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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누리, 박용진 및 허영구, 민주노동당 2005년 정기당대회

<2005년 정기당대회 13시간 참가기> 박용진

0 대단한 사람들, 당대의원^^

오늘 새벽 두시가 다되어서 정족수 미달로 2005년 예산안을 심의하다가 남은 안건을 중앙위원회에 위임한 뒤 산회하였습니다.
장장 13시간의 회의를 꼬박 지킨 1100여명이 넘는 대의원들의 노고에 먼저 박수를 보냅니다. 또한 행사 진행을 위해 고생했을 중앙당 상근자 동지들과 참관인들도 어제 당대회를 지켜낸 훌륭한 당의 일꾼들이었음을 밝혀야 할 것 같습니다.
집에 돌아와 세시간 새우잠을 자고 아침에 출근하는 임신한 아내를 서초동까지 모셔다 드리고 돌아와 약간은 비몽사몽한 상태에서 이 글을 씁니다.
좀 두서없더라도 생생한 참가기를 위해서 피곤함을 무릅쓰고 쓰는 것이니만큼 너그럽게 읽어주십시오.


0 지역위원회 참가자들을 확인하자면....

강북을지역위원회에는 모두 10명의 중앙당 파견대의원이 있습니다.
지난 위원장 선거 당시 당원동지들께서 선출해주신 중앙위원 및 중앙당 대의원들입니다.
어제 회의에는 박용진, 최선, 구본승, 최은희, 박미경, 임종근, 정민경, 이재남 대의원이 참석하여 강북구 지역 당원들의 견해를 대신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했습니다.
장정숙 대의원은 108번지 지역내 울타리 작업이 있어 안타깝게도 참석하지 못하셨고 이달수 대의원은 불참사유가 명확하지 못한 채 참석하지 못했습니다. 추후에 확인하여 별도 조치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이재남 대의원은 회의 시작 시간에 지각하셨고 회의 시간 동안 자리를 함께 하지 못해 지역 당원들의 의사를 분명하게 확인하고 의논하여 표결에 임하는 과정을 함께 할 수 없어 안타까웠습니다. 앞으로는 사전안건토론회 등에서 확인된 의견들을 중심으로 대의원들이 현장에서 의논하고 표결하며, 자신의 표결에 대해 동료 대의원들과 지역당원동지들에게 제대로 알릴 수 있도록 하는 과정이 가능하도록 자리배치에 좀더 신경써야 할 것입니다.


0 "애들 데리고 집에 가란 말이냐!"

박미경 당원은 함께 온 아이들의 놀이방운영시간이 모두 끝났다는 통보에 따라 아이들과 함께 집으로 먼저 돌아가야 했습니다. 그때가 밤 9시 30분 가량되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런데, 중앙당의 이런 태도에 많은 당원들이 격분했습니다.

"100여명의 아이들과 함께 온 당원들(주로 여성당원들이었습니다!)은 그럼 이제 보육시간이 끝났으니 아이들 데리고 집으로 가란 말이냐!"
는 김미숙 구로대의원의 차분하지만 격정적인 질책에 대의원들의 박수갈채가 쏟아졌습니다.
긴급하게 사무총장이 중앙당 상근자들을 배치하겠다고 했지만 중앙당의 준비정도는 비판받아 마땅했습니다.
옆자리의 구본승 부위원장 옆구리를 푹 찔러 말했습니다. 우리도 행사때마다 반드시 잘 준비하고 챙겨야 한다고 말입니다.
아마 중앙당도 앞으로는 이런 일이 없을 것입니다.
이렇게 따끔하게 지적당하고 혼이 났으니 말입니다. ^^


0 당 집행부... "옹립"했던가?

이렇게 중앙당은 당원들로부터 배우고 질책받아 가면서 고쳐나가고 성장해 가는 것입니다.
어제 발언과정에서 울산의 한 대의원이 어처구니 없는 발언을 했는데 그건 다름아니라
"... 우리 스스로 옹립한 당 지도부를 무시하는 듯한 발언을 자제하자..."
뭐 이런 것이었습니다.
당원들 전체가 참여하여 투표로 선출해서 당헌 당규에 정해놓은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고 2년동안 당을 잘 끌어가라고 맡겨놓은 자리를 "옹립"했다고 하고 지도부에 대한 정당한 비판을 무례한 것인 것처럼 말하는 주장을,
당원들로부터 "당 집행부"에 대해(당 지도부라고 일부러 하지 않는다면!) 비판과 견제의 임무를 얻어 참석한 동료 대의원의 입을 통해 들으니 참석한 많은 대의원들이 장탄식을 늘어놓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대의원들의 지적속에 마이크를 놓고 자리로 찾아가던 울산 대의원에게 창원의 한 대의원이 "선출했지 옹립했느냐?"라고 비판하자 그 울산대의원이 "나는 옹립했다"라며 빈정거리듯이 이야기 하는 것을 보아야 했습니다.(바로 강북지역대의원들이 앉아있는 앞에서 벌어진 일이라 어제 뒷풀이 내내 화제거리였습니다.)

