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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괴산으로

이제 6주하고도 반의 산후조리를 마치고 괴산 우리집으로 돌아간다.

그동안 겨울이 지났고, 어제는 따뜻하다 못해 더운바람까지 불더라.

완연한 봄이 왔다는 신호처럼 말이다.

 

어제는 선유를 보는데 무척컸다는 느낌이 들었다. 손과 발의 크기가

앗!! 벌써 이만큼 자랐구나 할정도로 부쩍 커버렸다. 정말정말 작은

아기의 손과 발인데도 배속에서 바로 나왔을때 만지면 부서질것 같던

그 느낌은 간데 없고 이젠 단단해지고 옹골차진 느낌이랄까?? 정말 쑥쑥 잘큰다.

 

오랫동안 내집이 궁금했고, 그리웠는데 드디어 간다.

흰둥이 녀석도 보고싶고, 동네사람들의 안부도 궁금하며 무엇보다 이계절이

얼마만큼 찾아왔는지 너무너무 보고싶다. 우리동네의 공기와 햇살을 흠뻑 들이키고

싶은 이 강렬한 욕망.. 더구나 날이 따뜻해져서 그런지 더 그리워진다.

 

한동안은 아기와 나의 새로운 적응기가 될테고.. 최교에게도 아빠로서 완전 실감나게

되는 시기가 될것 같다.(산후조리기간에 최교는 괴산과 이곳저곳을 왔다갔다하느라고

아기를 돌보는건 잘 못했거덩)..

 

이제 내일 괴산으로 간다..

오랫만에 간다는것이 무척이나 설레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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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과 현실사이..

2006년 귀농을 할 때, 도시적인 것의 거품을 걷고 소박하지만 아름답게 살자고
했었다. 불편함을 행복으로 그리고 새로운 익숙함으로 여겨보자 했었다. 실제
그것은 구들방생활이라든지, 생태화장실을 통해 나타났고 정말 훌륭했다. 재미도 있었고..
물론 그외에도 무수하게 많고..

시골로 갈때 전자렌지와 전기주전자는 절대 이용하지 말자했고, 가능한한 가전제품은
쓰지 않기로 결심했었다. 물론 내짝꿍 최교의 강력한 반대(?)로 절충안으로 살아가고 있
지만 첫마음은 전기로 부터 자유로와지고 그걸 쓰지 않고도 훌륭히 살아가는 것이었다.

글고 나서 난 얼마쯤지나 임신을 했고, 그때부터 내몸은 그간 내가 버리려했던 문명의
편리함들을 그리워하게 되었다. 특히 실내에 있는 좌변기..한밤중에도 여러번 화장실을
들락거려야 하는 임신부로써는 멀리 있는 화장실이 참 원망스러울정도 였다. 게다가
날이 추워지면서는 더더욱 심했고.. 여하튼..

아기를 낳고 보니 상황은 더욱 달라지고.. 특히나 몸이 불편할수록 의존성은 더 높아진다.
매일저녁 찜질팩을 전자렌지에 데워 아랫배에 얹어 마사지를 하고, 전기를 이용해 공기방울이
만들어지는 좌욕기는 그냥 좌욕기에 비해 훨씬 몸을 훈훈하게 데워주며, 집안 습도 유지를 위해
가습기를 틀어야 하고, 때로는 공기청정기까지.. 손이타서 안아줘야만 자야하는 아기때문에
중고 흔들침대를 구입했는데 이또한 전동흔들침대라는것.. 괴산에 내려가면 친정집보다 춥기
때문에 가끔씩은 언니가 준 전기 라지에이터를 틀어야 하고, 혼자서 빨래를 해야하기 때문에
아기옷 삶는 것도 세탁기로 써야 한다.

사실 이런거 하나 없이도 잘 그리고 건강하게 사는 사람들도 많을 텐데..
시골에 내려가면 창고에 박아두었던 전기 주전자를 꺼내야하고, 한이아빠께 부탁드려 남는
전자렌지도 얻어야하고..

한동안은 이런 과도기적 딜레마에 살아야한다.
그러다보면 답이 나오겠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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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일이 지났다.

블로그에 온통 출산과 아기에 대한 이야기를 올리는게 어색하긴하지만
일상이 포비(선유)의 등장과 함께 달라지고 있기에 2009년 봄은 이 아이의 이야기로 꽉차지
않을까 싶다.

