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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심보감이 나한테 이야기하더라.

朱子曰,

勿謂今日 不學而 有來日   勿謂今年 不學而 有來年

日月逝矣  歲不我延   嗚呼老矣 是誰之愆. 

주자가 말하기를,

오늘 배우지 아니 하고서 내일이 있다고 말하지 말며, 올해에 배우지 아니 하고서 내년이 있다고 말하지 말라.

날과 달은 흐르니 세월은 나를 위해서 더디 가지 않는다.

 


少年 易老 學難成   一寸光陰 不可輕

未覺池塘 春草夢   階前梧葉 已秋聲.

소년은 늙기 쉽고, 학문은 이루기 어려우니 짧은 시간이라도 가벼이 여기지 말라.

아직 못가의 봄 풀은 꿈에서 깨어나지 못했는데 어느덧 세월은 빨리 흘러 섬돌 앞의 오동나무는 벌써 가을 소리를 내느니라.

 


陶淵明詩 云,

盛年 不重來  一日 難再晨   及時 當勉勵

歲月 不待人

도연명의 시에 이르기를,

젊었을 때는 두 번 거듭 오지 아니 하고 하루에 새벽도 두 번 있지 않나니 젊었을 때에 마땅히 학문에 힘쓰라.

세월은 사람을 기다리지 않느니.

 


筍子曰

不積步 無以至千里   不積小流 無以成江河

순자가 말하기를,

발걸음을 쌓지 않으면 천리에 이르지 못할 것이요,

적게 흐르는 물이 모이지 않으면 강하를 이룩하지 못할 것이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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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겨진 재능

아무래도...

요리에 타고난 재능이 있는게 아닌가 싶다.

 

며칠 전에 요리책을 보고 짬뽕을 만들어봤는데... 정말 맛있었다.

물론 재료가 훌륭하기는 했다. 새우, 오징어, 조개, 중국 배추, 죽순, 양파, 고추, 부추, 표고버섯에 두반장..  하지만 그게 어찌 재료 탓만일까... 시식에 나선 용감한 이웃들도 내심 감탄하는 눈치였다 (^^).

 

며칠 전에 깍두기를 만들어보았는데.. 이 또한 훌륭했다. 뭐, 어묵 조림, 오이무침 같은 것은 이제 눈감고도 할 수 있는 수준이다.

 

두어달 전에 손님들을 초대하여 튀김 요리를 한적도 있었다. 새우, 깻잎, 연근, 고구마, 오징어, 부추말이 등등... 그 바삭한 느낌은 나조차도 전혀 예상치 못했던 수준이었다. (물론, 기름 냄새에 질려서 나는 많이 먹지 못했다만)...

 

잠시...

 

공부를 관두고 요리계에 진출해보면 어떨까 하는 깜찍한 생각을 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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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끝

오늘 발표를 끝으로 공식적인 펠로우 프로그램은 끝났다.

물론 담주에 수료증 비스무레한 종이 하나 더 받아야 하지만... 그래도 허접한 발표가 끝나니 마음이 후련하다. 영어가 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뻔뻔함은 확실히 늘었고 거기에 오바 액션(!) 또한 늘은 듯. 눈, 귀 공해를 견디며 들어준 사람들이 고마울 따름... 

 

어쨌든 끝나고 리셉션한 다음 돌아와 침대 시트, 이불, 커텐 걷어다 빨래하고, 밀린 설겆이, 목욕탕 부엌 물청소 하고 나니 벌써 10시가 넘었다.

 

이제 내일부터는 밀린 논문과 보고서 작업 땜시 도서관 출근 시작이다.

낼 아침에는 도시락도 싸야 하고, 보온병에 커피도 챙겨야 하고.....

돈이 없으니 몸이 고생이지만 어쩌랴...

 

살림은 정말 끝도 없다........