하도 어이가 없어서 집에 도착한 새벽 4시30분쯤 컴퓨터를 켜고 네이버에 물어봤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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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ː립(擁立)[―닙][명사][하다형 타동사] (임금의 자리 따위에) 모시어 세움.
¶세자(世子) 옹립
-----------

이라고 나왔더군요......... 임금 따위를.......모시어........세우다......
우리 당 지도부를 우리가 임금님 모시듯이 해야하나요? 지금이 21세기 아니던가요?

게다가 최고위원회는 당헌상 집행기구로 되어 있고 우리가 필요에 의해서 선출했다는 엄연한 사실을 다시 확인하고 싶었습니다.

제가 이 이야기를 좀 길게 하는 것은 당과 당 지도부는 결코 당원들 머리 위에 있어서는 안된다는 사실을 분명히 하고자 하는 이유 때문입니다.
(작심하고 좀 심하게 말하자면!) 놀이방 운영 하나에서부터 정치적 결정에 이르기까지 지도부는 당원들의 비판과 견제, 지지와 격려의 대상일 뿐이고 당을 운영하는 데 필요한 '도구'일 뿐이지 여기에 '옹립'적 태도는 당을 위태롭게하는 접근방식임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지역위원회 위원장으로서 저는 결코 '옹립'의 지위가 아닌 '똥치는 작대기'라도 좋으니 적절한 당의 도구로 쓰이기를 먼저 바라고 원합니다.


0 당과 지도부는 당원들의 질책만큼 성장한다.

한때 "무오류의 당"이라는 말이 있었습니다.
옛 소련 공산당과 그 비슷한 체제를 가진 국가들에서 나오던 이야기입니다.
북의 체제를 비하할 생각은 없지만 우리가 자주 듣는 '당이 결심하면 우리는 한다'는 방식은 혹시 북이 처한 특수상황 때문에 그곳에서의 운영원리일수는 있을지언정 결코 우리 민주노동당이나 남한사회 운영원리가 적합하지 않습니다.

오늘 새벽 개탄에 개탄을 거듭하며 소주잔을 기울였던 데에는 민주노동당의 대의원중 한명이 그런 말을 하고 몇몇은 박수까지 쳤다는 사실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여전히, 그리고 앞으로도 당원들이 당과 지도부에게 참 많은 것을 가르쳐주고 이끌어 줘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0 김준수 성북갑 위원장이 준 부담감....-.-;

강북을지역위원회 대의원들은 어제 아무도 발언권을 신청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이웃 성북갑지구당의 김준수 위원장이 우리대의원들 자리 사이에 앉아 자주 손을 들고 발언을 신청해서 남상헌 당대회 의장이 강북지역위원회 사람으로 오해 하셨을 수도 있어서 그렇지 저희들은 한마디도 보태지 않았습니다.(게다가 남상헌 의장은 김준수 위원장보고 자신이 토론을 종결한다고만 하면 발언 신청한다며 은근히 못마땅해 하셨기 때문에... 김 위원장은 나중에 남의장과 식사한번 할 생각이라고 입맛을 다셨지만... 부담은 우리 지역위 대의원들이 다 졌습니다.)
저희들이 하고자 하는 발언을 이미 다른 대의원들이 먼저 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며 꼭 필요한 발언이 아니면 당연히 1300명이 넘는 대의원이 참석한 거대한 회의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서 자제하는 것이 적절했던 것 같습니다.
단지 다른 대의원들의 발언 도중에 자꾸 제 이름이 거명되어 난감했습니다.
특히 최고위원 총사퇴를 주장하신 성동 대의원의 격앙된 말씀 서두에 '박용진 전 대변인은 개인적인 문제도 책임지고 사퇴하는데 최고위원들은 조직적인 잘못에도 책임지지 않느냐!'고 해서 저를 황망하게 했습니다. 최고위원들에 대한 총사퇴는 주장하실 수 있는 바지만 적절한 비유가 아니었다고 생각합니다.


0 이제 시군구 체계로! 강북을 지역위원회는 "강북구지역위원회"로!

생각나는 몇가지 안건들의 처리결과와 저의 표결행위를 말씀드립니다.

