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현자비정규직노조위원장 안기호씨의 편지

안기호 위원장이 원하청 동지들과 농성장 동지들에게 보내온 편지
현자비정규직노조
21028 769  /  3
2005년 02월 27일 14시 42분 54초
[구속 중인 안기호 위원장이 원하청 동지들 및 농성장 동지들에게 보내온 편지]


현대자동차 원하청 노동자 동지 여러분께


과분한 사랑 깊이 간직하고 원하청 동지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돌이켜 보면 현대자동차에서의 하루하루는 원하청 자본의 탄압에 맞선 투쟁의 역사였습니다. 2003년 5월 비투위 결성, 7월 비정규직노조 설립, 2005년 2월 구치소까지 부족한 저와 비정규직노조에 보내주신 지원 연대와 격려에 감사드립니다.

원하청 자본에게 지금 무슨 또 할 말이 남아 있겠습니까? 남아 있는 건 어떠한 명분도 설득력도 없는 무모한 탄압 뿐입니다.
현대자본에게 GT5가 그렇게 어려운 일입니까? 현대자본은 세계 초일류 기업으로서 이미 불법파견 세계 1위, 노조탄압 왕국으로서의 불명예를 뒤집어쓰고 브레이크 없는 질주를 지속하고 있습니다.
파견근로가 금지되어 있어도 대규모 불법을 밥 먹듯이 저질렀고, 불법파견 판정이 났어도 불법과 폭력을 또다시 자행하는 파렴치한 현대자본을 노동부조차 고발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원하청 자본의 천인공노할 만행과 반노동자적인 노조탄압은 법과 상식은 물론 물불 안 가리고 범죄보다 더한 극악한 탄압으로 사실상 최단기간에 걸친 전면적인 탄압에 나섰습니다.
할 말이 남아 있으면 교섭에 응해야 합니다. 텔레비전 공개토론에 나서야 합니다. 무모한 탄압은 중단되어야 합니다.
보라! 원하청 자본의 법도, 상식도, 대화도, 도덕도, 양심도, 인륜도 저버린 추악한 발악을!!

우리는 비정규직 노조의 2005년 불법파견 정규직화 투쟁이 영원히 다시오지 않는 처음이자 마지막의 천금같은 기회라는 것을 너무도 분명히 알고 있습니다.
그런 만큼 이번 투쟁을 포기하지 않거나 성공적인 투쟁이 된다면 비정규직노조는 명실상부한 노동조합으로서 정규직에 버금가는 강력한 노조로, 통합노조로, 산별노조로 나아갈 것이며, 평생을 걸려도 이룰 수 없는 직접고용을 포함한 정규직화의 성과를 거두게 될 것은 너무도 분명합니다.
따라서 비정규직 노조의 투쟁은 할 것인가 말 것인가라는 선택의 문제가 분명 아닙니다. 2005년 투쟁은 반드시 해야만 하는 투쟁이자 끝까지 투쟁하면 반드시 승리할 수밖에 없는 1,2,3차 모두의 투쟁이자 전국적인 투쟁입니다.

원하청 자본이 왜 전면탄압에 나섰는지, 도대체 어떠한 의도가 숨어 있는지 우리는 이미 알고 있습니다.
자본이 미쳐 날뛰는 것은 원래 법이 그렇고, 노동부가 불법파견 판정을 내렸고, 비정규직 노조가 정규직화를 요구하고, 현대자본의 능력과 조건이 안돼서의 문제 또한 결단코 아닙니다.
자본의 의도는 노동부의 불법파견 판정에 따른 비정규직노조의 숙원인 정규직화를 막고 비정규직노조를 파괴하기 위한 목적임이 너무도 분명해졌습니다.
다시 말해 현대자본은 물론 불법업체 또한 비정규직 노동자를 천년 만년 말 잘 듣고 일 잘하는 비정규직으로 쓰기 위해 언제든지 마음대로 짜를 수 있는 비정규직으로 쓰기 위해 비정규직노조의 불법파견 정규직화에 목숨 걸고 탄압하는 것입니다.
억울하고 분하지 않습니까? 피가 끓고 눈물이 나지 않습니까? 우리가 무슨 죄를 지었길래 참을 수 없는 수모와 탄압을 받아야 합니까? 이제 당한 만큼 돌려주고 받을 건 받아야 합니다.