내 한 몸 유지하는 것도 이렇게 쉽지 않으니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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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복한 운명

며칠 전 하버드 서림 (정식 명칭 : Harvard Book Store)에서 제프리 삭스 (Jeffrey Sachs)의 신간 (The End of Poverty: Economic Possibilities for Our Time) 출판 기념 강연이 있다는 공지를 보았다. 오호. 그가 누구던가.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의 자문을 맡으며 경제학자로서는 보기 드물게 빈곤 문제, 사회적 이슈에 관심을 가졌던 자 아니던가. 뭐 그의 저서를 읽어본 적이야 없지만, 일단 내가 이름을 안다는 것은 그가 나쁜 듯이건 좋은 뜻이건 경제학자로서 굉장히 남다르다는 증거. 하여, 오늘 저녁에 거기에 갔었다.

 

사진기를 깜빡해서 현장의 분위기를 전할 수야 없지만, 미국 생활 어언 10개월만에 그런 산소 부족 강의는 처음이었다. 300석도 넘어보이는 홀에 좌석이 꽉 찼음은 물론 바닥에도 어디 앉을 틈이 없었다. 겨우 바닥에 삐집고 앉아서 한 시간 반동안 목과 허리의 통증을 감내하며 강의를 들어야 했는데.. 머리가 어질어질했다.

 

분위기는 젼형적인 부흥회 분위기.  아저씨, 미모는 남다르지 않지만, 목소리가 예술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한석규 식 낮은 목소리... 정확한 발음과 느리고 강한 발성... (크자 님도 저녁 내내 목소리 칭찬을 하셨더랬다)...  

 

근데 말이다........

시작은 정말 좋았다.

 

극단적 빈곤 (특히 사하라 남부 아프리카 지역)과 관련한 본인의 체험 (유엔 개발 기구 등에서 일했고, 특히 Milleneum Development Goal 개발의 당사자기이도 하니까), 그리고 너무나 심금을 울리는 자료 사진들....  미국인이 1인당 보건의료에 6천불을 지불하는데 비해 케냐는 겨우 8불을 지불할 뿐이라면서 보여주는 사진. 한 침대에 엄마 세 명과 아이 세명이 걸터 앉아 있는 모습... 평범한 인간의 심성이라면, 누가 가슴이 아프지 않고, 누가 죄의식을 가지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런데.. 많은 국제 기구의  공식 보고서들, 경제학 교과서에는 이렇듯 말도 안 되는 처참한 아프리카의 현실이 단지 "부패" 때문이라고 진단한단다. 부패는 이 땅 어디에도 있고, 경제 발전으로 성가를 드높이는 아시아에도 특히 만연해 있다. 과연 부패가 이들 빈곤의 원인일까? 제프리 삭스는 그렇게 물었다. 부패가 아프리카 가뭄의 원인이냐고, 부패가 말라리아의 원인이냐고....

 

그래서 나는 기대했다. 무엇이 그들을 가난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하고 있는지 모범답안을 함 들어보자....

 

 



첫째, 아프리카는 아시아가 1960년대에 경험한 녹색혁명 (혁신적인 식량생산 증대)을 경험하지 못했다. 강수 분포와 대유량의 하천이 없었기 때문. 둘째, 아프키카는 고유한 질병 문제, 특히 말라리아 문제가 심각했다. 셋째, 대부분의 거주지가 해안으로부터 떨어진 내륙에 위치해 있는데, 이는 가뭄을 피하기 위한 방편이었지만, 한편으로 교통의  장애요인이라 국제 교역에 참여할 기회를 제한했다. 

따라서, 그들의 가난이, 국가 상층부의 부패 때문이라고 희생자를 비난해서는 (victim blaming) 안된다.....

 

흑.

결국, 그들의 불행한 운명을 탓해야 한다는 말인가?

나는 "넷째, 어쩌구..." 라는 설명이 나올 줄 기대했었다. 식민지배가 어쩌구, 신자유주의가 어쩌구 이런 이야기를 기대했더란 말이다. 아프리카야 말로 인류 문명의 발상지이고, 현재도 엄청난 천연 자원이 넘쳐나는 곳인데... 왜 이들의 터전을 그리 저주받은 곳이라고 이야기하냔 말이다.....

 

그는, 흔히 주류 사회가 이야기하듯, 시장이 좋은 해결 방안이 될 수도 있다고 인정했다. 다만 그가 강조한 것은 그것이 유일한 해결책이 아니라 여러 방안들 중 한 가지 (just one of tools) 라는 점이다. 그는 개발 혹은 발전(development),  그것도 지역사회가 중심이 된 개발의 중요성, 그리고 적극적인 원조의 중요성을 매우매우 강조했다.