먼저, 지금의 "국회의원선거구별 지역조직체계(지구당)"을 "시-군-구별 지역위원회"로 재편하는 당헌개정안이 거의 만장일치로 통과되었습니다.
수정안이 있었는데, 자치구가 아닌 행정구에도 지역위원회를 둘 수 있도록 규정하자는 안과 반대로 행정구에 지역위원회를 두는 것은 조직강화특별위원회가 제출한 원칙을 거스르는 행위라는 의견 등 두가지였는데 모두 부결되었습니다.
이에 따라서 강북을 지역위원회는 "강북구지역위원회"로 명칭 변경이 되어야 하며 작년에 진행되었던 강북(갑)-강북(을) 국회의원 선거구로의 조직분화 등의 논의는 일단락 된 것입니다.
결국 작년 운영위원회가 조직의 분화, 통합 등 에너지가 많이 필요한 일을 당대회 결정을 보고 진행해도 늦지 않다고 판단하고 강북(갑) 분화에 대해 정기당대회 이후로 미룬 것이 적절했음을 느꼈습니다.
이제 강북지역 단일한 조직으로 기초자치단체의 지방권력을 쟁취하기 위한 치열한 준비와 노력이 모든 당원들의 단결속에서 진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저는 두 번째 수정안에 찬성했고, 수정안이 부결된 뒤 원안에 찬성했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지역권력이고 생활단위인 기초자치단체에 조응하는 당조직을 구성, 정비하여 당운영의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 때문입니다.


0 내년 지방선거 모든 후보는 지역위원회 전체 당원들의 선출로!

지방의원 후보를 선출하는 단위를 해당 분회(또는 동단위)로 두고자 하는 원안이 지역위원회 전체의 선출을 주장하는 수정안으로 바뀌었습니다. 따라서 내년 지방선거에서 구의원 시의원으로 출마하기 위해서는 강북지역 당원들 전체의 신임을 얻어야 하는 것입니다.
저는 애초 해당 선거구에서 후보를 선출하도록 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지만 중앙위원회와 당대회를 거치면서 당원 수가 적은 분회 단위의 선출이 출세주의자나 기회주의자들의 출마통로로 악용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다른 지역위원회의 고민과 주장에 수긍을 하게되었습니다. 실제로 30명의 당원이 있는 분회에서 당권자가 20명이라면, 11명이 투표에 참가하고 6명만 찬성하면 당의 구의원 후보가 될 수 있는 조건은 아무래도 불안합니다. 6명이면 자기 가족에 동네 친구 한둘만 더 있으면 되는 숫자가 아닙니까! 저는 수정안에 찬성했습니다.


0 주한미군, 후방배치 할 것 없이 "고홈~~~!"

당강령 개정안이 통과되었습니다.
대의원 1/3 이상의 발의와 2/3 찬성일때에만 통과되도록 엄격하게 규정되어 있는 당 강령에 관한 개정안이었지만 쉽게 통과되었습니다.
주한미군을 단계적으로 후방배치한다는 내용을 그냥 단계적으로 철수한다는 것으로 바꾸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주한미군은 그 존재자체가 북에 위협이고 중국을 견제하는 동북아 지역군화되었다는 사실은 이미 노회찬 의원의 폭로와 문제제기로 온 국민이 다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마치 민주노동당의 강령이 주한미군의 평택으로의 기지 이전을 찬성하는 듯한 후방배치에 대한 언급을 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였던 것입니다.
이에 대해 수정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만장일치로 통과되었습니다.
저도 찬성했습니다^^

이밖에 2004년 사업보고 승인 건과
2004년 결산 및 감사보고 승인의 건
2005년 사업계획 심의의 건 등은 추후 발표되는 회의 결과 공고를 다시 올리겠습니다.
거의 수정안 없이 통과되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대부분 수정안에 손을 들었습니다. 대의원들의 문제제기가 반영되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2005년 사업계획 심의 때 사업 문구에 '한반도 비핵화' 문구를 삽입하는 내용의 수정안이 있었는데 부결되었습니다. 저는 이 부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고 별도의 글을 작성할 생각입니다.

기타 결의문들이 있었지만 모두 중앙위원회로 위임되었기 때문에 더 말씀드릴 것이 없습니다.


0 당의 생명인 대의기구의 민주적 선출과 구성, 반드시 보장되어야 한다.!!!

한가지 충격적인 사건이 있었기 때문에 보고드려야 하겠습니다.
중앙위원회 회의결과 보고를 진행하고 난 뒤 질의시간에 관악지역의 여성 대의원이 민주노총과 전농의 할당 중앙위원 대의원 중에서 선거권과 피선거권이 없는 "비당권자"가 있고 심지어는 민주노동당의 당원이 아닌 "비당원"도 있었다는 사실을 해명 요구하였습니다.

상식을 벗어난 이런 일이 일어난 것에 대해 대의원들은 경악을 금치 못하면서
해당 사안의 정치적 책임자라 할 수 있는 이용식 노동부문 최고위원과 하연호 농민부문 최고위원의 해명을 듣고 싶어 했으나 이용식 최고위원과 하연호 최고위원은 끝내 아무 말이 없었습니다.
최고위원의 직접 해명을 요구하는 대의원들의 빗발치는 요구에도 불구하고 민주노총 정치국장이 나와 해명했으나 전혀 납득되지 않았고, 저럴바엔 뭐할려고 부문담당 최고위원을 선출했나 하는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실무를 잘 알기 때문에 국장이 답변해야 한다면 사무총장은 무엇 때문에 그 많은 안건을 일일이 다 대의원들에게 설명하고 있었단 말입니까? 담당 실국장들이 나와서 설명하고 답변하면 될 것입니다.
그만큼 당대회에 대한 존중과 책임의 자세가 요구되는 것이라 할 것입니다.
그런 일이 벌어진 일도 실망이지만 해당 정치 책임자의 책임있는 해명과 사과를 듣지 못해 더 답답했습니다.