어제로 포비는 태어난지 21일이 되었다. 일명 3.7일..
지금은 가물가물 해진 출산할 때의 진통.. 꼬박 2틀동안 진통을 했다.
진통이 길어질수록 자연분만이 가능하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불안감도 있었고..
포기해야 하나 하는 생각도 순간적으로 들었다. 진통이 힘들어서가 아니라
진통이 길어질 수록 배속의 아기한테도 영향을 미치니까 그게 걱정이 되었다.
인공적인 처방을 전혀 하지 않은 상태에서 여하튼 아기를 낳았다.
남편이 꼬박 40시간을 함께 하며 나와 진통을 같이 했고, 포비의 머리가 나오는 그 순간
그의 온몸은 땀으로 범벅이 되었고, 그의 눈에선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양수의 따듯함과 뭔가 묵직한게 내 몸에서 나오는 그 순간 난 따뜻했고 시원했으며
무엇보다 진통이 멈췄음에 감사했다.

아기는 태어나자 마자 내 가슴 위에 올려졌고, 남편은 떨리는 손으로 탯줄을 잘랐다.
3.28kg의 여자 아기는 엄마의 고통의 10배를 이겨내고 나왔는데 엄마보다 훨씬 의연해 보였다.
아기는 씻고 나서 내 옆에 뉘어졌고, 곧바로 내 젖을 물었다. 신기하게도 아기는 내젖을
물었고, 울음소리같은 것도 냈고, 신음소리같은 것도 냈다.

아기는 태어나기 몇주전에 태변을 봤다고 한다. 조산원 선생님이 스트레스 받는 일 있었냐고
물었고, 그저 짐작가는 몇가지 일이 떠올랐다. 여하튼 출산이 길어지면서 양수를 먹은 아기
하지만 생각보다 건강했고, 지금까지도 건강하게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오늘 3.7일 기념으로 난 출산이후 처음으로 샤워를 했다.
상쾌했고.. 기분도 꽤 괜찮아졌다.

포비야 축하한다. 그리고 우리 재미나게 살아보자^^

<포비이름 확정>
최선유
뜻 : 1)우리가 살고 있는 마을 이름 선유동에서 선유.
       2)한자로는 고울 선, 부드러울 유
       3)콩글리쉬로는 sun you. 즉 너는 태양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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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애비 장담그기...

포비엄마가 처가에 있는 관계로..
홀애비로 내려와 장담그기를 시도했습니다.
코치는 이수진, 옆집 양순아줌마....
장담근다고 반장아줌마도 왔다가고, 동네할머니들은 저 혼자 장담그는지 다~~ 알고 계시더군요^^



일단 메주를 깨끗히 씻습니다. 이번엔 검은 곰팡이가 좀 많이 펴서 씻느라 고생좀 했습니다.
(뭐 작년엔 내가 안해서리 어느정도 깨끗이 닦아야 되는지 몰라서 그냥 열심히 닦았습니다.)




두번째 소금을 물에 녹입니다. 염도계가 없으므로 계란하나 달랑띄워서 계속 체크를 합니다.
500원짜리동전만큼 나올때까지 소금을 녹이라는데 동전을 세울때 높인지 표면넓이가 그만큼인지 몰라서 아랫말에 전화해서 해결합니다. 표면넓이랍니다^^;;
어쨌던지 메주 2말이면 물 40리터에 소금 10kg정도가 필요하다고해서리.. 일일이 저울에 무게를 재서 50kg의 소금물을 준비했습니다. 맞겠지뭐~~~

요기까지가 어제 작업...





오늘은 항아리에 담는날.. 어제 한이아빠네서 항아리하나 빌려오기로 했는데 까먹어서리.. 후다닥 가서 항아리 하나 업어왔습니다.
두군데에 알맞게 체크해서 메주넣고 소금물 붓고....
문제가 생겼습니다. 작년 가을에 준비해둔 예쁜 고추들이 없어졌네요.. 몇시간을 찾아헤매다가.. 희나리난거 한봉지 있는곳에서 깨끗한놈 골라서 투하...
양순아줌마가 가져다주신 대추투하... 까먹고 있던 통깨 투하.. 어제 만들어놓은 참숯 투하......

장 두말이 두군데 항아리로 나눠져서 담겼습니다.
석달후엔 된장을.... 담아야되네요...