현재 미국의 원조 실태를 보면, 국내 총생산의 0.7%, 그러니까 100달러 중 70센트가 해외 원조에 쓰이고 있고, 그 중 16센트는 전략 국가들 (아프카니스탄, 이라크, 파키스탄, 콜롬비아 등), 2센트 정도가 이런 최빈국에 투자되고 있는데 그 중 반이 미국인 파견 인력을 위한 인건비란다 (기억이 정확한가 모르겠네?). 어디 이래서야 쓰겠는가... 이게 오늘의 논지였다. ㅜ.ㅜ

그들의 박복한 운명... 이것이 진정한 문제였던 것이다.. 그리고 이 박복한 이웃을 돌보지 않은 지구촌 이웃들... 나쁜 사람들(ㅡ.ㅡ).....

으으......... 삭스 아저씨..... 여기서 끝나면 안 되잖아요....

 

충격을 접고....

몇 가지 드는 생각...

 

우선, 하버드 서림.. 백년 된 서점이라더니만 확실히 저력이 있다. 꾸준한 평론 모임, 저자 특강.. 이런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도 놀라운데, 이런 메가톤 급 인사를 일개 서점 이름으로 불러서 강연을 시킨다는게... 강연료를 떠나 놀랍기 그지 없었다. 안내라고야 자기네 메일링 리스트, 홈페이지, 책방 게시판에 안내문 붙인게 고작인데...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온다는 것도 놀라운 일이고....

 

좀더 근본적인 이야기를 해주기 바랐던 나의 기대에 미치지는 못했지만, 이런 강의가 나름 중요하다는 생각은 들었다. 그것이 정치적 수사이건, 부르조아의 여유이건... 현장을 직접 본 사람만이 전할 수 있는 그 생생한 울림... 그걸 이제 알았냐 하면서 우습게 볼 수는 없었다. 캄보디아에 여행 갔을 때, 학교와 일반 가정을 둘러보고, 그리고 "one dollar"를 외치며 모여드는 앙코르와트의 아이들한테 받았던 충격...   "least developed country"라는 학술적 호칭으로는 그 현실을 감히 담아낼 수 없었다.

 

그래서 어쩌란 말이냐, 다같이 죄의식이라도 갖자는 소리냐... 이런 생각이 드는 건 사실이지만.... 한편으로 보자면... 미국인들, 죄의식이라도 가져야 할 것 같다. 그들이 세계에 어떤 짓을 저지르고 있는지, 누구의 희생을 발판으로 지금의 생활을 꾸려가고 있는지 최소한 미안함이라도 느껴야 한다. 그게 시작이다. 미국에서 아무렇지도 배출한 온실가스가 아프리카의 가뭄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 그들이 우습게 생각하는 몇 달라, 몇 센트의 푼돈이 이들에게 얼마나 절실한 금액인지..... 미국인은 (세계인들은) 알아야 한다. 거창한 이론을 떠나, 그게 인간의 도리다.

 

하지만, 한국에서 아프리카 어린이가 어쩌구, 에이즈 문제가 어쩌구.. 하는건 웬지 낯설다. 그동안 내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기에 너무 다급하여, 그리고 단일민족 신화(?)에 사로잡혀 소위 국제 연대, 혹은 지원의 문제들을 등한시했던게 사실이다. 남들을 잘 모르겠고.... 내가 그랬다는 뜻... 아니, 한국이 지금 난리인데 듣도 보도 못한 말라위가 어쩌구, 탄자니야가 어쩌구.. 이건 너무 오바 아니야.. 이게 솔직한 심정... 

잘 차려입은 하버드 교수들, 혹은 국제기구 고위 관료들이 아프리카 문제를 자신의 일인 것처럼 떠들어대는 것도 어색하지만, "인간 해방"을 종교처럼 떠받들면서도 수많은 사람들이 하루에 1달러가 없어 죽어가는 현실은 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나 자신도 앞뒤 안 맞기는 마찬가지...