특히 이용식 최고위원은 지난 중앙위원회 당시 "부문할당 중앙위원 대의원들의 민주적 선출이 보장될 수 있도록 관련 규칙을 최고위원회가 부문조직들과 협의하여 마련해달라"는 저의 정중한 요청에 대해 "마치 민주노총이 나눠먹기식으로 할당했다는 거냐"면서 공개적으로 반박하고 민주노총이 엄격하게 잘 실행하고 있다고 장담했던 분입니다.

따라서 저는 이번에 듣지 못한 해명은 중앙위원으로서 다음 중앙위원회를 통해서라도 반드시 듣고자 합니다. 또한 그 답변 내용은 당원동지들에게 반드시 공개하겠습니다. 당원동지들이 중앙위원 대의원을 민주적으로 선출하기 위해서 얼마나 고생하고 노력하는가를 생각하면 해당 최고위원들이 엄중한 책임을 추궁당해야 할 사항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0 몇가지 덧붙이자면...

이와는 반대로 최고위원이 자꾸 일어서서 당대회 운영에 해석을 달고 설명을 덧붙이며 대의원들을 가르치려 하는 모습은 그다지 보기 좋지 않았습니다.
당대회 의장의 운영도 미숙했는데, 표결에 들어간 상태에서는 어떤 발언도 받지 말아야 하는데 (최고위원에 대한 예우차원이었는지 모르지만) 이영희 최고위원에게 발언을 줘 대의원들의 엄청난 항의와 비난을 이영희 최고위원이 다 뒤집어 썼습니다. 물론 그 상황에서도 굳이 자기 할말 다 하고 내려가는 이영희 최고위원의 모습은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이번 당대회에서는 처음으로 당대회 의장에 대한 불신임동의안에 제출되어 표결에 까지 들어갔습니다. 물론 다시 신임을 얻으셨는데, 남상헌 의장께서 본인의 불신임안에 찬성을 던져 대의원들의 폭소를 자아내게 했었습니다. 조금만 더 회의 운영을 매끄럽게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부족하고 두서없는, 게다가 개인적인 생각을 정리한 글을 먼저 올립니다.
공식적인 회의결과와 참석 대의원들의 표결 내용은 사무국에서 정리하게 될 것입니다.

목요일(24일) 당대회 안건 토론회에서부터 토요일 일요일의 간부 수련회와 당대회 참가까지 고난의 행군하신 동지들 애쓰셨습니다. 함께 고생한 사무국 동지들에게는 월요일 휴가를 드렸습니다. 대신 구본승 부위원장께서 나오셔서 사무실을 지키시겠다고 합니다.
저는 지금 보름째 감기 몸살입니다. 그동안 일정 때문에 계속 병을 달고 살았는데 오늘 내일 푹쉬고 병을 털고 일어나려고 합니다.
건강한 모습을 3월을 함께 맞이하기를 바랍니다.

2005. 2.28.
강북구지역위원회 위원장이며
2005년 민주노동당 당대회 대의원 박용진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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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이
결정하면 우리는 한다?

이게 내가 당비 내는 민주노동당에서 나올 소린가?
 2005/02/28   

음냐
수고하셨습니다. 저도 봤는데 13시간동안 힘드셨을테지만 그래도 모두가 열심인 모습이더군요.^^  2005/02/28   

유민호
박용진씨, 나도 '하도 어이가 없어서' 한마디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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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ː립(擁立)[―닙][명사][하다형 타동사] (임금의 자리 따위에) 모시어 세움.
¶세자(世子) 옹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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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고라?

여기서 옹(擁)자는 '돕다'라는 뜻입니다. 옹립(擁立)이란 '도와 세운다'는 뜻이지요. 봉건시대에야 그 대상이 왕이겠지만, 민주주의 시대에는 대표나 지도부가 되는 것이겠지요.
울산 대의원이 김창현을 지지했다면 그의 표현은 정확한 것입니다.

인터넷 국어사전은 매우 부실합니다. 중학생용 사전만 찾아봐도 1. 왕을 즉위시킴 2. 도와 지도자로 세움... 이라고 나옵니다. 용어 하나 빌미잡아 공격하려 한다면 한자의 뜻 정도는 알아보고 써야지요.