서비스로 이수진 출산 직전 모습과 출산담날 애기 안고 찍은사진 올라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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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정별 포비사진

포비로 불릴날이 얼마 안남은 포비....
출생신고하는날 이름을 알려드리죠..
현재 압축된 이름은 선유,유선이, 유나 정도....
물론 면사무소앞에서 최종결정될것이므로 이름은 아빠맘대로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여기까지는 연속으로 봐야 애니매이션보듯 재밌게 보는디...





하루에 몇번씩 엄마 아빠한테 썩소를 날리는데 카메라만 들이대면 웃음을 잃어버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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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지난 포비.. 그리고 이름 공모합니다.

며칠째 잘 지내고 있습니다.
젖도 잘 먹고... 잠도 잘자고^^;; 발바닥 도장도 찍고..
최교는 감기걸려 포비옆에 못가고 있답니다^^;;
그나저나 한달내로 아기 이름 지어야 하는데..
포비 이름 공모합니다.!!
현재 접수된 이름은 아래와 같습니다.
좋은이름에 한표를 던지셔도 좋고 더 좋은 이름 응모하셔도 좋고..
당첨자는 뭘 주는게 좋을까나..감자 한박스 상품권을 드리까요?
참고로 춘자는 한이아빠님이 미는 이름이고.. 교수는 우리조카가 응모한 이름이고^^
윤지
유나
입춘
춘자

선유
 유선
 수현
교수
나영
고은
나은
시연
나연
보민
민아
은서
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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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교닮은 떡두꺼비 딸래미 포비^^;;

2월3일 새벽 3시에 시작한 진통이 2월4일 오후10시 6분 힘들게 끝났습니다..
아주 귀여운 공주님 세상에 등장..
혹자는 떡두꺼비같은 딸래미로 표현
산도가 열리고 애기를 받기 시작한지 4시간 정도만에 나왔는데요...
감동의 도가니.....  무게 3.28KG
그나저나 글쓰다 날려버려서 짧게 그냥 씁니다.

하루 지난 오늘 벌써 많이 컸네요^^;; 살다보니 최교도 아빠되고...  수진이도 엄마되는 날도 오는구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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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진통 그리고 두려움..

어제 12시 읍내에서 일을 보고 집으로 돌아오는길
갑자기 가스가 찬듯한 느낌이 들면서 배가 슬슬 아파오더라..

차가 덜컹거릴수록 배는 당기고 팽팽하게 불러오고
뱃속 아기는 꾸물꾸물 굉장히 힘겨운 움직임을 하는 듯하고..

뭔일이지?? 처음엔 화장실을 가고싶은건가? 싶었는데
이내 눕지고 서지도 걷지도 못하겠다.

근데 웬지 아기가 나오는 진통은 아닌것 같고.. 뭔가 배는 계속 아프고..
여기저기 전화를 했다. 친구들, 병원, 조산원 여기저기..
다들 규칙적인 통증인지 아닌지를 체크하라는것! 글구 진통의 느낌은
자궁아랫쪽 깊숙이부터 생리통과 같은 살짝 불쾌한 느낌을 동반한다는것..
사실 사람들마다 느낌을 설명하는게 다르긴 했지만 그나마 일치하는
느낌의 표현이 이정도였다.

여하튼 5시간동안 난 배앓이를 했고, 그 시간동안 수많은 생각이 스치고
지나갔다. 예정일이 20일 남은 지금.. 아기가 지금 나와도 무방하다고 의사가
말하기도 했지만 그 말이 떨어지자마자 마치 금새 아기가 나올것처럼 아팠는데 덜컥
겁이 났다.

만일 내일 당장 아기가 나오면 난!! 어쩌지?? 엄마될 준비를 잘하고
있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닥치고 보니 진짜 마음의 준비는 거의 되지 않았다는 걸
알았다. 벌려놓고 마무리 짓지 못한 일들의 목록이 떠오르고, 주변에서 보내준 신생아
용품도 받아둔채 그대로 두었고, 무엇보다 프로젝트 최종보고서를 마무리짓지
못한것에 대한 부담스러움이 물밀듯 밀려오고 늘 그랬듯이 초치기/벼락치기로
아기낳는것까지 하는구하 하며 한숨이 나오더라..

최교는 여차하면 병원이든, 친정이든 간다는 마음으로 내짐, 아기짐을 차례로
정리해서 가방에 넣어두었고 시간별 진통도 체크하고 최선을 다해 내 옆을 지켜주었다.
참 고마운 사람이다.