 

뭐 이래저래 고민많은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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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해근 교수의 특강

지난 주에 한국학 연구소에서 초청 특강이 있었는데, 바빠서 미처 정리를 해두지 못했더랬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제목은 "다시 생각하는 남한 노동계급의 역사"

국내에서도 번역 발간되었던 선생님의 책 [한국노동계급의 형성] 에 담긴 이야기가 중심이 되어 한국 노동계급, 노동운동사를 개괄적으로 소개하는 자리.

서두에, 한국학 연구소 소장이 구해근 교수를 소개하면서 박노해의 시 한 편을 읊었다.

 

" 어쩌면 나는 기계인지도 몰라
컨베이어에 밀려오는 부품을
정신없이 납땜하다 보면
수천번이고 로버트처럼 반복동작 하는
나는 기계가 되어 버렸는지도 몰라 ......"

 

(물론 영어로....I might be a machine ~~~)

 

이상하게 마음이 짠하더라... 내가 박노해 시를 처음 접한 것은 고등학교 등하교 길. 대학 캠퍼스를 다 지나야 우리 고등학교 건물에 닿을 수 있었는데, 올라가는 길에 수많은 시, 그것도 교과서에서 본 것과는 전혀 다른 시들이 걸려 있었더랬다. 그 때 느낌은 구슬프면서도, 생경하다는.... 어쨌든 대학에 들어가서 서클 룸에 굴러다니는 박노해의 시집을 처음 보고, 아니, 그 때 그사람이잖아.. 를 외치며 무척이나 반가워했었다...   박노해씨가 체포되던 날, 진짜 울적한 마음으로 선배와 술을 마셨던 기억도 난다... 자, 딱 여기까지만... (하지만, 그의 빛나는 창작과 치열했던 활동들에 대해서는 지금도 경외감을!)

 

뭐 선생님의 이야기는 책에 있었던 내용을 그대로 축약한 것이라, 특별히 새로울 것은 없었지만 그래도 요점이 머리에 가지런히 정리되는 느낌이 들기는 했다.

몇 가지 주요 논점을 요약하자면...

1) 일대 전환점으로, 혹은 본격적인 시발점으로 평가 받았던 87년 노동자 대투쟁 이전에, 그 못지 않은 수많은 이들, 특히 여성 노동자들의 피땀과 불굴의 노력이 있었다.

2) 우리 사회의  고유한 문화적 특성(봉건적 문화)이 노동자 계급의 자기 정체성과 문화 창조에 큰 걸림돌이 되었다. 

3) 노동운동의 성장이 빨랐던 만큼 그 쇠퇴도 빠르게 일어나고 있는데, 이는 세계적으로도 유례없는 현상. 신자유주의의 팽창은 전세계에서 공통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현상임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에서 특히 이 문제가 심각한 것은 물론 IMF 라는 초단기 충격이 강한 탓도 있지만 역사적으로 노동자의 계급의식이 생산 과정 그 자체로부터 형성되었다기보다 한과 분노에서 촉발된 측면이 강하기 때문. 일정 수준의 경제적 성과를 통해 이것이 소실되자 동력이 상실되고, "중산층"이데올로기의 확장은 노동자의 계급의식과 연대에 심각한 장애를 가져오고 있음. 또한 정치 투쟁, 민중 운동과의  결합이 한국 노동 운동의 특징 중 하나 였는데, 시민운동이 분화해나가면서 사회/공공 이슈에 대한 선점이 어렵게 된 것도 한 이유. 

4) 본인은 그저 학자일 뿐이라 감히 대안을 제시할 수는 없다고 하면서.... 경제적 투쟁을 넘어선 사회적 정의를 위한 투쟁, 도덕성에 기반한 투쟁에서 다시금 동력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안

 

 




예전에.. 책을 읽으면서, 이론 서적을 이렇게 감동적으로 쓸 수도 있군... 하면서 혼자 감격했었다. 어줍잖게 이것저것 한다고 돌아다니면서 어느 하나 제대로 안 하는 것보다, 이 정도만 할 수 있다면, 공부란 것도 할 만 하다.. 는 생각을 했더랬다.