어쨌거나 울산 대의원이 현 지도부를 '우리 당 지도부를 우리가 임금님 모시듯이 해야'한다는 의미로 발언하지 않았음이 분명하거늘, 대략 주사파 족속으로 매도하려는 듯한 글의 의도가 그렇군요...
 2005/03/01   

민호야
대략이든 아니든 "주사파 족속"은 당에서 축출해얀다.
왜냐하면 민노당에 침투한 북로당원(개정일기쁨조!)이자나?
 2005/03/01   

박용진
유민호 /
나는 대략 주사파 족속으로 매도하려는 듯한 의도가 없었습니다.
당이 이런 투의 사고에 물들어서는 안된다는 경계의 뜻입니다.
괜히 지레 놀라지 마십시오.
그리고 인터넷 국어사전이 부실하다는 둥, 한자의 뜻 정도는 알고 쓰라는 식으로 오도하지는 마세요.

두산동아 출판사.
동아 새국어사전. 4판.1663페이지에도 고스란히 나와있습니다.

옹ː립(擁立)[―닙][명사][하다형 타동사] (임금의 자리 따위에) 모시어 세움.
¶세자(世子) 옹립~

요즘 포탈사이트 사전은 대부분 기존 출판된 사전들과 연계해서 정보제공하고 있는 모양인데, 인터넷이라서 부실하다는 식으로 돌아가기엔 정보가 너무 부족하신 것 아닙니까?
실명으로 말씀주신 덕분에 저도 답변드립니다.
당의 오늘이 가슴아프거나 걱정되는 사람이라면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더 나은 내일을 만들면 될것입니다.
자기 편한대로 해석하고 자족하는 것은 누구에게도 도움이되지 않습니다.
 2005/03/01   

박용진
집에 국어사전 하나쯤 있을테니 꼭 찾아보고 다시 답글 달아주세요.
제가 가지고 있는 것은 감옥에서 구입한 것이긴 하지만 2002년 1월 10일판이니까 꽤 새것입니다.
그 사이 "옹립"에 대한 다른 뜻도 생겼는지 모르겠네요.
참, 네이버나 사전 모두에 위에 적은 뜻 말고 다른 뜻은 설명되어 있지 않습니다.
설마 제가 제 편한 해석만 가져다 썼다고 생각하시지는 않겠지만...

 

파행으로 끝난 민주노동당 2005 정기 당 대회

무려 12시간이나 진행된 민주노동당 2005 정기 당 대회는 결국 정족수 미달로 끝이 났다. 평당원으로 인터넷 생중계를 지켜 본 마음이 편치 못하다. 컴퓨터 앞에서 뒹굴뒹굴 지켜 본 마음도 답답하기 그지없었는데 대회장에서 12시간이나 머리가 아팠을 대의원들은 말해서 무엇 하겠는가? 거기다가 집에서 새벽밥을 먹거나 아니면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허겁지법 한 끼 때우고 지방에서 올라온 대의원들의 마음은 편치 않을 것이다. 아이를 맡겨두고 온 여성 당원, 이제 밤새도록 차를 달려 도착하여 한 숨도 눈을 못 붙이고 곧바로 출근해야 하는 당원들은 당 중앙의 회의가 지긋지긋할 것이다.

한두 번도 아니고 툭하면 정족수가 미달하여 회의자체가 무산되거나 아니면 회의가 한 창 진행되는가 싶으면 역시 정족수 문제로 회의가 도중하차해버리는 일이 늘어나고 있다. 이는 민주노동당만의 문제가 아니다. 민주노총, 각 산별연맹 할 것 없이 일상사가 되어 버렸다. 전국에서 모여 대회를 통해 힘을 받는 것이 아니라 더 맥이 빠지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그래서 조직에 대한 믿음에 금이 간다. 이것은 정말 문제다. 그 원인을 진단하는 일이 필요하다.

이 날 당 대회는 당원 축하마당, 1부 기념식, 2부 본 대회로 진행되었다. 본 대회는 회순의 번안동의까지 거치면서 2004 사업보고, 2004 결산, 2005 사업계획, 당헌 개정, 강령 개정, 2005 예산, 결의문 순으로 진행되었다. 사실 2천여 명이 넘는 당원을 상대로 정기 당 대회를 하루 만 개최한다는 것 자체가 기본적으로 무리가 있다. 이것은 거의 집회 수준일 때 가능하다. 굉장히 많은 안건과 쟁점들이 다루어지는 정기 당 대회가 한 나절에 회의로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잘못이다. 그것도 전반부의 행사가 끝나고 보고가 끝나고 본 안건 심의에 들어갈 때는 회의 시간의 절반을 넘긴 시점이다. 그러니 회의는 쫓기듯이  진행되고 졸속으로 흐를 수밖에 없다. 정기 당 대회의 중요성과 안건의 내용이나 양을 감안하여 당 대회 진행에 대한 전면적인 고민이 있어야 한다.

