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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2

29.

아침 선전전. 밤새 자는듯 마는듯, 알람이 울릴때가 된 것 같아 일어나 핸드폰 시계를 보니 6시29분. 알람을 6시30분에 맞춰놨었는데, 칼 같이 일어났고만^^ 밤새 자는듯 마는듯 했던 건 생리통덕이었다. 아침에 일어났는데, 집 밖으로 나가는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다. 어제 저녁을 5시반에 먹은지라 배는 고프고 생리통은 난리였다. 가는 지하철 내내 전날 술을 온 몸으로 마신 애처럼 흐느적거리며 손잡이에 매달려 갔다. 쌀쌀한 날씨에 동지들을 보고 선전전을 하니, 고통은 고통으로 잊는다고 괜찮아지는 듯. 끝나고 얼른 약 사먹었다. 오늘 저녁 술약속인데 미룰수 없는 약속이라 걱정이다.

25.

송선생님네서 모임. 오랜만인듯, 어제 본듯. 대화가 어려운 것을 보니 나는 아직 나를 만들어가는 중인듯 싶다.

22.

자정이 넘었으니 사실은 23이지. 어제 엄마랑 루돌프 부흐빈더의 피아노 리사이틀에 다녀왔다. 1월 말 쯤, 엄마에게 2월 21일 공연을 보러가자는 연락이 왔고, 그러자 했다. 막상 21일 즈음이 되니 할 일도 많고 예술의 전당은 너무 멀어서, 공연 보기전의 설렘 같은 것은 별로 못 느끼고 있었다. 발을 질질 끌며 예술의 전당에 가서 자리에 앉았다.

비창으로 시작했는데, 음 첫 대목에서 눈물이 쏙 나왔다. 너무. 좋았다. 그는 알고보니 베토벤 전문가라 불리는 피아니스트이다. 내가 알기론 폴리니 라는 피아니스트가 쇼팽 전문가로 불리듯 그의 전문은 베토벤이더라. 피아노의 풍요로운 음과 그의 힘과 손가락이 피아노를 지나가면 소리가 저절로 만들어지는 듯한 가벼움과 눈앞에 물 안개가 펼쳐져보이는 부드러움은... 정말 대단했다.

그래서 오늘 베토벤의 비창이 특히 듣고 싶은데, 부흐빈더의 앨범은 못찾겠고(내가 듣는 음악 사이트에는 마련되어 있지 않고) 대신할 마땅한 앨범이 보이지 않는다. 가볍게, 예를 들어 '베스트 오브 베토벤' 이라는 식의 앨범만 있다. 연주자는 이름조차 없고. 성에 안찬다. 지금도 틀어놨는데... 너무 유약하다.저 높이 올라갔던 파도가 뚝 떨어지는 듯한 그런.. 연주가 아니다. 아쉽고 아쉽다.

19.

총회가 끝났다. 아주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듯한 기분이 오늘 오전까지 였다면, 오늘 오후 부터는 이전과는 다른 짐을, 무겁다는 말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짐을 어깨에 새로 둘러맨 기분이다.

17.

둘째언니랑 영화봤다. 언니추천 '두 개의 선'. 간단하게는 임신테스트기에서 임신일 때 나타나는 두 줄을 의미하고 더 나아가면(기사를 보니) 정상과 비정상, 결혼과 비혼에 대한 의미라고 한다. 다큐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말은, 감독의 남편의 친인척이 한말,(남편 이철에게 아들 이강이 생겼는데) "이제 이철이 인생은 끝난거여~ 이제 이강이 인생사는 거여~"라는. 머리를 댕~ 하고 쳤다.

15.

요즘은 술자리 긴장을 놨나보다. 열심히 먹고 자꾸 뻗는다. 예전에는 첫째언니나 둘째언니랑 술을 먹어도 정신차리고 있다가 택시문 닫으면서 기절하곤 했는데, 체력이 약해진건지, 사람들이 편해진건지 자꾸 뻗는다. 어제도 기차타고 올라오면서 엎어져 잔것과 택시타서 엎어져 잔 것은 기억이 나는데 어떻게 택시를 탔는지, 기차를 탔는지 기억이 안난다. 

12.

정말 밤새 열라 추웠다. 2시집회부터 행진하고 문화제까지 끝나니 12시. 개별 참가였던 만큼 잘 곳은 없고. 한 시간 잤을까. 다음 4차에는 침낭을 필수, 잘 곳(찐따 붙을 곳)을 미리미리 알아보리라.

10.

어설프나마 새해 계획을 완성. 둘째언니의 계획을 감탄하며 나도 꼼꼼하게 새해 계획을 세워야지, 하고 마음 먹었는데 재미있는건 그녀의 틀(내용)을 따라가더라는 거다. 헐.

9.

휴가를 썼다. 12시반쯤 밤에 잘 일을 걱정하며 일어나, 무 시래기를 물에 불리고, 피아노도 치고 딩가 거리며 놀다가 씻고 마트로 고고. 메모지를 보며 후루룩 장보기. 다녀와서 약간 불려진 무 시래기를 다시 물을 부어 끓이고 쌀 벌레 퇴치 팩을 쌀 통에 붙인다. 그 사이 마늘쫑 씻기. 시금치 씻기, 가지 씻기, 파를 씻어 쫑쫑 썰어 냉동실에 넣어놓기. 무 시래기를 끓이는 동안 마늘쫑 담그기. 절반은 고추장 마늘쫑, 절반은 간장 마늘쫑. 간장 마늘쫑은 내일 모레 쌍차 가기 전에 간장을 꺼내기 끓여서 다시 넣어야 한다. 고추장 마늘쫑은 한 달 후에 먹는 것이야.

한 시간 반 가량 끓인 무 시래기를 한 번 먹을 분량으로 랩에 싸서 냉동실로 고고. 무 시래기를 끓였던 냄비를 씻어 가지를 찐다. 찐 가지를 결 대로 찢어서 물 짜기. 너무 5분만 삶으랬는데 괜히 8분 삶아서 애들이 너무 물러져버렸다. 가지 찐 냄비를 씻어서 시금치 삶기. 10초만 삶은 시금치 물 짜기. 가지나물 무치기, 시금치 나물 무치기. 가지나물에는 고추가루가 들어가는데 결혼 초기 사들인 고추가루를 넣었더니 고추가루양만큼 맛이 이상하다. 간장으로 땜빵.

이런 것들을 다 하고 나니 형 퇴근. 즐겁게 했지만.........!!!

"이게 휴가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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