 

진보, 보수를 망라하여 너나할 것 없이 한국 노동운동의 위기를 이야기하고 있는데, 과연 무엇이 정확한 진단이며 처방인지 모르겠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이론적 평가나 전망과는 별도로, 가장 밑으로부터 끊임없이 투쟁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 아닐까....  과거에도 그래왔고, 억압과 착취가 존재하는 한 앞으로도 계속...

 

 

바람이 돌더러

 

모래 위에 심은 꽃은
화창한 봄날에도 피지 않는다
대나무가 웅성대는 것은
바람이 불기 때문이다
갈대가 두 손 쳐들며 아우성치는 것도
바람이 휘몰아치는 까닭이다
돌멩이가 굴러 돌사태를 일으키는 것은
바람이 제 무게를 이기지 못함이다

대나무나 갈대나 돌멩이나
바람이 불기에 소리치는 것이다

우리는 조용히 살고 싶다
돌아오는 건 낙인찍힌 해고와 배고픔
몽둥이에 철창신세뿐인 줄 빤히 알면서
소리치며 나설 자 누가 있겠느냐
그대들은 우리더러
노동문제를 일으킨다 하지만
우리 돌처럼 풀처럼 조용히 살고 싶다
다만 모래밭의 메마른 뿌리를
기름진 땅을 향해 뻗어가야겠다
우리도 봄날엔 소박한 꽃과 향기를 피우고 싶다
우리로 하여금 소리치게 하고
돌사태를 일으키게 하는 것은
바람이 드세게 몰아쳐
더이상 견디지 못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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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일상으로...

지난 몇 주간 정신 없이 출장을 다녔는데... 이제 끝났다.

물론 돌아댕기는게 끝났다는 뜻이지..

정리와 보고서 작업은 이제 시작...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하는 체질 덕분에 매우매우 즐겁게 지난 몇 주를 보냈으나...

 

이제 책상 앞에 앉으니 산더미 같은 일들이 떡 하니 입을 벌리고 있다. 무서버라...

 

(허나... 이 동네는 비밀도 없는지라... 보나마나 연구책임자 샘이 이 글을 보실텐데.... 샘~ 투정 부리는 거 아니랍니다!!!)

 

가서 보고 배운 것이나 찍은 사진들은 공식 보고서에 써야 하니까  접어두고...

 

샌프란시스코 맞은 편, 숙소였던 Alameda 에서 바라본 항구 풍경이나 하나...기분 전환으로 올려본다.

밑의 사진은 회의가 일찍 끝난 덕에 구경갔던 Napa valley의 포도주 양조장 (술도가 혹은 와이너리 라고도 부름)... 사실 이 날 포도농장 가서 공짜로 와인 맛 본게 출장의 백미였다 ㅎㅎㅎ 어찌나 맛나던지.. 이런거만 계속 할 수 있음 365일 매일 출장 다니겠다는 갸륵한 생각을 했었다.

 

그리고, 오랜만에 광활한 태평양이 내려다보이는, 높은 언덕에 올라 호연지기를 잔뜩 길러왔다. 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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헛 소리... ㅡ.ㅡ

이래저래 바빠서 정신 없어 죽겠는데.. 또 딴짓이 하고 싶어지니...

 

어제 한국학 연구소에서 구해근 교수의 초청 특강이 있어서 갔더랬다.

그 이야기는 나중에...

 

뒷풀이 (점잖게는 리셉션이라고들 하더만) 에 가서 브루스 커밍스를 지도교수로 두었다는 일본 아줌마랑 수다를 떨었는데... (이 아줌씨 박사 논문은 해방 전 오사카 지역의 한국인 커뮤니티와 노동운동이란다). 브루스 커밍스 교수가 진짜 잘 생겼단다. 

그러고 보니 작년에 영면한 폴 스위지도 젊은 시절 한 미모했다고 하지 않던가.

나의 어드바이저인 이치로 교수도 꽃미남 계열은 아니지만 역시 한 인물...

 

뻐꾸기 언니에게 이 사실을 전하니, 마치 기다렸다는 듯. 서울대의 조국 교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렇지.. 어찌 그를 빼놓을쏘냐...

 

어허...