첫째, 회의 진행시간에 대한 고려가 있어야 한다. 그 동안 몇 차례의 회의 진행에서 최소한의 소요시간을 예상했음에도 불구하고  안이하게 똑같은 방식으로 회의가 진행되면서 파행이 불가피하게 되었다. 만약 하루를 선택한다면 앞부분의 모든 진행절차를 줄이거나 취소하고 바로 안건 심의에 돌입해야 한다. 그리고 회의시간도 오후가 아니라 오전 11시 정도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것도 무리라면 아예 당 대회를 최소한 이틀간 열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둘째, 당 대회를 지금처럼 2천 여 명의 대의원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축조심의하는 방식에서 탈피하는 방법이다. 예를 들면 전년도 사업보고, 결산, 당해연도 사업 계획, 예산, 당헌 개정 등 비중에 따라 참가 대의원을 배정하여 축조심의를 하고 이를 전체 회의에서 보고하고 통과시키는 방식을 선택할 수 있다. 말하자면 국회의 법안 통과 방식이다. 그러면 훨씬 많은 당원들이 토론에 참여할 수 있을 것이고 이를 위해서는 지구당에서 사전에 안건에 대해 논의를 거치고 준비를 할 것이다.

셋째, 지도부에서 회의진행을 원활하게 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먼저 회의 자료가 충실하게 준비되어야 한다. 회의 자료는 전체 설명과 주문사항이 명확하게 정리되어야 한다. 당의장단과 집행부 간에 회의진행에 대한 철저한 사전 준비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의사진행발언, 질문, 토론 등에서 세부규칙을 마련해야 한다.  발언시간의 제한, 동일안건에 대한 중복발언의 제한 등의 규제가 필요하다.

넷째,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안건이 사전에 배포되어 지구당 차원에서 당원들의 충분한 논의가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정파연합정당답게 사전 의견조율도 매우 중요한 문제다. 부차적인 문제가 아니라 핵심적인 쟁점을 중심으로 안건이 토론되고 의견이 수렴될 수 있도록 당의 시스템을 새롭게 구축하는 일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이완현상은 점점 더 심각해 질 것이다.

2005 정기 당 대회는 끝이 났다. 사업과 예산은 중앙위원회로 넘어갔다. 제3당의 사업계획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초라한 내용들이 당 대회에 제출된 만큼 집행부는 각성해야 할 것이다. 당이 집권을 목표로 한다고 해서 시한이나 못 박고 마구 달려가면 되는 것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지지율이 높아지고 당원이 늘어난다고 진보정당의 미래가 밝은 것만은 아니다. 다른 세상, 진보와 대안의 세상은 그 과정과 내용에 있어 달라야 한다. 권력을 잡는 것만으로 세상이 바뀔 것이라는 환상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번 2005정기 당 대회를 지켜  보면서 지금으로서는 무모한 도전임을 느끼게 된다. 좀 더 자세를 낮추고 실력과 내용을 갖추는 민주노동당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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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대의원
전적으로 공감하고 특히 중앙위원회의 대의원대회는 토요일날 개최해서 1박2일로하기를 바란다(지금회의 구조에서는 백수나 상근활동가만이 회의를 끝까지 참여할수있다. 최고위원회의 분발을 촉구한다.)===노동하는 사람의 희망 민주노동당은 노동자가 끝까지 회의에 참여할수있는 권리를 보장하라====  2005/02/28   

역시
진보의 적은 '정족수 미달'이라는 것을 느낀다...  2005/03/01   

이계덕
사업계획은 의결된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당대회의 헛손질들, 최현숙(진보누리서 펌)



아마도 많은 민주노동당 당원들은 헛손질을 팔자로 알며 당에 입당했을 것이다. 길고 혹 짧은 시간이 지나면 어느 곳에선가 그 헛손질들이 반드시 열매를 맺으리라는 믿음과 함께~~

전에는 길거리에서의 헛손질을 각오했다면, 이제는 당분간은 당내에서의 헛손질을 각오하고 있다는 것이 다를 뿐이다. 당분간이기를... 간절히 바란다.



보고 싶은 것만 우선 보이는 것일까? 이번 대의원대회를 전후한 가장 첫 느낌은, 지도부에 대한 당원들의 불신과 분노였다. 대회장 입구에는 무려 7건의 대의원발의 안건들이 외쳐지며 대의원들의 서명을 호소하고 있었다. 우리의 재래시장이 저만만 했으면...하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다. 모두 당의 일상적인 의사소통 구조를 뚫고 들어가지 못한 안건들이다.

회의 시작부터 사무총장의 사퇴의사를 묻는 발언이 있었고 당의장의 불신임안이 상정되었다. 발언이나 안건의 타당성 여부를 떠나 대의원들의 분노가 느껴졌다. 그런 와중에도 “ 우리가 옹립한 지도부...” 운운하는 발언이 있어, 헛웃음이 저절로 나왔다. 물론 그 발언은 많은 대의원들의 야유로 중단되었다.