그리고나서 정확히 5시가 지나니 통증이 점점 줄어든다. 살짝 염려가 되었으나
노트북을 켜고 난 당장에 처리해야 하는 가장 급한 일을 하기위해 그로부터 5시간동안
컴퓨터 앞에 앉아 최종 보고서의 평가서를 정리하고 급완케된 내몸에 고마움을 느끼며
한동안 이런저런 생각에 잠겼다.

오만가지 생각이 스치면서 든 생각..
새식구가 곧 온다는 것에 대해 진짜 현실감있게 느끼게 해주는 계기..
그러니 준비하고 있으라는 신호..
생각보다 만만한게 아닐 수도 있다는 일종의 예시..

동네 언니들한테 어제의 일화를 얘기하면서 위로도 많이 받고
마음도 많이 편안해졌다. 오늘부터 마음속으로 괜찮아~~괜찮아~~ 하며 나를 잘 다독
여야 겠다고 생각했고, 걱정도 많고 두려움도 여전히 가득하지만 마음을 자꾸자꾸
위로하고 달래고.. 그렇게 그렇게 보내야겠다..
잘 할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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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1/08

새벽이다.

뒤척이다 깨어나보니 새벽 4시가 조금 넘은 시간.
웬지 바로 잠이 들것 같지 않아 노트북을 켰다.
새벽부터 여기저기 친구들의 블로그를 방문하고, 댓글들도 확인하고
신문기사도 훑어보다가 문득 새벽부터 뭘하고 있는거야?? 하고 스스로에게 반문도 했다가
내 블로그에 다시 컴백

어제로 작년 7월부터 시작되었던 마을 재생에너지 농부학교 프로그램을 마쳤다.
얼떨결에 시작한 일이 시골마을에서 잔잔한 물결을 일으켰고, 꽤 여러사람들이 기후변화,
재생에너지, 에너지자립, 적정기술에 대한 자기고민을 시작한 듯 하다.
평가서에 베어있는 고민의 흔적 혹은 상기된 이야기들이 이런 느낌을 내게 전달해주었다.

어제의 마지막 실습은 하루종일 이어진 태양열 조리기 만들기..
형식적이거나 단순 교육적인거 말고, 실용적이고 상상력을 자극할 만한 그런
조리기를 만들고 싶어서 최교랑 여기저기 둘러보고 찾아봐서 집에 하나 만들어 놓고
어제 드디어 그 모델을 선보이며 에너지학교 수강생들이랑 만들었다.
반응이야 완전 뜨거웠으나, 이것이 얼마나 실생활에 밀접하게 이용될 수 있을까
뭐~~ 그런것이 숙제 아닐까 생각해봤다.

사실.. 오늘부터 에너지 농부학교 최종보서 작성을 시작해야 한다. 결산도 결산이고
그간 있었던 프로그램 정리부터, 평가서까지 생각하면 일이 아직도 많이 밀렸는데 그것 때문에
새벽잠이 달아나 버린 것 같다. 배는 만삭.. 이제 4주후에 아이가 나올텐데.. 그전에 얼릉얼릉
마무리를 해야한다는 강박이 어제 마지막 강좌를 마치고 계속 들었나부다. 살짝 소심한
완벽주의 스타일이라 일을 버는.. 그런 거시기 체질 이라고나 할까??
여하튼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너지학교를 하면서 삶의 활력도 좀 생겼고, 오랜시간동안
말.. 책.. 이론을 중심으로 활동했던 것을 구체적인 현장에서 사람들이랑 펼치니
그 안에서 생기는 에너지와 상상력은 책과 말속에서 나오는 그것보다는 훨씬 구체적이고
내 체질과도 맞다는 느낌이 굉장히 강렬해진다. 어쨌든 재밌었다.

돌이켜 보면 귀농 2년차, 아는 사람도 별로 없이 지역에서 일을 벌린걸 보면
무대뽀는 무대뽀지 싶다. 덕분에 마을도 엄청 친근해지고, 사람들도 잘 알게 되었고..
다시금 떠오르는건 인생 뭐있냐? 그냥 달리는거지.. 느낌대로 가는거지 하는 말들이
진실이 아닐까 착각하게 하는 순간이 오버랩된다.