이거 훌륭한 연구자가 되려면 일단 외모가 받쳐줘야 하는군.

 

그래서, 우리는 훌륭한 연구자 되기를 포기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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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민중복지]에 실린 글

가정의 달을 기념하야 글 하나 써보라는 최 모 샘의 꼬드김에 ...
억지로 허접한 글 하나를...
 
 
[ 극단적인 시장 사회야말로 아이 없는 사회]
 
 
올해도 어김없이 가정의 달이 돌아왔다. 영험하신 구글님께 ‘가정의 달’이 무엇이냐고 물어보니 백화점, 여행사, 은행, 우체국 등 민관(民官)이 총 출동하는 특별 이벤트들을 보여주셨다. 오호! 모두들 축복해 마지않는 소중한 가정이라니.... 허나, 이렇게 신성한 가정, 따뜻한 가족 이야기에 어김없이 따라오는 불길한 그림자가 있으니, 이름하여 “저출산/고령화 시대”라는 재앙!

임박한 위기를 맞이하여 각지의 고수들이 나름의 절세 무공들을 펼쳐 보였지만, 독창성과 깜찍함에서라면 1 2 3 운동이 단연 군계일학. 자, 결혼 1년 안에 임신해서 두 명의 건강한 자녀를 서른이 되기 전에 낳아보자. 쉼 없이 노력(?)한다면, 30세 둘째 출산 ← 29세 둘째 임신 ← 28세 첫째 아이 수유 ← 27세 첫째 아이 임신과 출산 ← 26세 결혼이라는 일정을 지킬 수 있을 것이다. 여고생들의 대학 진학률이 78% (통계청 2004)에 이른다고 하니 대학을 졸업하면 대략 23-25세. 하지만 ‘공식적’인 청년 실업률이 8% (통계청 2004)에 이르고, 첫 일자리 진입 기간이 15.5개월(한국노동연구원 2002)이라는 통계 수치를 고려한다면 운 좋게 취업한다고 해도 25-26세는 기본. 일단 취직이 되면 하루 빨리 청첩장을 돌리고, 부리나케 첫 번째 출산휴가, 첫째 아이 돌잔치, 그리고 두 번째 출산 휴가까지 밀어붙여야 한다. 직장 동료들과 상사들, 국가 경제를 떠받들 이 ‘여’사원의 애국적 행위를 진심으로 경하할 것이다. 의대 학장으로 재직 중인 여의사께서 하셨다는 다음의 이야길랑은 염두에도 두지 말자. “간혹 여의사들이 수련기간 중 두세 명의 아이를 출산하면서 전공의 과정을 무사히 마쳤다는 이야기를 자랑스럽게 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물론 본인과 가족 입장에서는 대단히 자랑스럽고 축하 받아야 할 일... 그러나 ... 이 여의사가 아이 두셋을 낳는 동안 얼마나 많은 주위의 여자, 남자 동료의사들이 이 여의사 때문에 고생하였을까...” (청년의사 2005.4).

하긴, 여성 노동자의 70%가 비정규직이니까 출산 휴가 운운하며 옆 동료에게 민폐 끼칠 걱정은 안 해도 되겠다. 그저 조용히 계약 해지하면 그만 아닌가. 든든한 비정규 예비군들이 줄을 지어 기다리고 있는데 무슨 걱정이람. (대학에 진학하지 않았던 ‘고참’ 여성 노동자들의 상황은 다를까?)

행여 “우리 정규직 되면 결혼하자”던 포스터에 공감하여 스스로 정규직이 될 때까지 결혼을 미루는 여성이 있다면 이건 말리고 싶다. 자칫하다가는 ‘독신세(獨身稅)’를 물어야 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얼마 전 LG 경제연구원이 독창적인 고견을 내놓지 않았던가. “...결혼을 유인하는 정책과 함께 독신 상태에 대한 불이익을 확대하는 정책도 필요하다. 고대 로마도 저 출산으로 고전하다가 독신세를 신설하여 일정한 효과를 거둔 바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배우자나 자녀가 없는 일정한 연령이상의 독신 근로자에게 독신세를 부과하는 것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