기를 쓰고^^ 발언권을 얻은 한 대의원은 뜬금없이 “최고위원 총사퇴”를 주장했다. 결국 의장에 의해 발언이 중지되기는 하였지만 그는 대의원으로서 스스로 생각하는 자신의 역할에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회의는 전체적으로 시간과 민주주의, 효율성과 민주성의 갈등이었다. 아니 갈등이라기보다 당 대회 주최 측은 시간과 효율성을 목표로 민주주의를 애초에 포기한 채 당 대회를 준비하였고, 대의원들에게도 민주주의를 포기하도록 강요하고 있었다.
시간과 거리와 비용과 다음 날의 출근.... 민주주의를 포기할 이유들은 얼마든지 많았다. 결국 대의원 대회는 상당한 정도의 효율성이라는 성과를 달성하기는 했다.

그러나 우리가 하자는 것이 민주주의라면, 우리는 이를 위해 다른 것들을 소비하거나 희생할 각오를 해야 한다. 시간에 쫓겨 효율성을 추구하는 모든 곳에 소수자는 없다. 심지어 질문도 토론도 생략된 채 다수결만 남은 회의는, 민주주의가 아니라 단지 다수의 횡포일 뿐이다.

민주노동당은 최소한 민주주의를 위해 다른 많은 것들을 희생할 각오를 한 사람들이 모인 곳이고, 더구나 민주노동당의 대의원이라면 후보 출마와 동시에 그 희생을 감수함에 동의하고 책임을 지는 것이다.

1400명의 사람들을 12시간 동안 한 장소에 몰아넣고 10-20분 정도의 휴식시간을 두세 번 정도 주며 빵 하나와 우유 하나로 배를 채우면서 지난 한 해의 당 활동을 평가하고 이미 닥친 올 한해의 당 활동을 계획하며 최근의 당 내외 현안에 대한 합의된 의견을 만들어 내라는 것은 그 자체가 폭력이다.


재적대의원(2183명 중 사고 3명을 제외한 2180명)의 과반 최소수인 1091명!
그 수가 유지되는 때까지 오직 표결!을 진행하여 안건을 처리하고, 그 수가 모자라지면 남은 안건을 중앙위원회로 위임하자는 제안을 당의 지도부라는 노동부문 최고위원인 이영희 대의원이 하였다. 설사 그 것이 통과될 만한 상황이었다 하더라도 그 발언은 최고위원의 입에서는 나오지 말았어야 할 발언이었다. 이 제안은 2005년 예산안 안건의 질의 과정에서 정식으로 동의되어 재석 1124 찬성 733의 다수결로 가결되었고, 약 10분 후의 재석 확인에서 재석 879로 대의원대회는 폐회되었다. 2005년 정기당 대회는 2005년 예산안을 논의조차 하지 못하고 중앙위원회에 위임했다!

1시간 40분의 식전 준비와 기념식, 그리고 1년에 한번 있는 정기 당대회의 4개의 보고안건과 15개의 논의안건(7개의 대의원 발의 안건)을 위해 예정된 시간은 오후 1시부터 밤 12시까지의 11시간. 대회 주최 측은 장소 임대 시간이 밤 12시까지 임을 수차례 강조하며, 질의도 생략하고 찬반토론도 생략하고, 심지어는 제안된 수정동의안의 내용조차 제대로 읽지 않은 채 상정하며 단지 표결에만 급급했다.
많은 대의원들은 안건에 대한 이해도 제대로 없이 대의원 표결 패찰을 들거나 들지 않았다. 대부분의 대의원들은 대회장에서 나누어 준 안건자료집을 미리 검토할 시간적 여유도 없었고 정치적 책임감도 없었다.

매년 대의원 선거를 하고 일년에 한 두 번 최고의결기구라는 대의원 대회를 개최하지만 당은 한번도 대의원들의 의무와 권한에 대해 구체적인 교육이 없었다. 지역과 부문은 할당된 대의원의 숫자를 채우기에만 급급하거나 혹은 분파적 이해관계 속에서 대의원 자리를 탐하기까지 한다. 자신들의 분파가 어느 안건에 표를 드느냐에 따라 그들은 표를 들었다 내렸다를 반복한다. 심지어 노동부문에서는 비당원과 비당권자까지 대의원으로 선출되었다가 중앙당 조직국에 의해 반려되는 사례까지 발생하였었다. (관악을 이봉화 대의원의 지적)

수많은 수정동의안. 그 남발도 문제일 수 있지만, 우선적 원인은 대회에 제출된 안건이 그만큼 철저하게 준비되지 못하였다는 것이다.

