면서 후원 아동이 바뀌게 되었다. 원래 한 아이를 두명의 후원자가 2만원씩 후원하고 있었는데 정책이 바뀌면서 금액을 올리고 한 아이를 한 사람이 후원하되, 라킵은 나 말고 다른 후원자가 더 오랫동안 후원한터라 나의 아이가 바뀌는 것이래나...

 

여기에 회비내고, 저기에 회비내고, 조기에는 후원금내고, 쩌쪽에 후원금내고. 형과 나의 회비와 후원금을 합치면 우리 살림에 막 적지는 않은 규모다. 시댁에 우리의 한 달 생활비(관리비 등의 각종 공과금과 핸드폰, 인터넷 등과 먹고 마시고 병원가고 책사고 하는, 각종 회비를 뺀 생활비)의 절반을 넘을때도 있는 금액을 생활비로 매달 보내야하고 생활비도 써야하고.전세집이니 전세금 올려줄때를 대비해야 한다.

그런데 회비도 더 늘리고 싶고 후원아동도 더 늘리고 싶다. 아이티에 어떻게 도움이 될까도 생각하고 투쟁기금도 몇 군데 더 내고 싶다. 이렇게 되니 가방을 하나 살 때, 5천원짜리 뭔가를 살때도 그렇게 망설여진다. 사실, 누군들 그렇지 않을까. 우린 아이가 없으니 다른 이들보다는 훨씬 나갈 돈이 적긴 하다.

 

옷 하나 가방 하나, 책 하나, 영화 하나, 맛있는 거 하나를 참으며 형이 열심히 하는 000에 미루었던 사업에 시동을 걸만한 규모의 기금도 내고 싶다. 나이 탓인지 관리를 못한 탓인지 치아가 부실해져서 씹는 것이 고통이라는 첫째언니가 치과에서 견적을 내왔는데 7백만원이나 든단다. 첫째 언니에게 치아 선물도 하고 싶다, 하면 좋겠다 싶다.

 

다이소에서 뭔가를 살 때도 조금 더 고민하는 마음으로 모은 그 돈은 마음을 전할 수 있을까. 전할 수 있겠다 싶다. 돈이지만 사실 마음이므로. 돈 가지고 궁상떨지 말아야지, 그러지 말아야지 하는데 사실 이게 궁상떠는 것같다. 우리 정도면 살만하잖아, 라고도 생각하지만 '우리 정도'라는 그 놈의 기준이 뭘까. 나보다 다섯배 이상 많이 버는 누군가는 그래도 너무 어렵다고 하던데. 그렇지, 맞아, 규모가 있었으니 또 쓰는 것도 규모가 있겠지 싶으면서도 마음이 이상하다.  "이해해" 라는 말도 거짓말, "야 이 욕심쟁이"라는 말도 거짓말이다. 내마음은 그 중간쯤에서 흔들 흔들 왔다갔다 하는 것 같다.

 

어제 침대에 누워 이런 얘기를 나누었다. 형이, 결혼을 할 즈음, 돈을 많이 벌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처음으로 했단다. 그리고선 그런 생각이 든 적이 없었는데, 얼마전 내가 배낭을 사고 너무 신나하니 좀 짠하더란다. 술 2-3번 안먹으면 만들어지는 돈이지만 그 자체로 큰 돈이기도한 지출을 한 그 배낭을 배고 내가 너무 좋아하니, 아, 돈 많이 벌고 싶다, 하는 생각이 들더란다. 저게 뭐라고 못사주고 있는 걸까, 저게 뭐라고... 하며 삶이 이렇게저렇게 느껴졌다는 얘기.

 

어제는 정말 청승을 제대로 떨었다. 둘이서? 혹은 혼자서.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