대한민국 국민으로 살아가기 참으로 어렵다. 나라 경제가 어려우면 장롱 속의 금반지도 내다 팔아야 하고, 국가 경쟁력 제고를 위해서라면 비정규직의 설움쯤은 아무렇지도 않게 감내해야 하고, 이제 최선을 다해 ‘건강’한 자녀를 출산하여 국가의 미래를 대비해줘야 한다. 모자보건학회는 1 2 3 운동의 배경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 30~35세 이전에 정상적이고 건강한 난모세포에서 태어난 건강한 신생아를 잘 키워서 차세대의 건강한 인구의 질적인 향상을 도모하여 미래 사회에서 대한민국의 국가경쟁력 제고를 위한 튼튼한 기본이 될 수 있도록 하고자 함에 있다...”

애국주의와 경제 개발, 정상 가족 이데올로기의 화려한 깃발이 저만치 혼자 달려가고 있다. 비정규직 노동자, 여성, 장애인, 성적 소수자들은 (심지어) 쫓아가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 서로 관계없어 보이는 단어들 - 국가 경쟁력, 건강, 결혼, 전통적인 가족의 중요성, 윤리의식, 여성 - 이 모처럼 함께 등장하여 서로의 본질을 확인시켜주고 있다. 시장 자본주의의 동력과 가정생활 사이에는 근본적인 대립이 존재한다며, “극단적인 시장 사회야말로 아이 없는 사회”라던 율리히 벡 (1992)의 이야기, 이제 비로소 이해할 수 있다. 국민 된 도리를 다하지 못하고 있는 나, 깊이 반성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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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턴의 메이데이

보스턴 이웃들이 나만 쏙 빼놓구 모두 걷기 대회( [Walk for Hunger 2005] )에 가버렸다.

흥!!! 

나는 혼자서 보란듯이 씩씩하게 (ㅜ.ㅜ) 이주 노동자 집회에 갔다. 

속한 조직도 없이, 사진기 하나 달랑 들고 구경꾼으로 서 있자니 기분이 참.....

 

여기 미국은 9월 첫째 월요일이 공식적인 노동절이고 오늘은 아무 날도 아니다. "International Workers' Day"라고 부르면서 뉴스에서는 외국의 노동절 행사 소식을 보여주는 정도... 오늘 행사도 여기저기에서 열리는데, 중앙 단위에서 기획이 있는게 아니라 그냥 지역 조직들이 함께 모이는 정도...

 

행사가 열리는 코플리 광장(Copley Space) 맞은 편은 미국에서 가장 오래되었다는 공공 도서관. 광장 주변에는 튜울립 꽃이 예쁘게 피어있고 사람들은 한가로이 산책을 하거나 벤치에서 쉬고 있다.

 


 

행사장 앞에는 이 근방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는 트리니티 교회가 떡하니 버티고 있고, 시작 시간이 이미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매우 썰렁한 풍경이다.

 




집회장이면 빠질 수 없는 각종 선전물 판매 코너... 구경하고 있자니 신문 팔던 아저씨가 친절하게 다가와 자기네 기관지 구독하란다. 1불 아끼려고 커피도 싸가지고 다니는 사람한테 그건 좀 너무한 요구가 아닐까 싶어서 정중하게 거절하고... "당"으로 활동하냐고 물어봤더니만 자기는 "사회당" 소속이란다. 그러면서 다음 의회 선거에서 지지를 부탁한다며 찌라시를 나눠주길래, 이 후보자가 사회당 후보냐고 했더니, 그건 아니고 "사회주의 노동자당" 후보란다.  알고보니 보스톤에도 정치적 입장이 다른 수많은(?? 좌파 정당이 존재한단다. 거 참....... 

 

 


 

한 젊은이, "삐딱하니 자꾸 질문하는 할배"(낯익은 설정)에게 미국 의료보험의 문제점을 친절히 설명하고 있다.

 


 

미국의 의료보장 문제.. 역시 단연 이슈다. 공공 부문, 서비스 업종 노동자들로 구성된 SEIU 소속 노동자들이 노조 잠바를 입은 채 현수막을 들고 있다. 등에는 "모든 이를 위한 의료 Healthcare for All" 이라고 써 있다.