김미숙 구로을 대의원은 수차례의 발언을 하였다. 준비되지 않은 회의를 참석한 “준비된 대의원”들은 할 말이 많을 수 밖에 없다. 그녀는 단지 표결 처리를 위해 준비된 대의원이 아니다. 그녀의 대의원 자료집은 페이지와 제목을 표시하는 수십개의 스틱카가 붙어 있었다. 그 만큼 그녀는 대의원대회를 준비하고 참석했다. 할 수만 있다면 그녀의 발언을, 동의하는 다른 대의원들과 나누어 할 수 있기를 바란다. 한 사람이 여러 번 발언하는 것은 그 발언의 타당성을 여부를 떠나 시간의 한계를 갖고 있는 회의에서는 미움^^을 유발하기 쉽다.
그녀에게 그리고 그녀처럼 아이를 데리고 대의원대회에 참석한 부모들에게 주최 측은 9시 이후는 아이를 맡아줄 수 없다며 자기 아이를 위한 대책을 대의원 자신들이 세우라고 30분 전에 통고했다. 그녀는 참지 않고 다시 일어나 “안정적으로 회의에 참여할 권리”를 주장하였고, 사무총장은 아이들을 위해 중앙당 상근자들을 배치했다.
그녀가 얻은 수정동의안 발언권 하나는 혼란 중에 의장에 의해 유실되어졌고, 그녀는 뒤늦게야 발언권을 다시 요구했다. 민주주의를 귀찮아하는 대의원들의 야유 속에서도 그녀는 당의장과 수차례의 공방을 하여 자신의 발언권에 대한 별도의 통로를 약속받은 후 현장에서의 발언권을 접었다. 그녀의 제안이 무엇이고, 별도의 통로가 무엇이며 어떻게 열리고 어떻게 처리될 지,,,그녀와 나와 우리들이 놓치지 않기를 바란다.

대회장에서 몇 명의 장애인들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휠체어를 탄 중증 장애인은 단 한명에 불과하였으며 여성장애인은 보이지 않았다. 우리 사회에 장애인은 10%다.

일부 성소수자 대의원들은 진보정당의 대의원대회에서 조차 실명을 사용하기가 미심쩍다.

당대회장 한쪽에서는 청소년 당원들이 부문 담당 최고위원의 거짓말을 규탄하는 피켓팅을 하고 있었다.

당직자 폭행사건 관련 재심청구안을 현장에서 대의원 발의하고자 하는 서명을 기념식 도중 대회장 내를 돌아다니며 받았다. 안건 내용의 절차적 문제에도 불구하고 취지에는 당연 동의하기 때문에 당원발의 자체가 의미가 있다는 판단이었다. 이를 주도한 경상도의 한 당원은 아예 청구안의 통과를 확신하고 있었다. 아마 그는 나보다 더 많은 헛손질들을 하며 살고 있을 것이 분명하다^^

장애인의 모든 당직 공직 10%할당을 주장하는 발의안 역시 그 통과 가능성 여부를 떠나, 함께 서명을 진행했다. 회의가 시작되려는 마당인데 100명도 채우지 못했다며, 서울 강동갑 지역위원회에 장애인위원회를 만드는 일을 주도한 비장애 여성 견명인 대의원은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이 안건은 회의 시작 후에야 발의요건인 대의원 10%의 서명자 수를 채워서 상정 자체가 불투명 했었다. 그러나 결국 모든 발의 안건들은 제목조차 읽혀지지 않은 채 헛손질이 되어 중앙위원회로 위임되었다.

오랜 친구이며 충남 홍성에서 유기농 농사를 짓고 있는 현빈아빠 진연춘 대의원을 만났다. 그는 대회 날 아침 전화를 했고 대회장에서 얼굴이라도 보기로 약속했다. 그는 농한기인 겨울이면 주변의 유기농꾼 당원들을 모아 당의 강령과 당헌 당규를 공부하는 모임을 주도하고 있다. 주변의 당원들도 모두 그가 입당시킨 사람들이다. 모처럼 홍성을 가게 되면 나는 그곳에서 풍성한 유기농 밥상과 함께 당에 대한 온갖 질문과 질타들을 받아야 한다. 당 활동에 넌더리가 나다가도 그들 앞에서는 희망을 이야기하게 된다. 그들에게 거짓말을 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당의 바로 희망임을 확인하게 되는 것이다. 지난 봄 그와 주변의 당원들은 당 홈페이지를 통한 전국의 유기농꾼들과 당원들 간의 유기농 직거래를 제안했었고, 나는 이를 당 환경위원회를 통해 제안해 놓은 상태인데 이를 실질적으로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 진전은 아직 없다. 당 대회가 지지부진해 질수록 처음으로 당 대의원 대회에 참여한 그의 마음과 느낌이 염려되었다. 잠깐의 휴식시간에 만난 그는 당 대회의 상황을 거부감 없이 이해하고 있었고, 예약했던 기차표를 이미 최소해 놓고 있었다.



대의원 대회는 당의 최고 의결기구이다. 그리고 의결기구여야 한다.
지도부가 무능하든 무능하지 않든, 대의원대회는 정상화되어야 한다. 그러나 지도부가 무능하고 일상적인 당의 통로가 막혀있을수록, 당을 포기하지 않기 위해, 평당원 민주주의와 대의원 대회의 정상화는 더더욱 절실하다.

이번 당 대회의 수많은 헛손질들이 그리고 최근에 당내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헛손질들이, 단지 헛손질에 그치지 않고 당을 다시 살려내기를... 나 역시 그 헛손질에 여전히 힘을 들이고 힘들을 모아 마침내 당을 바꾸어내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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