2005년을 오뚜기처럼 잡초처럼 우리 함께 단결하고 투쟁하며 사는 것이 영원히 승리하는 길이며 인간답게 사는 길입니다.
상대방 선수의 펀치가 매섭다고 링에 오르는 것을 포기하시겠습니까? 원하청 자본의 탄압이 두려워 단결투쟁을 외면만 하시겠습니까? 전쟁이 무서워 전투에 불참하신다면 개인의 권리도, 노조의 권리도, 나라도 잃을 수 있다는 것은 명확하지 않습니까?
진정! 우리에게 무섭고 두렵고 부끄러운 것은 무엇입니까? 단결하고 투쟁할 때 단결하고 투쟁하지 못하고, 나서야 할 때 눈치보고 도망가는 것만큼 부끄럽고 두려운 것도 없습니다.
이젠 생각을 바꿔야 행동이 바뀌고 승리도 있습니다.
홍수환이 링에 올라 수없이 날아오는 펀치를 맞고 네 번씩이나 다운됐다고 해서 패배했습니까? 현자노조가 17년간 탄압을 받았다고 단결투쟁을 그만 두었습니까?

비정규직 노동자들만 하더라도 얼마 전까지 단결투쟁에 눈치보고 도망가던 노동자들이 여러 차례의 투쟁에서 승리하고, 지금도 5공장의 파업농성장에선 우리 모두의 승리와 미래를 위해 원하청 자본의 살인만행과 극악한 탄압을 물리치고 전기도 물도 없는 파업농성장에서 밤낮없이 공포처럼 다가오는 살인적인 추위와 칠흙같은 어둠 속에서 짐승보다 못한 비인간적 대우와 깜빵보다 못한 참담한 현실에서 원하청 자본과 치열한 투쟁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2월 19일 면회 온 동지들은 저에게 단식을 풀지 않으면 농성장에 있는 동지들이 전원 단식에 들어가기로 했다는 동지적 애정과 투쟁의지를 보여 주었습니다. 저는 만감이 교차하면서 울고 말았습니다. 이미 우리는 탄압 속에서도 하나가 되었음을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서로가 서로를 존중하고 이해하면서, 1·2·3차 구분 없이 현대자동차의 모든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2005년 단결투쟁에 다함께 참여합시다. 2005년 투쟁에서 원하청 노동자의 공동투쟁을 호소하며 공동 승리를 기원하겠습니다.
위기와 기회는 누구에게나 언제든지 닥쳐올 수 있습니다. 문제는 언제든지 싸워서 승리할 수 있는 만반의 준비와 실천입니다.

동지 여러분!
사람이 살아가기 위해선 누가 뭐라 해도 먹어야 하듯이 부모가 자녀를 사랑하는 것 또한 지극히 자연스럽고 당연한 것입니다.

비정규직노조가 노동조합을 만들고 비정규직노동자들이 1,2,3차 구분없이 모두가 정규직화와 직접 고용을 내걸고 단결투쟁하는 것은 누가 시켜서 하는 것도 누가 하지 마라고 해서 안하는 게 아니라 우리 모두가 함께 가야 할 길입니다.
이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자신에게 가장 소중하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최선을 다하듯이, 지금 나에게, 나의 가족에게, 나의 동료에게, 나의 노동형제이자 동지에게, 우리 모두에게 가장 소중하고 절실한 것은 무엇인지! 사랑하는 사람은 누구인지! 진지하게 되돌아보면 2005년 투쟁은 어떠한 일이 있어도 반드시 승리해야 합니다.
그리고 원하청 공동투쟁에서 실패의 대표적 사례가 아닌 공동투쟁의 모범을 만들어 냅시다!
다시 한번 감사드리며 반드시 돌아오겠습니다.


2005. 2. 19

울산구치소에서 안기호 올림




농성장 동지 여러분께


농성장 동지들에게 인사드립니다.
농성장을 떠난 후 경찰서 유치장에서 동지들을 생각했습니다. 원하청 자본의 짐승보다 못한 비인간적 만행과 노조탄압에 분노했습니다. 동족에게조차 총칼을 든 자들과 무엇이 다른가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렇습니다. 문제는 용서할 수 없는 자들과 맞서 승리하는 것입니다.
그러고 나니 도장부 아줌마와 정영미 동지의 말이 떠오릅니다. 아줌마가 어느 날 말씀하셨습니다. 맞교대하면서 하루에 세 번씩이나 5공장에서 구정문으로 그리고 명촌으로 뛰어다니니 몸이 되다고... 그럼에도 여유가 있어 보였습니다. 그리고 정영미 동지는 2005년 투쟁 반드시 승리해서 정규직으로 새롭게 만나자고 하였습니다.

동지 여러분!
산 너머 산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산은 오를수록 힘들고 어렵지만 정상에 오른 사람만이 가장 높은 곳에서 가장 많은 것을 볼 수 있듯이 2005년 투쟁은 한만큼 성과로 돌아올 것입니다.
구치소에 오던 날 서쌍용 사무국장님이 출소했습니다. 그리고 오늘 박경렬 황재현 동지가 새 조끼를 입고 면회를 왔습니다. 동지들이 돌아간 후 있을 때 잘할 걸 하는 때늦은 후회도 했습니다.

미안합니다. 고맙습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가장 신뢰하고 존경하는 동지들의 모습을 떠올리면서 펜을 놓습니다.


2005. 2. 19

울산구치소에서 안기호 올림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