 


 

예정된 시간보다 한 시간이나 지나서 본 행사 시작. 그에 앞서 잠깐 Tufts 대학 학생들의 문화공연이 있었다. 아프로 쿠반 스타일의 음악과 춤이라는데 흥이 나더구만...

 


 

행사라고 해야 뭐 특별한 것은 없고 여러 단체에서 기념사와 결의 등을 밝히는 것이었는데, 특이했던 것은 이주 노동자 행사고 특히 중남미 노동자들이 많은 관계로 사회자가 2개국어를 하더라는... ㅡ.ㅡ 영어도 힘든데 스페인어까지 쏼라쏼라...

이주노동자들의 사회보장 문제와 정당한 법적 지위 획득이 가장 큰 문제이고, 특히 미국 사회에서 이민자에게 운전면허를 발급하지 않겠다는 것은 무지 심각한 이슈였다. 운전면허가 없다는 것은 신분 증명을 할 수없다는 것이고, 그렇게 되면 아무런 법적 보호와 지위를 가질 수 없다.

AFL-CIO 간부를 비롯하여 각종 이주 노동자 단체들에서 나와 연대사를 했는데.. 놀라운 것은 보스턴 시장인 Manino (사진 속의 뚱뚱한 아저씨)가 나타난 것이다. 이민자에게도 운전면허를 발급할 수 있는 법안이 통과되도록 지원을 해 달란다. "심지어" 유타 주(보수적이라고 널리 알려진)에서도 이를 했는데, 우리가 못 한다는게 말이 되냐고.... 작년인가? 재작년? 대의원대회에서 여성할당제에 관한 토론이 한창일 때, 한 대의원이 "한나라당도 한다는데 민주노동당이 못한대서야 말이 되느냐"하면서 논란을 종식시켰던 기억이 새삼 ㅎㅎㅎ

어쨌든 노동자들... 큰 함성으로 화답했다.

 

 

 


 

연설자 중에는 브라질 출신의 신부님도 있었다. 첨 인사말만 영어로 하고 나머지는 포르투갈어로 해서 뭔지 알 수가 없지만, 그 전의 인사말로 미루어보건데 어려운 일이 있으면 어디로 지원을 요청해라.. 이런 안내 겸 격려인 듯...

 


 

뭐 하여간...

분위기는 슬렁슬렁.. 뭔가 조직되지 못하고 엉성해보이면서 웬지 치열함과 긴장이 없어보이기는 하는데.. 그래도 참가자들이 정말 즐거워하고 자유로운 연대를 구축해나가는 모습이 신선하기는 했다. 역시 마지막에는 투쟁기금함이 돌아다녔는데, 거금(ㅜ.ㅜ) 10불을 투척하면서 혼자 마음의 위안을 삼았다.  

이제는 돈으로 운동한다. 흐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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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사람들~~

시간 되면 같이 가요

제 핸드폰으로 연락을...

 

 

MAY DAY 2005: BOSTON CONVERGENCE AGAINST CAPITALISM

Sunday, May 1

No Bosses, No Borders:
Into the Streets for Freedom for Immigrants & All Working People!

On International Workers Day, we call for people of Boston and greater New England to take to the streets in opposition to capitalism. Capitalism is the enemy of the working class, the enemy of the immigrant, the enemy of all freedom loving people. We reject its wars, its governments, its immigration laws, and its exploitation and degradation of all life.

We stand for a world free of bosses and borders. One day we will abolish them and take control of our own lives, workplaces, and communities. In the meantime, this May Day, we will take back the streets of this city and stand in solidarity with the struggles of immigrant workers. We will make anti-capitalist resistance visible again. We will give new life to the new world that's in our own hearts and the hearts of working people everywhere.

12:30 - Converge at Boston Common at Park & Tremont St
1:00 - Anti-Capitalist March through Downtown Boston
2:00 - Immigrant Rights Rally at Copley Place
5:00 - Cultural Festival at 45 Mount Auburn St
11:00 - Reclaim the Streets in Harvard Square

Bring friends and fellow workers. Bring pots and pans, drums and instruments, songs and banners and flags. Bring creativity and defi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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