여하튼 새벽이다.
함께 일해준 친구들한테도 고맙고, 최교한테도 고맙고.. 으쌰~~ 생뚱맞은 감사표현같으나
(마치 연말 시상식처럼ㅋㅋ).. 잘 마친것 정말 좋고.. 고마운것도 맞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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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1/05

연말에 놀러온다던 친구들이 바람을 맞추고 살짝 쓸쓸해 하던 찰라
2009년 새해를 맞이하자마자 서울서 통나무 부부가 내려왔다.
묵혀둔 성토대회로 새해첫날 밤을 보냈고, 오랫만에 최교와 나도
새벽까지 이어진 긴 술자리를 즐겁게 보냈다.

옆마을에 새로 둥지를 트신 발바리 한이아빠가 연말연초를 서울서
가족들이랑 보내시고, 다시 컴백괴산 하셨다. 이양반이 둥지를 튼 사기막리란 동네는
여러모로 매력적인데 무엇보다 산골스러우면서도 아침부터 해질녘까지 내려앉는 햇살
만큼은 무엇보다 바꿀수 없는 매력덩어리다. 워낙 단열이 잘되는 집인지라 1월 2일 이후로
2박 3일을 거의 10여명이 보냈지만 좁은 줄도 모르고 추운줄도 모르겠고, 느므느므 흥미진
진했을 뿐만 아니라 정말 오랫만에 즐거운 여행을 한듯한 느낌까지 강렬하니 이보다 좋은게
어디있겠는가 싶더라..

만삭에 가까운 두명의 배불뚝이 임산부들은 시골의 혹독한 겨울을 보내며, 따뜻한 욕실과
수세식 화장실에 대한 로망을 가슴에 품은채 임신시기를 겪고 있던 찰라.. 한이아빠의 새
보금자리는 여느 팬션이나 콘도보다도 훌륭한 여행지였을 뿐 아니라 거의 우리들의 로망과
도 같은 곳이였다.ㅋㅋ

한이아빠님의 새이름은 "내 아내 남자친구 장승깍는 이기적인 쪼잔한 귀염둥이 독거노인장영감
한이아빠"로 개명되었고, 이이름 짓기 놀이를 이틀동안이나 했으나 전혀 지루함이 없었던 우리들은
그간의 삶을 성찰하기에 이르렀다. 단순하고 솔직한 말장난 겸 놀이에 이렇게 빠져들다니...
그동안 삶이 질기게도 퍽퍽했군 하고 말이다.

장에 나가 막걸리에 순대국 한그릇씩... 겨울채비로 골댄바지와 솜바지 하나씩 장만하고
나와 뜀풀은 5천원에 두개하는 털모자를 사서 쓰고 만두재료를 잔득 사다가 1월 3일 저녁
파뤼를 준비했다.

30대 중반을 넘어 이제는 40대에 더욱 가까워진 사람들.. 게다가 한이아빠님은 50대초반..
근데 우리 이렇게 놀아도 되는거지?? 역시 나이는 정말 중요하지 않다는 걸 자꾸만 실감
하게 된다. 김치만두국 파뤼후 이어지는 포카열전~~ 게임과 놀이가 인간에게 주는 무궁무
진한 감동과 스릴은 현실의 건조함과 쓸쓸함 때때로의 퍽퍽함을 녹여내기에 너무나도
충분하다는 진리를 다시 깨닿는 순간이였다. 행복은 놀이를 타고 온다~~ 라는 유명한(?)
명언처럼~~

1월 4일 우린.. 늦은 아침을 먹고나서 무엇을 했느냐면 썰매타기 경주.. 세상에 몇만년
만에 하는 듯한 느낌.. 꽁꽁언 연못위 30M쯤되는 곳?? 우와.. 이 산골에 이런곳이 있었다니..
그저 놀라울 따름.. 게다가 썰매까지 등장.. 느므느므 흥미진진.. 무한 재미..

천안서 온 풍각쟁이 부부가 장고와 꽹가리 이중주 연주를 한 이후 그 소리듣고 아랫마을서
올라온 동네 아줌마들의 요구에 우린 그곳을 떠나기전 장고연주와 할매들의 노래를 들었고
그렇게 그렇게 3박 4일의 긴~~ 그러나 무지하게 짧게 느껴지는 행복한 새해의 한 순간을
채웠다.  뿌듯하고 재밌었고 여유있는 그 시간들~~ 에 고맙고 감사하다.

살면서 잊지 말아야 할것과 늘 함께 있어야 할 것들에 대해 느끼게 하는 새로운 순간이였다.
느므 퍽퍽하게 살지 말것이며, 느긋하게 여유있게 그러면서 주변도 둘러보고^^

친구들아 매순간 잊지않고 찾아줘서 고맙고.. 조만간 또 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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