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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파운동의 과제와 전망-최규진

정치에서 미래를('좌파운동의 과제와 전망'토론문) - 최규진

정치에서 미래를('좌파운동의 과제와 전망'토론문)

최규진 (역사학 연구소)

1. 무엇이 문제인가
1) 국면
o  ‘자본주의 극복’을 추구하는 남한의 ‘진정한 좌파’는 몇 가지 점에서 지금 중요한 국면을 지나고 있다. 첫째,
이러저러한 현실운동과 자생적인 운동에 어떻게 개입하고 그것을 올바른 방향으로 조직할 것인가, 둘째, 민노당과 민노총의 성격은 무엇이고 거기에 ‘좌파’는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하는가. 셋째, 자본에 포위되어 속절없이 무너져가는 현장의 투쟁력을 어떻게 복원하고 노동자 대중에게 어떤 대안을 제시할 것인가. 어디 그뿐인가. ‘현존사회주의 붕괴’ 뒤에 정치와 이론에서 자기혁신을 이루고 프롤레타리아국제주의를 실현해야 하는 기본임무 말고도, 남한 ‘좌파’에겐 ‘통일문제’도 놓칠 수 없는 과제임에 틀림없다.

2) 대중과 어떻게 만나고 누구와 연대할 것인가
o ‘좌파’라면 “눈앞에 펼쳐지고 있는 부문운동에 개입하여 ‘계급성’ 민중성을 각인시켜야 한다”는 발제문의
근본 취지에 동의할 것이다. 그럼에도 ‘좌파’는 그렇게 해왔던가? 지난날 ‘좌파’가 부문운동에 적극 개입하여 자
신의 영향력을 조직적으로 충분하게 발휘했다고 평가하기 어렵다. 불쑥불쑥 터져 나오는 현실운동에 ‘개입’하기는
커녕 정확한 평가도 내리지 못한 일이 많았으며, 자기 반성의 계기조차 마련하지 못하지 않았던가? 왜 그런가?  

o 발제문은 “한시적인 사안별 연대체’에 참여하거나 그러한 연대체를 구성하는 데에도 적극 나서야한다”고 주장한
다. 그러나 지금으로서는 ‘연대체’에 ‘좌파’가 개입한다 할지라도 명망가 중심의 상층 개입으로 그칠 따름이며,
그러한 ‘개입’으로 ‘좌파’의 결집과 역량강화를 이룩하기 어렵다고 본다.  

o 문제는 무엇인가. 소수의 ‘좌파’가 그 많은 대중과 어떻게 만나는 것이 올바른지 밑뿌리부터 점검해야 한다. 또
통일전선을 언제 누가 어떻게 구축해야하는지 원칙에서부터 다시 출발해야 한다. 그러려면 ‘좌파’의 현주소를 정확
하게 읽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금 ‘좌파’운동은 정파가 많아서 고통 받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정파가 없기
때문에 더 고통 받는 것은 아닌가?  지금 ‘좌파’의 과제는 두루뭉실한 분파를 극복하고 분명한 정파로 우뚝 서는
것이다. 먼저 자신이 서야 어깨 걸어 '연대'도하고 손 뻗어 '개입'도 할 것 아닌가?

3) 강단과 ‘거리의 정치’, 그리고 노동현장
o 식민지 시대부터 이 땅의 ‘좌파’들은 노동계급과 ‘물리적 결합’이 아닌 ‘화학적 결합’을 할 것을 꿈꾸어왔
다. 그들은 사상이 현장과 밀착해야하며, 개별 현장은 고립분산성을 뚫고 전국적 전망을 확보해야 한다고 늘 말해 왔다. 그럼에도 사상과 현장의 결합은 ‘물리적 결합’에 그치고 말거나 생산현장에서 조그마한 분파를 만든 것에 그치
고 말았다. 그리고 그들은 반드시 ‘각개격파’ 되었다.
노동계급과 ‘화학적 결합’을 이루는 데에는 여러 어려움이 따른다. 그러나 지금 '좌파'로서는 현장에서 활동하는
‘자생적 좌파’ 또는 ‘투쟁파’들과 조직적 이론적 끈을 ‘대공업적’으로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o 좌파는 ‘강단’과 ‘거리의 정치’를 넘어, 이제 생산 현장에 자기의 무게 중심을 두어야 한다. “자본주의가 만
들어진 바로 그곳”에서 파열음을 내는 것이 '좌파'의 임무일 수밖에 없다.  현장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계급투쟁의
작은 계기들을 놓치지 않는 것, 그 투쟁에 자신을 조직적으로 연루시키고 그 안에서 노동자 정치를 부활하는 것, 이
것이 ‘좌파’의 임무라고 생각한다.

2. 어디서 시작할 것인가--- ‘명확한 정치’와 ‘좌파 대동단결론’
o 발제문은 “고립된 소수파로 전락한 좌파세력은 조직적 통합을 이루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조직적
통합’으로 나아가는 길로서 ‘좌파연대’와 ‘공동투쟁체 건설’을 주장했다. 좌파 통일전선전술을 주장한 셈이다.
문제는 통일전선전술이란, 그것이 전술인 한 전략에 종속되는 개념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발제문은 ‘연대와 공동투
쟁체’를 주장하기에 앞서 ‘좌파’ 모두에게 자신들의 전략을 명확히 할 것을 요구해야 했다. ‘좌파’라면 자신의
정치노선· 조직노선을 분명히 한 뒤에 ‘분리와 통일’의 작업을 병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o 식민지 시대부터 ‘좌파’들은 “기회주의 경향과 싸우며, ‘외교적· 정실적 결합’이 아닌 정치 이론적으로 결합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치 이론적 결합’을 하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서로가 자신의 노선을 명확해야 한다. 남
을 조직하기 전에 먼저 스스로를 조직해야 한다.

o ‘명확한 정치’에는 적어도 다음과 같은 상호 연결된 세 가지 영역을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첫째, 당 문제. 둘째, 노동조합 전략과 소비에트.  셋째, 통일전선전술의 방침과 방향.

o 명확한 정치와 뚜렷한 조직론 없이 그 어떤 분파도 정파로 성장할 수 없다. 하물며 발제문에서 주장하듯이, ‘개인
들의 참여로 이루어지는 좌파 대동단결’로는 ‘좌파의 조직적 통합’을 이루기 어렵다고 본다.

o ‘좌파’의 주체형성에서 첫 번째 필요한 것은 미래를 움켜쥐고 자신의 정치노선을 분명하게 확정하는 것이다. 이
것은 참으로 힘든 일이지만, 그것 없이 ‘좌파’의 ‘조직적 구심’은 형성될 수 없다. “통일 이전에 분리를!!” 이
말이 다 맞는 것은 아니지만, 어떤 진실을 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우리의 미래는 ‘분명한 정치’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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